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어촌뉴딜② 사업 첫 단추 ‘예비계획 단계’부터 문제

입력 2020.12.15 (21:55) 수정 2020.12.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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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양수산부는 지역 어촌 어항을 살리겠다며 어촌뉴딜 300 사업을 3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데요,

성급한 추진으로 곳곳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업 준비절차인 예비계획 단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탐사K 김가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2차 년도 어촌뉴딜 300 사업에 선정된 세화항.

농림축산식품부의 마을 만들기 사업인 농촌 중심지 활성화사업에 이어, 어촌뉴딜 300 사업으로 지역에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화리처럼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 계획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으면 어떤 어려움을 직면하게 될까?

어촌뉴딜 300 사업 선정 평가에 활용되는 예비계획은 지역협의체가 세웁니다.

지역협의체는 주민주도 방식을 지향하기 위한 지역주민 대표 의사결정 조직인데, 주민 대표와 전문가, 행정으로 꾸려져 사업 전 과정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4년 안에 3백 곳 선정이라는 급박한 일정 속에 '뉴딜'이라는 개념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졌을지는 의문입니다.

또 마을 대표의 일부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왜곡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광희/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자문위원 : "마을 사람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장이, 마을 대표가 이 사업이 오니까 빨리 뭐 좀 합시다, 이렇게 해서 급조해서."]

형식적인 운영 탓에 사퇴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지역협의체 전문가/음성변조 : "통과 의례적인 회의 같은 거죠. 일종의 이러이러한 일을 진행하는데 주민들한테 알렸고, 전문가도 참여해서 논의해서 결과가 이거다."]

지방자치단체 방관도 문젭니다.

지역협의체 구성과 운영 등 행정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김광남/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 : "준비 없이 일단 빨리 예비계획을 내고 선정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다 보니까 주민 의사보다는 사업 선정이 잘 되는 것 위주로 전문기관과 짜서."]

특히 제주시는 2차년도 기준 무려 5곳의 예비계획을 한 업체에 맡겨 개별 어촌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길호/제주도의원 : "제주에서 보는 거, 전남에서 보는 거, 경남에서 보는 거, 지역에 가면 특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한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복사기에서 찍어내듯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 용역과 별개로 직접 예비계획을 세운 곳도 있습니다.

[부지성/구좌읍 세화리장 :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걸 한 업체가 한정된 시간 내에서 그 이야기를 어떻게 좋게 꾸려나간다는 게 제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선정 과정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짧은 시간 많은 신청 대상지를 평가하는데, 사업의 필요성과 주민 역량을 살펴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라해문/지역협의체 전문가 : "과도하게 포장할 수 있는 거고. 또 과도하게 할 수 있다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는 거고. 그 판단을 온전하게 심사위원들이 한다고 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지역의 실정이나 사정을 모르는."]

지원이 필요한 곳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곳들이 선정되면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동만/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 : "대도시에서 교통 거리가 한 시간 내외 정도도 안 되는 곳들, 이런 곳들은 크게 어촌뉴딜에서 도움을 줄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평가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내용을 세분화해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고, 사전 워크숍도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 첫 단추인 예비계획 단계부터 주민 주도와 낙후된 어촌 발전이라는 말이 무색한 어촌뉴딜 300 사업.

다음 이 시간에는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기본계획 단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탐사 K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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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어촌뉴딜② 사업 첫 단추 ‘예비계획 단계’부터 문제
    • 입력 2020-12-15 21:55:12
    • 수정2020-12-15 22:05:58
    뉴스9(제주)
[앵커]

해양수산부는 지역 어촌 어항을 살리겠다며 어촌뉴딜 300 사업을 3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데요,

성급한 추진으로 곳곳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업 준비절차인 예비계획 단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탐사K 김가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2차 년도 어촌뉴딜 300 사업에 선정된 세화항.

농림축산식품부의 마을 만들기 사업인 농촌 중심지 활성화사업에 이어, 어촌뉴딜 300 사업으로 지역에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화리처럼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 계획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으면 어떤 어려움을 직면하게 될까?

어촌뉴딜 300 사업 선정 평가에 활용되는 예비계획은 지역협의체가 세웁니다.

지역협의체는 주민주도 방식을 지향하기 위한 지역주민 대표 의사결정 조직인데, 주민 대표와 전문가, 행정으로 꾸려져 사업 전 과정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4년 안에 3백 곳 선정이라는 급박한 일정 속에 '뉴딜'이라는 개념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졌을지는 의문입니다.

또 마을 대표의 일부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왜곡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광희/어촌뉴딜 300 사업 민간자문위원 : "마을 사람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장이, 마을 대표가 이 사업이 오니까 빨리 뭐 좀 합시다, 이렇게 해서 급조해서."]

형식적인 운영 탓에 사퇴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지역협의체 전문가/음성변조 : "통과 의례적인 회의 같은 거죠. 일종의 이러이러한 일을 진행하는데 주민들한테 알렸고, 전문가도 참여해서 논의해서 결과가 이거다."]

지방자치단체 방관도 문젭니다.

지역협의체 구성과 운영 등 행정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김광남/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 : "준비 없이 일단 빨리 예비계획을 내고 선정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다 보니까 주민 의사보다는 사업 선정이 잘 되는 것 위주로 전문기관과 짜서."]

특히 제주시는 2차년도 기준 무려 5곳의 예비계획을 한 업체에 맡겨 개별 어촌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길호/제주도의원 : "제주에서 보는 거, 전남에서 보는 거, 경남에서 보는 거, 지역에 가면 특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한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복사기에서 찍어내듯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 용역과 별개로 직접 예비계획을 세운 곳도 있습니다.

[부지성/구좌읍 세화리장 :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걸 한 업체가 한정된 시간 내에서 그 이야기를 어떻게 좋게 꾸려나간다는 게 제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선정 과정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짧은 시간 많은 신청 대상지를 평가하는데, 사업의 필요성과 주민 역량을 살펴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라해문/지역협의체 전문가 : "과도하게 포장할 수 있는 거고. 또 과도하게 할 수 있다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는 거고. 그 판단을 온전하게 심사위원들이 한다고 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지역의 실정이나 사정을 모르는."]

지원이 필요한 곳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곳들이 선정되면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동만/어촌뉴딜 300 사업 총괄조정가 : "대도시에서 교통 거리가 한 시간 내외 정도도 안 되는 곳들, 이런 곳들은 크게 어촌뉴딜에서 도움을 줄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평가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내용을 세분화해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고, 사전 워크숍도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 첫 단추인 예비계획 단계부터 주민 주도와 낙후된 어촌 발전이라는 말이 무색한 어촌뉴딜 300 사업.

다음 이 시간에는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기본계획 단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탐사 K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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