“72시간 내 조사규정 안 지켰다”…경찰도 보호기관도 손 놔

입력 2020.06.08 (21:44) 수정 2020.06.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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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 숨진 9살 어린이.

이미 한 달 전에 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게 알려져서 안타까움을 더했죠.

보건복지부 규정엔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늦어도 72시간 안에 현장 조사하도록 돼 있지만 아동보호기관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최선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행용 가방 안에 7시간이나 갇혀있다 질식사한 9살 A군.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부모와 함께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몸의 멍자국과 흉터를 본 의료진은 이틀 뒤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지만, 가정 방문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뤄졌습니다.

보건복지부 업무규정엔 아동학대 신고시 응급 상황일 경우 12시간 이내에, 그 외의 경우 72시간 내에 지체없이 현장 조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에게만 맡긴 채 손을 놓고 있었고,

[경찰/음성변조 : "아이의 심리상태, 정서적 안정이 더 중요하잖아요. 경찰이 방문하는 것보다…"]

아동보호기관도 코로나19로 방문을 미뤄달라는 의붓어머니의 요청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음성변조 : "저희가 병원으로 가지 않고 가정으로 방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희가 이미 갔을 때는 아이의 상흔같은 것들이 사라진…"]

조사 주체가 불분명한 데다 있는 업무규정마저 지켜지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철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신고 접수 후 바로 부모와 아이를 조사하고 조사된 결과를 가지고 신속하게 조처 및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만여 건이 접수되는 등 아동학대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허술한 현장 조사와 관리 감독 탓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앵커]

가방 메고 얼른 가고 싶었을 학교엔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그 아이, 살릴 수도 있었던 정황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 담은 발길이 이어졌죠.

누군가는 죗값을 치를 테지만.. 어른의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또 있습니다.

2018년 기준 학대로 숨진 어린이가 스물여덟 명입니다.

아동학대 신고는 2만 4천건이 넘는데 신체적 학대도 문제지만 언어폭력이나, 차별 같은 정서적 학대 비중도 높습니다.

위기의 아이들을 파악하고 보호하는 장치, 제대로 조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희생 반복될 수 있는 겁니다.

집 앞 추모 공간엔 미처 알아보지 못했고 지켜주지 못했던 어른들의 미안함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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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2시간 내 조사규정 안 지켰다”…경찰도 보호기관도 손 놔
    • 입력 2020-06-08 21:46:33
    • 수정2020-06-08 22:00:41
    뉴스 9
[앵커]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 숨진 9살 어린이.

이미 한 달 전에 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게 알려져서 안타까움을 더했죠.

보건복지부 규정엔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늦어도 72시간 안에 현장 조사하도록 돼 있지만 아동보호기관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최선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행용 가방 안에 7시간이나 갇혀있다 질식사한 9살 A군.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부모와 함께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몸의 멍자국과 흉터를 본 의료진은 이틀 뒤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지만, 가정 방문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뤄졌습니다.

보건복지부 업무규정엔 아동학대 신고시 응급 상황일 경우 12시간 이내에, 그 외의 경우 72시간 내에 지체없이 현장 조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에게만 맡긴 채 손을 놓고 있었고,

[경찰/음성변조 : "아이의 심리상태, 정서적 안정이 더 중요하잖아요. 경찰이 방문하는 것보다…"]

아동보호기관도 코로나19로 방문을 미뤄달라는 의붓어머니의 요청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음성변조 : "저희가 병원으로 가지 않고 가정으로 방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희가 이미 갔을 때는 아이의 상흔같은 것들이 사라진…"]

조사 주체가 불분명한 데다 있는 업무규정마저 지켜지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철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신고 접수 후 바로 부모와 아이를 조사하고 조사된 결과를 가지고 신속하게 조처 및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만여 건이 접수되는 등 아동학대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허술한 현장 조사와 관리 감독 탓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앵커]

가방 메고 얼른 가고 싶었을 학교엔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그 아이, 살릴 수도 있었던 정황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 담은 발길이 이어졌죠.

누군가는 죗값을 치를 테지만.. 어른의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또 있습니다.

2018년 기준 학대로 숨진 어린이가 스물여덟 명입니다.

아동학대 신고는 2만 4천건이 넘는데 신체적 학대도 문제지만 언어폭력이나, 차별 같은 정서적 학대 비중도 높습니다.

위기의 아이들을 파악하고 보호하는 장치, 제대로 조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희생 반복될 수 있는 겁니다.

집 앞 추모 공간엔 미처 알아보지 못했고 지켜주지 못했던 어른들의 미안함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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