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멕시코 한인 울린 ‘13억 원 곗돈’ 사기…무슨 사연?

입력 2015.08.05 (08:33) 수정 2015.08.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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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남미 멕시코입니다.

지금 이곳 교민 사회가 이른바 ‘곗돈’ 파문으로 무척 시끄럽습니다.

교민들 사이에서 신뢰가 두터웠던 한 여성이 계 모임을 통해 모아진 돈을 챙겨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경찰이 자세히 조사를 해봤더니 계 모임 회원들이 입었다는 피해액이 무려 1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역만리 멕시코 교민들을 울린 곗돈 사기 사건.

어떤 사연인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인천 공항 입국장입니다.

한 중년의 여성이 경찰의 손에 이끌려, 공항을 빠져나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의 여성.

멕시코에서 온 50대 교포 A모 씨입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새벽 비행기로 들어오는 걸로 확인이 되었고 탑승 확인을 해서 오는 것을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검거했습니다."

10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거라는 A씨.

그런 A씨가 왜 입국을 하자마자 경찰에 압송이 되는 걸까?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이 분이 교민 사회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식당이 잘된다고 낙찰계를 4개, 5개까지 운영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13억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유명한 현지 식당 운영자에서, 거액의 곗돈을 떼먹은 도망자 신세가 됐다는 A씨.

사연을 좀 더 취재해봤습니다.

A씨가 가족들과 함께 멕시코로 건너간 건, 지난 2005년 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한국에서 살기가 어렵고 멕시코에 이제 남편이랑 같이 갔을 때는 우리나라보다 경기가 좋아서 장사가 잘 된다. 미국과는 달리 비자 받는 데도 쉽고……."

멕시코에 자리를 잡게 된 A씨 가족은 한인 타운에서 큰 음식점을 열었습니다.

음식 맛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교포들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즐겨 찾는 유명한 식당이 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식당 영업은 쏠쏠한 반면, 가족의 경제적 형편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 그리고 식당을 시작하면서 빌린 고리 사채가 이들 가족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무조건 가서 돈이 없는 상태에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교민 사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채를 끌어다가 썼다고 합니다. 사채 끌어다가 쓴 것이랑 자기 주변에 채무금 있는 게 한 3억 정도."

사채 이자는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갔습니다.

목돈이 급했던 A씨.

머릿속에 떠올린 건, 바로 '곗돈’이었습니다.

교민들을 상대로 이른바 '낙찰계' 모임을 주선한 A씨.

평소, 큰 식당을 운영하며 신뢰를 쌓은 덕에, 17명의 계원이 순식간에 모였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괜찮은 사람이었죠. 나쁜 사람 같았으면 그랬겠어요? 사람이 그렇게 나쁘게 했다고 그러면 사람들이 다 경계를 하죠."

A씨는 그렇게 계주로서, 8천여만 원의 곗돈을 가장 먼저 타게됩니다.

급한 불을 껐지만, 이 돈은 공짜로 주는 돈이 아닌 엄연히 갚아야 할 빚.

한 달이 지나고 다음 차례의 사람들도 곗돈을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낙찰계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매하고 똑같아요. 누가 더 많이 이자를 쓰느냐. 이렇게 해서 (이자 지급액 순서대로) 당첨되는 거고요. 그럼 그 자리에서 줘요. 여태까지는 그런 문제 없었는데 그 사람이 감당 못 하게 간 것 같아요."

부담해야 할 곗돈 때문에 또다시 궁지에 몰리게 된 A씨.

그런 A씨의 머리에 떠오른 건, 또 다른 계였습니다.

이른바 돌려막기.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곗돈을 못 받은 사람들한테 곗돈을 줘야 하니까 두 번째 낙찰계를 한 달 만에 또 만들어서 곗돈을 받아서 곗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속 운영을 했어요."

그렇게 지난해 6월부터 만든 계가 무려 5개에 이릅니다.

계주의 지위를 이용해 목돈을 미리 챙긴 터였지만, 감당해야 할 돈도 그만큼 불어났습니다.

게다가,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피의자 말이) 사람들이 곗돈을 다 타고난 다음에도 성실히 곗돈을 넣어야 하는데 계원들이 목돈을 한 번 타가지고 난 뒤에 곗돈을 제대로 붓지 않아서……."

그렇게 남은 28명의 계원이 받아야 할 돈은 무려 13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A씨는 결국 자신을 믿었던 교포들을 등지게 됩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자포자기식으로 도저히 안 되겠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계는 곗돈을 지급할 마음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돈을 챙겨서 곗돈을 주겠다고 계원들을 속이고 야반도주했다고 볼 수 있죠."

다섯 번째 계의 모인일이었던 지난달 16일.

평소처럼 식당 문을 열고 나간 A씨와 가족들은 그대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곗돈을 받을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계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한국의 1억과 여기 외국에, 특히나 멕시코에서의 1억은 눈높이가 달라요.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이렇게……."

하지만, A씨의 잠적 사실은 금세 교민들 사이에 퍼졌고, 인터폴을 통해 한국 경찰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결국, 잠적 일주일만인 지난달 23일.

한국 경찰이 자신을 쫒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을 A씨는 가족들과 함께 입국을 하려다 곧바로 검거가 됐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분위기가) 정말로 안 좋아요. 뭐라고 해야 돼요? 그 사람으로 인해서 이제는 이렇게 되고 정말 안 좋은 그런 상태입니다."

빌린돈으로 빌린돈을 막으려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된 A씨.

경찰은 A씨에게 특가법상의 배임과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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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멕시코 한인 울린 ‘13억 원 곗돈’ 사기…무슨 사연?
    • 입력 2015-08-05 08:27:19
    • 수정2015-08-05 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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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남미 멕시코입니다.

지금 이곳 교민 사회가 이른바 ‘곗돈’ 파문으로 무척 시끄럽습니다.

교민들 사이에서 신뢰가 두터웠던 한 여성이 계 모임을 통해 모아진 돈을 챙겨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경찰이 자세히 조사를 해봤더니 계 모임 회원들이 입었다는 피해액이 무려 1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역만리 멕시코 교민들을 울린 곗돈 사기 사건.

어떤 사연인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인천 공항 입국장입니다.

한 중년의 여성이 경찰의 손에 이끌려, 공항을 빠져나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의 여성.

멕시코에서 온 50대 교포 A모 씨입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새벽 비행기로 들어오는 걸로 확인이 되었고 탑승 확인을 해서 오는 것을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검거했습니다."

10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거라는 A씨.

그런 A씨가 왜 입국을 하자마자 경찰에 압송이 되는 걸까?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이 분이 교민 사회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식당이 잘된다고 낙찰계를 4개, 5개까지 운영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13억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유명한 현지 식당 운영자에서, 거액의 곗돈을 떼먹은 도망자 신세가 됐다는 A씨.

사연을 좀 더 취재해봤습니다.

A씨가 가족들과 함께 멕시코로 건너간 건, 지난 2005년 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한국에서 살기가 어렵고 멕시코에 이제 남편이랑 같이 갔을 때는 우리나라보다 경기가 좋아서 장사가 잘 된다. 미국과는 달리 비자 받는 데도 쉽고……."

멕시코에 자리를 잡게 된 A씨 가족은 한인 타운에서 큰 음식점을 열었습니다.

음식 맛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교포들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즐겨 찾는 유명한 식당이 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식당 영업은 쏠쏠한 반면, 가족의 경제적 형편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 그리고 식당을 시작하면서 빌린 고리 사채가 이들 가족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무조건 가서 돈이 없는 상태에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교민 사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채를 끌어다가 썼다고 합니다. 사채 끌어다가 쓴 것이랑 자기 주변에 채무금 있는 게 한 3억 정도."

사채 이자는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갔습니다.

목돈이 급했던 A씨.

머릿속에 떠올린 건, 바로 '곗돈’이었습니다.

교민들을 상대로 이른바 '낙찰계' 모임을 주선한 A씨.

평소, 큰 식당을 운영하며 신뢰를 쌓은 덕에, 17명의 계원이 순식간에 모였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괜찮은 사람이었죠. 나쁜 사람 같았으면 그랬겠어요? 사람이 그렇게 나쁘게 했다고 그러면 사람들이 다 경계를 하죠."

A씨는 그렇게 계주로서, 8천여만 원의 곗돈을 가장 먼저 타게됩니다.

급한 불을 껐지만, 이 돈은 공짜로 주는 돈이 아닌 엄연히 갚아야 할 빚.

한 달이 지나고 다음 차례의 사람들도 곗돈을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낙찰계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매하고 똑같아요. 누가 더 많이 이자를 쓰느냐. 이렇게 해서 (이자 지급액 순서대로) 당첨되는 거고요. 그럼 그 자리에서 줘요. 여태까지는 그런 문제 없었는데 그 사람이 감당 못 하게 간 것 같아요."

부담해야 할 곗돈 때문에 또다시 궁지에 몰리게 된 A씨.

그런 A씨의 머리에 떠오른 건, 또 다른 계였습니다.

이른바 돌려막기.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곗돈을 못 받은 사람들한테 곗돈을 줘야 하니까 두 번째 낙찰계를 한 달 만에 또 만들어서 곗돈을 받아서 곗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속 운영을 했어요."

그렇게 지난해 6월부터 만든 계가 무려 5개에 이릅니다.

계주의 지위를 이용해 목돈을 미리 챙긴 터였지만, 감당해야 할 돈도 그만큼 불어났습니다.

게다가,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피의자 말이) 사람들이 곗돈을 다 타고난 다음에도 성실히 곗돈을 넣어야 하는데 계원들이 목돈을 한 번 타가지고 난 뒤에 곗돈을 제대로 붓지 않아서……."

그렇게 남은 28명의 계원이 받아야 할 돈은 무려 13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A씨는 결국 자신을 믿었던 교포들을 등지게 됩니다.

<인터뷰> 이명섭(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 "자포자기식으로 도저히 안 되겠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계는 곗돈을 지급할 마음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돈을 챙겨서 곗돈을 주겠다고 계원들을 속이고 야반도주했다고 볼 수 있죠."

다섯 번째 계의 모인일이었던 지난달 16일.

평소처럼 식당 문을 열고 나간 A씨와 가족들은 그대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곗돈을 받을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계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한국의 1억과 여기 외국에, 특히나 멕시코에서의 1억은 눈높이가 달라요.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이렇게……."

하지만, A씨의 잠적 사실은 금세 교민들 사이에 퍼졌고, 인터폴을 통해 한국 경찰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결국, 잠적 일주일만인 지난달 23일.

한국 경찰이 자신을 쫒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을 A씨는 가족들과 함께 입국을 하려다 곧바로 검거가 됐습니다.

<녹취> 현지 피해 교민(음성변조) : "(분위기가) 정말로 안 좋아요. 뭐라고 해야 돼요? 그 사람으로 인해서 이제는 이렇게 되고 정말 안 좋은 그런 상태입니다."

빌린돈으로 빌린돈을 막으려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된 A씨.

경찰은 A씨에게 특가법상의 배임과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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