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좌우 집주인 뒤바뀐 16세대 빌라…도대체 왜?

입력 2015.08.06 (08:32) 수정 2015.08.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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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15년 가까이 내 집으로 알고 살던 보금자리가 사실은 내 집이 아니라면, 또 집을 비워주는 것도 모자라 그동안 살아온 임대료까지 내야 한다면 집주인은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경기도의 한 빌라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알고 봤더니, 집을 지을 당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었는데요.

어쨌든 법대로라면 이 빌라 16세대의 집주인이 모두 바뀔 판입니다.

대체 어떤 실수가 주민들을 이런 곤경에 빠뜨린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사연을 듣고 찾아간 곳은 경기도 포천시의 한 주택가입니다.

모두 16세대가 모여 살고 있는 다세대 빌라.

주민들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녹취> 거주민(음성변조) :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법도 아니죠. 분명히 여기 호수대로 등기부 보고 산 것인데요. 행정이 잘못된 것이지 우리 사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 아니잖아요."

<녹취> 거주민(음성변조) : "우리 93년도에 왔어요. (호수가 바뀐 것을 언제 알았어요? ) 엊그제 알았어요. 아무도 몰랐어요. 다 (살고 있는) 그 호수로 알았지."

길게는 20년 넘게 살아온 집.

그런데 그 집이 사실은 남의 집이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게 된 겁니다.

대체, 이 빌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쯤으로 거슬러갑니다.

이 빌라 2층에 살고 있는 최모 씨를 찾아온 낯선 남성.

남성은, 최 씨가 살고 있는 집이 자신의 집이라며,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녹취>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제 기억으로는 아마 2013년도 말인가, 13년 초인가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하는 말이 “여기가 내 집이고, 내가 이것을 (공매로) 받았는데, 지금 (앞집과) 집이 바뀌어있다. 그러니까 집을 바꾸자”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14년 동안 살고 있는 보금자리.

대출까지 받아 어렵사리 장만한 집이었습니다.

최 씨는 낯선 남성의 말을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1년쯤 지났을까...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느닷없이 서류 한 장이 날아옵니다.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한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가지고 법원에서 (소장이) 이것이 온 거예요. 그래서 이제 그때 알게 된 것이죠. 아 정말 잘못 됐구나."

누군가 최 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소를 제기한 건, 1년 전 최 씨를 찾아와 소유권을 주장했던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소송을 통해, 집을 비워줄 것과 그동안 거주한 임대료까지 지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기만 한 얘기.

그렇다면,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2011년 7월부터) 월 임대료를 80만 원 씩 책정해서 (지금까지) 3천몇 백만 원 나오더라고요. 그것을 지급하라고 판결이 나오니까 집을 바꾸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참 난감하죠."

뜻밖이었습니다.

법원은 낯선 남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최 씨가 살고 있는 집이 이 남성의 집이 맞다는 겁니다.

최 씨는 말문이 막혔는데요.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열심히 맞벌이해가지고 처음으로 장만한 집이고 여태까지 살아왔던 집인데 그 집이 내 집이 아니고 남의 집이었다니 얼마나 황당해요. 이것은 뭐라고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법원은 부동산의 표시는 건축물 대장에서 1차적인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원고의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녹취>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201호가 건축물대장 현황도 상으로는 202호가 돼 있고 (호수가) 앞의 출입구 명판은 똑같은데 현황도에 하나만 바뀌어 있는 거예요."

좌우가 뒤바뀐 집.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은 황당하게도 문 앞에 붙여 놓은 호수 문패에 있었습니다.

최 씨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오른쪽, 201호.

부동산 등기부 등본상에도 201호는 최 씨의 소유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축물 대장이었습니다.

빌라의 건축물 대장을 보면 최 씨 소유의 201호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최 씨는 등록 장부상 202호 였던 곳을 201호로 알고 살고 있던 셈입니다.

<녹취> 시 관계자(음성변조) : "이쪽이 왼쪽이고, 이쪽이 오른쪽이에요 계단을 중심으로 해서. 그러면 이것이 201호하고 202호하고 건축이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어떤 이유엔가 분양을 할 때 그 사람들이 이것을 바꿔서 해 놓은 거예요. 표시를."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집을 지을 당시, 좌우 현관문의 호수 문패를 서로 바꿔서 붙여 놨기 때문에 생긴 일로 보입니다.

2층 뿐 만이 아니라, 2개 동 16세대 문패의 좌우가 모두 뒤바뀌어 붙어 있는 상황.

입주 당시 당연히 문패에 적힌 호수대로 집을 찾은 주민들은, 사실은 모두 남의 집에 들어가 산 꼴이 된겁니다.

<녹취> 시 관계자(음성변조) : "내 생각엔 아마 (호수를) 붙이는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이 붙여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 건설사는 이미 부도가 나서 없어진 상황.

주민들은 지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대해 하소연할 곳 한 군데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시 관계자(음성변조) : "(입주 당시에)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이나 이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했어야 됐는데……."

그렇다면, 집이 뒤바뀐 집주인들이 서로 합의를 한다거나, 집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리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최 씨의 경우만 해도, 옆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는 현재 옆집에 거주하고 있는 전세 세입자와 또다시 법적인 다툼을 해야 할 판입니다.

오랜 이웃이었던 이웃 세입자 역시,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녹취>202호 세입자(음성변조) : "계속 이제 판결이 나온다고 하면 그 201호 (최 씨)가 우리 집에 와서 명도 소송을 할 것 아니에요. 이 집을 비워 달라. 그럼 저는 그 사람을 상대로 (전세금 관련) 소송을 걸어야 될 그럴 판이죠. 제가 황당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어요."

수천만 원의 임대료와 이웃집의 전세 보증금까지 떠맡게 된 억울한 상황.

이런 최 씨를 비롯해, 이곳의 주민들은 오랫동안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잠도 안 오고요. 일도 안 돼요. 정말 지금은 멘탈 붕괴 상태예요. 단지 서류하나 잘못된 것 때문에……"

<인터뷰> 최우석(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이게 유지가 된다면 결국엔 다른 호수들도 정확한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집주인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해당 호수에 세입자로 들어가 계신 분들도 보증금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줄줄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인이 뒤바뀐 빌라.

소송 당사자인 최 씨는 큰 과오 없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가혹하다며 항소했고,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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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좌우 집주인 뒤바뀐 16세대 빌라…도대체 왜?
    • 입력 2015-08-06 08:33:49
    • 수정2015-08-06 1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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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가까이 내 집으로 알고 살던 보금자리가 사실은 내 집이 아니라면, 또 집을 비워주는 것도 모자라 그동안 살아온 임대료까지 내야 한다면 집주인은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경기도의 한 빌라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알고 봤더니, 집을 지을 당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었는데요.

어쨌든 법대로라면 이 빌라 16세대의 집주인이 모두 바뀔 판입니다.

대체 어떤 실수가 주민들을 이런 곤경에 빠뜨린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사연을 듣고 찾아간 곳은 경기도 포천시의 한 주택가입니다.

모두 16세대가 모여 살고 있는 다세대 빌라.

주민들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녹취> 거주민(음성변조) :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법도 아니죠. 분명히 여기 호수대로 등기부 보고 산 것인데요. 행정이 잘못된 것이지 우리 사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 아니잖아요."

<녹취> 거주민(음성변조) : "우리 93년도에 왔어요. (호수가 바뀐 것을 언제 알았어요? ) 엊그제 알았어요. 아무도 몰랐어요. 다 (살고 있는) 그 호수로 알았지."

길게는 20년 넘게 살아온 집.

그런데 그 집이 사실은 남의 집이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게 된 겁니다.

대체, 이 빌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쯤으로 거슬러갑니다.

이 빌라 2층에 살고 있는 최모 씨를 찾아온 낯선 남성.

남성은, 최 씨가 살고 있는 집이 자신의 집이라며,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녹취>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제 기억으로는 아마 2013년도 말인가, 13년 초인가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하는 말이 “여기가 내 집이고, 내가 이것을 (공매로) 받았는데, 지금 (앞집과) 집이 바뀌어있다. 그러니까 집을 바꾸자”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14년 동안 살고 있는 보금자리.

대출까지 받아 어렵사리 장만한 집이었습니다.

최 씨는 낯선 남성의 말을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1년쯤 지났을까...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느닷없이 서류 한 장이 날아옵니다.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한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가지고 법원에서 (소장이) 이것이 온 거예요. 그래서 이제 그때 알게 된 것이죠. 아 정말 잘못 됐구나."

누군가 최 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소를 제기한 건, 1년 전 최 씨를 찾아와 소유권을 주장했던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소송을 통해, 집을 비워줄 것과 그동안 거주한 임대료까지 지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기만 한 얘기.

그렇다면,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2011년 7월부터) 월 임대료를 80만 원 씩 책정해서 (지금까지) 3천몇 백만 원 나오더라고요. 그것을 지급하라고 판결이 나오니까 집을 바꾸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참 난감하죠."

뜻밖이었습니다.

법원은 낯선 남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최 씨가 살고 있는 집이 이 남성의 집이 맞다는 겁니다.

최 씨는 말문이 막혔는데요.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열심히 맞벌이해가지고 처음으로 장만한 집이고 여태까지 살아왔던 집인데 그 집이 내 집이 아니고 남의 집이었다니 얼마나 황당해요. 이것은 뭐라고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법원은 부동산의 표시는 건축물 대장에서 1차적인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원고의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녹취>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201호가 건축물대장 현황도 상으로는 202호가 돼 있고 (호수가) 앞의 출입구 명판은 똑같은데 현황도에 하나만 바뀌어 있는 거예요."

좌우가 뒤바뀐 집.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은 황당하게도 문 앞에 붙여 놓은 호수 문패에 있었습니다.

최 씨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오른쪽, 201호.

부동산 등기부 등본상에도 201호는 최 씨의 소유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축물 대장이었습니다.

빌라의 건축물 대장을 보면 최 씨 소유의 201호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최 씨는 등록 장부상 202호 였던 곳을 201호로 알고 살고 있던 셈입니다.

<녹취> 시 관계자(음성변조) : "이쪽이 왼쪽이고, 이쪽이 오른쪽이에요 계단을 중심으로 해서. 그러면 이것이 201호하고 202호하고 건축이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어떤 이유엔가 분양을 할 때 그 사람들이 이것을 바꿔서 해 놓은 거예요. 표시를."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집을 지을 당시, 좌우 현관문의 호수 문패를 서로 바꿔서 붙여 놨기 때문에 생긴 일로 보입니다.

2층 뿐 만이 아니라, 2개 동 16세대 문패의 좌우가 모두 뒤바뀌어 붙어 있는 상황.

입주 당시 당연히 문패에 적힌 호수대로 집을 찾은 주민들은, 사실은 모두 남의 집에 들어가 산 꼴이 된겁니다.

<녹취> 시 관계자(음성변조) : "내 생각엔 아마 (호수를) 붙이는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이 붙여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 건설사는 이미 부도가 나서 없어진 상황.

주민들은 지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대해 하소연할 곳 한 군데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시 관계자(음성변조) : "(입주 당시에)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이나 이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했어야 됐는데……."

그렇다면, 집이 뒤바뀐 집주인들이 서로 합의를 한다거나, 집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리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최 씨의 경우만 해도, 옆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는 현재 옆집에 거주하고 있는 전세 세입자와 또다시 법적인 다툼을 해야 할 판입니다.

오랜 이웃이었던 이웃 세입자 역시,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녹취>202호 세입자(음성변조) : "계속 이제 판결이 나온다고 하면 그 201호 (최 씨)가 우리 집에 와서 명도 소송을 할 것 아니에요. 이 집을 비워 달라. 그럼 저는 그 사람을 상대로 (전세금 관련) 소송을 걸어야 될 그럴 판이죠. 제가 황당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어요."

수천만 원의 임대료와 이웃집의 전세 보증금까지 떠맡게 된 억울한 상황.

이런 최 씨를 비롯해, 이곳의 주민들은 오랫동안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녹취> 최모 씨(거주민/음성변조) : "잠도 안 오고요. 일도 안 돼요. 정말 지금은 멘탈 붕괴 상태예요. 단지 서류하나 잘못된 것 때문에……"

<인터뷰> 최우석(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이게 유지가 된다면 결국엔 다른 호수들도 정확한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집주인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해당 호수에 세입자로 들어가 계신 분들도 보증금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줄줄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인이 뒤바뀐 빌라.

소송 당사자인 최 씨는 큰 과오 없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가혹하다며 항소했고,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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