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우는 버릇 고치겠다”…2살 아들 숨지게 한 엄마

입력 2015.07.06 (08:31) 수정 2015.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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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렇게 어린 영유아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울음이나 웃음으로 감정 표현을 대신하죠.

그런데 단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갓 두 돌이 지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엄마가 있습니다.

40대 주부인 이 엄마는 지적장애 3급인, 장애인이었습니다.

숨진 아이의 얼굴에는 뭔가에 강하게 묶인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대체 아이 엄마는 무엇 때문에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걸까요.

어린아이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숨겨진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일 오전 9시쯤.

서울의 한 소방서에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7월 1일 9시 5분에 남편분이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아이 둘을 데리고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단순히 문을 열어달라는 신고로 여기고 출동한 119 구급대.

그런데, 현장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한 시간 뒤 들것에 실린 시신 한 구가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고, 여러 명의 경찰까지 현장에 달려오는 급박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은 집 앞에서 만난 신고자에게,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우리 아이가 죽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거기 있는 사람들 다 깜짝 놀랐죠. 누가 다쳤거나 죽었다는 이야기는 처음에 안 해서.”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집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는 겁니다.

그사이 집 안에 있던 아내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현관문을 잠가버렸다고, 신고자는 말했습니다.

뒤이어 출동한 경찰과 함께 구급대원들이 집 안으로 다급히 들어가자, 지적장애 3급인 40대 주부 변 모 씨가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변 씨가 안고 있는 아이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생후) 한 달 정도 된 아이를 안고 있었어요. 아이가 (잘) 있잖아요. 하니까 그 아이 말고 큰 아이가 죽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신고자인 남편의 말대로, 방 안 침대 한 켠에 갓 두 돌이 지난 큰아들이 미동도 않은 채 누워있었는데요.

한눈에 봐도 아이는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발바닥하고 손바닥 끝이 다 검게 돼 있었습니다. 누워있으면 귀 뒤라든지 턱이라든지 혀 색깔이 완전히 달랐고요. 이미 (숨진 지) 시간이 좀 된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두 살배기 어린 아기의 날벼락 같은 죽음.

그런데 숨진 아이의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입 주위에 무엇으로 이렇게 굉장히 심하게 묶여 있던 자국이 있더라고요.”

아이의 입과 귀 주변에 수상한 자국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타살의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밤사이 방 안에 드나든 사람은, 변 씨 부부 뿐이었습니다.

<녹취> 신고자 (남편) : “저녁에 같이 있다가 같이 잤죠. 저녁엔 아무 이상 없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죽었다고…….”

부부와 두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잠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녹취>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그 전날 저녁때쯤에 스타킹으로 입을 묶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 풀었느냐 하니까 말씀을 얼버무리더라고요. 아침에 풀었다, 새벽에 풀었다, 묶고 나서 얼마 안 있다 풀었다 계속 말이 바뀌더라고요.”

남편이 잠든 뒤 아이의 입에 스타킹을 물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순순히 자백한 겁니다.

변 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연행됐고, 수사 과정에서 간밤에 있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아이가 너무 울어서 그렇게 했다고 스타킹으로 그렇게 (묶었다고).”

아들이 밤새 울고 보채자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스타킹으로 입을 묶었다는 겁니다.

우는 버릇을 고쳐주려 했다고, 훈육이었다고, 변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본인은 고의성 있다는 소리는 안 했죠. 울지 말라고 입 막아놓은 것이지, 죽이려고 묶어놓은 게 아니라고요.”

변 씨는 자주 우는 큰 아이 때문에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이웃과도 종종 부딪혔다고 하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이웃들 역시 숨진 아이를 '늘 울고 있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아이가 울기를 잘했어. 끝이 없어요, 끝이. 한 번 울면 그치지를 않아.”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아침에도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변 씨는 이웃과 또 한 번 다퉜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밥 먹고 자려고 하는데 아이가 막 자지러지게 울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고, 아이 좀 울리지 말라’고. 왜 이렇게 아이를 울려대느냐고. 아이가 울면 다른 사람 같으면 달래고 그러는데 놔둬버려요.”

변 씨는 우는 아이를 제대로 달래지 않았고, 이웃들이 항의하면 "며칠만 참으면 된다"는 대답을 남겼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그렇지 않아도 주민 (이웃) 사람들 다 싫어하고 아이 운다고 신고를 해서 저번에도 경찰이 왔었다고 15일 날 이사 가려고 해 놨으니까 아저씨 15일까지만 참으래요.”

보름 뒤 이사를 할 때까지만 참아달라는 뜻이었지만, 약속한 보름이 되기 전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일을 나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들어왔더니 아침 9시쯤 된 것 같은데 사람들 웅성웅성 난리가 났더라고 밖에서요. 옆에 아이 엄마가 아기 죽였다고.”

변 씨는 지적장애에 더해 우울증약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피의자 남편(음성변조) : “우울증약 먹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내가 타주면 (먹고) 자기가 진단받으러 가고.”

경찰은 변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또 다른 학대 정황은 없는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큰 아이를 잃고, 아내를 유치장으로 보낸 남편은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녹취> 피의자 남편 (음성변조) : “작은 아이는 임시로 제가 아동보호센터에 맡겼어요. 어떻게 내가 우유 먹일 수도 없고 집에서 혼자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말을 할 수 없어,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했던 조그마한 아기는 세상에 온 지 단 2년 만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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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우는 버릇 고치겠다”…2살 아들 숨지게 한 엄마
    • 입력 2015-07-06 08:35:03
    • 수정2015-07-06 09: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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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렇게 어린 영유아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울음이나 웃음으로 감정 표현을 대신하죠.

그런데 단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갓 두 돌이 지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엄마가 있습니다.

40대 주부인 이 엄마는 지적장애 3급인, 장애인이었습니다.

숨진 아이의 얼굴에는 뭔가에 강하게 묶인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대체 아이 엄마는 무엇 때문에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걸까요.

어린아이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숨겨진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일 오전 9시쯤.

서울의 한 소방서에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7월 1일 9시 5분에 남편분이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아이 둘을 데리고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단순히 문을 열어달라는 신고로 여기고 출동한 119 구급대.

그런데, 현장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한 시간 뒤 들것에 실린 시신 한 구가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고, 여러 명의 경찰까지 현장에 달려오는 급박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은 집 앞에서 만난 신고자에게,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우리 아이가 죽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거기 있는 사람들 다 깜짝 놀랐죠. 누가 다쳤거나 죽었다는 이야기는 처음에 안 해서.”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집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는 겁니다.

그사이 집 안에 있던 아내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현관문을 잠가버렸다고, 신고자는 말했습니다.

뒤이어 출동한 경찰과 함께 구급대원들이 집 안으로 다급히 들어가자, 지적장애 3급인 40대 주부 변 모 씨가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변 씨가 안고 있는 아이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생후) 한 달 정도 된 아이를 안고 있었어요. 아이가 (잘) 있잖아요. 하니까 그 아이 말고 큰 아이가 죽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신고자인 남편의 말대로, 방 안 침대 한 켠에 갓 두 돌이 지난 큰아들이 미동도 않은 채 누워있었는데요.

한눈에 봐도 아이는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발바닥하고 손바닥 끝이 다 검게 돼 있었습니다. 누워있으면 귀 뒤라든지 턱이라든지 혀 색깔이 완전히 달랐고요. 이미 (숨진 지) 시간이 좀 된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두 살배기 어린 아기의 날벼락 같은 죽음.

그런데 숨진 아이의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입 주위에 무엇으로 이렇게 굉장히 심하게 묶여 있던 자국이 있더라고요.”

아이의 입과 귀 주변에 수상한 자국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타살의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밤사이 방 안에 드나든 사람은, 변 씨 부부 뿐이었습니다.

<녹취> 신고자 (남편) : “저녁에 같이 있다가 같이 잤죠. 저녁엔 아무 이상 없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죽었다고…….”

부부와 두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잠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녹취> 강기범(소방장/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 “그 전날 저녁때쯤에 스타킹으로 입을 묶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 풀었느냐 하니까 말씀을 얼버무리더라고요. 아침에 풀었다, 새벽에 풀었다, 묶고 나서 얼마 안 있다 풀었다 계속 말이 바뀌더라고요.”

남편이 잠든 뒤 아이의 입에 스타킹을 물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순순히 자백한 겁니다.

변 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연행됐고, 수사 과정에서 간밤에 있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아이가 너무 울어서 그렇게 했다고 스타킹으로 그렇게 (묶었다고).”

아들이 밤새 울고 보채자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스타킹으로 입을 묶었다는 겁니다.

우는 버릇을 고쳐주려 했다고, 훈육이었다고, 변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본인은 고의성 있다는 소리는 안 했죠. 울지 말라고 입 막아놓은 것이지, 죽이려고 묶어놓은 게 아니라고요.”

변 씨는 자주 우는 큰 아이 때문에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이웃과도 종종 부딪혔다고 하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이웃들 역시 숨진 아이를 '늘 울고 있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아이가 울기를 잘했어. 끝이 없어요, 끝이. 한 번 울면 그치지를 않아.”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아침에도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변 씨는 이웃과 또 한 번 다퉜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밥 먹고 자려고 하는데 아이가 막 자지러지게 울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고, 아이 좀 울리지 말라’고. 왜 이렇게 아이를 울려대느냐고. 아이가 울면 다른 사람 같으면 달래고 그러는데 놔둬버려요.”

변 씨는 우는 아이를 제대로 달래지 않았고, 이웃들이 항의하면 "며칠만 참으면 된다"는 대답을 남겼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그렇지 않아도 주민 (이웃) 사람들 다 싫어하고 아이 운다고 신고를 해서 저번에도 경찰이 왔었다고 15일 날 이사 가려고 해 놨으니까 아저씨 15일까지만 참으래요.”

보름 뒤 이사를 할 때까지만 참아달라는 뜻이었지만, 약속한 보름이 되기 전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일을 나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들어왔더니 아침 9시쯤 된 것 같은데 사람들 웅성웅성 난리가 났더라고 밖에서요. 옆에 아이 엄마가 아기 죽였다고.”

변 씨는 지적장애에 더해 우울증약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피의자 남편(음성변조) : “우울증약 먹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내가 타주면 (먹고) 자기가 진단받으러 가고.”

경찰은 변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또 다른 학대 정황은 없는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큰 아이를 잃고, 아내를 유치장으로 보낸 남편은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녹취> 피의자 남편 (음성변조) : “작은 아이는 임시로 제가 아동보호센터에 맡겼어요. 어떻게 내가 우유 먹일 수도 없고 집에서 혼자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말을 할 수 없어,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했던 조그마한 아기는 세상에 온 지 단 2년 만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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