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이름도 모르는 ‘어머니’ 33년 만에 상봉…사연은?

입력 2015.08.03 (08:30) 수정 2015.08.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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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경찰서 조사실인데요.

한 중년 여성과 30대 남성이 서로 부둥켜 안은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요?

왼쪽의 남성은 절도 혐의로 경찰서에 붙잡혀 온 피의자, 그리고 오른쪽의 여성은 피의자가 3살이 되던 해에 헤어진 어머니입니다.

무려 33년 만에, 경찰서 조사실에서 상봉하게 된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화요일.

서울의 한 경찰서입니다.

중년의 여성이 무척 긴장된 얼굴로, 형사팀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잠시 뒤, 조사실 안에서 한 남성을 만난 여성.

순간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터뜨립니다.

<녹취> "얼마나 힘들었어. 아이고 세상에…. 진즉에 내가 찾아냈어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떡하나..."

절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붙잡혀 온 36살 남성.

이 남성은 33년 전에 헤어진 아들입니다.

얼굴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꿈에서만 그리던 어머니.

남성도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한참을 흐느낍니다.

<녹취> 김OO(절도 피의자) : "어머니 진짜 보고 싶었고요. 어머니 한 번이라도 만나면…….”

33년 만에 이뤄진 모자 상봉.

그 시작은 엉뚱하게도 한 달 여 전 발생한 주택 절도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피해자가) 잠자는 사이에 출입문으로 들어와서 현금만 훔치는 사건이 발생해서 착수하게 된 거죠. 같은 동종 수법으로 3건 정도 발생했거든요.”

경찰은 현장 CCTV를 분석해, 20여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합니다.

피의자는 36살 김 모 씨.

20여 년 전 절도 혐의로 잠시 소년원을 다녀온 일은 있었지만, 그 뒤로는 별다른 과오없이 착실하게 살아왔던 터였습니다.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소년원에서 나와서 성년이 된 이후로는 종업원 생활, 식당 종업원 또는 오토바이 배달 일을 했습니다.”

경찰은 착실하게 살던 김 씨가 왜 갑자기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는지를 캐물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20년 넘게 범죄를 안 했는데 갑자기 범죄 한 이유가 뭐냐 했더니 그 과정에서 말하는 과정에 갑자기 복합적인 것이 나온 거죠. 자기의 과거의 범죄, 지금 자기 처한 상황…….”

자신의 성장 과정을 얘기하던 김 씨.

초등학생 때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했고, 부모님은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중학생때 그나마 지내던 보육원에서도 나오게 되면서, 정말 혈혈단신 혼자가 됐다는 김 씨.

착실하게 살아보려고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심해졌고, 결국 남의 물건에 손을 대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2014년 12월경에 자기가 다니던 한식집 24시 배달하는 데가 망했어요.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 받은 게 저희들이 확인한 건 300만 원, 그다음에 고시원비가 35만 원 정도 들어가요.”

김 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또 어딘가에 있을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다고 울먹였습니다.

겨우 세 살이 되던 해에 헤어졌다는 어머니.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나이는 먹었지만, 어머님이 살아계신다면 얼굴 한번 보고 내 죗값을 치르고 나서 어머님과 같이 살고 싶다.”

피의자의 딱한 사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경찰관.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못 만날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산망을 뒤지고, 동네를 수소문한 끝에, 이름도 몰랐던 어머니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수 십 년만의 만남이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는데요.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어머니가) 내 처지가 당당히 만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몸도 아프고 지금 내가 아들을 정말 만나고 싶지만, 이해를 시켜 달라…….”

처음, 모자 상봉은 쉽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경찰은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키는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통화만 하겠습니다. 흐느끼고 그래서 통화는 끝났어요. 끝났는데 그 다음 날 어머님이 전화가 온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내가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지 안 되겠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33년 만의 모자 상봉은 성사됐습니다.

취재팀은 모자의 자세한 사연을 듣기 위해, 어렵게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시도해봤는데요.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떨렸죠. 제가 심장이 떨려서 안 쓰려지려고. 그 정도로 놀랐죠.”

30여년 만에 듣게 된 아들의 소식.

미안함과 죄책감에 경찰의 전화를 받고도 선뜻 일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잘 크고 있는 줄 알았죠. 33년 만에……. 세상에 보육원에서 컸대요. 세상에 얼마나 그랬으면 이렇게 힘든 생활했냐.”

아들과 헤어진 건, 아들이 세 살 무렵,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면서 부터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친정에 아이를 맡긴 다음 식당일로 생계를 잇고 있었는데, 그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저희 엄마죠 친정엄마. 내 새끼가 이혼했는데 (남편 측에서) 호적도 안 내 주고, 저렇게 키워서 주면 정 드니까 차라리 정 들기 전에 (보낸다며) 할머니가 몰래 (친가에) 데려다줬죠. 저한테 말 안 하고. 그래서 친정엄마하고도 십몇 년 동안 연이 끊어졌었어요.”

그렇게 친가에 보내진 세 살배기 아들.

이후로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또 김 씨가 보육원에서 자랐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흐느꼈습니다.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엄마라는 사람이 떳떳하게 돈이라도 좀 많고 여유가 있으면 중간에 한 번 가보기라도 했겠죠. 아빠랑 잘 살 거로 생각하고 중간에 가면 애가 상처 입을까 봐 그래서 말았죠.”

하지만 홀로 남게 된 아들은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았고, 결국 30년이 지난 지금 경찰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극적으로 상봉했습니다.

아들은 자신의 죗값을 치른 다음, 어머니를 모시고 성실하게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인터뷰> 김OO(절도 피의자) : "이제 마음 잡고, 나가면 어머니 모시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33년의 세월.

끊길뻔했던 모자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이어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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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이름도 모르는 ‘어머니’ 33년 만에 상봉…사연은?
    • 입력 2015-08-03 08:31:58
    • 수정2015-08-03 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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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경찰서 조사실인데요.

한 중년 여성과 30대 남성이 서로 부둥켜 안은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요?

왼쪽의 남성은 절도 혐의로 경찰서에 붙잡혀 온 피의자, 그리고 오른쪽의 여성은 피의자가 3살이 되던 해에 헤어진 어머니입니다.

무려 33년 만에, 경찰서 조사실에서 상봉하게 된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화요일.

서울의 한 경찰서입니다.

중년의 여성이 무척 긴장된 얼굴로, 형사팀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잠시 뒤, 조사실 안에서 한 남성을 만난 여성.

순간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터뜨립니다.

<녹취> "얼마나 힘들었어. 아이고 세상에…. 진즉에 내가 찾아냈어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떡하나..."

절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붙잡혀 온 36살 남성.

이 남성은 33년 전에 헤어진 아들입니다.

얼굴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꿈에서만 그리던 어머니.

남성도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한참을 흐느낍니다.

<녹취> 김OO(절도 피의자) : "어머니 진짜 보고 싶었고요. 어머니 한 번이라도 만나면…….”

33년 만에 이뤄진 모자 상봉.

그 시작은 엉뚱하게도 한 달 여 전 발생한 주택 절도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피해자가) 잠자는 사이에 출입문으로 들어와서 현금만 훔치는 사건이 발생해서 착수하게 된 거죠. 같은 동종 수법으로 3건 정도 발생했거든요.”

경찰은 현장 CCTV를 분석해, 20여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합니다.

피의자는 36살 김 모 씨.

20여 년 전 절도 혐의로 잠시 소년원을 다녀온 일은 있었지만, 그 뒤로는 별다른 과오없이 착실하게 살아왔던 터였습니다.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소년원에서 나와서 성년이 된 이후로는 종업원 생활, 식당 종업원 또는 오토바이 배달 일을 했습니다.”

경찰은 착실하게 살던 김 씨가 왜 갑자기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는지를 캐물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20년 넘게 범죄를 안 했는데 갑자기 범죄 한 이유가 뭐냐 했더니 그 과정에서 말하는 과정에 갑자기 복합적인 것이 나온 거죠. 자기의 과거의 범죄, 지금 자기 처한 상황…….”

자신의 성장 과정을 얘기하던 김 씨.

초등학생 때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했고, 부모님은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중학생때 그나마 지내던 보육원에서도 나오게 되면서, 정말 혈혈단신 혼자가 됐다는 김 씨.

착실하게 살아보려고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심해졌고, 결국 남의 물건에 손을 대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2014년 12월경에 자기가 다니던 한식집 24시 배달하는 데가 망했어요.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 받은 게 저희들이 확인한 건 300만 원, 그다음에 고시원비가 35만 원 정도 들어가요.”

김 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또 어딘가에 있을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다고 울먹였습니다.

겨우 세 살이 되던 해에 헤어졌다는 어머니.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나이는 먹었지만, 어머님이 살아계신다면 얼굴 한번 보고 내 죗값을 치르고 나서 어머님과 같이 살고 싶다.”

피의자의 딱한 사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경찰관.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못 만날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산망을 뒤지고, 동네를 수소문한 끝에, 이름도 몰랐던 어머니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수 십 년만의 만남이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는데요.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어머니가) 내 처지가 당당히 만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몸도 아프고 지금 내가 아들을 정말 만나고 싶지만, 이해를 시켜 달라…….”

처음, 모자 상봉은 쉽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경찰은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키는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조수호(팀장/서울 강서경찰서 강력5팀) : “통화만 하겠습니다. 흐느끼고 그래서 통화는 끝났어요. 끝났는데 그 다음 날 어머님이 전화가 온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내가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지 안 되겠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33년 만의 모자 상봉은 성사됐습니다.

취재팀은 모자의 자세한 사연을 듣기 위해, 어렵게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시도해봤는데요.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떨렸죠. 제가 심장이 떨려서 안 쓰려지려고. 그 정도로 놀랐죠.”

30여년 만에 듣게 된 아들의 소식.

미안함과 죄책감에 경찰의 전화를 받고도 선뜻 일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잘 크고 있는 줄 알았죠. 33년 만에……. 세상에 보육원에서 컸대요. 세상에 얼마나 그랬으면 이렇게 힘든 생활했냐.”

아들과 헤어진 건, 아들이 세 살 무렵,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면서 부터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친정에 아이를 맡긴 다음 식당일로 생계를 잇고 있었는데, 그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저희 엄마죠 친정엄마. 내 새끼가 이혼했는데 (남편 측에서) 호적도 안 내 주고, 저렇게 키워서 주면 정 드니까 차라리 정 들기 전에 (보낸다며) 할머니가 몰래 (친가에) 데려다줬죠. 저한테 말 안 하고. 그래서 친정엄마하고도 십몇 년 동안 연이 끊어졌었어요.”

그렇게 친가에 보내진 세 살배기 아들.

이후로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또 김 씨가 보육원에서 자랐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흐느꼈습니다.

<녹취> 김 씨 어머니(음성변조) : “엄마라는 사람이 떳떳하게 돈이라도 좀 많고 여유가 있으면 중간에 한 번 가보기라도 했겠죠. 아빠랑 잘 살 거로 생각하고 중간에 가면 애가 상처 입을까 봐 그래서 말았죠.”

하지만 홀로 남게 된 아들은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았고, 결국 30년이 지난 지금 경찰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극적으로 상봉했습니다.

아들은 자신의 죗값을 치른 다음, 어머니를 모시고 성실하게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인터뷰> 김OO(절도 피의자) : "이제 마음 잡고, 나가면 어머니 모시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33년의 세월.

끊길뻔했던 모자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이어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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