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성매매 집결지 폐쇄, 도대체 언제쯤?

입력 2020.10.27 (19:39) 수정 2020.10.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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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려고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취재하고 준비하는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간입니다.

지난해 경남 여성계의 큰 사업 가운데 하나가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였는데요,

당시 창원시는 서성동 공원건설 계획을 밝히고 경찰은 집중적인 단속도 펼치며 한 발 나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서성동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CCTV 설치를 놓고 격렬한 대립을 벌였던 창원시 서성동.

창원시는 방범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쪽에서는 감시용이라고 맞섰습니다.

그러나 여성계의 꾸준한 폐쇄 요구와 창원시와 경찰의 단속이 더해지면서 CCTV 설치는 경남 유일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그 이후 10개월,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성업중입니다.

늦은 밤, 어두운 도로를 지나자 불빛으로 환한 거리가 나옵니다.

약 250m 거리를 따라 불을 밝히며 길게 늘어선 점포들.

바로 성매매 업소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자동차에 손을 흔드는가 하면, 길을 걸어가자 다가와 호객행위에 나섭니다.

["여기도 있고 많잖아 들어와 봐 오빠들. 맞춰줄게."]

지난해 CCTV 설치 즈음 당시 현장과 풍경과 다르지 않습니다.

창원시가 불법 증개축 단속에 나서며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전담반을 꾸리고 공원 개발 계획을 내놓았지만, 성매매 업소는 여전히 영업에 한창인 겁니다.

경찰은 꾸준히 단속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최영호/마산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장 : "우리가 올해 들어서는 두 건을 단속했고 또 10월, 11월에도 단속 예정 중인 계획도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성매매 집결지 관련해서 근절을 위한 캠페인도 시청하고 여성 인권단체와 함께 매달 실시를 하고…."]

올 들어 경찰 단속으로 문을 닫은 성매매 업소는 단 두 곳.

전체 업소가 20여 곳인 걸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성매매 업소가 새로 유입되는 정황도 파악되면서 단속만으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단체들도 지금과 같은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인근 지역에서 부산 대구 등의 집결지가 폐쇄되면서 그동안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다른 지역에 소문이 났고 실제 작년에 세 곳의 업소가 이전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폐쇄를 위한 단속도 느슨해졌습니다.

대구와 부산 등 다른 지역 사례를 보았을 때, 성매매 집결지 폐쇄까지 평균 5년이 걸렸습니다.

이마저도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폐쇄 정책을 추진했을 때입니다.

창원시는 지난 6월 서성동에 근린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종사자들이 성매매 집결지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조례도 지난 7월 만들어졌습니다.

[김남희/창원시 여성가족과 과장 : "거기에는 지금 이분들을 위한 생계지원, 주거지원, 그리고 직업훈련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는 마련하였고 세부기준으로는 아직 시행규칙안은 지금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집결지를 나오려는 여성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피해여성들이 심리치료 등 안정을 취하는 데만 평균 10개월가량이 걸리는 데 비해, 현재 창원시의 조례는 전체 지원 기간이 1년에 그쳐 완전한 자립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지원 대책이 1년으로 되게 한정적으로 되어 있고, 우리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 지원 센터가 없어서 좀 그런 것도 마련해서."]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집결지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장소라며 자치단체가 다시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달라고 요청합니다.

[김윤자/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 : "그 안에 있는 우리 여성들이 성적 착취를 당하고 인권 유린을 당하고 그래서 우리가 이런 여성 인권 유린은 없어야 한다 이거는 우리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

성매매 집결지가 없어지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경상남도의 여론조사에서 정부와 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25.4%로 세 번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창원시와 경찰의 더욱 적극적인 단속과 더불어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자립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백 년이 넘은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의 부끄러운 역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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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성매매 집결지 폐쇄, 도대체 언제쯤?
    • 입력 2020-10-27 19:39:07
    • 수정2020-10-27 19:55:35
    뉴스7(창원)
[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려고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취재하고 준비하는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간입니다.

지난해 경남 여성계의 큰 사업 가운데 하나가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였는데요,

당시 창원시는 서성동 공원건설 계획을 밝히고 경찰은 집중적인 단속도 펼치며 한 발 나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서성동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CCTV 설치를 놓고 격렬한 대립을 벌였던 창원시 서성동.

창원시는 방범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쪽에서는 감시용이라고 맞섰습니다.

그러나 여성계의 꾸준한 폐쇄 요구와 창원시와 경찰의 단속이 더해지면서 CCTV 설치는 경남 유일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그 이후 10개월,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성업중입니다.

늦은 밤, 어두운 도로를 지나자 불빛으로 환한 거리가 나옵니다.

약 250m 거리를 따라 불을 밝히며 길게 늘어선 점포들.

바로 성매매 업소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자동차에 손을 흔드는가 하면, 길을 걸어가자 다가와 호객행위에 나섭니다.

["여기도 있고 많잖아 들어와 봐 오빠들. 맞춰줄게."]

지난해 CCTV 설치 즈음 당시 현장과 풍경과 다르지 않습니다.

창원시가 불법 증개축 단속에 나서며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전담반을 꾸리고 공원 개발 계획을 내놓았지만, 성매매 업소는 여전히 영업에 한창인 겁니다.

경찰은 꾸준히 단속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최영호/마산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장 : "우리가 올해 들어서는 두 건을 단속했고 또 10월, 11월에도 단속 예정 중인 계획도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성매매 집결지 관련해서 근절을 위한 캠페인도 시청하고 여성 인권단체와 함께 매달 실시를 하고…."]

올 들어 경찰 단속으로 문을 닫은 성매매 업소는 단 두 곳.

전체 업소가 20여 곳인 걸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성매매 업소가 새로 유입되는 정황도 파악되면서 단속만으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단체들도 지금과 같은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인근 지역에서 부산 대구 등의 집결지가 폐쇄되면서 그동안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다른 지역에 소문이 났고 실제 작년에 세 곳의 업소가 이전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폐쇄를 위한 단속도 느슨해졌습니다.

대구와 부산 등 다른 지역 사례를 보았을 때, 성매매 집결지 폐쇄까지 평균 5년이 걸렸습니다.

이마저도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폐쇄 정책을 추진했을 때입니다.

창원시는 지난 6월 서성동에 근린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종사자들이 성매매 집결지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조례도 지난 7월 만들어졌습니다.

[김남희/창원시 여성가족과 과장 : "거기에는 지금 이분들을 위한 생계지원, 주거지원, 그리고 직업훈련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는 마련하였고 세부기준으로는 아직 시행규칙안은 지금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집결지를 나오려는 여성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피해여성들이 심리치료 등 안정을 취하는 데만 평균 10개월가량이 걸리는 데 비해, 현재 창원시의 조례는 전체 지원 기간이 1년에 그쳐 완전한 자립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지원 대책이 1년으로 되게 한정적으로 되어 있고, 우리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 지원 센터가 없어서 좀 그런 것도 마련해서."]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집결지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장소라며 자치단체가 다시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달라고 요청합니다.

[김윤자/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 : "그 안에 있는 우리 여성들이 성적 착취를 당하고 인권 유린을 당하고 그래서 우리가 이런 여성 인권 유린은 없어야 한다 이거는 우리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

성매매 집결지가 없어지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경상남도의 여론조사에서 정부와 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25.4%로 세 번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창원시와 경찰의 더욱 적극적인 단속과 더불어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자립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백 년이 넘은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의 부끄러운 역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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