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해외는 ‘씽씽’ 국내는 30㎞…왜 그럴까?

입력 2015.09.13 (00:01) 수정 2015.09.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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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포 2세인 박성준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불만이다.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쓰는데 요금소마다 일단 속도를 줄여야 하니 불편하죠. 그 때문에 정체도 심해지는 것 같아요."

미국은 1991년부터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 'EZ-pass'를 사용하고 있다. 관문처럼 생긴 리더기를 지나면 자동으로 과금이 된다. 운전자는 차량 안에 단말기만 두면 된다. 우리나라 처럼 단일차로(차선마다 개별 요금소가 있는 식)가 아니라, 다차로(전체 차선을 한 번에 관리)이기 때문에 속도를 줄일 필요도 없다.

박씨는 "왜 한국도 하이패스를 도입할 때 미국처럼 다차로로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왜 굳이 단일차로를 선택해 지금처럼 속도 제한이 있게끔 한 것일까. 우리와 해외의 고속도로 요금 시스템은 무엇이 다른지 알아봤다.

◆ 2007년 하이패스 도입…기술미흡 한계

호주 다차로호주 다차로

▲ 호주 GO-via(다차로)-전자요금징수시스템


우리나라는 2000년 시범 도입을 거쳐 2007년 하이패스를 전면 도입했다.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전자요금징수시스템(ETCS)의 일종이다. ETCS는 나라마다 명칭이 다른데, 미국은 'EZ-pass(다차로)', 싱가포르는 'ERP(다차로)',일본은 ETC(단일차로), 호주는 'GO-via(다차로)'라 칭한다.

2007년 도입 때 우리나라는 지금의 모습과 같은 단일차로 방식 하이패스 요금소를 선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기술적 문제였다. 당시 기술로는 여러 차선에서 한 번에 들어오는 하이패스 단말기들을 인식하기 어려웠던 것.

김상록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기술이 미비했던 게 가장 컸다. 다차로를 선택하면 모든 차선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차량들의 정보를 처리해야 했는데 당시로선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는 우리나라에 폐쇄식(도로 입구와 출구, 모두 2개 요금소가 존재) 고속도로가 많다는 점과도 연관됐다. 다차로를 적용한 미국, 싱가포르 등은 모두 개방식(도로 가운데 요금소가 1개만 존재) 도로였다. 개방식은 단말기 인식을 한 번만 하면 됐지만, 폐쇄식은 2번으로 나눠 인식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기술력이 더 필요했다.

도로공사 측은 "2007년 당시 해외 기술을 들여왔다면 개방식 고속도로에는 다차로 하이패스를 설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해도 폐쇄식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니, 결국 반쪽에 불과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 사고 막기위해 2010년 속도제한 고시


[연관 기사]

☞ [뉴스광장] 잇단 하이패스 오진입, 대형사고 ‘위험’


우리나라 하이패스 차로의 폭은 3m가량에 불과하다.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요금소를 지나가려다 번번이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경찰청은 2010년 하이패스 차선 속도를 30km로 제한하는 고시를 냈다. 운전자들은 속도제한이 지나치다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제한속도제한속도


당시 경찰청은 "하이패스 요금소를 통과할 때는 좌우의 시설 등으로 인해 노폭이 좁아져 본선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 소위 '스마트톨링'이라 불리는 차세대 요금징수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다차로 방식인데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든 없든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말기가 없는 차량은 번호판을 자동 인식해 고지서를 발부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부터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단'이란 이름으로 민간과 함께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오는 11월 관계기관·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쯤 운용 방식 등을 정한 밑그림이 나올 예정"이라며 "폐쇄식 도로에 다차로 방식 요금징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건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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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9-13 15:54:57
    경제
미국 교포 2세인 박성준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불만이다.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쓰는데 요금소마다 일단 속도를 줄여야 하니 불편하죠. 그 때문에 정체도 심해지는 것 같아요."

미국은 1991년부터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 'EZ-pass'를 사용하고 있다. 관문처럼 생긴 리더기를 지나면 자동으로 과금이 된다. 운전자는 차량 안에 단말기만 두면 된다. 우리나라 처럼 단일차로(차선마다 개별 요금소가 있는 식)가 아니라, 다차로(전체 차선을 한 번에 관리)이기 때문에 속도를 줄일 필요도 없다.

박씨는 "왜 한국도 하이패스를 도입할 때 미국처럼 다차로로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왜 굳이 단일차로를 선택해 지금처럼 속도 제한이 있게끔 한 것일까. 우리와 해외의 고속도로 요금 시스템은 무엇이 다른지 알아봤다.

◆ 2007년 하이패스 도입…기술미흡 한계

호주 다차로
▲ 호주 GO-via(다차로)-전자요금징수시스템


우리나라는 2000년 시범 도입을 거쳐 2007년 하이패스를 전면 도입했다.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전자요금징수시스템(ETCS)의 일종이다. ETCS는 나라마다 명칭이 다른데, 미국은 'EZ-pass(다차로)', 싱가포르는 'ERP(다차로)',일본은 ETC(단일차로), 호주는 'GO-via(다차로)'라 칭한다.

2007년 도입 때 우리나라는 지금의 모습과 같은 단일차로 방식 하이패스 요금소를 선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기술적 문제였다. 당시 기술로는 여러 차선에서 한 번에 들어오는 하이패스 단말기들을 인식하기 어려웠던 것.

김상록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기술이 미비했던 게 가장 컸다. 다차로를 선택하면 모든 차선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차량들의 정보를 처리해야 했는데 당시로선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는 우리나라에 폐쇄식(도로 입구와 출구, 모두 2개 요금소가 존재) 고속도로가 많다는 점과도 연관됐다. 다차로를 적용한 미국, 싱가포르 등은 모두 개방식(도로 가운데 요금소가 1개만 존재) 도로였다. 개방식은 단말기 인식을 한 번만 하면 됐지만, 폐쇄식은 2번으로 나눠 인식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기술력이 더 필요했다.

도로공사 측은 "2007년 당시 해외 기술을 들여왔다면 개방식 고속도로에는 다차로 하이패스를 설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해도 폐쇄식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니, 결국 반쪽에 불과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 사고 막기위해 2010년 속도제한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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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속도


당시 경찰청은 "하이패스 요금소를 통과할 때는 좌우의 시설 등으로 인해 노폭이 좁아져 본선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 소위 '스마트톨링'이라 불리는 차세대 요금징수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다차로 방식인데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든 없든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말기가 없는 차량은 번호판을 자동 인식해 고지서를 발부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부터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단'이란 이름으로 민간과 함께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오는 11월 관계기관·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쯤 운용 방식 등을 정한 밑그림이 나올 예정"이라며 "폐쇄식 도로에 다차로 방식 요금징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건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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