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한 이유?…가장 큰 변화는?

입력 2004.10.12 (20:39) 수정 2005.01.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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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수영 기자, 민법이 지금 획기적으로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요.
그 동안 개정 필요성이 여러 번 제기되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개정된 이유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일단 우리 민법은 지난 58년 제정된 이후에 단 한 차례 부분 개정된 것 말고는 큰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민법을 적용하다 보니 사회적, 경제적 현실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의 성숙이 빨라졌다는 점, 또 보증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이 정부가 밝힌 민법개정 이유입니다.
⊙앵커: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성년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일 텐데요.
사실 현행법에서는 성년연령이 법마다 조금씩 달라서 헷갈리는 경우도 많잖아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성년은 18세이고요, 청소년보호법상 성년은 19세 그리고 선거법의 성년은 20세로 서로 다른데요.
이러다 보니 직장이나 대학에 갓 들어간 19세 국민들이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하는 혼란이 불가피했죠.
뭐가 주로 혼란스러웠는지 한 19살 남성의 사례를 통해 보시겠습니다.
올해 만 19살인 한태무 씨.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제는 어엿한 성인인 줄 알았는데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될까요?
대학생이라면 보통 한두 번 술은 먹게 되겠죠.
올해부터는 술, 담배는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이 대학생, 과연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만 19세 이하는 본인이 계약이 안 되고 법정대리인을 모시고 와서 계약을 하셔야 합니다.
⊙기자: 나이가 어려서 매매계약은 안 된다는군요.
그렇다면 결혼은 가능할까요?
⊙인터뷰: 혼인 신고하러 왔는데요?
⊙인터뷰: 본인은 민법상 만 20세가 안 돼서 부모님의 동의서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자: 결혼을 하고 싶어도 아직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군요.
한태무 군, 대학생도 됐는데 국회의원은 자기 손으로 뽑을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정확하게 따지면 제가 7개월에 모자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투표권이 없다 보니까 투표를 못 했는데 참 많이 아쉽고요.
사실 생각해 보면 아직 성인도 아니죠.
⊙기자: 만 19살의 대학생, 투표는 다음 선거 때나 가능하겠습니다.
⊙앵커: 어떨 때는 성인이 되고 또 어떨 때는 미성년이고 참 헷갈리는, 정체성이 혼란스러운데요.
저런 혼란이 정리가 됩니까?
⊙기자: 그렇죠, 앞서 한태무 군과 같은 19살 국민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들이 앞으로는 투표권을 빼고는 모두 가능해집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선거연령을 낮추느냐를 놓고 논의중인데요.
이번 민법개정으로 선거연령이 18살이나 19살로 낮아질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성인연령을 낮추자는 얘기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논란이 됐었는데 일부에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죠?
⊙기자: 사실 성인연령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지난 99년부터 민법전면 개정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성인연령문제만을 따로 떼내 고치기보다는 민법상의 다른 문제도 함께 개정하기 위해 5년 이상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앵커: 성인연령 개정 외에 민법상의 다른 개정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우선 채무보증을 둘러싼 몇 가지 제도가 달라졌고요.
법인 설립기준도 지금보다 완화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정영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번 민법개정안에서는 그 동안 서민들을 옥죄었던 보증제도가 대폭 손질됐습니다.
채무의 한도를 정하지 않고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모든 빚을 사실상 책임져야 하는 무제한적인 포괄근저당권이 금지됐습니다.
또 경솔한 보증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두로는 보증을 설 수 없도록 했습니다.
법인설립도 쉬워졌습니다.
그 동안 관계당국이 법인설립을 허가해 주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기준에 맞게 신청만 하면 법인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도급으로 지은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지금까지는 고쳐달라고만 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 건설업자들의 성실한 건축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또 그 동안 약관에만 의존해 분쟁이 잦았던 여행업의 경우에도 새로 여행 계약규정을 개설해 문제가 생겼을 때 여행대금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행자의 권리를 강화시켰습니다.
이밖에 항공기 추락이나 선박침몰로 탑승객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상속인 등이 실종신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종전 1년에서 6개월로 줄였습니다.
KBS뉴스 정영훈입니다.
⊙앵커: 이렇게 들어보니까 사회적인 변화, 굵직굵직한 변화들이 생길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과정들이 남아 있습니까?
⊙기자: 우선 정부가 법안을 국회로 보내서 여야의 협의를 거친 뒤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또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바로 시행되는 게 아니라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시행하도록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수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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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한 이유?…가장 큰 변화는?
    • 입력 2004-10-12 20:03:43
    • 수정2005-01-14 18:01:29
    뉴스타임
⊙앵커: 정수영 기자, 민법이 지금 획기적으로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요. 그 동안 개정 필요성이 여러 번 제기되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개정된 이유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일단 우리 민법은 지난 58년 제정된 이후에 단 한 차례 부분 개정된 것 말고는 큰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민법을 적용하다 보니 사회적, 경제적 현실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의 성숙이 빨라졌다는 점, 또 보증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이 정부가 밝힌 민법개정 이유입니다. ⊙앵커: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성년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일 텐데요. 사실 현행법에서는 성년연령이 법마다 조금씩 달라서 헷갈리는 경우도 많잖아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성년은 18세이고요, 청소년보호법상 성년은 19세 그리고 선거법의 성년은 20세로 서로 다른데요. 이러다 보니 직장이나 대학에 갓 들어간 19세 국민들이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하는 혼란이 불가피했죠. 뭐가 주로 혼란스러웠는지 한 19살 남성의 사례를 통해 보시겠습니다. 올해 만 19살인 한태무 씨.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제는 어엿한 성인인 줄 알았는데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될까요? 대학생이라면 보통 한두 번 술은 먹게 되겠죠. 올해부터는 술, 담배는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이 대학생, 과연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만 19세 이하는 본인이 계약이 안 되고 법정대리인을 모시고 와서 계약을 하셔야 합니다. ⊙기자: 나이가 어려서 매매계약은 안 된다는군요. 그렇다면 결혼은 가능할까요? ⊙인터뷰: 혼인 신고하러 왔는데요? ⊙인터뷰: 본인은 민법상 만 20세가 안 돼서 부모님의 동의서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자: 결혼을 하고 싶어도 아직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군요. 한태무 군, 대학생도 됐는데 국회의원은 자기 손으로 뽑을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정확하게 따지면 제가 7개월에 모자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투표권이 없다 보니까 투표를 못 했는데 참 많이 아쉽고요. 사실 생각해 보면 아직 성인도 아니죠. ⊙기자: 만 19살의 대학생, 투표는 다음 선거 때나 가능하겠습니다. ⊙앵커: 어떨 때는 성인이 되고 또 어떨 때는 미성년이고 참 헷갈리는, 정체성이 혼란스러운데요. 저런 혼란이 정리가 됩니까? ⊙기자: 그렇죠, 앞서 한태무 군과 같은 19살 국민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들이 앞으로는 투표권을 빼고는 모두 가능해집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선거연령을 낮추느냐를 놓고 논의중인데요. 이번 민법개정으로 선거연령이 18살이나 19살로 낮아질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성인연령을 낮추자는 얘기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논란이 됐었는데 일부에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죠? ⊙기자: 사실 성인연령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지난 99년부터 민법전면 개정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성인연령문제만을 따로 떼내 고치기보다는 민법상의 다른 문제도 함께 개정하기 위해 5년 이상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앵커: 성인연령 개정 외에 민법상의 다른 개정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우선 채무보증을 둘러싼 몇 가지 제도가 달라졌고요. 법인 설립기준도 지금보다 완화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정영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번 민법개정안에서는 그 동안 서민들을 옥죄었던 보증제도가 대폭 손질됐습니다. 채무의 한도를 정하지 않고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모든 빚을 사실상 책임져야 하는 무제한적인 포괄근저당권이 금지됐습니다. 또 경솔한 보증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두로는 보증을 설 수 없도록 했습니다. 법인설립도 쉬워졌습니다. 그 동안 관계당국이 법인설립을 허가해 주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기준에 맞게 신청만 하면 법인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도급으로 지은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지금까지는 고쳐달라고만 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 건설업자들의 성실한 건축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또 그 동안 약관에만 의존해 분쟁이 잦았던 여행업의 경우에도 새로 여행 계약규정을 개설해 문제가 생겼을 때 여행대금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행자의 권리를 강화시켰습니다. 이밖에 항공기 추락이나 선박침몰로 탑승객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상속인 등이 실종신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종전 1년에서 6개월로 줄였습니다. KBS뉴스 정영훈입니다. ⊙앵커: 이렇게 들어보니까 사회적인 변화, 굵직굵직한 변화들이 생길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과정들이 남아 있습니까? ⊙기자: 우선 정부가 법안을 국회로 보내서 여야의 협의를 거친 뒤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또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바로 시행되는 게 아니라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시행하도록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수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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