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요양병원 영리화의 민낯/시사기획 창

입력 2020.09.11 (21:14) 수정 2020.09.1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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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어제(10일)와 그제(9일) 이틀에 걸쳐 요양병원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약으로 잠재워지는 노인 환자의 현실, 그리고 전국 천 4백여곳 요양병원의 항정신병약제 처방 내역을 최초로 입수해 집중 조명했습니다.

보도해드렸듯이 지난 6개월 동안 65세 이상 요양병원 노인 6만 6천여 명에게 처방된 19가지 항정신병제만, 한 달 평균 233만 개였습니다.

233만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가운데 7.3%는 정신증이나 치매가 없는 일반 환자에게 투약됐습니다.

또 약의 89%는 역시 정신증 환자가 아닌 치매환자에게 투약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지적한 19가지 항정신병제는 이미 설명드린대로 미국에선 위험 약물로 지정된, 정신질환이 없는 노인에게 처방하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값 싼 약물들이었습니다.

KBS 시청자상담실에는 충격받았다, 관련된 보도를 계속해달라는 전화가 잇따랐습니다.

오늘(11일)도 속보 이어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심각한 희생을 치른 곳이 바로 요양시설들입니다.

좁은 병실에 많은 환자를 받아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일부 요양병원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요.

KBS<시사기획 창> 홍혜림 기자가 문제점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대구·경북을 휩쓴 코로나 19 1차 유행.

사망자 9명, 확진자 119명.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청도대남병원이었습니다.

재단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일반병원과 요양병원, 정신과 폐쇄병동까지 여러 시설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관리기관인 보건소도 함께 있었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 : "한 건물로 연결돼 있는데, 특별히 보건소가 한 건물에 함께 들어간 경위가 궁금합니다."]

최근 다시 문을 연 병원.

건물 바깥에 선별진료소를 짓고 있지만, 내부는 변한 게 없습니다.

["여기는 일반병원, 저기로 올라가면 요양병원이에요."]

환자와 일반 출입자들이 뒤섞일 수 있는 상황도 그대로입니다.

[청도대남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쩔 수가 없어요. 밖에서 환자들이 진료받으러 오기 때문에. 여기가 입원실인데 격리병동도 한 층에 다 같이 있으니까, 만에 하나 걸리면 다 같이 걸리는 거죠."]

요양시설 영리화가 뿌리내린 미국은 코로나 19의 후폭풍이 큽니다.

뉴욕 코로나 사망자의 40%, 6천여 명이 요양시설에서 나왔습니다.

요양시설이 코로나19 등 감염환자를 수용하면 많게는 하루 600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수가제를 바꾼 게 한 원인이 됐습니다.

[김동찬/뉴욕 시민참여센터 대표 : "사람 목숨도 다 돈으로 보고 있었다. 수천 명의 요양병원에 있던 노약자들이 쫓겨나고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알렉스 씨 자매.

다리 종기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잠시 요양시설에 머무르다 코로나19에 희생됐습니다.

[알렉스/요양병원 코로나19 사망자 딸 : "제일 슬픈 것은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가치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다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될 건데요."]

["People over Profits!!"]

"돈보다 노인이 먼저"라는 외침. 수익성 추구에 매몰된 요양시설을 감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나 죽었다. 아이고 아파라. 왜 이러나?"]

KBS 보도 이후 수많은 시민들의 탄식이 방송국에 전달됐습니다.

요양병원에 의지해야 하는데, 부모님을 사지로 내모는 것처럼 비춰질까 하는 걱정도 큽니다.

[시청자 상담 전화/음성변조 : "아버님이 지금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대소변을 못 가리세요. 저랑 집사람은 밖에서 일하고 애들한테 보라고 할 수도 없고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도대체..."]

코로나19로 드러난 요양병원의 열악함이 우리 사회가 감추고 싶었던 숙제를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김선영

[앵커]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노인 약물지표 개발 등 요양병원 관리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는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취재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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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드러난 요양병원 영리화의 민낯/시사기획 창
    • 입력 2020-09-11 21:14:40
    • 수정2020-09-11 22:08:29
    뉴스 9
[앵커]

KBS는 어제(10일)와 그제(9일) 이틀에 걸쳐 요양병원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약으로 잠재워지는 노인 환자의 현실, 그리고 전국 천 4백여곳 요양병원의 항정신병약제 처방 내역을 최초로 입수해 집중 조명했습니다.

보도해드렸듯이 지난 6개월 동안 65세 이상 요양병원 노인 6만 6천여 명에게 처방된 19가지 항정신병제만, 한 달 평균 233만 개였습니다.

233만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가운데 7.3%는 정신증이나 치매가 없는 일반 환자에게 투약됐습니다.

또 약의 89%는 역시 정신증 환자가 아닌 치매환자에게 투약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지적한 19가지 항정신병제는 이미 설명드린대로 미국에선 위험 약물로 지정된, 정신질환이 없는 노인에게 처방하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값 싼 약물들이었습니다.

KBS 시청자상담실에는 충격받았다, 관련된 보도를 계속해달라는 전화가 잇따랐습니다.

오늘(11일)도 속보 이어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심각한 희생을 치른 곳이 바로 요양시설들입니다.

좁은 병실에 많은 환자를 받아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일부 요양병원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요.

KBS<시사기획 창> 홍혜림 기자가 문제점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대구·경북을 휩쓴 코로나 19 1차 유행.

사망자 9명, 확진자 119명.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청도대남병원이었습니다.

재단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일반병원과 요양병원, 정신과 폐쇄병동까지 여러 시설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관리기관인 보건소도 함께 있었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 : "한 건물로 연결돼 있는데, 특별히 보건소가 한 건물에 함께 들어간 경위가 궁금합니다."]

최근 다시 문을 연 병원.

건물 바깥에 선별진료소를 짓고 있지만, 내부는 변한 게 없습니다.

["여기는 일반병원, 저기로 올라가면 요양병원이에요."]

환자와 일반 출입자들이 뒤섞일 수 있는 상황도 그대로입니다.

[청도대남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쩔 수가 없어요. 밖에서 환자들이 진료받으러 오기 때문에. 여기가 입원실인데 격리병동도 한 층에 다 같이 있으니까, 만에 하나 걸리면 다 같이 걸리는 거죠."]

요양시설 영리화가 뿌리내린 미국은 코로나 19의 후폭풍이 큽니다.

뉴욕 코로나 사망자의 40%, 6천여 명이 요양시설에서 나왔습니다.

요양시설이 코로나19 등 감염환자를 수용하면 많게는 하루 600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수가제를 바꾼 게 한 원인이 됐습니다.

[김동찬/뉴욕 시민참여센터 대표 : "사람 목숨도 다 돈으로 보고 있었다. 수천 명의 요양병원에 있던 노약자들이 쫓겨나고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알렉스 씨 자매.

다리 종기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잠시 요양시설에 머무르다 코로나19에 희생됐습니다.

[알렉스/요양병원 코로나19 사망자 딸 : "제일 슬픈 것은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가치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다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될 건데요."]

["People over Profits!!"]

"돈보다 노인이 먼저"라는 외침. 수익성 추구에 매몰된 요양시설을 감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나 죽었다. 아이고 아파라. 왜 이러나?"]

KBS 보도 이후 수많은 시민들의 탄식이 방송국에 전달됐습니다.

요양병원에 의지해야 하는데, 부모님을 사지로 내모는 것처럼 비춰질까 하는 걱정도 큽니다.

[시청자 상담 전화/음성변조 : "아버님이 지금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대소변을 못 가리세요. 저랑 집사람은 밖에서 일하고 애들한테 보라고 할 수도 없고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도대체..."]

코로나19로 드러난 요양병원의 열악함이 우리 사회가 감추고 싶었던 숙제를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김선영

[앵커]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노인 약물지표 개발 등 요양병원 관리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는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취재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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