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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새우 샀는데 물 반 새우 반…‘물 코팅’의 진실
입력 2015.08.10 (07:14) 수정 2015.08.10 (10:37) 취재후
[취재후] 새우 샀는데 물 반 새우 반…‘물 코팅’의 진실
요즘은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습니다. 뭘 먹어야 할 지 음식을 고르는데도 고민이 커졌습니다. 이른바 '쿡방' 바람까지 불면서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덩달아 구입하기도 손질하기도, 보관하기도 편한 냉동 식품도 인깁니다. 수산물도 다르지 않습니다. 갓 잡아온 신선한 수산물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식재료이겠지만 바쁜 생활 와중에 생물을 찾기보단 냉동식품에 더 손길이 갑니다. 음식점이나 외식업체도 마찬가집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새우살, 조갯살, 생선, 낙지, 주꾸미 등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잘 손질된 냉동수산물이 냉동고마다 가득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냉동수산물 수입량은 80여만 톤. 3조원 어치가 수입됐습니다. 어마어마한 시장입니다.

■ ‘물 코팅’을 아시나요?

물 코팅물 코팅


식재료의 중량을 늘려 속여 파는 일은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닙니다. 물 먹인 조기가, 양잿물에 담근 조개가 그랬고, 납을 넣은 꽃게도 그랬습니다. '물 코팅'으로 수산물의 중량을 늘려 파는 일도 심심찮게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랐습니다. 우연찮게 한 수산물 수입업자를 만났습니다. 한 눈에도 정직하고 성실해보이는 그는 업계에서 양심을 지켜가며 수익을 내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 했습니다. 너도 나도 중량을 늘려 파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거였는데 이미 업계의 관행이 돼버렸다는 '물 코팅' 이야기였습니다. '물 코팅'은 수산물에 얇은 얼음막을 입히는 걸 말합니다. 수산물을 그냥 냉동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증발하고 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걸 막기 위해 수산물에 말하자면 '얼음 옷'을 입히는 겁니다. 전문용어로 '글레이징(glazing)' 이라고 합니다. 냉동 수산물에 찬물을 뿌리거나 얼음물에 넣었다 꺼내면 바로 표면이 얼어붙습니다. 꽝꽝 얼어붙은 알루미늄 캔에 손을 갖다대면 손이 표면에 덥썩 붙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산물과 공기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차례 물코팅이면 수산물을 보호하는데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 '물 코팅'을 여러차례 해서 의도적으로 중량을 늘리는 게 문젭니다. 실제로 실험을 해 봤더니 냉동새우를 한차례 얼음물에 담갔다 꺼낼 때마다 새우는 계속 뚱뚱해졌습니다. 한번에 15~20% 까지. 취재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수입업자는 이 과정을 '무섭다'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 ‘물 반 새우 반’ 

물 코팅물 코팅


시장에서 냉동 수산물을 사다가 시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냉동 수산물 포장에는 내용량 표시가 돼 있습니다. 이 내용량은 글레이징을 하기 전 수분이나 물기를 뺀 수산물 그대로의 중량입니다. 물기가 있는 수산물의 특성상 일정부분 허용오차를 두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허용범위를 감안하고도 내용량이 부족하면 수입 냉동수산물의 경우 통관이 되지 않습니다. 통관 과정에서 적발되면 내용량 표시를 제대로 수정해 다시 표기해야 통관이 되고 유통할 수 있습니다. 시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각각 다른 7개 수입 업체가 수입한 새우살, 낙지, 주꾸미를 상자째 구입해 관련규정에 따라 중량을 쟀는데 정량이 들어 있는 상품은 단 한 상자도 없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허용 범위를 넘어 내용량이 부족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믿기 어려운 나머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됐습니다. 유통 전 수입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보세창고의 냉동수산물을 구해다 시험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대용량을 수입해 국내에서 나눠 파는 제품은 더 심각했습니다. 모 업체의 새우살 포장상품의 해동전 무게는 279그램, 해동후 새우살의 무게는 147그램. 말 그대로 '물 반 새우 반' 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검수가 까다로울 것 같은 마트 상품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3개 대형마트에서 새우살을 구입해 시험했더니 두 곳은 모두 정량 미달, 단 한곳만 정량을 넣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 관리 감독 허술…소비자만 손해

물 코팅물 코팅


이런 상품을 수입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몰랐다고 발뺌했습니다.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등 수출국 현지 공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그랬다는 겁니다. 일일이 손으로 무게를 달아 포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렇다는 말도 똑같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보내온 샘플 시험 보고서와 수입 후 직접 확인한 샘플 시험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취재진에게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수입물품을 검사하는 식약처는 '전수 검사를 할 수 없다'는 한계만 되풀이해 강조했습니다. 관세청은 식약처에 책임을 미뤘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몰랐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의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통관할 때 식약처의 검수를 받는 상품과 유통하는 상품이 다르다는 겁니다. 정량을 넣은 샘플로 검사를 받고 통관을 한 뒤 내용량이 부족한, 즉 물코팅으로 중량을 늘린 제품을 유통시킨다는 거였습니다. 물코팅은 수입업체에서 수출업체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업체와 검사기관 사이의 유착 관계를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물코팅으로 중량을 속이지 않으면 시장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만큼 '물코팅'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식약처의 단속이 조금 더 강화되면 수산물 유통시장이 조금 더 건전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검사에서 내용량 부족으로 보완지시한 냉동수산물은 검사건수 대비 1.1%에 불과합니다. 새우는 3천2백여 건을 검사해 0.5%인 18건만 문제가 발견됐다고 돼 있습니다. 제작진이 무작위로 시험해 본 결과와는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주부인 제가 그렇듯이 대부분 소비자들은 포장의 표시사항을 보고 물건을 구입합니다. 내용량이 250그램으로 표시된 새우살이 냉동상태에서 300그램씩 나가면 기분좋게 삽니다. 실제 새우살은 220그램 밖에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말입니다. 양심을 속이기 어려웠다는 수입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비자들도 가정이나 업소에서 얼음막을 벗겨내고 실제 중량을 한 번씩 확인해봤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된 물건을 샀는지, 좋은 물건을 납품받고 있는지..." 믿을 곳은 소비자의 날카로운 눈과 선택밖에 없다는 자조였습니다. 식약처의 허술한 관리감독 속에서 중량 미달 '물 코팅' 새우는 오늘도 시장에서 그리고 마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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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0 (07:14)
    • 수정 2015.08.10 (10:37)
    취재후
[취재후] 새우 샀는데 물 반 새우 반…‘물 코팅’의 진실
요즘은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습니다. 뭘 먹어야 할 지 음식을 고르는데도 고민이 커졌습니다. 이른바 '쿡방' 바람까지 불면서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덩달아 구입하기도 손질하기도, 보관하기도 편한 냉동 식품도 인깁니다. 수산물도 다르지 않습니다. 갓 잡아온 신선한 수산물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식재료이겠지만 바쁜 생활 와중에 생물을 찾기보단 냉동식품에 더 손길이 갑니다. 음식점이나 외식업체도 마찬가집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새우살, 조갯살, 생선, 낙지, 주꾸미 등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잘 손질된 냉동수산물이 냉동고마다 가득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냉동수산물 수입량은 80여만 톤. 3조원 어치가 수입됐습니다. 어마어마한 시장입니다.

■ ‘물 코팅’을 아시나요?

물 코팅물 코팅


식재료의 중량을 늘려 속여 파는 일은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닙니다. 물 먹인 조기가, 양잿물에 담근 조개가 그랬고, 납을 넣은 꽃게도 그랬습니다. '물 코팅'으로 수산물의 중량을 늘려 파는 일도 심심찮게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랐습니다. 우연찮게 한 수산물 수입업자를 만났습니다. 한 눈에도 정직하고 성실해보이는 그는 업계에서 양심을 지켜가며 수익을 내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 했습니다. 너도 나도 중량을 늘려 파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거였는데 이미 업계의 관행이 돼버렸다는 '물 코팅' 이야기였습니다. '물 코팅'은 수산물에 얇은 얼음막을 입히는 걸 말합니다. 수산물을 그냥 냉동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증발하고 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걸 막기 위해 수산물에 말하자면 '얼음 옷'을 입히는 겁니다. 전문용어로 '글레이징(glazing)' 이라고 합니다. 냉동 수산물에 찬물을 뿌리거나 얼음물에 넣었다 꺼내면 바로 표면이 얼어붙습니다. 꽝꽝 얼어붙은 알루미늄 캔에 손을 갖다대면 손이 표면에 덥썩 붙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산물과 공기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차례 물코팅이면 수산물을 보호하는데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 '물 코팅'을 여러차례 해서 의도적으로 중량을 늘리는 게 문젭니다. 실제로 실험을 해 봤더니 냉동새우를 한차례 얼음물에 담갔다 꺼낼 때마다 새우는 계속 뚱뚱해졌습니다. 한번에 15~20% 까지. 취재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수입업자는 이 과정을 '무섭다'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 ‘물 반 새우 반’ 

물 코팅물 코팅


시장에서 냉동 수산물을 사다가 시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냉동 수산물 포장에는 내용량 표시가 돼 있습니다. 이 내용량은 글레이징을 하기 전 수분이나 물기를 뺀 수산물 그대로의 중량입니다. 물기가 있는 수산물의 특성상 일정부분 허용오차를 두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허용범위를 감안하고도 내용량이 부족하면 수입 냉동수산물의 경우 통관이 되지 않습니다. 통관 과정에서 적발되면 내용량 표시를 제대로 수정해 다시 표기해야 통관이 되고 유통할 수 있습니다. 시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각각 다른 7개 수입 업체가 수입한 새우살, 낙지, 주꾸미를 상자째 구입해 관련규정에 따라 중량을 쟀는데 정량이 들어 있는 상품은 단 한 상자도 없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허용 범위를 넘어 내용량이 부족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믿기 어려운 나머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됐습니다. 유통 전 수입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보세창고의 냉동수산물을 구해다 시험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대용량을 수입해 국내에서 나눠 파는 제품은 더 심각했습니다. 모 업체의 새우살 포장상품의 해동전 무게는 279그램, 해동후 새우살의 무게는 147그램. 말 그대로 '물 반 새우 반' 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검수가 까다로울 것 같은 마트 상품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3개 대형마트에서 새우살을 구입해 시험했더니 두 곳은 모두 정량 미달, 단 한곳만 정량을 넣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 관리 감독 허술…소비자만 손해

물 코팅물 코팅


이런 상품을 수입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몰랐다고 발뺌했습니다.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등 수출국 현지 공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그랬다는 겁니다. 일일이 손으로 무게를 달아 포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렇다는 말도 똑같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보내온 샘플 시험 보고서와 수입 후 직접 확인한 샘플 시험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취재진에게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수입물품을 검사하는 식약처는 '전수 검사를 할 수 없다'는 한계만 되풀이해 강조했습니다. 관세청은 식약처에 책임을 미뤘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몰랐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의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통관할 때 식약처의 검수를 받는 상품과 유통하는 상품이 다르다는 겁니다. 정량을 넣은 샘플로 검사를 받고 통관을 한 뒤 내용량이 부족한, 즉 물코팅으로 중량을 늘린 제품을 유통시킨다는 거였습니다. 물코팅은 수입업체에서 수출업체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업체와 검사기관 사이의 유착 관계를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물코팅으로 중량을 속이지 않으면 시장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만큼 '물코팅'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식약처의 단속이 조금 더 강화되면 수산물 유통시장이 조금 더 건전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검사에서 내용량 부족으로 보완지시한 냉동수산물은 검사건수 대비 1.1%에 불과합니다. 새우는 3천2백여 건을 검사해 0.5%인 18건만 문제가 발견됐다고 돼 있습니다. 제작진이 무작위로 시험해 본 결과와는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주부인 제가 그렇듯이 대부분 소비자들은 포장의 표시사항을 보고 물건을 구입합니다. 내용량이 250그램으로 표시된 새우살이 냉동상태에서 300그램씩 나가면 기분좋게 삽니다. 실제 새우살은 220그램 밖에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말입니다. 양심을 속이기 어려웠다는 수입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비자들도 가정이나 업소에서 얼음막을 벗겨내고 실제 중량을 한 번씩 확인해봤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된 물건을 샀는지, 좋은 물건을 납품받고 있는지..." 믿을 곳은 소비자의 날카로운 눈과 선택밖에 없다는 자조였습니다. 식약처의 허술한 관리감독 속에서 중량 미달 '물 코팅' 새우는 오늘도 시장에서 그리고 마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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