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화려한 로스쿨…왜 ‘미생’까지 될까?

입력 2015.08.18 (16:46) 수정 2015.08.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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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시장 안팎이 국회의원 자녀들의 취업청탁 의혹으로 시끄럽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각각 로스쿨 출신 자녀들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는 명명백백한 사실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취업 청탁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이 정말로 그렇게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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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 허덕이는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

로스쿨의 시작은 화려했다. 기존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를 없애고, 다양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9년 출범 이후 올해로 6년째. 로스쿨은 허덕이고 있다. 졸업생들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취업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덩달아 변호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지난해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모두 138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로스쿨 정원 2000명 대비 취업률은 69%에 머문다. 나머지 31%는 변호사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거나, 통과 후에도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떨어지는 낙엽떨어지는 낙엽


◆ 변호사 수 급증에 몸값 하락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변호사 자격증은 '부와 명예'의 지름길로 여겨졌다. 공직에 입문하면 5급(사무관)을 보장받았고, 대기업에서는 앞다퉈 임원급으로 '모셔'갔다.

지금은 다르다. 매년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만 1500명이 시장에 쏟아진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2006년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 9월 2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자 법조계는 사건 수임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주요 로펌들은 로스쿨 여름·겨울방학에 실무 인턴을 채용하는데 매년 5월 중에 인턴 지원을 받는다. 대형 로펌의 인턴 모집 경쟁률은 100 대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 인턴 경력이 사실상 채용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로스쿨 재학생들에겐 취업이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변호사 몸값은 추풍낙엽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변호사는 행정 및 감사 직류 6급으로 근무하게 된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변호사 5급 채용'은 옛말일 뿐이다. 올 초 대구시청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2명을 6급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변호사를 7급으로 경력 채용했다.

◆ 로스쿨 변호사 ‘미생’ 선택하기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 대기업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일반 경력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법무팀이 아니라 마케팅, 영업 등 실무 부서에 배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졸업생 중에는 정규직을 포기하고 일반 계약직 직원으로 취업하는 '미생'의 삶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전북 익산시가 변호사 자격을 갖춘 계장급 계약직 직원 1명을 공개 모집한 결과 10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응시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난을 나타내는 단면이다.

상황이 이렇자 로스쿨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 응시해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의 올해 응시자 수는 8246명으로 지난해(8788명)보다 6.17%(542명) 감소했다. 연간 1500만 원이 넘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수료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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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8 16:46:20
    • 수정2015-08-18 21: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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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시장 안팎이 국회의원 자녀들의 취업청탁 의혹으로 시끄럽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각각 로스쿨 출신 자녀들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는 명명백백한 사실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취업 청탁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이 정말로 그렇게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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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 허덕이는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

로스쿨의 시작은 화려했다. 기존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를 없애고, 다양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9년 출범 이후 올해로 6년째. 로스쿨은 허덕이고 있다. 졸업생들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취업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덩달아 변호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지난해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모두 138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로스쿨 정원 2000명 대비 취업률은 69%에 머문다. 나머지 31%는 변호사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거나, 통과 후에도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떨어지는 낙엽


◆ 변호사 수 급증에 몸값 하락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변호사 자격증은 '부와 명예'의 지름길로 여겨졌다. 공직에 입문하면 5급(사무관)을 보장받았고, 대기업에서는 앞다퉈 임원급으로 '모셔'갔다.

지금은 다르다. 매년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만 1500명이 시장에 쏟아진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2006년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 9월 2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자 법조계는 사건 수임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주요 로펌들은 로스쿨 여름·겨울방학에 실무 인턴을 채용하는데 매년 5월 중에 인턴 지원을 받는다. 대형 로펌의 인턴 모집 경쟁률은 100 대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 인턴 경력이 사실상 채용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로스쿨 재학생들에겐 취업이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변호사 몸값은 추풍낙엽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변호사는 행정 및 감사 직류 6급으로 근무하게 된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변호사 5급 채용'은 옛말일 뿐이다. 올 초 대구시청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2명을 6급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변호사를 7급으로 경력 채용했다.

◆ 로스쿨 변호사 ‘미생’ 선택하기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 대기업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일반 경력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법무팀이 아니라 마케팅, 영업 등 실무 부서에 배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졸업생 중에는 정규직을 포기하고 일반 계약직 직원으로 취업하는 '미생'의 삶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전북 익산시가 변호사 자격을 갖춘 계장급 계약직 직원 1명을 공개 모집한 결과 10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응시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난을 나타내는 단면이다.

상황이 이렇자 로스쿨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 응시해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의 올해 응시자 수는 8246명으로 지난해(8788명)보다 6.17%(542명) 감소했다. 연간 1500만 원이 넘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수료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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