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땅굴 파고 송유관 절도…사상 최대 규모

입력 2015.08.28 (08:28) 수정 2015.08.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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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멘트>

기름 도둑들이 있습니다.

한 두통 훔쳐가는 좀도둑이 아니라, 아예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통째로 기름을 빼가는 간 큰 기름 도둑들입니다.

이들은 땅속에 묻힌 송유관에 구멍을 내기 위해 삽과 곡괭이를 동원해 땅굴을 파내려 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훔쳐간 기름이 무려 450만 리터, 시가로 따지면 80억 원 어치가 넘는다는데 검거 사례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에 있는 주유소입니다.

영업을 마친 밤늦은 시간.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하나 둘 주유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다시 주유소를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지난해 2월부터,, 인적이 끊긴 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의문의 사람들.

이들은 누구고, 대체 이 야심한 시간 주유소 안에서 무얼 하고 나오는 걸까?

문제의 주유소를 경찰이 급습했습니다.

직원들이 머무는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수상한 옷장.

옷장 문을 열자, 뜻밖에도 바닥에 구멍이 뻥 뚫려있습니다.

마치 비밀 통로 같은 구멍.

아래로 연결된 사다리까지 보입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이번엔 어른 한 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의 땅굴이 나옵니다.

"여기서 흙을 어디로 퍼 올렸지? (저 뒤에 가니까 흙더미 있더라고요.)"

좁다란 지하 땅굴은 10미터 길이로 뚫려 있습니다.

이 땅굴의 종착지는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송유관이) 보통 깊이가 2미터 50센터미터 정도에 매설돼 있다는 부분을 알고 있었고. 그 깊이에 따라 파고 들어간 것이죠."

이들은 송유관의 기름을 훔치기 위해, 전문 땅굴 기술자들을 동원해 은밀하게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업에 걸린 시간만 무려 넉 달.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땅굴은) 몇 명이서 작업을 했고요. 삽과 곡괭이 그리고 해머 등을 이용해서 무너지지 않게 지지를 대고 터널을 파고 들어갔습니다. (2014년) 2월 중순 이후부터 거의 5월 말까지니까 약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집념의 땅굴 공사는 인근 주민들은 물론, 주유소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됐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당시 주유소 있을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 그런 것 없었죠. 있었으면 벌써 신고 했겠죠. 수상한 사람들이 영업 중에 왔다갔다 하면 금방 아니까."

이렇게 빼내진 송유관 기름은 일부는 이 주유소에서 직접 판매되고, 일부는 외부에 팔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주유소 탱크 용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름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는 저유소를 운영하는 그런 사람들한테 판매하기도 하고."

그런데, 정확한 송유관의 매설 위치와, 전문적인 지하 땅굴 공사, 그리고 여기에 드는 수억 원의 비용까지.

경찰은 이런 걸 하려면, 전문적인 노하우와 조직을 갖춘 이른바 ‘배후 세력’이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주유소를 임대할 때도 자본이 필요하니까 그런 자본을 대고 범행을 총괄하는 총책 격 피의자가 따로 있고, 땅굴을 파는 굴착 기술자, 송유관을 뚫는 천공 기술자가 있고요. 굉장히 치밀하게 구성된 그런 조직입니다."

경찰은 검거된 공범의 휴대 전화를 추적해, 송유관 기름 절도를 총괄한 40대 남성 박 모 씨를 등 일당 스무 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경기도와 인천, 경북과 전남 등 전국을 돌며 송유관의 기름을 훔쳐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년여 동안 훔친 기름의 양이 무려 450만 리터, 시가로 따지면 81억 원어치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주유소 임대조직 같은 경우는 총 7개 장소에서 범행을 했고요. 수법은 거의 비슷해요. 단속을 해도 쉽게 알아볼 수 없게 그런 수법으로 땅굴을 팠고요."

그렇게 주범과 일당이 검거 되면서 일단락이 되는 듯 했던, 송유관 절도 사건.

그런데, 공짜 기름을 노리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한 지역에서 분명히 범행 확인해서 폐쇄 조치했는데도 또 (기름이) 새고 있는 거예요. 또 새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니까 또 다른 피의자 일당이 있구나."

이번엔 건축자재 등을 쌓아두는 도로변 공터였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봤을때 송유관의 기름을 빼돌릴만한 시설은 바로 눈에 띄지 않는데요,

하지만 경찰이 의심한건, 늦은 밤 시간, 별다른 일도 없이 이곳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량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봤더니 그 지역에 (부지) 임차하는 데가 많더라고요. 한 달을 살펴보니까 이 대형 화물차가 밤에만 움직이드라 이것이죠. 그래서 이상하다."

수상한 화물차량이 밤마다 들렀다 가는 곳은, 공터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컨테이너였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좀 이상하다고는 느꼈어요. 그냥 컨테이너 같으면 환하게 창문 보이게 하는데 선팅을 해놔서 아예 안 보여요. 저녁때 되면 몇 명이 더 와 있어요."

컨테이너 안을 덮쳤더니, 아니나 다를까, 철제 바닥이 뻥 뚫린 채, 땅속으로 구멍이 나 있습니다.

이게 대체 어디로 연결돼 있는 건지 따라가봤는데요,

10미터 정도를 이동하자, 무언가 금속으로 된 땅속 매설 설비가 나타납니다.

바로 송유관입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공터, 주차장 이곳에 유조차가가 드나들면 의심받지 않습니까. 그것을 피하려고 그런 곳에 흔히 주차하는 대형 화물차인 것처럼 대형 화물차를 개조해서…."

경찰 조사 결과, 컨테이너를 사용한 김 모 씨 일당 역시,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송유관에 구멍을 내 13만 리터의 기름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기름 누출 시) 수사기관이 수사에 들어가면 가장 노출 될 수 있는 것이 주유소가 많이 노출이 되거든요. 그래서..."

지하 송유관을 노리는 대범한 땅굴 절도단.

경찰은 이들 2개 조직 16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1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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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땅굴 파고 송유관 절도…사상 최대 규모
    • 입력 2015-08-28 08:32:03
    • 수정2015-08-28 09: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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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멘트>

기름 도둑들이 있습니다.

한 두통 훔쳐가는 좀도둑이 아니라, 아예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통째로 기름을 빼가는 간 큰 기름 도둑들입니다.

이들은 땅속에 묻힌 송유관에 구멍을 내기 위해 삽과 곡괭이를 동원해 땅굴을 파내려 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훔쳐간 기름이 무려 450만 리터, 시가로 따지면 80억 원 어치가 넘는다는데 검거 사례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에 있는 주유소입니다.

영업을 마친 밤늦은 시간.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하나 둘 주유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다시 주유소를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지난해 2월부터,, 인적이 끊긴 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의문의 사람들.

이들은 누구고, 대체 이 야심한 시간 주유소 안에서 무얼 하고 나오는 걸까?

문제의 주유소를 경찰이 급습했습니다.

직원들이 머무는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수상한 옷장.

옷장 문을 열자, 뜻밖에도 바닥에 구멍이 뻥 뚫려있습니다.

마치 비밀 통로 같은 구멍.

아래로 연결된 사다리까지 보입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이번엔 어른 한 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의 땅굴이 나옵니다.

"여기서 흙을 어디로 퍼 올렸지? (저 뒤에 가니까 흙더미 있더라고요.)"

좁다란 지하 땅굴은 10미터 길이로 뚫려 있습니다.

이 땅굴의 종착지는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송유관이) 보통 깊이가 2미터 50센터미터 정도에 매설돼 있다는 부분을 알고 있었고. 그 깊이에 따라 파고 들어간 것이죠."

이들은 송유관의 기름을 훔치기 위해, 전문 땅굴 기술자들을 동원해 은밀하게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업에 걸린 시간만 무려 넉 달.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땅굴은) 몇 명이서 작업을 했고요. 삽과 곡괭이 그리고 해머 등을 이용해서 무너지지 않게 지지를 대고 터널을 파고 들어갔습니다. (2014년) 2월 중순 이후부터 거의 5월 말까지니까 약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집념의 땅굴 공사는 인근 주민들은 물론, 주유소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됐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당시 주유소 있을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 그런 것 없었죠. 있었으면 벌써 신고 했겠죠. 수상한 사람들이 영업 중에 왔다갔다 하면 금방 아니까."

이렇게 빼내진 송유관 기름은 일부는 이 주유소에서 직접 판매되고, 일부는 외부에 팔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주유소 탱크 용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름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는 저유소를 운영하는 그런 사람들한테 판매하기도 하고."

그런데, 정확한 송유관의 매설 위치와, 전문적인 지하 땅굴 공사, 그리고 여기에 드는 수억 원의 비용까지.

경찰은 이런 걸 하려면, 전문적인 노하우와 조직을 갖춘 이른바 ‘배후 세력’이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주유소를 임대할 때도 자본이 필요하니까 그런 자본을 대고 범행을 총괄하는 총책 격 피의자가 따로 있고, 땅굴을 파는 굴착 기술자, 송유관을 뚫는 천공 기술자가 있고요. 굉장히 치밀하게 구성된 그런 조직입니다."

경찰은 검거된 공범의 휴대 전화를 추적해, 송유관 기름 절도를 총괄한 40대 남성 박 모 씨를 등 일당 스무 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경기도와 인천, 경북과 전남 등 전국을 돌며 송유관의 기름을 훔쳐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년여 동안 훔친 기름의 양이 무려 450만 리터, 시가로 따지면 81억 원어치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주유소 임대조직 같은 경우는 총 7개 장소에서 범행을 했고요. 수법은 거의 비슷해요. 단속을 해도 쉽게 알아볼 수 없게 그런 수법으로 땅굴을 팠고요."

그렇게 주범과 일당이 검거 되면서 일단락이 되는 듯 했던, 송유관 절도 사건.

그런데, 공짜 기름을 노리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한 지역에서 분명히 범행 확인해서 폐쇄 조치했는데도 또 (기름이) 새고 있는 거예요. 또 새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니까 또 다른 피의자 일당이 있구나."

이번엔 건축자재 등을 쌓아두는 도로변 공터였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봤을때 송유관의 기름을 빼돌릴만한 시설은 바로 눈에 띄지 않는데요,

하지만 경찰이 의심한건, 늦은 밤 시간, 별다른 일도 없이 이곳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량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봤더니 그 지역에 (부지) 임차하는 데가 많더라고요. 한 달을 살펴보니까 이 대형 화물차가 밤에만 움직이드라 이것이죠. 그래서 이상하다."

수상한 화물차량이 밤마다 들렀다 가는 곳은, 공터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컨테이너였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좀 이상하다고는 느꼈어요. 그냥 컨테이너 같으면 환하게 창문 보이게 하는데 선팅을 해놔서 아예 안 보여요. 저녁때 되면 몇 명이 더 와 있어요."

컨테이너 안을 덮쳤더니, 아니나 다를까, 철제 바닥이 뻥 뚫린 채, 땅속으로 구멍이 나 있습니다.

이게 대체 어디로 연결돼 있는 건지 따라가봤는데요,

10미터 정도를 이동하자, 무언가 금속으로 된 땅속 매설 설비가 나타납니다.

바로 송유관입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공터, 주차장 이곳에 유조차가가 드나들면 의심받지 않습니까. 그것을 피하려고 그런 곳에 흔히 주차하는 대형 화물차인 것처럼 대형 화물차를 개조해서…."

경찰 조사 결과, 컨테이너를 사용한 김 모 씨 일당 역시,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송유관에 구멍을 내 13만 리터의 기름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고혁수(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장) : "(기름 누출 시) 수사기관이 수사에 들어가면 가장 노출 될 수 있는 것이 주유소가 많이 노출이 되거든요. 그래서..."

지하 송유관을 노리는 대범한 땅굴 절도단.

경찰은 이들 2개 조직 16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1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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