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버린 ‘강제 수용 땅’, 왜 돌려주진 않나?

입력 2021.08.26 (19:14) 수정 2022.12.06 (19: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제주도민들로부터 강제수용한 옛 알뜨르비장장 일대 가운데 일부 땅을 국방부가 개인에게 팔아넘겼다는 소식, 어제 이 시간에 전해드렸죠.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돌려달라는 제주도의 오랜 염원을 군사적 중요성을 이유로 거부하는 국방부의 명분도 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 제주 농민들의 땅을 뺏고,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알뜨르비행장.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는 국방부 소유가 된 이 땅을 지역 주민들에게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땅을 되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잠시, 되려 군사기지 건설 움직임이 일면서 공약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제주도는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국방부에 무상 양여를 요청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방부가 지역 발전을 위한 제주도의 부지 사용에 협약하면서 파란불이 들어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대체 부지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말뿐인 협약에 그쳤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제주도 숙원사업을 들어주겠다며 무상 양여와 공원 조성을 약속했지만, 4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원 토지주의 후손인 도민들은 여전히 국방부에 임대료를 내고 농사짓는 처지입니다.

[이화근/대정읍 상모2리 노인회장 : "되돌아온 혜택도 없고. 또 국방부 땅을 우리한테 세금을 받아가지고, 우리가 세금 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방부가 이 일대 땅 일부를 외지인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된 겁니다.

취재진은 국회를 통해 국방부 측에 토지 매각 사유를 물었습니다.

국방부는 근거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경위 파악이 어렵다면서도, 국유재산은 법에 따라 수의 매각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쟁 상흔이 담긴 땅을 주민들에게 되돌려달라는 제주도의 요구를 수년째 묵살하는 것과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조성윤/제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저는 국방부가 이것을 안보를 위해서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것은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제주특별법에 무상 양여 근거 조항을 신설했지만, 상위법인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가로막혔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양도가 힘들면 50년간 무상 사용이라도 할 수 있게 제주특별법에 조항을 신설하고, 이 내용을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개정안이 발의된 이윱니다.

[위성곤/국회의원/개정안 대표 발의 : "국방부가 민간에 매각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관련 법안 통과를 빨리해서, 평화대공원으로 유지될 수 있게끔."]

해방 이후 4·3사건에 한국전쟁까지 겪으며 '빼앗긴 땅을 돌려달라' 말조차 꺼내보지 못한 제주도민들.

제주도는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이 일대를 평화 유산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계획인데요.

일부 아픈 역사가 외지인에게 팔리면서 도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조하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팔아버린 ‘강제 수용 땅’, 왜 돌려주진 않나?
    • 입력 2021-08-26 19:14:18
    • 수정2022-12-06 19:15:48
    뉴스7(제주)
[앵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제주도민들로부터 강제수용한 옛 알뜨르비장장 일대 가운데 일부 땅을 국방부가 개인에게 팔아넘겼다는 소식, 어제 이 시간에 전해드렸죠.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돌려달라는 제주도의 오랜 염원을 군사적 중요성을 이유로 거부하는 국방부의 명분도 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 제주 농민들의 땅을 뺏고,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알뜨르비행장.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는 국방부 소유가 된 이 땅을 지역 주민들에게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땅을 되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잠시, 되려 군사기지 건설 움직임이 일면서 공약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제주도는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국방부에 무상 양여를 요청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방부가 지역 발전을 위한 제주도의 부지 사용에 협약하면서 파란불이 들어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대체 부지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말뿐인 협약에 그쳤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제주도 숙원사업을 들어주겠다며 무상 양여와 공원 조성을 약속했지만, 4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원 토지주의 후손인 도민들은 여전히 국방부에 임대료를 내고 농사짓는 처지입니다.

[이화근/대정읍 상모2리 노인회장 : "되돌아온 혜택도 없고. 또 국방부 땅을 우리한테 세금을 받아가지고, 우리가 세금 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방부가 이 일대 땅 일부를 외지인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된 겁니다.

취재진은 국회를 통해 국방부 측에 토지 매각 사유를 물었습니다.

국방부는 근거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경위 파악이 어렵다면서도, 국유재산은 법에 따라 수의 매각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쟁 상흔이 담긴 땅을 주민들에게 되돌려달라는 제주도의 요구를 수년째 묵살하는 것과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조성윤/제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저는 국방부가 이것을 안보를 위해서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것은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제주특별법에 무상 양여 근거 조항을 신설했지만, 상위법인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가로막혔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양도가 힘들면 50년간 무상 사용이라도 할 수 있게 제주특별법에 조항을 신설하고, 이 내용을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개정안이 발의된 이윱니다.

[위성곤/국회의원/개정안 대표 발의 : "국방부가 민간에 매각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관련 법안 통과를 빨리해서, 평화대공원으로 유지될 수 있게끔."]

해방 이후 4·3사건에 한국전쟁까지 겪으며 '빼앗긴 땅을 돌려달라' 말조차 꺼내보지 못한 제주도민들.

제주도는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이 일대를 평화 유산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계획인데요.

일부 아픈 역사가 외지인에게 팔리면서 도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조하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