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입력 2021.02.02 (12:29) 수정 2021.02.0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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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정전 탓에 원자로 안에 가득 찬 수소가 원인이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원이 끊어져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치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한수원 내부 보고서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백인성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우리 원전엔 전기가 없어도 수소를 없애주는 장치가 안에 잔뜩 달려 있습니다. 이 역시 후쿠시마엔 없는 거죠."]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동영상에 나오는 이른바 '피동형 수소제거장치'입니다.

원자로 안에서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등 사고가 발생해 수소가 차오를 경우 수소가 이 장치의 촉매를 통과하면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게 해 원자로 내 수소 농도를 낮춰주는 장치입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2015년까지 291억 원을 들여 전국 모든 원전에 이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한수원은 사고 상황에서 이 장치가 제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2018년 9월 독일의 한 시험기관에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실험 대상은 국내 상당수 원전에 설치된 제품을 2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었습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덜기 위한 실험이었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한수원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섭씨 60도, 1.5기압 환경에서 초당 0.2g의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실제 수소 제거량은 30~60%에 그쳤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성능이 구매 시 요구한 규격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한수원은 2019년 4월,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와 함께 재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재실험 결과 보고서에서도 수소 제거율은 구매 규격의 50%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한수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병령/원자력안전위원 : "수소 제거는 제일 중요한 거예요. 왜냐면 수소가 혹시라도 제거가 안 되면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고, 원전의 안전이라는 것은 백만분의 1, 천만분의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대비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 한수원은 독일 실험이 구매를 위한 인허가 목적이 아니라 심층 연구를 위해 추가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지훈 최민영 이요한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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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 입력 2021-02-02 12:29:58
    • 수정2021-02-02 12:33:37
    뉴스 12
[앵커]

10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정전 탓에 원자로 안에 가득 찬 수소가 원인이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원이 끊어져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치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한수원 내부 보고서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백인성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우리 원전엔 전기가 없어도 수소를 없애주는 장치가 안에 잔뜩 달려 있습니다. 이 역시 후쿠시마엔 없는 거죠."]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동영상에 나오는 이른바 '피동형 수소제거장치'입니다.

원자로 안에서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등 사고가 발생해 수소가 차오를 경우 수소가 이 장치의 촉매를 통과하면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게 해 원자로 내 수소 농도를 낮춰주는 장치입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2015년까지 291억 원을 들여 전국 모든 원전에 이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한수원은 사고 상황에서 이 장치가 제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2018년 9월 독일의 한 시험기관에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실험 대상은 국내 상당수 원전에 설치된 제품을 2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었습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덜기 위한 실험이었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한수원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섭씨 60도, 1.5기압 환경에서 초당 0.2g의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실제 수소 제거량은 30~60%에 그쳤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성능이 구매 시 요구한 규격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한수원은 2019년 4월,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와 함께 재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재실험 결과 보고서에서도 수소 제거율은 구매 규격의 50%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한수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병령/원자력안전위원 : "수소 제거는 제일 중요한 거예요. 왜냐면 수소가 혹시라도 제거가 안 되면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고, 원전의 안전이라는 것은 백만분의 1, 천만분의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대비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 한수원은 독일 실험이 구매를 위한 인허가 목적이 아니라 심층 연구를 위해 추가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지훈 최민영 이요한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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