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코로나19로 아동학대 감시체계 느슨…가정양육 아동 전수조사

입력 2020.06.12 (21:19) 수정 2020.06.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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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대당하다 맨발로 탈출한 초등학생.

가방에 갇혔다 결국 숨진 9살 아이까지..

잇따르는 참혹한 사건에 분노한 분들 많죠.

안타깝고 답답한 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2년 전, 친아버지와 그 내연녀에게 폭행당하다 숨지고 야산에서 발견된 5살 고준희 양 기억하시나요?

당시 정부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먼저 찾아내겠다며, 위기아동 예측 시스템 같은 대책들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방문 점검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감시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가정에서 양육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최근 들어 아동학대 조사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대면 조사가 기본이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정 방문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준미/서울 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직접 보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보지 못한다든가 부모님들이 거부하신다든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그러면 그걸 강제적으로 가정에 방문해서 아이들을 보고 확인하고 이런 부분들이 좀 한계는 있습니다."]

고준희 양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위기아동을 발굴하기 위해 2년 전 도입한 시스템도 마찬가집니다.

장기간 결석하거나 예방접종을 빠뜨린 아동 같은 위기아동을 예측한 뒤, 각 지역의 공무원들이 방문 조사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00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복지 대상자 중에서 필요한 아동만 사례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방문조사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요."]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찾아내지 못해서인지 아동학대 112 신고도 줄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진 지난 3월과 4월 신고 건수는 전년보다 15% 넘게 줄어든 겁니다.

통상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턴 신고 건수가 늘어나지만, 등교가 미뤄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공백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습니다.

우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 미취학 아동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초등학교 예비소집 단계에서 했던 조사를 확대한 겁니다.

경찰과 지자체는 최근 3년간 학대 신고된 아동의 안전도 다시 한 번 점검합니다.

[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정말 소중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우리 사회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막중하고도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피해아동 쉼터를 늘리고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전문기관에 맡기는 '즉각 분리제도'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앵커]

아이가 그린 집은 얼마나 작은지 엄지 손톱만 했습니다.

움츠러든 마음처럼 커다란 종이 한 가운데에 쪼그만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5년 전.

아버지와 그 동거녀에게 학대당하다 구조된 열한 살 어린이의 그림입니다.

아빠가 처벌받길 원하냔 질문에 ‘네’ 라고 또렷이 답했을 정도로 마음엔 상처가 가득했죠.

하지만 작은 집 굴뚝 위엔 분노에 찬 검은 연기 대신 예쁜 꽃을, 희망을 그려넣었습니다.

손톱만한 집 안에서 숨죽이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

지나간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급하지만 아이가 살 곳 찾아주고, 미래를 보호하는 것도 어른들의 의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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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2 21:21:02
    • 수정2020-06-12 22: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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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대당하다 맨발로 탈출한 초등학생.

가방에 갇혔다 결국 숨진 9살 아이까지..

잇따르는 참혹한 사건에 분노한 분들 많죠.

안타깝고 답답한 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2년 전, 친아버지와 그 내연녀에게 폭행당하다 숨지고 야산에서 발견된 5살 고준희 양 기억하시나요?

당시 정부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먼저 찾아내겠다며, 위기아동 예측 시스템 같은 대책들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방문 점검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감시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가정에서 양육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최근 들어 아동학대 조사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대면 조사가 기본이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정 방문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준미/서울 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직접 보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보지 못한다든가 부모님들이 거부하신다든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그러면 그걸 강제적으로 가정에 방문해서 아이들을 보고 확인하고 이런 부분들이 좀 한계는 있습니다."]

고준희 양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위기아동을 발굴하기 위해 2년 전 도입한 시스템도 마찬가집니다.

장기간 결석하거나 예방접종을 빠뜨린 아동 같은 위기아동을 예측한 뒤, 각 지역의 공무원들이 방문 조사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00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복지 대상자 중에서 필요한 아동만 사례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방문조사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요."]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찾아내지 못해서인지 아동학대 112 신고도 줄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진 지난 3월과 4월 신고 건수는 전년보다 15% 넘게 줄어든 겁니다.

통상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턴 신고 건수가 늘어나지만, 등교가 미뤄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공백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습니다.

우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 미취학 아동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초등학교 예비소집 단계에서 했던 조사를 확대한 겁니다.

경찰과 지자체는 최근 3년간 학대 신고된 아동의 안전도 다시 한 번 점검합니다.

[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정말 소중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우리 사회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막중하고도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피해아동 쉼터를 늘리고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전문기관에 맡기는 '즉각 분리제도'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앵커]

아이가 그린 집은 얼마나 작은지 엄지 손톱만 했습니다.

움츠러든 마음처럼 커다란 종이 한 가운데에 쪼그만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5년 전.

아버지와 그 동거녀에게 학대당하다 구조된 열한 살 어린이의 그림입니다.

아빠가 처벌받길 원하냔 질문에 ‘네’ 라고 또렷이 답했을 정도로 마음엔 상처가 가득했죠.

하지만 작은 집 굴뚝 위엔 분노에 찬 검은 연기 대신 예쁜 꽃을, 희망을 그려넣었습니다.

손톱만한 집 안에서 숨죽이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

지나간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급하지만 아이가 살 곳 찾아주고, 미래를 보호하는 것도 어른들의 의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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