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훔치기 중독”…옷 500벌 훔친 주부 검거

입력 2015.08.31 (08:31) 수정 2015.08.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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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여러 개의 자루가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안에 들어 있는 건, 다양한 종류의 의류입니다.

그런데 좀 뜻밖인 건 이게 바자회나 벼룩시장에 내놓을 옷가지가 아니라, 모두 백화점에서 한 주부가 훔친 물건이라고 합니다.

무려 500여 벌에 이르는데요, 훔치는 것도 훔치는 거지만, 이렇게 많은 옷을 대체 어디다 쓰려 한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끊기 힘든 ‘도벽’에 시달렸다는 한 주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포트>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의 한 번화가.

지난 16일, 한 백화점 매장에서 촬영된 CCTV입니다.

진열대에서 이리저리 옷을 둘러보는 중년의 여성.

티셔츠를 판매대 위에 펼쳐 놓고는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그리고는 마음에 들지 않은지,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데요,

조금 뒤, 다시 같은 매장에 나타난 여성.

이번에도 이 옷 저 옷 골라 보더니, 또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평범한 손님과 옷가게.

영상에 별다른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놀랍게도 절도 장면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오른손으로 옷을 펼쳐 보면서 왼손에 가방하고 겉옷 같은 것으로 가리면서 밑에 있는 옷을 빼는 거죠."

대체 어떻게 옷을 훔치는 건지, 다시 한번 영상을 돌려 보겠습니다.

티셔츠를 펼쳐 놓고 옷을 고르는 듯한 여성.

그런데, 주목해 봐야 할 건 옷을 만지는 오른손이 아니라, 가방을 들고 있는 왼손입니다.

옷을 고르는 척 진열대에 가까이 붙더니, 순간 힘을 주어, 무언가를 빼내는 장면.

티셔츠와 왼손에 들고 있던 가방으로 시야를 살짝 가린 다음, 아래에 쌓여 있던 옷을 순식간에 빼내는 겁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평범한 수법도 아니고 조금 전문적이라는 판단이 서고요.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것을 보고 의류 절도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보고도 잘 믿어지지가 않는 능숙한 절도 장면.

여성은 20분 쯤 뒤 같은 매장에 나타나, 또 다른 옷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피해 매장 (음성변조) 저희는 분실된 지를 몰랐었다가……. 잘 나가는 상품인데 재고를 확인하다가 그 상품이 없었는데 그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 이번에 ‘이 사람이 갖고 갔구나.’를 알게 된 거죠.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옷을 훔치는 중년의 여성.

용의자의 꼬리가 잡히게 된 건, 정말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인철(경사/부산 중부경찰서 형사 1팀) : "(백화점에 갔는데) 3년 전 제가 잡았던 피의자가 있더라고요. 낯이 익은 사람이 같은 동작으로 훔치는 걸 보고 직감적으로 생각이 들더라고요."

백화점에서 옷을 훔치다 마침 과거 자신을 검거했던 경찰관의 눈에 띄어, 현행범으로 체포가 된 용의자.

당시 용의자의 가방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옷 7벌, 시가 80만 원 어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그날도 피의자가 옷 매장 진열대에 있는 옷을 자기 가방에 넣고 계산하지도 않고 가는 것을 저희 형사가 발견을 했습니다. 절취한 것을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경찰서로 연행된 피의자는 40대 주부 박 모 씨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질문에 답을 하던 박 씨가 조금 뒤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사실, 자신이 훔친 옷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집에 제가 훔친 옷이 몇 벌 더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주인한테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박 씨와 함께 집으로 간 경찰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훔친 옷이 들어 있다는 장롱.

그 안에는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 옷이 정말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중부경찰서 형사1팀) : "집에 가서 보니까 옷이 몇 벌이 더 있는데 장롱을 열어 보니까 몇 벌이 아니고 몇백 벌이 더 있었던 것이죠. 가격표 떼지 않고 새것 같은 이런 것을 자기가 훔친 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경찰이 세어 본 옷은 무려 5백 벌에 이르렀습니다.

커다란 포대 자루에 꽉 채워서 9개.

액수로 따져보니 4천만 원 어치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피의자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주말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기분 전환 겸 쇼핑을 가서 많게는 3, 4벌도 적게는 1, 2벌 이런 식으로 이런 방법으로 한 3년 간 200여차례 걸쳐서 한 500여 벌을 훔쳤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 씨는 대체 이렇게 많은 옷을 훔쳐 어디에 쓰려고 한 걸까?

<인터뷰> 박경용 팀장 / 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경제적으로 좀 어렵고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았답니다. 그래서 주말에 기분전환 겸 쇼핑을 하러 가게 됐는데 옷 구경을 하다 보니까 한번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남편의 실직, 그리고 이어진 경제적 어려움.

처음엔 울적한 마음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절도가 나중엔 끊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했습니다.

박 씨의 얘기를 직접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처음에는 맨날 채권자들이 집에 찾아오고 하다 보니까 밖을 나가 그쪽(백화점)으로 발길을 많이 돌렸거든요. 무기력하고 처지고 우울하고 항상 아침에 눈 뜨기 싫고 그랬었는데 그런 거(절도) 하면 조금……. (하는 동안에는 덜 해졌어요?) 네."

입거나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훔치기 위해 훔쳤다는 박 씨.

별 필요도 없는 옷가지가 장롱마다 한 가득 차들어가도, 박 씨의 절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전화 인터뷰> 김태형(소장/심리연구소) : "중독이라고 봐야 하겠죠. 중독이 보통 똑같은 구조가 뭐냐 하면 그것을 할 때는 굉장히 즐겁거든요. 도벽 같은 경우 도둑질을 하고 난 다음에는 되게 고통스럽잖아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실 또 어떻게 보면 빨리 다시 도둑질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경찰은 박씨를 상습 절도 혐의로 입건하고, 압수한 도난 의류는 모두 백화점에 되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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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훔치기 중독”…옷 500벌 훔친 주부 검거
    • 입력 2015-08-31 08:34:37
    • 수정2015-08-31 09: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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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여러 개의 자루가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안에 들어 있는 건, 다양한 종류의 의류입니다.

그런데 좀 뜻밖인 건 이게 바자회나 벼룩시장에 내놓을 옷가지가 아니라, 모두 백화점에서 한 주부가 훔친 물건이라고 합니다.

무려 500여 벌에 이르는데요, 훔치는 것도 훔치는 거지만, 이렇게 많은 옷을 대체 어디다 쓰려 한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끊기 힘든 ‘도벽’에 시달렸다는 한 주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포트>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의 한 번화가.

지난 16일, 한 백화점 매장에서 촬영된 CCTV입니다.

진열대에서 이리저리 옷을 둘러보는 중년의 여성.

티셔츠를 판매대 위에 펼쳐 놓고는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그리고는 마음에 들지 않은지,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데요,

조금 뒤, 다시 같은 매장에 나타난 여성.

이번에도 이 옷 저 옷 골라 보더니, 또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평범한 손님과 옷가게.

영상에 별다른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놀랍게도 절도 장면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오른손으로 옷을 펼쳐 보면서 왼손에 가방하고 겉옷 같은 것으로 가리면서 밑에 있는 옷을 빼는 거죠."

대체 어떻게 옷을 훔치는 건지, 다시 한번 영상을 돌려 보겠습니다.

티셔츠를 펼쳐 놓고 옷을 고르는 듯한 여성.

그런데, 주목해 봐야 할 건 옷을 만지는 오른손이 아니라, 가방을 들고 있는 왼손입니다.

옷을 고르는 척 진열대에 가까이 붙더니, 순간 힘을 주어, 무언가를 빼내는 장면.

티셔츠와 왼손에 들고 있던 가방으로 시야를 살짝 가린 다음, 아래에 쌓여 있던 옷을 순식간에 빼내는 겁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평범한 수법도 아니고 조금 전문적이라는 판단이 서고요.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것을 보고 의류 절도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보고도 잘 믿어지지가 않는 능숙한 절도 장면.

여성은 20분 쯤 뒤 같은 매장에 나타나, 또 다른 옷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피해 매장 (음성변조) 저희는 분실된 지를 몰랐었다가……. 잘 나가는 상품인데 재고를 확인하다가 그 상품이 없었는데 그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 이번에 ‘이 사람이 갖고 갔구나.’를 알게 된 거죠.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옷을 훔치는 중년의 여성.

용의자의 꼬리가 잡히게 된 건, 정말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인철(경사/부산 중부경찰서 형사 1팀) : "(백화점에 갔는데) 3년 전 제가 잡았던 피의자가 있더라고요. 낯이 익은 사람이 같은 동작으로 훔치는 걸 보고 직감적으로 생각이 들더라고요."

백화점에서 옷을 훔치다 마침 과거 자신을 검거했던 경찰관의 눈에 띄어, 현행범으로 체포가 된 용의자.

당시 용의자의 가방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옷 7벌, 시가 80만 원 어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그날도 피의자가 옷 매장 진열대에 있는 옷을 자기 가방에 넣고 계산하지도 않고 가는 것을 저희 형사가 발견을 했습니다. 절취한 것을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경찰서로 연행된 피의자는 40대 주부 박 모 씨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질문에 답을 하던 박 씨가 조금 뒤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사실, 자신이 훔친 옷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집에 제가 훔친 옷이 몇 벌 더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주인한테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박 씨와 함께 집으로 간 경찰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훔친 옷이 들어 있다는 장롱.

그 안에는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 옷이 정말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중부경찰서 형사1팀) : "집에 가서 보니까 옷이 몇 벌이 더 있는데 장롱을 열어 보니까 몇 벌이 아니고 몇백 벌이 더 있었던 것이죠. 가격표 떼지 않고 새것 같은 이런 것을 자기가 훔친 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경찰이 세어 본 옷은 무려 5백 벌에 이르렀습니다.

커다란 포대 자루에 꽉 채워서 9개.

액수로 따져보니 4천만 원 어치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경용(팀장/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 "피의자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주말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기분 전환 겸 쇼핑을 가서 많게는 3, 4벌도 적게는 1, 2벌 이런 식으로 이런 방법으로 한 3년 간 200여차례 걸쳐서 한 500여 벌을 훔쳤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 씨는 대체 이렇게 많은 옷을 훔쳐 어디에 쓰려고 한 걸까?

<인터뷰> 박경용 팀장 / 부산 중부경찰서 형사1팀 경제적으로 좀 어렵고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았답니다. 그래서 주말에 기분전환 겸 쇼핑을 하러 가게 됐는데 옷 구경을 하다 보니까 한번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남편의 실직, 그리고 이어진 경제적 어려움.

처음엔 울적한 마음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절도가 나중엔 끊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했습니다.

박 씨의 얘기를 직접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처음에는 맨날 채권자들이 집에 찾아오고 하다 보니까 밖을 나가 그쪽(백화점)으로 발길을 많이 돌렸거든요. 무기력하고 처지고 우울하고 항상 아침에 눈 뜨기 싫고 그랬었는데 그런 거(절도) 하면 조금……. (하는 동안에는 덜 해졌어요?) 네."

입거나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훔치기 위해 훔쳤다는 박 씨.

별 필요도 없는 옷가지가 장롱마다 한 가득 차들어가도, 박 씨의 절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전화 인터뷰> 김태형(소장/심리연구소) : "중독이라고 봐야 하겠죠. 중독이 보통 똑같은 구조가 뭐냐 하면 그것을 할 때는 굉장히 즐겁거든요. 도벽 같은 경우 도둑질을 하고 난 다음에는 되게 고통스럽잖아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실 또 어떻게 보면 빨리 다시 도둑질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경찰은 박씨를 상습 절도 혐의로 입건하고, 압수한 도난 의류는 모두 백화점에 되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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