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인데”…코로나19 낙인 더 고통

입력 2020.12.09 (21:31) 수정 2020.12.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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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누구보다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는데요.

주변의 시선과 죄책감입니다.

이화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불안은 일상이 됐고 화도 납니다.

[노실/전주시 효자동 : "어디 함부로 못 다녀요. 지금 노인 복지관도 문을 닫았어요. 못 나가고…. 운동한다고 천변이나 좀 걷고 그랬는데 그것도 오늘부터 안하려고요."]

[전주시민/음성변조 : "너무나 이기주의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방역 수칙을 지켜야 되는데, 자기만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원망과 분노는 확진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이자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는 벽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해제/음성변조 : "(주변에서) 약간은 (저를) 꺼려하는 게 약간은 보였어요. 퇴원을 해서 그래도 그냥 바로 일반 사람들처럼 하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이 식사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된 접촉자.

1차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저는 제가 감당을 해내면 되는 건데. 제가 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전염되면) 너무 미안하고... 피해가 될까봐 그게 가장 우려됐습니다."]

주변 시선도 두렵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지인들은 힘내라고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네티즌들은 악플도 많이 다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완치 1년 뒤에도 정신 건강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질병 자체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바이러스 전파자, 가해자로 보는 시선과 편견도 정신적 후유증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트라우마는 코로나 사태에서도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코로나19는) 호홉기 감염을 주된 증상으로 하면서 신종 감염병의 일종이고, 치료제도 확실히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격리 치료를 받아야 된다는 부분, 일부는 사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메르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물어봤더니 자기가 감염되는 것보다 자기 탓에 가족과 타인이 전염되거나 피해보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낙인'은 경제적 피해로도 이어집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음식점 주인/음성변조 : "손님들이 여기 오면 감염된다는 생각인지... 아예 사람이 없어요. (확진자가 다녀간) 그 뒤로는... 이렇게 하면 진짜 문 닫아야지…."]

코로나19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전문 상담소.

지난 열 달 동안 접수된 정신적 피해 상담이 4천 5백 건 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하려면 잠깐 멈추고 재충전을 한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운동과 수면 등 생활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진자, 격리자가 느끼는 고립감을 줄여주는 소통도 필요합니다.

[양종철/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 상황이 개인의 잘못이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사회 전체의 질병의 하나를 우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내가 또는 내 가족 역시 억울하게 감염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원망과 비난보다 응원과 위로, 격려로 함께 연대해야 이 힘든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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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피해자인데”…코로나19 낙인 더 고통
    • 입력 2020-12-09 21:31:43
    • 수정2020-12-09 21:46:41
    뉴스9(전주)
[앵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누구보다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는데요.

주변의 시선과 죄책감입니다.

이화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불안은 일상이 됐고 화도 납니다.

[노실/전주시 효자동 : "어디 함부로 못 다녀요. 지금 노인 복지관도 문을 닫았어요. 못 나가고…. 운동한다고 천변이나 좀 걷고 그랬는데 그것도 오늘부터 안하려고요."]

[전주시민/음성변조 : "너무나 이기주의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방역 수칙을 지켜야 되는데, 자기만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원망과 분노는 확진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이자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는 벽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해제/음성변조 : "(주변에서) 약간은 (저를) 꺼려하는 게 약간은 보였어요. 퇴원을 해서 그래도 그냥 바로 일반 사람들처럼 하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이 식사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된 접촉자.

1차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저는 제가 감당을 해내면 되는 건데. 제가 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전염되면) 너무 미안하고... 피해가 될까봐 그게 가장 우려됐습니다."]

주변 시선도 두렵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지인들은 힘내라고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네티즌들은 악플도 많이 다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완치 1년 뒤에도 정신 건강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질병 자체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바이러스 전파자, 가해자로 보는 시선과 편견도 정신적 후유증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트라우마는 코로나 사태에서도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코로나19는) 호홉기 감염을 주된 증상으로 하면서 신종 감염병의 일종이고, 치료제도 확실히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격리 치료를 받아야 된다는 부분, 일부는 사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메르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물어봤더니 자기가 감염되는 것보다 자기 탓에 가족과 타인이 전염되거나 피해보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낙인'은 경제적 피해로도 이어집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음식점 주인/음성변조 : "손님들이 여기 오면 감염된다는 생각인지... 아예 사람이 없어요. (확진자가 다녀간) 그 뒤로는... 이렇게 하면 진짜 문 닫아야지…."]

코로나19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전문 상담소.

지난 열 달 동안 접수된 정신적 피해 상담이 4천 5백 건 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하려면 잠깐 멈추고 재충전을 한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운동과 수면 등 생활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진자, 격리자가 느끼는 고립감을 줄여주는 소통도 필요합니다.

[양종철/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 상황이 개인의 잘못이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사회 전체의 질병의 하나를 우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내가 또는 내 가족 역시 억울하게 감염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원망과 비난보다 응원과 위로, 격려로 함께 연대해야 이 힘든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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