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세습] ①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입력 2015.03.10 (11:38) 수정 2015.03.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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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많은 사람이 현대와 삼성,GS에서 지은 아파트에서 살고 현대와 기아차로 출근한다. 삼성과 LG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장을 보러 롯데와 신세계를 찾는다. 휴일 찾는 곳은 CJ와 롯데의 극장이고, 휴가 때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타기도 한다.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 대한민국 경제에서 재벌을 빼놓을 순 없다. 그러나 '비호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반칙과 독점으로 돈을 벌어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재벌에는 '총수' '회장' '오너'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30대 재벌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4.2%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당연하다는듯이 경영권을 세습한다.

2015년 대한민국은 창업주와 2세대를 거쳐 3-4세의 경영권 세습을 앞두고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현대차그룹 정의선. 그들은 재벌의 미래,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일 수 있을까?

1) 기업 사유화 실태를 담은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2)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재벌의 부의 증식 마법을 살펴보는 '부의 증식 목적은 기업 세습'
3) 그리고 승계를 앞둔 재벌가 3-4세의 경영능력을 평가한 '재벌 3세 경영능력은 몇점?'을 차례로 싣는다.

■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최근 대한항공의 일들로 국민여러분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드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나무람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다시금 사랑받고 신뢰받는 대한항공이 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대한항공이 되겠습니다.”



지난 1월 16일 전국 모든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국민에게 잘못한 게 없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다. 그 날 1등석에 타고 있던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 씨가 잘못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 광고에 9억 원을 집행했다. 회사 돈이었다. 대한항공 돈은 조현아 씨의 돈이 아니다.

이런 사례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청담동에서 패션사업을 한다. 명품 브랜드를 수입해 파는 장사다. 그런데 이 동네에 이명희 회장과 자녀인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9건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시세를 보니 어림잡아 2천억 원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신세계가 들어온 뒤 일반인들은 청담동에 아예 들어오질 못한다고 했다. 너무 땅 값을 올려놔서다.

신세계는 총수일가 빌딩에 임대료를 주고 패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예 총수일가의 땅에 있던 건물들을 헐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짓기도 했다. 땅은 총수 것인데 건물은 회사 것인 이상한 구조다. 신세계는 총수에게 토지 사용료로 170억 원을 지급했다.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왜 이런 거래를 하는걸까?



이런 추정은 가능하다. 총수는 안정된 임대료를 확보해 부동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신세계 계열사는 이 지역에 사옥까지 짓는 등 사업을 계속 확장할 눈치다. 개발이 되면 땅 값은 자연히 오르기 마련이다. 총수 일가는 앉아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거래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일까? 총수가 좋으면 회사도 좋으니까? 신세계 그룹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장님 임대료 몇 푼에 그러실 분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러면 의심받을 만한 거래를 하면 안 된다.



하나만 더 생각해 보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에게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이재환 씨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란 업체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 업체는 광고주들을 모집해서 CJ CGV에 극장 광고를 납품하도록 주선하고 해마다 18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이 업체가 한해 동안 올리는 광고 매출의 70%다. CJ CGV가 제공한 독점적인 지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CGV가 직접 광고사업을 했다면 그만큼 회사에 이익이 더 났을 것이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생기기 전에는 한 중소기업이 CGV 광고를 대행했었다. 수 십 년 동안 극장 광고로 잔뼈가 굵었던 업체다. 그런데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2005년 설립된 직후 계약이 해지됐다. 현재는 사실상 폐업상태다. 이 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수익이 생기면 다 자기 가족들한테 주려고 하죠..뭐 재벌이 더 많이 늘어나고, 일반 국민은 위축되는 거죠.”



한국에서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시장에 공개된 주식회사라면 주주가 주인이다. 경영진과 노동자도 기업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총수일가는 대주주일 뿐이다. 회사의 이익을 자신의 것으로 빼돌릴 권리는 없다. 그건 범죄다. 보유한 지분만큼, 딱 그만큼만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경영권을 위탁 받았을 뿐 기업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공정위 발표에 의하면 삼성그룹에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은 1.3%에 불과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다. 이부진, 이서현 남매는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부진 씨를 제외하면 등기이사에도 올라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오너’라고 불린다. 한국 재벌총수들에게 권리는 있고 책임은 없다.

3월 10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재벌과 세습' 편에서는, 한국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 [재벌과 세습] ①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 [재벌과 세습] ② 부(富)의 증식 목적은 ‘기업 세습’

▶ [재벌과 세습] ③ 재벌 3세 경영능력은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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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과 세습] ①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 입력 2015-03-10 11:38:56
    • 수정2015-03-11 13:51:36
    경제
대한민국 많은 사람이 현대와 삼성,GS에서 지은 아파트에서 살고 현대와 기아차로 출근한다. 삼성과 LG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장을 보러 롯데와 신세계를 찾는다. 휴일 찾는 곳은 CJ와 롯데의 극장이고, 휴가 때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타기도 한다.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 대한민국 경제에서 재벌을 빼놓을 순 없다. 그러나 '비호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반칙과 독점으로 돈을 벌어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재벌에는 '총수' '회장' '오너'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30대 재벌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4.2%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당연하다는듯이 경영권을 세습한다.

2015년 대한민국은 창업주와 2세대를 거쳐 3-4세의 경영권 세습을 앞두고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현대차그룹 정의선. 그들은 재벌의 미래,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일 수 있을까?

1) 기업 사유화 실태를 담은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2)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재벌의 부의 증식 마법을 살펴보는 '부의 증식 목적은 기업 세습'
3) 그리고 승계를 앞둔 재벌가 3-4세의 경영능력을 평가한 '재벌 3세 경영능력은 몇점?'을 차례로 싣는다.

■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최근 대한항공의 일들로 국민여러분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드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나무람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다시금 사랑받고 신뢰받는 대한항공이 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대한항공이 되겠습니다.”



지난 1월 16일 전국 모든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국민에게 잘못한 게 없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다. 그 날 1등석에 타고 있던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 씨가 잘못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 광고에 9억 원을 집행했다. 회사 돈이었다. 대한항공 돈은 조현아 씨의 돈이 아니다.

이런 사례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청담동에서 패션사업을 한다. 명품 브랜드를 수입해 파는 장사다. 그런데 이 동네에 이명희 회장과 자녀인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9건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시세를 보니 어림잡아 2천억 원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신세계가 들어온 뒤 일반인들은 청담동에 아예 들어오질 못한다고 했다. 너무 땅 값을 올려놔서다.

신세계는 총수일가 빌딩에 임대료를 주고 패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예 총수일가의 땅에 있던 건물들을 헐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짓기도 했다. 땅은 총수 것인데 건물은 회사 것인 이상한 구조다. 신세계는 총수에게 토지 사용료로 170억 원을 지급했다.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왜 이런 거래를 하는걸까?



이런 추정은 가능하다. 총수는 안정된 임대료를 확보해 부동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신세계 계열사는 이 지역에 사옥까지 짓는 등 사업을 계속 확장할 눈치다. 개발이 되면 땅 값은 자연히 오르기 마련이다. 총수 일가는 앉아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거래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일까? 총수가 좋으면 회사도 좋으니까? 신세계 그룹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장님 임대료 몇 푼에 그러실 분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러면 의심받을 만한 거래를 하면 안 된다.



하나만 더 생각해 보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에게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이재환 씨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란 업체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 업체는 광고주들을 모집해서 CJ CGV에 극장 광고를 납품하도록 주선하고 해마다 18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이 업체가 한해 동안 올리는 광고 매출의 70%다. CJ CGV가 제공한 독점적인 지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CGV가 직접 광고사업을 했다면 그만큼 회사에 이익이 더 났을 것이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생기기 전에는 한 중소기업이 CGV 광고를 대행했었다. 수 십 년 동안 극장 광고로 잔뼈가 굵었던 업체다. 그런데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2005년 설립된 직후 계약이 해지됐다. 현재는 사실상 폐업상태다. 이 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수익이 생기면 다 자기 가족들한테 주려고 하죠..뭐 재벌이 더 많이 늘어나고, 일반 국민은 위축되는 거죠.”



한국에서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시장에 공개된 주식회사라면 주주가 주인이다. 경영진과 노동자도 기업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총수일가는 대주주일 뿐이다. 회사의 이익을 자신의 것으로 빼돌릴 권리는 없다. 그건 범죄다. 보유한 지분만큼, 딱 그만큼만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경영권을 위탁 받았을 뿐 기업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공정위 발표에 의하면 삼성그룹에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은 1.3%에 불과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다. 이부진, 이서현 남매는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부진 씨를 제외하면 등기이사에도 올라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오너’라고 불린다. 한국 재벌총수들에게 권리는 있고 책임은 없다.

3월 10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재벌과 세습' 편에서는, 한국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 [재벌과 세습] ①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 [재벌과 세습] ② 부(富)의 증식 목적은 ‘기업 세습’

▶ [재벌과 세습] ③ 재벌 3세 경영능력은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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