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소화기 뿌려도 ‘활활’…전기차 배터리 화재 실험

입력 2020.12.29 (18:05) 수정 2020.12.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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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죠.

그런데 이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큽니다.

한 번 불이나면 쉽게 꺼지지 않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데요.

전기차 배터리로 직접 화재 실험을 해 본 산업과학부 김유대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도로에 나가면 이제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전기차 화재 소식도 계속 들리고 있어서 걱정이 큰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사고 영상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지난 9일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지하주차장 벽과 충돌한 전기차가 심하게 파손된 걸 볼 수 있는데요.

배터리가 있는 차량 바닥 쪽에서 시뻘건 불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빠르게 출동했지만, 이 불을 끄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앵커]

한 시간이면 진화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건데, 왜 이렇게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건가요?

[기자]

네, 전기차라고 해서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불이 많이 난다는 건 아니고, 한번 불이 나면 끄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차종마다 모양이나 들어가는 용량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기차는 이런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량 바닥에 아주 많이 깔려 있거든요.

저희가 이번에 국립소방연구원의 도움을 받아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긴 전기차 배터리 6개를 놓고, 화재 실험을 진행해봤습니다.

배터리가 과충전되면서 온도가 올라가는 상황을 임의로 만들어 봤고요.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까 저렇게 배터리 표면이 부풀어 오르고, 가스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곧 펑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저렇게 불기둥이 솟아 올랐습니다.

[앵커]

배터리 6개라고 했는데, 저렇게 큰 불 기둥이 만들어진다니 폭발력이 상당하네요.

그렇다면 저걸 어떻게 진화해야 한다는 겁니까?

[기자]

지금 저희가 있는 이 스튜디오에도 소화기가 있지 않습니까.

불이 나면 주변에 있는 소화기부터 찾게 될텐데, 분말 소화기로는 전기차 배터리 불을 끌 수 없습니다.

실험 영상을 좀 더 보시면요.

옆에 대기하던 소방대원분이 소화기를 들고 먼저 진압을 시도했는데요.

소화기 한 통을 다 뿌리니까 불이 꺼진듯 하죠?

그런데 15초쯤이 지나자 조금씩 불길이 살아나고요.

다시 15초가 지나자 조금전 영상 처럼 화염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앵커]

소화기를 뿌려도 불이 꺼진게 아니었네요.

왜 그런거죠?

[기자]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때문인데요.

배터리에 불이났을 때 내부 온도가 600백도 까지 치솟았는데요.

이게 소화기를 뿌린다고 해도 열이 식지 않고요.

그래서 처음 불이 난 배터리가 주변 배터리 온도를 급상승시키면서 연쇄 폭발하게 되는 겁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ABC급 일반 분말 소화기는) 리튬이온배터리 안에서 발생되고 있는 급격한 열 전달, 열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냉각 소화의 효과는 하나도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소화기로는 불이난 배터리의 엄청난 열기를 식힐 수가 없는 거네요.

그러면 다른 소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자]

열을 식히는 방법,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물인데요.

그래서 이번엔 똑같은 화재 상황에서 물을 뿌려 봤습니다.

조금 전 소화기를 뿌렸을 때 모습과는 달리 물을 뿌렸을 때는 곧 불길이 잡혔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도 않았습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물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서 더 이상 다음 배터리, 그다음 배터리로 화재가 전파되는 걸 막는 냉각 소화가 주효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 쪽 배터리는 소화기로 끈 이쪽건데,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죠.

반면, 물로 끈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덜 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배터리에 불이나면 무엇보다 열을 식히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네요.

그럼 일반인이나 운전자들도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때 물을 쓰면 되는 건가요?

[기자]

그런데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이번 실험은 안전 문제 때문에 배터리 6개로 진행을 했거든요.

실제 전기차에는 3백 개 가까이 들어갑니다.

물로 끄기 위해선 그만큼 아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데요.

실제로 해외에선 아예 불이 난 전기차를 통째로 큰 물탱크에 빠뜨려 진화하기도 합니다.

운전자들이 불이 났다고 해서 주변에서 다량의 물을 빠르게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그리고 폭발이 일어날 때 배터리나 차량 파편들이 튀어서 큰 부상을 당할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몸을 피하시고, 소방서에 '전기차 화재'라고 신고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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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9 18:05:09
    • 수정2020-12-29 18: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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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죠.

그런데 이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큽니다.

한 번 불이나면 쉽게 꺼지지 않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데요.

전기차 배터리로 직접 화재 실험을 해 본 산업과학부 김유대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도로에 나가면 이제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전기차 화재 소식도 계속 들리고 있어서 걱정이 큰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사고 영상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지난 9일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지하주차장 벽과 충돌한 전기차가 심하게 파손된 걸 볼 수 있는데요.

배터리가 있는 차량 바닥 쪽에서 시뻘건 불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빠르게 출동했지만, 이 불을 끄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앵커]

한 시간이면 진화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건데, 왜 이렇게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건가요?

[기자]

네, 전기차라고 해서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불이 많이 난다는 건 아니고, 한번 불이 나면 끄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차종마다 모양이나 들어가는 용량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기차는 이런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량 바닥에 아주 많이 깔려 있거든요.

저희가 이번에 국립소방연구원의 도움을 받아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긴 전기차 배터리 6개를 놓고, 화재 실험을 진행해봤습니다.

배터리가 과충전되면서 온도가 올라가는 상황을 임의로 만들어 봤고요.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까 저렇게 배터리 표면이 부풀어 오르고, 가스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곧 펑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저렇게 불기둥이 솟아 올랐습니다.

[앵커]

배터리 6개라고 했는데, 저렇게 큰 불 기둥이 만들어진다니 폭발력이 상당하네요.

그렇다면 저걸 어떻게 진화해야 한다는 겁니까?

[기자]

지금 저희가 있는 이 스튜디오에도 소화기가 있지 않습니까.

불이 나면 주변에 있는 소화기부터 찾게 될텐데, 분말 소화기로는 전기차 배터리 불을 끌 수 없습니다.

실험 영상을 좀 더 보시면요.

옆에 대기하던 소방대원분이 소화기를 들고 먼저 진압을 시도했는데요.

소화기 한 통을 다 뿌리니까 불이 꺼진듯 하죠?

그런데 15초쯤이 지나자 조금씩 불길이 살아나고요.

다시 15초가 지나자 조금전 영상 처럼 화염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앵커]

소화기를 뿌려도 불이 꺼진게 아니었네요.

왜 그런거죠?

[기자]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때문인데요.

배터리에 불이났을 때 내부 온도가 600백도 까지 치솟았는데요.

이게 소화기를 뿌린다고 해도 열이 식지 않고요.

그래서 처음 불이 난 배터리가 주변 배터리 온도를 급상승시키면서 연쇄 폭발하게 되는 겁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ABC급 일반 분말 소화기는) 리튬이온배터리 안에서 발생되고 있는 급격한 열 전달, 열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냉각 소화의 효과는 하나도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소화기로는 불이난 배터리의 엄청난 열기를 식힐 수가 없는 거네요.

그러면 다른 소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자]

열을 식히는 방법,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물인데요.

그래서 이번엔 똑같은 화재 상황에서 물을 뿌려 봤습니다.

조금 전 소화기를 뿌렸을 때 모습과는 달리 물을 뿌렸을 때는 곧 불길이 잡혔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도 않았습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물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서 더 이상 다음 배터리, 그다음 배터리로 화재가 전파되는 걸 막는 냉각 소화가 주효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 쪽 배터리는 소화기로 끈 이쪽건데,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죠.

반면, 물로 끈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덜 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배터리에 불이나면 무엇보다 열을 식히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네요.

그럼 일반인이나 운전자들도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때 물을 쓰면 되는 건가요?

[기자]

그런데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이번 실험은 안전 문제 때문에 배터리 6개로 진행을 했거든요.

실제 전기차에는 3백 개 가까이 들어갑니다.

물로 끄기 위해선 그만큼 아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데요.

실제로 해외에선 아예 불이 난 전기차를 통째로 큰 물탱크에 빠뜨려 진화하기도 합니다.

운전자들이 불이 났다고 해서 주변에서 다량의 물을 빠르게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그리고 폭발이 일어날 때 배터리나 차량 파편들이 튀어서 큰 부상을 당할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몸을 피하시고, 소방서에 '전기차 화재'라고 신고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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