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새 경제개발 5개년…北 지방경제 현실은?

입력 2021.01.23 (08:35) 수정 2021.01.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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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 폐회식에서 지방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해마다 각 시군에 시멘트 만톤 씩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평양과 지방 주민들의 소득 격차가 최대 3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의 지방경제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린장과 마주한 북한 평안북도 중강진.

아직도 재래식 난방을 하는 이 곳에선 집집마다 굴뚝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꽁꽁 언 압록강 위에선 얼음을 깨고, 물을 긷는 여인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길 앞에서 애써 기른 물 한통은 그만 쏟아지고 만다.

그 옆에선 물동이를 안은 노인이 숨을 고른다.

다시 한 번 힘을 내 머리에 물동이를 이는 노인. 강에서 한참을 떨어진 살림집으로 무거운 걸음이 이어진다.

중국 지린성 창바이현에선 두만강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하는 북한 여성들도 보인다.

강 건너는 양강도 혜산 땅이다. 한겨울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혜산의 기온을 고려하면 이곳 주민들이 얼마나 극한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모습.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생활용수를 강물에 의지하다 보니 이 같은 고충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부터 북·중 접경 지역을 관찰해온 강동완 교수는 북한의 지방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영상들이나 사진들을 보면 한국에 1950년대 모습 같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대부분의 도시의 모습들이 아 정말 도청 소재지가 있는 도시가 맞는가 할 정도로 굉장히 집의 구조라든지 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열악하다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원되는 거름 전투도 마찬가지다.

농기구 몇 대면 금방 수거될 양이지만, 현실은 주민들의 노동력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평양은 고층 건물에 현대식 편의시설들이 즐비하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평양은 외형적으로 더욱 웅장하고 화려한 변화를 이어왔다.

하지만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도 대부분이 농촌이다. 비교적 곡창지대라 불리는 황해도 지역조차 식량 사정이 열악하다고 지난 2019년 세계식량계획이 보고했다.

북한도 오랜 기간 지역경제 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난으로 배급제를 비롯한 계획경제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지역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 당국은 각종 지원을 평양에 집중시켰고, 지방이나 관심권 밖의 시설에는 자력갱생을 강요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중앙예산이 감소하면서 나라가 지방 기업들에 돈을 줄 수가 없었던 거죠. 그리고 원료 자재도 줄 수가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지방이 점점 더 낙후해지고 그러니까 도소재지 그리고 시나 군소재지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이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5개의 경제특구와 22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했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대신 해외자금 유치라는 대외 전략을 세운 것이다.

대표적인 경제특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이라 불리는 신의주다.

북한은 일찍이 2002년부터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중국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러던 중 개발을 책임지던 중국인 사업가 양빈이 탈세혐의로 구속되고, 사업을 총괄했던 장성택까지 숙청된 이후 신의주 특구 개발은 현재까지도 표류하고 있다.

원산-금강산 관광특구도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원산 개발 전략을 2014년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화했고, 투자설명회도 개최했다.

그러나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대북 제재 때문에 외자가 들어갈 수가 없고 또 대북 제재 원인은 북한이 핵 개발을 했기 때문이었고 그런 이유로 해서 경제 개발로 지정을 했지만 그게 이행될 수가 없었던 구조였죠."]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평양과 지방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최대 3배까지 벌어졌다고 보고했다.

실제 지난해 6월까지도 북한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챙기기는 계속됐다.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당 정치국회의. 당시 결정안에는 수도 평양주민들이 생활보장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선중앙TV/2020년 6월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께서는 수도 시민들의 생활 보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시면서..."]

그러나 지난해 여름을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형 태풍이 잇따라 북한 전역을 강타하며 지방 농촌 마을에 심각한 수해가 발생 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군단위의 피해지역을 시찰했는데 그러면서 농촌 마을의 실상을 절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지난해 수해가 나면서 검덕에 가보고 거기 25,000세대 살림집을 건설을 하라 하면서 그때 가장 느끼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부익부 빈익빈 정도로 이렇게 차이가 나니까 이거를 어느 정도 좁혀야 되야 될 전체 주민 생활에서의 과제가 있었던거죠.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강조한 게 아닌가."]

실제로 북중 접경지역의 북한 지방 마을들은 재건축이 시급할 정도의 낡은 가옥들로 이루어져 있고, 생활용수는 강물이나, 공동 우물을 길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도 공동 펌프를 이용해 빨래나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8차 당대회가 폐막한 지난 12일. 김정은 위원장은 단상에 올라 지방경제 발전을 직접 강조했다.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1월 12일 : "지금 농촌을 비롯한 시, 군 인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고 뒤떨어져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고 지방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주목을 돌리자고 합니다."]

정부에서 매년 각 시군에 시멘트 만 톤을 지급해 주겠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지원 규모까지 제시했다.

그리고 지방 기업들의 자율성도 보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방경제 활성화의 대표적인 지역은 삼지연과 양덕 온천지구를 꼽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대북제재가 장기화 되고 코로나19 사태로 국경까지 막혀있는 상황에선 지방 스스로의 자립은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삼지연이라는 게 산간 지대의 본보기, 북한식으로 말하면 본보기 한국식으로 말하면 모델을 꾸려가지고 다른 지역들도 그렇게 하자 이상이죠. 양덕온천도 하면서 양덕군을 변모를 시켰어요. 그런 성과도 왔어요. 문제는 그런데 중앙이 돈을 댔다는 거죠."]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지방 경제발전을 목표로 삼은 북한.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한 만큼 주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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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1-23 08: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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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 폐회식에서 지방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해마다 각 시군에 시멘트 만톤 씩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평양과 지방 주민들의 소득 격차가 최대 3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의 지방경제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린장과 마주한 북한 평안북도 중강진.

아직도 재래식 난방을 하는 이 곳에선 집집마다 굴뚝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꽁꽁 언 압록강 위에선 얼음을 깨고, 물을 긷는 여인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길 앞에서 애써 기른 물 한통은 그만 쏟아지고 만다.

그 옆에선 물동이를 안은 노인이 숨을 고른다.

다시 한 번 힘을 내 머리에 물동이를 이는 노인. 강에서 한참을 떨어진 살림집으로 무거운 걸음이 이어진다.

중국 지린성 창바이현에선 두만강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하는 북한 여성들도 보인다.

강 건너는 양강도 혜산 땅이다. 한겨울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혜산의 기온을 고려하면 이곳 주민들이 얼마나 극한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모습.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생활용수를 강물에 의지하다 보니 이 같은 고충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부터 북·중 접경 지역을 관찰해온 강동완 교수는 북한의 지방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영상들이나 사진들을 보면 한국에 1950년대 모습 같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대부분의 도시의 모습들이 아 정말 도청 소재지가 있는 도시가 맞는가 할 정도로 굉장히 집의 구조라든지 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열악하다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원되는 거름 전투도 마찬가지다.

농기구 몇 대면 금방 수거될 양이지만, 현실은 주민들의 노동력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평양은 고층 건물에 현대식 편의시설들이 즐비하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평양은 외형적으로 더욱 웅장하고 화려한 변화를 이어왔다.

하지만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도 대부분이 농촌이다. 비교적 곡창지대라 불리는 황해도 지역조차 식량 사정이 열악하다고 지난 2019년 세계식량계획이 보고했다.

북한도 오랜 기간 지역경제 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난으로 배급제를 비롯한 계획경제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지역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 당국은 각종 지원을 평양에 집중시켰고, 지방이나 관심권 밖의 시설에는 자력갱생을 강요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중앙예산이 감소하면서 나라가 지방 기업들에 돈을 줄 수가 없었던 거죠. 그리고 원료 자재도 줄 수가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지방이 점점 더 낙후해지고 그러니까 도소재지 그리고 시나 군소재지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이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5개의 경제특구와 22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했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대신 해외자금 유치라는 대외 전략을 세운 것이다.

대표적인 경제특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이라 불리는 신의주다.

북한은 일찍이 2002년부터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중국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러던 중 개발을 책임지던 중국인 사업가 양빈이 탈세혐의로 구속되고, 사업을 총괄했던 장성택까지 숙청된 이후 신의주 특구 개발은 현재까지도 표류하고 있다.

원산-금강산 관광특구도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원산 개발 전략을 2014년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화했고, 투자설명회도 개최했다.

그러나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대북 제재 때문에 외자가 들어갈 수가 없고 또 대북 제재 원인은 북한이 핵 개발을 했기 때문이었고 그런 이유로 해서 경제 개발로 지정을 했지만 그게 이행될 수가 없었던 구조였죠."]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평양과 지방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최대 3배까지 벌어졌다고 보고했다.

실제 지난해 6월까지도 북한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챙기기는 계속됐다.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당 정치국회의. 당시 결정안에는 수도 평양주민들이 생활보장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선중앙TV/2020년 6월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께서는 수도 시민들의 생활 보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시면서..."]

그러나 지난해 여름을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형 태풍이 잇따라 북한 전역을 강타하며 지방 농촌 마을에 심각한 수해가 발생 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군단위의 피해지역을 시찰했는데 그러면서 농촌 마을의 실상을 절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지난해 수해가 나면서 검덕에 가보고 거기 25,000세대 살림집을 건설을 하라 하면서 그때 가장 느끼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부익부 빈익빈 정도로 이렇게 차이가 나니까 이거를 어느 정도 좁혀야 되야 될 전체 주민 생활에서의 과제가 있었던거죠.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강조한 게 아닌가."]

실제로 북중 접경지역의 북한 지방 마을들은 재건축이 시급할 정도의 낡은 가옥들로 이루어져 있고, 생활용수는 강물이나, 공동 우물을 길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도 공동 펌프를 이용해 빨래나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8차 당대회가 폐막한 지난 12일. 김정은 위원장은 단상에 올라 지방경제 발전을 직접 강조했다.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1월 12일 : "지금 농촌을 비롯한 시, 군 인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고 뒤떨어져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고 지방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주목을 돌리자고 합니다."]

정부에서 매년 각 시군에 시멘트 만 톤을 지급해 주겠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지원 규모까지 제시했다.

그리고 지방 기업들의 자율성도 보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방경제 활성화의 대표적인 지역은 삼지연과 양덕 온천지구를 꼽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대북제재가 장기화 되고 코로나19 사태로 국경까지 막혀있는 상황에선 지방 스스로의 자립은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삼지연이라는 게 산간 지대의 본보기, 북한식으로 말하면 본보기 한국식으로 말하면 모델을 꾸려가지고 다른 지역들도 그렇게 하자 이상이죠. 양덕온천도 하면서 양덕군을 변모를 시켰어요. 그런 성과도 왔어요. 문제는 그런데 중앙이 돈을 댔다는 거죠."]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지방 경제발전을 목표로 삼은 북한.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한 만큼 주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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