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한강 생태계 비상

입력 2000.05.2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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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도권의 젖줄 한강이 지금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습
니다. 18년 전 종합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대부분의 강뚝을 콘
크리트로 덮어버린 이후 자연복원능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 실태와 함께 대안을 알아봤습니다. 복창현, 최규식 두 기자
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강의 강폭은 평균 1000미터. 수역 면적만도 1200만
평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한강의 대부분은 지금 자연과 인간
으로부터 차단돼 있습니다.
⊙이경재(서울시립대 조경학부 교수): 만일 이게 물이 들어왔
으면 수면에 살 수 있는 자생식물들이 많이 살 텐데 이런 콘
크리트 벽에 의해 가지고 완전히 생태계가 파괴돼 버린 거죠.
⊙기자: 우선 수초가 사라졌습니다. 이끼만이 붙어 있는 콘크
리트벽에 물고기는 알을 낳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한강에서
산란처를 찾지 못한 물고기들이 중랑천과 안양천 등 지천으로
몰려들었다가 독성물질에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콘크리
트로 차단된 지 18년이 지난 오늘, 한강바닥은 모래 대신 오니
뻘이 두텁게 쌓였습니다.
⊙이경재(서울시립대 조경학부 교수): 물이 들어오게 되면 많
은 미생물들이 살기 때문에 수질을 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죠. 그래서 콘크리트 공법을 시행하게 되면 이런
미생물들이 다 없어져 가지고...
⊙기자: 이처럼 콘크리트로 뒤덮인 강뚝 장벽은 20km에 이릅
니다. 한강뚝의 9%만이 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만 모
래톱이 있고 수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강가에는 버드나무와 갈
대 등 자생식물이 무성합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강둑을 콘
크리트로 덮어씌운 한강 종합개발사업은 환경 생태학적 측면
에서는 실패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서울의 젖줄 한강의 생
태계 복원을 위해 더늦기 전에 인공적인 콘크리트 강둑을 허
무는 결단이 요구됩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기자: 서울 여의도 밤섬에서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습니
다. 부표들로 봐서는 양식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물고기들이 알
을 낳을 수 있도록 설치된 인공수초입니다. 수면 50cm 아래에
실타래처럼 늘어선 인공 수초에는 벌써 하얀 잉어알들이 빼곡
히 자리잡았습니다. 알을 배고도 낳지 못 하는 잉어는 곧 번식
기능을 잃어 버립니다. 따라서 산란기의 암컷 잉어는 산란처를
찾는데 필사적입니다. 자연수초와 화학섬유를 구분할 겨를이
없습니다. 빠른 물살에는 쉽게 쓸려내려갈 것 같지만 미끄러운
수초보다는 접착력이 좋습니다. 500여 평 규모로 조성된 인공
수초에 산란된 알은 4일에서 5일이 지나면 곧바로 치어로 성
장합니다.
⊙오형민(한강관리사업소 환경팀장): 산란, 알이 부화하는 과정
을 거쳐서 바로바로 치어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장소, 바로 천 입구에다가 산란장을 조성했습니다.
⊙기자: 여의도 밤섬 외에 중랑천과 반포천, 탄천 입구 4곳에
인공수초가 설치됐고 내년에는 12곳으로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 인공적인 노력도 역시 근본적인 대안일 수 없다는 데 문제
가 있습니다. 한강을 자연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 오늘 서울의
숙제입니다. KBS뉴스 최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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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한강 생태계 비상
    • 입력 2000-05-2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수도권의 젖줄 한강이 지금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습 니다. 18년 전 종합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대부분의 강뚝을 콘 크리트로 덮어버린 이후 자연복원능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 실태와 함께 대안을 알아봤습니다. 복창현, 최규식 두 기자 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강의 강폭은 평균 1000미터. 수역 면적만도 1200만 평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한강의 대부분은 지금 자연과 인간 으로부터 차단돼 있습니다. ⊙이경재(서울시립대 조경학부 교수): 만일 이게 물이 들어왔 으면 수면에 살 수 있는 자생식물들이 많이 살 텐데 이런 콘 크리트 벽에 의해 가지고 완전히 생태계가 파괴돼 버린 거죠. ⊙기자: 우선 수초가 사라졌습니다. 이끼만이 붙어 있는 콘크 리트벽에 물고기는 알을 낳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한강에서 산란처를 찾지 못한 물고기들이 중랑천과 안양천 등 지천으로 몰려들었다가 독성물질에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콘크리 트로 차단된 지 18년이 지난 오늘, 한강바닥은 모래 대신 오니 뻘이 두텁게 쌓였습니다. ⊙이경재(서울시립대 조경학부 교수): 물이 들어오게 되면 많 은 미생물들이 살기 때문에 수질을 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죠. 그래서 콘크리트 공법을 시행하게 되면 이런 미생물들이 다 없어져 가지고... ⊙기자: 이처럼 콘크리트로 뒤덮인 강뚝 장벽은 20km에 이릅 니다. 한강뚝의 9%만이 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만 모 래톱이 있고 수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강가에는 버드나무와 갈 대 등 자생식물이 무성합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강둑을 콘 크리트로 덮어씌운 한강 종합개발사업은 환경 생태학적 측면 에서는 실패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서울의 젖줄 한강의 생 태계 복원을 위해 더늦기 전에 인공적인 콘크리트 강둑을 허 무는 결단이 요구됩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기자: 서울 여의도 밤섬에서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습니 다. 부표들로 봐서는 양식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물고기들이 알 을 낳을 수 있도록 설치된 인공수초입니다. 수면 50cm 아래에 실타래처럼 늘어선 인공 수초에는 벌써 하얀 잉어알들이 빼곡 히 자리잡았습니다. 알을 배고도 낳지 못 하는 잉어는 곧 번식 기능을 잃어 버립니다. 따라서 산란기의 암컷 잉어는 산란처를 찾는데 필사적입니다. 자연수초와 화학섬유를 구분할 겨를이 없습니다. 빠른 물살에는 쉽게 쓸려내려갈 것 같지만 미끄러운 수초보다는 접착력이 좋습니다. 500여 평 규모로 조성된 인공 수초에 산란된 알은 4일에서 5일이 지나면 곧바로 치어로 성 장합니다. ⊙오형민(한강관리사업소 환경팀장): 산란, 알이 부화하는 과정 을 거쳐서 바로바로 치어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장소, 바로 천 입구에다가 산란장을 조성했습니다. ⊙기자: 여의도 밤섬 외에 중랑천과 반포천, 탄천 입구 4곳에 인공수초가 설치됐고 내년에는 12곳으로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 인공적인 노력도 역시 근본적인 대안일 수 없다는 데 문제 가 있습니다. 한강을 자연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 오늘 서울의 숙제입니다. KBS뉴스 최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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