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세현 “남북 손잡고 움직이면 美 설득 가능”

입력 2020.06.15 (21:26) 수정 2020.06.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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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남측을 향해선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되는 오늘, 북한의 다음 대응은 뭘지, 또 남북관계 어떻게 봐야 할지...

전 통일부 장관이죠,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오늘 대통령이 남북관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같이 돌파구 찾자 이렇게 얘기했는데... 어떻게 들으셨는지.

[답변]

같이 돌파구 찾는 문제와 관련해서, 이런 표현도 쓰셨어요.

"더는 여건 좋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 이거는... 여건이라는 것은 그동안에 한미 협조라는 이름으로, 남북관계를 병행 발전시키려 했었는데 미국이 그동안 한국 발목을 잡든... 너무 직접적 표현이지만 발목을 많이 잡았습니다.

한미 워킹그룹 통해서... 미국이 남북 협력관계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거나 용인하는 여건이 갖춰지기는 현실적으로 기다리기는 어렵다.

자진해서 그렇게 해주긴 어렵다.

그러니까 남북이 손잡고 미국이 그런 쪽으로 따라 나올 수밖에 없도록 같이 손잡고 이야기해보자.

그러니까, 북한은 판을 깰 것처럼 이야기하는 데 우리로서는 판이 절대로 깨져선 안 된다.

우리 국민들 생명과 안보를 생각하면 4·27 체제가 그대로 가야 합니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4·27 체제를 4·27 선언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여건을 우리한테만 만들라고 하지 말고 남북이 손잡고 같이 움직이면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다.

그런 뜻으로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반응을 좀 봐야 될 텐데요.

최근에 김여정 제1부부장 얘길 들어보면 '결별을 선언할 때가 됐다. 다음 행동은 군이 맡을 거다.' 이런 얘기까지 해요.

어떻게 반응이 올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답변]

글쎄. 뭐 아주 극단적 용어를 쓰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 불안해하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어를 선택하는 데에서 북한이 좀 심해요.

한때는 그렇게 웃으면서 여기 와서 좋은 이미지로 부각이 됐던 사람이 김여정인데, 요 며칠 사이에 아주 독설을 쏟아내면서 남조선 것들이니 결별할 때가 됐다느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북쪽이 남북관계 개선의 결연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걸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속 깊은 뜻을 읽어주지는 않는 거고 바로 그 단어 때문에 '꼼짝 못 한다. 벌벌 긴다'하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북한도 그렇게 험한 말을 계속 쓰는 것 좋지 않습니다.

[앵커]

긍정적인 반응이 올 거라고는 기대를 안 하시는 것인지?

[답변]

바로는 안 오죠.

바로는 안 오고...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게 남북 관계인데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북한이 지금 너무 심하게 나가지 않는 게 좋고...

그러나 당장 문 대통령의 그런 발언에 대해서 북한이 "좋다. 같이 손잡고 한 번 미국을 움직여보자."하는 식으로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우리 쪽 정부에서 삐라살포금지법부터 만들고 그다음에 또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여건을 주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이 강조되면 그때는 우리 대북제의에 호응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데... 만일 북한이 군사적 행동까지 나간다고 하면 남북관계도 그렇지만 북한에도 이득 될 게 없지 않습니까? 왜 이런다고 보시는지요.

[답변]

군사행동까지 할 가능성 있죠.

그러나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정도의 위험한 도발이나 긴장 조성은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소위 저강도, 그러니까 서해 상이나 동해 상에서의 군사적 행동. 해상에서의. 그렇게 해서 어민들 불안하게 하는 정도의... 접경지역 주민들 불안해할 정도의 총소리를 낸다든가 하는 그런 것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전쟁이 나진 않죠.

그러나 그런 짓을 하다가도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한국정부가 대내적으로 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고 또 미국 상대로 해서 여건 만들어나가는 것이 감지되면, 우리 제안에 슬그머니 웃으면서 호응해 오리라고 봅니다.

지금 북한이 이렇게 험하게 나왔다가 또 어느 날 갑자기 표정 바꾸고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앵커]

겨울이 엄혹하기는 하지만 그리 길지가...

[답변]

아니 T.S 엘리엇이 그런 얘기 하지 않았어요? 이제 겨울이 왔으니 봄도 오지 않으리...

그러나 다만 지금 상태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이 겨울이 오래갈 겁니다.

[앵커]

그러면 최근 이런 경색된 관계를 풀려면 특사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들도 나오던 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

특사를 북쪽으로 보내자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북한이 저렇게 험한 말을 하고 있는데 특사를 보내는 걸 받는다면 북한은 이게 체면이 말이 아니죠.

오히려 지금 우리가 특사를 보내야 할 곳은 미국입니다.

미국이 그동안에 9·19 군사분야합의서, 9·19 평양 공동선언, 4·27 판문점선언 이행하는 데 있어서 여러 제약을 가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풀어달라는 얘기를 별도로 심각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쉽게 얘기해서 북한한테 우리가 이렇게 모욕적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동안 당신네가 (미국이) 우리를 발목 잡아서 그런 거 아니냐.

이제 좀 풀어라. 이거. 어느 세월에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와 연결시키느냐...

북핵 문제는 시간이 걸리고 어차피 당신들은 금년 한 해 동안은 선거 때문에라도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있는 데 그 북미 관계 북핵 문제에다가 남북관계에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이게 무리한 짓이다.

우리라도 좀 움직일 수 있게 해라.

(미국 쪽으로) 족쇄를 좀 풀어라.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워싱턴으로 가야지 평양으로 가 가지고….

아~ 갔다 와서 특사를 보내겠다면 아마 받을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오늘 6·15 공동선언 20주년이고 정부는 행사를 많이 준비했는데 빛이 바랜 측면이 있습니다.

현장 실무 경험이 많으시니까 남북 당국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답변]

대통령이 오늘 "더는 여건 좋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

그다음에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하는 말의 숨은 뜻이 결국 정부 안에서 특히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고 지금 대미 설득도 외교부 통하지 말고 통일부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북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미국에 가서 남북관계를 설명해야 돼요.

그러니까 이쯤 되면, 더구나 통일부 장관이 오늘 6·15 행사에 와서 축사하면서 그랬어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다."

그야말로 남북관계는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통일부 장관이 자기가 그 말을 했으면 직접 미국을 통일부 장관이 가라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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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5 21:27:36
    • 수정2020-06-15 22: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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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남측을 향해선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되는 오늘, 북한의 다음 대응은 뭘지, 또 남북관계 어떻게 봐야 할지...

전 통일부 장관이죠,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오늘 대통령이 남북관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같이 돌파구 찾자 이렇게 얘기했는데... 어떻게 들으셨는지.

[답변]

같이 돌파구 찾는 문제와 관련해서, 이런 표현도 쓰셨어요.

"더는 여건 좋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 이거는... 여건이라는 것은 그동안에 한미 협조라는 이름으로, 남북관계를 병행 발전시키려 했었는데 미국이 그동안 한국 발목을 잡든... 너무 직접적 표현이지만 발목을 많이 잡았습니다.

한미 워킹그룹 통해서... 미국이 남북 협력관계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거나 용인하는 여건이 갖춰지기는 현실적으로 기다리기는 어렵다.

자진해서 그렇게 해주긴 어렵다.

그러니까 남북이 손잡고 미국이 그런 쪽으로 따라 나올 수밖에 없도록 같이 손잡고 이야기해보자.

그러니까, 북한은 판을 깰 것처럼 이야기하는 데 우리로서는 판이 절대로 깨져선 안 된다.

우리 국민들 생명과 안보를 생각하면 4·27 체제가 그대로 가야 합니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4·27 체제를 4·27 선언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여건을 우리한테만 만들라고 하지 말고 남북이 손잡고 같이 움직이면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다.

그런 뜻으로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반응을 좀 봐야 될 텐데요.

최근에 김여정 제1부부장 얘길 들어보면 '결별을 선언할 때가 됐다. 다음 행동은 군이 맡을 거다.' 이런 얘기까지 해요.

어떻게 반응이 올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답변]

글쎄. 뭐 아주 극단적 용어를 쓰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 불안해하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어를 선택하는 데에서 북한이 좀 심해요.

한때는 그렇게 웃으면서 여기 와서 좋은 이미지로 부각이 됐던 사람이 김여정인데, 요 며칠 사이에 아주 독설을 쏟아내면서 남조선 것들이니 결별할 때가 됐다느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북쪽이 남북관계 개선의 결연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걸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속 깊은 뜻을 읽어주지는 않는 거고 바로 그 단어 때문에 '꼼짝 못 한다. 벌벌 긴다'하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북한도 그렇게 험한 말을 계속 쓰는 것 좋지 않습니다.

[앵커]

긍정적인 반응이 올 거라고는 기대를 안 하시는 것인지?

[답변]

바로는 안 오죠.

바로는 안 오고...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게 남북 관계인데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북한이 지금 너무 심하게 나가지 않는 게 좋고...

그러나 당장 문 대통령의 그런 발언에 대해서 북한이 "좋다. 같이 손잡고 한 번 미국을 움직여보자."하는 식으로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우리 쪽 정부에서 삐라살포금지법부터 만들고 그다음에 또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여건을 주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이 강조되면 그때는 우리 대북제의에 호응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데... 만일 북한이 군사적 행동까지 나간다고 하면 남북관계도 그렇지만 북한에도 이득 될 게 없지 않습니까? 왜 이런다고 보시는지요.

[답변]

군사행동까지 할 가능성 있죠.

그러나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정도의 위험한 도발이나 긴장 조성은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소위 저강도, 그러니까 서해 상이나 동해 상에서의 군사적 행동. 해상에서의. 그렇게 해서 어민들 불안하게 하는 정도의... 접경지역 주민들 불안해할 정도의 총소리를 낸다든가 하는 그런 것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전쟁이 나진 않죠.

그러나 그런 짓을 하다가도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한국정부가 대내적으로 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고 또 미국 상대로 해서 여건 만들어나가는 것이 감지되면, 우리 제안에 슬그머니 웃으면서 호응해 오리라고 봅니다.

지금 북한이 이렇게 험하게 나왔다가 또 어느 날 갑자기 표정 바꾸고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앵커]

겨울이 엄혹하기는 하지만 그리 길지가...

[답변]

아니 T.S 엘리엇이 그런 얘기 하지 않았어요? 이제 겨울이 왔으니 봄도 오지 않으리...

그러나 다만 지금 상태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이 겨울이 오래갈 겁니다.

[앵커]

그러면 최근 이런 경색된 관계를 풀려면 특사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들도 나오던 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

특사를 북쪽으로 보내자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북한이 저렇게 험한 말을 하고 있는데 특사를 보내는 걸 받는다면 북한은 이게 체면이 말이 아니죠.

오히려 지금 우리가 특사를 보내야 할 곳은 미국입니다.

미국이 그동안에 9·19 군사분야합의서, 9·19 평양 공동선언, 4·27 판문점선언 이행하는 데 있어서 여러 제약을 가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풀어달라는 얘기를 별도로 심각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쉽게 얘기해서 북한한테 우리가 이렇게 모욕적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동안 당신네가 (미국이) 우리를 발목 잡아서 그런 거 아니냐.

이제 좀 풀어라. 이거. 어느 세월에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와 연결시키느냐...

북핵 문제는 시간이 걸리고 어차피 당신들은 금년 한 해 동안은 선거 때문에라도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있는 데 그 북미 관계 북핵 문제에다가 남북관계에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이게 무리한 짓이다.

우리라도 좀 움직일 수 있게 해라.

(미국 쪽으로) 족쇄를 좀 풀어라.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워싱턴으로 가야지 평양으로 가 가지고….

아~ 갔다 와서 특사를 보내겠다면 아마 받을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오늘 6·15 공동선언 20주년이고 정부는 행사를 많이 준비했는데 빛이 바랜 측면이 있습니다.

현장 실무 경험이 많으시니까 남북 당국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답변]

대통령이 오늘 "더는 여건 좋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

그다음에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하는 말의 숨은 뜻이 결국 정부 안에서 특히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고 지금 대미 설득도 외교부 통하지 말고 통일부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북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미국에 가서 남북관계를 설명해야 돼요.

그러니까 이쯤 되면, 더구나 통일부 장관이 오늘 6·15 행사에 와서 축사하면서 그랬어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다."

그야말로 남북관계는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통일부 장관이 자기가 그 말을 했으면 직접 미국을 통일부 장관이 가라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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