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단맛의 유혹…가공식품 액상과당 ‘비만·성인병’ 유발

입력 2013.08.13 (21:25) 수정 2013.08.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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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청량음료와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각종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액상과당인데요, 설탕보다 1.5배 더 달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단맛을 내기 위해 각종 가공식품에 쓰입니다.

100% 천연임을 내세운 이 오렌지주스에도 액상과당이 들어있을 정도인데요,

액상과당은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일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액상과당의 소비 실태를 모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무더위 속, 갈증을 잊기 위해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

달콤하고 시원한 주스나 커피에 무심코 손이 가지만, 당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무설탕 음료.

이 직장인들도 되도록이면 설탕이 들어있나 따져보고 제품을 고릅니다.

<인터뷰> 조선주(서울시 동교동) : "요즘 날씨가 더워서 음료수 많이 먹고 있는데요. 이왕이면 저칼로리라든지, 설탕 안 들어간 것으로 많이 찾고 있어요."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설탕보다 달고 흡수가 잘 되는 액상과당이 첨가돼 있기 때문입니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가루에 효소를 투입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해 놓은 시럽 형태 감미료입니다.

탄산음료는 물론, 요구르트와 주스, 두유까지, 대부분 음료에 함유돼 단 맛을 내고, 빵이나 시리얼, 아이스크림 등에도 사용됩니다.

<녹취> 임경숙(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액상과당은 음료에만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 있다고 봐야 하겠죠.
시판되는 음료 1병에는 평균적으로 각설탕 7개와 맞먹는 당이 들어 있습니다."

아메리카노 커피라 하더라도 시럽 1번만 추가하면 각설탕 2개를 넣는 셈이 됩니다.

가공식품으로만 섭취하는 우리 국민들의 하루 당 섭취량은 밥 한 공기 열량을 넘는 323 킬로칼로리에 달합니다.

<앵커 멘트>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과일이나 벌꿀에서만 당분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과일이 열리는 계절이나 벌꿀을 발견했을 때만 당분을 맛볼 수 있었죠.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만들어 낸 후 당분 섭취가 증가하기 시작했는데요,

설탕 섭취량은 지난 50년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설탕의 대용품인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에서 뽑아냅니다.

설탕보다 더 달면서도 싼 데다 물성이 좋아 어디든 잘 녹아듭니다.

1980년 코카콜라에 설탕 대신 액상과당이 첨가되면서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액상과당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단맛이 증가된 콜라가 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죠.

문제는 유해성.

액상과당은 식욕억제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해 과식을 유발합니다.

술담배처럼 의존성도 있습니다. 뇌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해 계속 단 것을 찾게 만듭니다.

단 것에 중독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액상과당이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액상과당이 알코올처럼 간에 작용해 간을 손상시키고 지방간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액상과당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액상과당, 사실상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없는데요. 섭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책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행 식품 성분 표시 제도는 원료를 함량 순으로 나열만 하면 됩니다.

액상과당이 얼마나 들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고 일부 제품은 설탕 대신 액상 과당을 넣고는 '무설탕'을 내세우기까지 합니다.

성분 표시를 강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회에는 이른바 '비만세법'이 제출돼 있습니다.

액상 과당 같은 첨가물 때문에 열량만 높고 영양은 적은 식품은 가격을 올려서 덜 먹게 하자는 겁니다.

탄산음료에 세금을 10% 물리면 소비는 7%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인터뷰> 윤상호(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많이 매길수록 수요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장기적으로 계속 유지되는 세금이라고 인식을 주면 확실히 수요에는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미국 일부 주와 프랑스 등은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지방보다도 당분이 비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물가 인상과 저소득층 구매력 약화 우려 등을 들어 비만세에 반대합니다.

정부가 액상과당 관리에 소극적인 만큼, 당장은 소비자가 덜 먹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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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13 21:26:11
    • 수정2013-08-13 22: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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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청량음료와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각종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액상과당인데요, 설탕보다 1.5배 더 달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단맛을 내기 위해 각종 가공식품에 쓰입니다.

100% 천연임을 내세운 이 오렌지주스에도 액상과당이 들어있을 정도인데요,

액상과당은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일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액상과당의 소비 실태를 모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무더위 속, 갈증을 잊기 위해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

달콤하고 시원한 주스나 커피에 무심코 손이 가지만, 당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무설탕 음료.

이 직장인들도 되도록이면 설탕이 들어있나 따져보고 제품을 고릅니다.

<인터뷰> 조선주(서울시 동교동) : "요즘 날씨가 더워서 음료수 많이 먹고 있는데요. 이왕이면 저칼로리라든지, 설탕 안 들어간 것으로 많이 찾고 있어요."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설탕보다 달고 흡수가 잘 되는 액상과당이 첨가돼 있기 때문입니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가루에 효소를 투입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해 놓은 시럽 형태 감미료입니다.

탄산음료는 물론, 요구르트와 주스, 두유까지, 대부분 음료에 함유돼 단 맛을 내고, 빵이나 시리얼, 아이스크림 등에도 사용됩니다.

<녹취> 임경숙(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액상과당은 음료에만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 있다고 봐야 하겠죠.
시판되는 음료 1병에는 평균적으로 각설탕 7개와 맞먹는 당이 들어 있습니다."

아메리카노 커피라 하더라도 시럽 1번만 추가하면 각설탕 2개를 넣는 셈이 됩니다.

가공식품으로만 섭취하는 우리 국민들의 하루 당 섭취량은 밥 한 공기 열량을 넘는 323 킬로칼로리에 달합니다.

<앵커 멘트>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과일이나 벌꿀에서만 당분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과일이 열리는 계절이나 벌꿀을 발견했을 때만 당분을 맛볼 수 있었죠.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만들어 낸 후 당분 섭취가 증가하기 시작했는데요,

설탕 섭취량은 지난 50년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설탕의 대용품인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에서 뽑아냅니다.

설탕보다 더 달면서도 싼 데다 물성이 좋아 어디든 잘 녹아듭니다.

1980년 코카콜라에 설탕 대신 액상과당이 첨가되면서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액상과당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단맛이 증가된 콜라가 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죠.

문제는 유해성.

액상과당은 식욕억제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해 과식을 유발합니다.

술담배처럼 의존성도 있습니다. 뇌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해 계속 단 것을 찾게 만듭니다.

단 것에 중독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액상과당이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액상과당이 알코올처럼 간에 작용해 간을 손상시키고 지방간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액상과당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액상과당, 사실상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없는데요. 섭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책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행 식품 성분 표시 제도는 원료를 함량 순으로 나열만 하면 됩니다.

액상과당이 얼마나 들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고 일부 제품은 설탕 대신 액상 과당을 넣고는 '무설탕'을 내세우기까지 합니다.

성분 표시를 강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회에는 이른바 '비만세법'이 제출돼 있습니다.

액상 과당 같은 첨가물 때문에 열량만 높고 영양은 적은 식품은 가격을 올려서 덜 먹게 하자는 겁니다.

탄산음료에 세금을 10% 물리면 소비는 7%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인터뷰> 윤상호(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많이 매길수록 수요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장기적으로 계속 유지되는 세금이라고 인식을 주면 확실히 수요에는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미국 일부 주와 프랑스 등은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지방보다도 당분이 비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물가 인상과 저소득층 구매력 약화 우려 등을 들어 비만세에 반대합니다.

정부가 액상과당 관리에 소극적인 만큼, 당장은 소비자가 덜 먹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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