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마지막이길”…올해만 8번째 택배 노동자 사망

입력 2020.10.12 (21:25) 수정 2020.10.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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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위가 한창이던 올 1월 13일 우체국 택배 노동자 김 모 씨는 새벽녘 거실로 나오다 쓰러져 의식을 잃은 뒤 숨졌습니다.

3월엔, 배송 중에 빌라 계단에 쓰러져 숨진 사람이 있었고, 첫 가족여행을 떠나는 날 잠을 자다 숨지거나, 일을 쉬는 날 심장이 멎어 세상을 떠난 택배 노동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일엔 한 생명이 또 스러져 여덟 명이 됐습니다.

KBS는 비대면의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실태를 집중 보도하며 대안을 모색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시대, 폭증하는 물량과 숨쉴틈 없는 노동강도에 비해 업계와 정부의 대책은 더디고 느슨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물류대란이 예고되자 정부는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보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그런 사이 ​또 한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먼저 김혜주 기잡니다.

[리포트]

20년 경력의 택배 기사 김원종 씨 마지막 가는 길.

아버지가 관을 붙잡고 눈물을 흘립니다.

[故 김원종 씨 아버지 : "네가 마지막으로 하자, 택배로 마지막 죽은..."]

김 씨는 지난 8일 물건을 배송하던 중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진 뒤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평소 지병이 없던 김 씨의 사망 원인이 살인적인 업무 강도 때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밤 9시가 넘어 퇴근하고, 하루 적게는 3백 개, 많게는 4백 개 넘는 택배를 배송했다는 겁니다.

[故 김원종 씨 아버지 : "아침에 나가는데 아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아빠, 아빠, 오늘은 어제보다 좀 늦을 거야', 9시 반에 와서 씻고 자면 12시인데, 어제보다 더 늦는다면..."]

김 씨는 폐지를 줍는 아버지와 장애가 있는 동생의 생계를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유족들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김 씨가 생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기 때문인데, 이는 사업주의 요구였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입니다.

[故 김원종 씨 동료/음성변조 : "산재를 저희가 가입하게 되면 대리점 소장이 반, 50%를 부담하게 되어있대요. (소장이) 그 얘기 하면서 (의무)가입을 했다가 바로 취소를 할 수 있다(라고 했어요.) 방법까지 다 가르쳐준 거죠. 취소하란 뜻이죠."]

택배 노동자가 숨진 건 올해 들어서만 8번째입니다.

택배노조는 특히 이 가운데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택배 분류 인력을 추가하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며 이번 주 토요일 택배 배송 중단 등 투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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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길”…올해만 8번째 택배 노동자 사망
    • 입력 2020-10-12 21:25:02
    • 수정2020-10-12 21:50:59
    뉴스 9
[앵커]

추위가 한창이던 올 1월 13일 우체국 택배 노동자 김 모 씨는 새벽녘 거실로 나오다 쓰러져 의식을 잃은 뒤 숨졌습니다.

3월엔, 배송 중에 빌라 계단에 쓰러져 숨진 사람이 있었고, 첫 가족여행을 떠나는 날 잠을 자다 숨지거나, 일을 쉬는 날 심장이 멎어 세상을 떠난 택배 노동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일엔 한 생명이 또 스러져 여덟 명이 됐습니다.

KBS는 비대면의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실태를 집중 보도하며 대안을 모색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시대, 폭증하는 물량과 숨쉴틈 없는 노동강도에 비해 업계와 정부의 대책은 더디고 느슨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물류대란이 예고되자 정부는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보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그런 사이 ​또 한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먼저 김혜주 기잡니다.

[리포트]

20년 경력의 택배 기사 김원종 씨 마지막 가는 길.

아버지가 관을 붙잡고 눈물을 흘립니다.

[故 김원종 씨 아버지 : "네가 마지막으로 하자, 택배로 마지막 죽은..."]

김 씨는 지난 8일 물건을 배송하던 중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진 뒤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평소 지병이 없던 김 씨의 사망 원인이 살인적인 업무 강도 때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밤 9시가 넘어 퇴근하고, 하루 적게는 3백 개, 많게는 4백 개 넘는 택배를 배송했다는 겁니다.

[故 김원종 씨 아버지 : "아침에 나가는데 아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아빠, 아빠, 오늘은 어제보다 좀 늦을 거야', 9시 반에 와서 씻고 자면 12시인데, 어제보다 더 늦는다면..."]

김 씨는 폐지를 줍는 아버지와 장애가 있는 동생의 생계를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유족들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김 씨가 생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기 때문인데, 이는 사업주의 요구였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입니다.

[故 김원종 씨 동료/음성변조 : "산재를 저희가 가입하게 되면 대리점 소장이 반, 50%를 부담하게 되어있대요. (소장이) 그 얘기 하면서 (의무)가입을 했다가 바로 취소를 할 수 있다(라고 했어요.) 방법까지 다 가르쳐준 거죠. 취소하란 뜻이죠."]

택배 노동자가 숨진 건 올해 들어서만 8번째입니다.

택배노조는 특히 이 가운데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택배 분류 인력을 추가하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며 이번 주 토요일 택배 배송 중단 등 투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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