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내집 있어 더 괴롭다 ‘하우스 푸어’

입력 2011.04.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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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억하시나요?



지난 77년 2백여 가구를 모집하던 서울 강남의 이 아파트 청약에 3만 세대가 몰렸습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돈이 되는 그야말로 최고의 재테크였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집이 있어도 가난한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집을 사면서 얻은 많은 대출 때문인데요.



노윤정 기자가 하우스 푸어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남편 월급이 2백여만원 정도인 김모 씨.



아이 둘이 커가면서 은행에서 1억 2천만 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다달이 갚는 원금과 이자는 75만 원 안팎입니다.



<인터뷰> 김OO(주부) : "애기 아빠 월급으로는 정말 생활밖에 안되거든요. 남편 월급의 3분의 1이 대출로 나가는 거 같아요."



허리띠를 졸라매고 갚은 돈은 5년 동안 고작 천만 원.



<인터뷰> 김OO : "좀 지방으로 갈까 생각해보고 생각을 안해본 게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 현 시점에 집을 내놓는 거는 손해를 보고 집을 내놓게 되는 거잖아요."



대기업에서 중간 간부로 일하는 박모 씨.



6년 전 아파트를 사면서 1억 8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인터뷰> 박OO : "집을 샀을 때와 비교해서 아기가 2명 생겼어요. 생활비 자체로는 여유가 많이 없기 때문에 지금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한 6천 정도"



6백만 원이 넘는 월급을 받아도 항상 쪼들린다는 생각뿐입니다.



<인터뷰> 박OO : "고용이 불안하게 되면 당장 생활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집을 떠안고 사는 사람들,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의 한숨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늘고 있는 하우스 푸어 사례를 들여다봤는데요.



KBS가 전국의 집주인들에게 당신도 혹시 ’하우스 푸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디지털 뉴스룸을 연결해 이병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얼마나 많은 집주인들이 빈곤을 체감하고 있나요?



<답변>



네,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10 명 중 4명 이상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 43%가 집을 사서, 사는 게 힘들어졌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이 41 퍼센트인 반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급락한 인천, 경기는 46 퍼센트로,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그래서 집을 팔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22%, 다섯 집 중 한 집이 1년 안에 집을 팔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14일, 전국의 성인 남녀 7백명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조사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집이 부담이 됐을까요?



김원장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송도 신도시 모델하우습니다.



줄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모두 59만 7천여 명이 청약에 참여했습니다.



경쟁률 4,855대 1.



불과 4년 전 이야깁니다.



부동산 불패신화.



집은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7%까지 높아졌습니다. 선진국의 두 배 수준입니다.



너도나도 빚을 내서 집을 샀습니다.



가계 빚은 725조, 10년 동안 3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부동산 대박 신화의 진원지라는 은마아파트.



2008년 이후 꾸준히 올라 101제곱미터의 경우 9억 5천만 원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거래된 468가구 중에 41%인 196세대는 9억 5천만 원 이상 가격으로 매입했습니다.



열 집 중 네 집은 손해를 본겁니다.



<인터뷰> 박원갑(부동산 114) : "2007년 이후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대부분이 집값 하락과 금융 부담 2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과도한 대출금뿐.



부동산 불패신화가 꺼지면서 ’집’은 이제 ’무거운 짐’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대부분 가구가 이자만 갚아왔다는건데요.



몇 년 뒤면 원금까지 갚아야 해서 해당 가구는 물론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해법은 없는 것인지 김현경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주부 정순희 씨는 집값의 3분의 1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샀습니다.



원금 상환 걱정에 궁여지책으로 평수를 줄일 생각입니다.



<인터뷰> 정순희(인천시 계산동) : "이자 갚기도 빠듯한데 원금을 갚기가 버거워서 집을 줄여나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350조 원 가운데 84%가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에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2~3년 안에 원금도 같이 갚아야 해 가계의 부담이 서너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빚이 늘면 원금을 갚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게 되고 그러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경기 침체로 빚이 느는 악순환이 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전무) :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는 부동산 담보 대출 금융기관에 부실을 늘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재테크를 부동산에 올인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 92%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변동 금리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가계를 부실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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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내집 있어 더 괴롭다 ‘하우스 푸어’
    • 입력 2011-04-22 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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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억하시나요?

지난 77년 2백여 가구를 모집하던 서울 강남의 이 아파트 청약에 3만 세대가 몰렸습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돈이 되는 그야말로 최고의 재테크였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집이 있어도 가난한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집을 사면서 얻은 많은 대출 때문인데요.

노윤정 기자가 하우스 푸어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남편 월급이 2백여만원 정도인 김모 씨.

아이 둘이 커가면서 은행에서 1억 2천만 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다달이 갚는 원금과 이자는 75만 원 안팎입니다.

<인터뷰> 김OO(주부) : "애기 아빠 월급으로는 정말 생활밖에 안되거든요. 남편 월급의 3분의 1이 대출로 나가는 거 같아요."

허리띠를 졸라매고 갚은 돈은 5년 동안 고작 천만 원.

<인터뷰> 김OO : "좀 지방으로 갈까 생각해보고 생각을 안해본 게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 현 시점에 집을 내놓는 거는 손해를 보고 집을 내놓게 되는 거잖아요."

대기업에서 중간 간부로 일하는 박모 씨.

6년 전 아파트를 사면서 1억 8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인터뷰> 박OO : "집을 샀을 때와 비교해서 아기가 2명 생겼어요. 생활비 자체로는 여유가 많이 없기 때문에 지금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한 6천 정도"

6백만 원이 넘는 월급을 받아도 항상 쪼들린다는 생각뿐입니다.

<인터뷰> 박OO : "고용이 불안하게 되면 당장 생활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집을 떠안고 사는 사람들,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의 한숨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늘고 있는 하우스 푸어 사례를 들여다봤는데요.

KBS가 전국의 집주인들에게 당신도 혹시 ’하우스 푸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디지털 뉴스룸을 연결해 이병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얼마나 많은 집주인들이 빈곤을 체감하고 있나요?

<답변>

네,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10 명 중 4명 이상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 43%가 집을 사서, 사는 게 힘들어졌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이 41 퍼센트인 반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급락한 인천, 경기는 46 퍼센트로,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그래서 집을 팔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22%, 다섯 집 중 한 집이 1년 안에 집을 팔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14일, 전국의 성인 남녀 7백명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조사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집이 부담이 됐을까요?

김원장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송도 신도시 모델하우습니다.

줄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모두 59만 7천여 명이 청약에 참여했습니다.

경쟁률 4,855대 1.

불과 4년 전 이야깁니다.

부동산 불패신화.

집은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7%까지 높아졌습니다. 선진국의 두 배 수준입니다.

너도나도 빚을 내서 집을 샀습니다.

가계 빚은 725조, 10년 동안 3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부동산 대박 신화의 진원지라는 은마아파트.

2008년 이후 꾸준히 올라 101제곱미터의 경우 9억 5천만 원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거래된 468가구 중에 41%인 196세대는 9억 5천만 원 이상 가격으로 매입했습니다.

열 집 중 네 집은 손해를 본겁니다.

<인터뷰> 박원갑(부동산 114) : "2007년 이후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대부분이 집값 하락과 금융 부담 2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과도한 대출금뿐.

부동산 불패신화가 꺼지면서 ’집’은 이제 ’무거운 짐’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대부분 가구가 이자만 갚아왔다는건데요.

몇 년 뒤면 원금까지 갚아야 해서 해당 가구는 물론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해법은 없는 것인지 김현경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주부 정순희 씨는 집값의 3분의 1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샀습니다.

원금 상환 걱정에 궁여지책으로 평수를 줄일 생각입니다.

<인터뷰> 정순희(인천시 계산동) : "이자 갚기도 빠듯한데 원금을 갚기가 버거워서 집을 줄여나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350조 원 가운데 84%가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에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2~3년 안에 원금도 같이 갚아야 해 가계의 부담이 서너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빚이 늘면 원금을 갚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게 되고 그러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경기 침체로 빚이 느는 악순환이 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전무) :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는 부동산 담보 대출 금융기관에 부실을 늘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재테크를 부동산에 올인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 92%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변동 금리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가계를 부실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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