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분홍색 개구리가 짝짓기를? ‘황소개구리’ 될라!

입력 2015.07.13 (06:00) 수정 2015.07.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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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개구리와 짝짓기하는 분홍색 개구리?

취재는 제보자가 건넨 사진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참개구리에게 분홍색 개구리가 짝짓기를 시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밤에 찍어 더욱 괴기한 생김새인 이 분홍색 개구리의 정체는 남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였습니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이 개구리가 어떻게 대한민국 그것도 내륙도시 청주의 한 인공 습지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3개의 발톱이 있어 이름 붙여진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사실 일반 마트에서 3-4천원에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원래 검은빛을 띠는데 이중 백색증인 알비노 개체들을 모아 분홍색, 초록색 등 색소를 주입해 관상용으로 파는 것이지요. 이번에도 아마 누군가 키우다 습지에 방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마침 번식기인 수컷이 근처에 있던 애먼 참개구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했던 겁니다.

■ 방사하는 것이 특별한 문제가 있나요?

우리 주변에서 갖가지 이유로 키우던 동물을 야생에 풀어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 개구리의 주인도 습지에 풀어준 것을 보니 아마 '죽지 말고, 잘 적응하라'는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우선, 개구리가 가진 질병이 토종개구리에게 옮겨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양서류 질병인 '항아리곰팡이병'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어 심각한 상황인데요, 애완개구리나 파충류의 교역을 통해 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서류는 관련법상 검역 대상이 아니어서 환경부의 승인을 거치지만 검역은 하지 않습니다. 체내에 어떤 질병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죠.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먹이사슬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국내의 토종 개구리들과 먹이 경쟁을 하게 될 텐데요, 특히 발톱개구리는 황소개구리처럼 다른 개구리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육식성이 강해 먹이사슬을 깨뜨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우리 토종 개구리가 밀려나면 그 영향은 더 커질 수 있겠죠.

개구리개구리


■ 토착화될 가능성이 있나요?

전문가들은 더운 지방에 사는 이 발톱개구리가 우리나라에서 토착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동면을 하지 않고, 얼어 죽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주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이 개구리가 수심에 들어가 대사활동을 낮추면서 겨울을 보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전문가들도 토착화할지 못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죠. 발견 당시 발톱개구리는 참개구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이종 간의 교배에 성공한 사례가 종종 보고되지만 금개구리와 참개구리처럼 비슷한 종에서일뿐 극히 먼 아프리카발톱개구리와는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였습니다.

하지만, 과거 황소개구리가 국내에 들어올 때 토착화되서 전국에 퍼질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 역시 생태계에서 어떻게 적응해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는데요, 참개구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관측된 건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으로 '좋지 않은' 신호라는 설명입니다.

개구리개구리


■ 무책임한 ‘방사’ 주의하세요!

얼마 전 강원도 횡성에서 '피라니아'가 발견돼 전국적 관심을 받았죠, 이 역시 관상용으로 기르다가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전문가들은 무심코 키우던 외래종을 야생에 방사하는 이런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들고, 독특한 외양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해 키우고, 무심코 야생에 버리는 이런 행동들은 분명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취재진이 직접 마트에 가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매주 수십 마리의 발톱개구리가 새로 들어올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한 마리가 발견됐지만, 만약 여러 마리가 동시에 방사된다면 번식할 가능성이 분명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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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남아프리카 개구리까지…‘생태계 교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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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분홍색 개구리가 짝짓기를? ‘황소개구리’ 될라!
    • 입력 2015-07-13 06:00:25
    • 수정2015-07-13 17:42:50
    취재후·사건후
■ 참개구리와 짝짓기하는 분홍색 개구리?

취재는 제보자가 건넨 사진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참개구리에게 분홍색 개구리가 짝짓기를 시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밤에 찍어 더욱 괴기한 생김새인 이 분홍색 개구리의 정체는 남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였습니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이 개구리가 어떻게 대한민국 그것도 내륙도시 청주의 한 인공 습지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3개의 발톱이 있어 이름 붙여진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사실 일반 마트에서 3-4천원에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원래 검은빛을 띠는데 이중 백색증인 알비노 개체들을 모아 분홍색, 초록색 등 색소를 주입해 관상용으로 파는 것이지요. 이번에도 아마 누군가 키우다 습지에 방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마침 번식기인 수컷이 근처에 있던 애먼 참개구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했던 겁니다.

■ 방사하는 것이 특별한 문제가 있나요?

우리 주변에서 갖가지 이유로 키우던 동물을 야생에 풀어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 개구리의 주인도 습지에 풀어준 것을 보니 아마 '죽지 말고, 잘 적응하라'는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우선, 개구리가 가진 질병이 토종개구리에게 옮겨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양서류 질병인 '항아리곰팡이병'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어 심각한 상황인데요, 애완개구리나 파충류의 교역을 통해 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서류는 관련법상 검역 대상이 아니어서 환경부의 승인을 거치지만 검역은 하지 않습니다. 체내에 어떤 질병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죠.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먹이사슬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국내의 토종 개구리들과 먹이 경쟁을 하게 될 텐데요, 특히 발톱개구리는 황소개구리처럼 다른 개구리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육식성이 강해 먹이사슬을 깨뜨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우리 토종 개구리가 밀려나면 그 영향은 더 커질 수 있겠죠.

개구리


■ 토착화될 가능성이 있나요?

전문가들은 더운 지방에 사는 이 발톱개구리가 우리나라에서 토착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동면을 하지 않고, 얼어 죽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주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이 개구리가 수심에 들어가 대사활동을 낮추면서 겨울을 보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전문가들도 토착화할지 못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죠. 발견 당시 발톱개구리는 참개구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이종 간의 교배에 성공한 사례가 종종 보고되지만 금개구리와 참개구리처럼 비슷한 종에서일뿐 극히 먼 아프리카발톱개구리와는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였습니다.

하지만, 과거 황소개구리가 국내에 들어올 때 토착화되서 전국에 퍼질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 역시 생태계에서 어떻게 적응해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는데요, 참개구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관측된 건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으로 '좋지 않은' 신호라는 설명입니다.

개구리


■ 무책임한 ‘방사’ 주의하세요!

얼마 전 강원도 횡성에서 '피라니아'가 발견돼 전국적 관심을 받았죠, 이 역시 관상용으로 기르다가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전문가들은 무심코 키우던 외래종을 야생에 방사하는 이런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들고, 독특한 외양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해 키우고, 무심코 야생에 버리는 이런 행동들은 분명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취재진이 직접 마트에 가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매주 수십 마리의 발톱개구리가 새로 들어올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한 마리가 발견됐지만, 만약 여러 마리가 동시에 방사된다면 번식할 가능성이 분명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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