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양계장서 18년 동안 노예 취급”

입력 2007.11.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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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8년 동안 양계장에서 노예취급을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고 주장하는 정신지 체 장애인 부부가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주인을 상대로 5억원의 소송을 냈습니다.
어떻게 된일입니까?

네, 이들 부부는 18년 동안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말인가요?

<리포트>
네, 양계장에 딸린 작은 방에 살면서 하루 15시간의 고된 노동에 시달려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양계장 주인은 이들을 보살피는데 돈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입니다. 정신지체 3급인 58살 장 모씨 부부는 현재 한 인권 단체가 마련해준 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이 단체는 양계 장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던 이들 부부를 구출하고 양계장 주인 58살 박 모씨를 경 찰에 고발했습니다.
장씨 부부는 양계장에서 보냈던 악몽 같은 일들을 떠올리기조차 싫어했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겨울에는 방이 차가워서 물이 들어올 때도 있고, 방에 벌레가 많아서 벌레가 물고...”
18년 동안 과연 이들 부부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장씨 부부가 지난 1988년부터 일을 해왔던 경북 상주의 한 양계장입니다.
이 화면은 인권단체에게 구 조되기 직전의 모습인데요, 이들 부부가 살았던 양계장에 딸린 작은 방은 온통 악 취가 진동했고, 벌레들로 득실거렸습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았을까 싶을 정도였다고합니다.

<인터뷰> 이혜영(활동가 /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 “(장씨 부부) 방에 들어갔을 때는 일단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도배지가 새카맣고 정말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장씨 부부는 18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6시에 일어나 만 2천여 마리의 닭을 돌보는 고된 노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녹취> 장씨부부(피해자): “한 번도 쉬지 않고요, 매일 가서 일만하고... 힘도 들고 허리도 아프고 이도 아프고 그래요. 닭 배설물 치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배설물도 포대에 담고 차에 얹고... ”
악취가 진동하는 이곳에서 이들 부부는 마스크 하나 없이 일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권단체에서 이들 부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건강도 심각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혜영(활동가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 “어머니 같은 경우는 치아가 다 손상이 된 상태고 협심증이나 고혈압이 심하시고 아버님 같은 경우는 탈모... 또 위랑 허리랑 안 좋으셔서...”
하지만 주인 박씨의 말은 다릅니다. 오히려 일을 제대로 못하는 장애인들을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줬을 뿐 힘든 일은 시키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양계장주인: “협력해서 하는 일은 못해요. 혼자 어디 가서 저거 가져 와라. 그러면 심부름 해주는 것, 집 보는 것, 닭 배설물 저기 포대에 담는 것, 보통 사람은 150포 담아요. 한나절 담으면 7,8포 담아요. 일하는 것 보면 그 두 사람 밥 먹이고 (아이들) 학교 못 보내거든요.”
더욱이 장씨 부부의 위장병까지 고쳐줘 가며 한 식구처럼 돌봐왔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양계장주인: “병원에서 위 내시경도 받고 속이 아프다고 해서 청량음료 먹지 말라고 ... 위가 다 헐었어요. (병원에서)음료수 먹지 말라고...”
하지만 인권단체의 조사결과 주인 박씨는 지난 1992년부터 정부가 이들 부부에게 지급해 온 생계 보조비와 장애인 수당 등 모두 6천 9백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인 박씨는 이들 부부의 자식들까지 모두 4명을 돌봐주는데 돈을 모 두 썼다고 말합니다.

<녹취> 양계장주인부부: “(장씨 부부 자녀가) 크니까 학교도 보내야지... 자식 키우는 사람이 (남의)자식학교 안보내야 되겠어요? 우리는 유치원도 보냈다니까... 우리 딸이 3살 더 먹었는데 우리 딸 유치원 안 보냈어도 그 아들은 유치원 보냈어요.”
이처럼 장애인 부부와 주인의 말은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주인 박씨가 불쌍한 사람을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최00(동네주민): “동네에서 보면 그 사람 밥 먹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애들 3,4살 되는 거 데려다 그 집에서 다 키워주고, 뒷바라지를 그 사람들은 그걸 못하거든요. 주인집에서 다 키워준 덕인데...”
하지만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하고 임금은 달마다 한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합니다.
박씨는 인권단체의 고발이 있고 서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녹취> 양계장주인: “세상이 바뀌었구나 이렇게... 우리는 법을 몰랐지요. 알았으면 이렇게 안 데리고 있었죠. 우리는 데리고 있었던 죄밖에 없어요.”
박씨의 잘못도 어쩌면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지적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법에 대한 무지가 불러온 일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주인 박씨는 지난해 9월, 근로기준법 위반 과 횡령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가장 큰 문제는 지적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서영현(변호사): “지적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들이 지금 받고 있는 처우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요. (지적 장애인들에 대해) 하는 행위가 보호라는 미명아래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 그런 점들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현재 장씨 부부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변호사들과 함께 박씨에게 5억원의 미지 급 임금 등 청구 소송을 냈으며 오는 26일 공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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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양계장서 18년 동안 노예 취급”
    • 입력 2007-11-21 08: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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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8년 동안 양계장에서 노예취급을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고 주장하는 정신지 체 장애인 부부가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주인을 상대로 5억원의 소송을 냈습니다. 어떻게 된일입니까? 네, 이들 부부는 18년 동안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말인가요? <리포트> 네, 양계장에 딸린 작은 방에 살면서 하루 15시간의 고된 노동에 시달려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양계장 주인은 이들을 보살피는데 돈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입니다. 정신지체 3급인 58살 장 모씨 부부는 현재 한 인권 단체가 마련해준 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이 단체는 양계 장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던 이들 부부를 구출하고 양계장 주인 58살 박 모씨를 경 찰에 고발했습니다. 장씨 부부는 양계장에서 보냈던 악몽 같은 일들을 떠올리기조차 싫어했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겨울에는 방이 차가워서 물이 들어올 때도 있고, 방에 벌레가 많아서 벌레가 물고...” 18년 동안 과연 이들 부부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장씨 부부가 지난 1988년부터 일을 해왔던 경북 상주의 한 양계장입니다. 이 화면은 인권단체에게 구 조되기 직전의 모습인데요, 이들 부부가 살았던 양계장에 딸린 작은 방은 온통 악 취가 진동했고, 벌레들로 득실거렸습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았을까 싶을 정도였다고합니다. <인터뷰> 이혜영(활동가 /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 “(장씨 부부) 방에 들어갔을 때는 일단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도배지가 새카맣고 정말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장씨 부부는 18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6시에 일어나 만 2천여 마리의 닭을 돌보는 고된 노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녹취> 장씨부부(피해자): “한 번도 쉬지 않고요, 매일 가서 일만하고... 힘도 들고 허리도 아프고 이도 아프고 그래요. 닭 배설물 치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배설물도 포대에 담고 차에 얹고... ” 악취가 진동하는 이곳에서 이들 부부는 마스크 하나 없이 일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권단체에서 이들 부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건강도 심각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혜영(활동가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 “어머니 같은 경우는 치아가 다 손상이 된 상태고 협심증이나 고혈압이 심하시고 아버님 같은 경우는 탈모... 또 위랑 허리랑 안 좋으셔서...” 하지만 주인 박씨의 말은 다릅니다. 오히려 일을 제대로 못하는 장애인들을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줬을 뿐 힘든 일은 시키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양계장주인: “협력해서 하는 일은 못해요. 혼자 어디 가서 저거 가져 와라. 그러면 심부름 해주는 것, 집 보는 것, 닭 배설물 저기 포대에 담는 것, 보통 사람은 150포 담아요. 한나절 담으면 7,8포 담아요. 일하는 것 보면 그 두 사람 밥 먹이고 (아이들) 학교 못 보내거든요.” 더욱이 장씨 부부의 위장병까지 고쳐줘 가며 한 식구처럼 돌봐왔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양계장주인: “병원에서 위 내시경도 받고 속이 아프다고 해서 청량음료 먹지 말라고 ... 위가 다 헐었어요. (병원에서)음료수 먹지 말라고...” 하지만 인권단체의 조사결과 주인 박씨는 지난 1992년부터 정부가 이들 부부에게 지급해 온 생계 보조비와 장애인 수당 등 모두 6천 9백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인 박씨는 이들 부부의 자식들까지 모두 4명을 돌봐주는데 돈을 모 두 썼다고 말합니다. <녹취> 양계장주인부부: “(장씨 부부 자녀가) 크니까 학교도 보내야지... 자식 키우는 사람이 (남의)자식학교 안보내야 되겠어요? 우리는 유치원도 보냈다니까... 우리 딸이 3살 더 먹었는데 우리 딸 유치원 안 보냈어도 그 아들은 유치원 보냈어요.” 이처럼 장애인 부부와 주인의 말은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주인 박씨가 불쌍한 사람을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최00(동네주민): “동네에서 보면 그 사람 밥 먹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애들 3,4살 되는 거 데려다 그 집에서 다 키워주고, 뒷바라지를 그 사람들은 그걸 못하거든요. 주인집에서 다 키워준 덕인데...” 하지만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하고 임금은 달마다 한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합니다. 박씨는 인권단체의 고발이 있고 서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녹취> 양계장주인: “세상이 바뀌었구나 이렇게... 우리는 법을 몰랐지요. 알았으면 이렇게 안 데리고 있었죠. 우리는 데리고 있었던 죄밖에 없어요.” 박씨의 잘못도 어쩌면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지적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법에 대한 무지가 불러온 일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주인 박씨는 지난해 9월, 근로기준법 위반 과 횡령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가장 큰 문제는 지적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서영현(변호사): “지적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들이 지금 받고 있는 처우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요. (지적 장애인들에 대해) 하는 행위가 보호라는 미명아래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 그런 점들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현재 장씨 부부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변호사들과 함께 박씨에게 5억원의 미지 급 임금 등 청구 소송을 냈으며 오는 26일 공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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