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트로트 연간 4,000곡 발표…‘대박’ 꿈꾸는 가수들

입력 2015.09.13 (18:02) 수정 2015.09.14 (00: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중가요 장르 가운데 트로트 장르에서 발표되는 새 앨범은 해마다 500장이 넘습니다. 음반산업협회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것을 곡으로 환산하면 4,000~5,000곡 사이입니다. 취재파일 K팀은 이런 통계를 접한 뒤 과연 앨범을 내는 신인 트로트 가수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과 녹음을 하는지, 또 기성 가수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음악계 현실 대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최호최호


■ 쏟아지는 트로트 신인 가수들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들, 기획사 없는 신인 가수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홍대 인근에선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코인 노래방'에서 연습하는 가수 지망생, 매니저 없이 연습과 일정을 소화하는 신인 가수를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었습니다.

31살인 최 호씨는 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트로트 가수 지망생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최 씨는 2 달전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10년 전부터 꿈꿔오던 트로트 앨범을 준비하기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소속된 기획사가 없어서 인디 밴드들 처럼 '나홀로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속사도 없고 연습할 곳도 마땅치 않은 최호 씨는 노래 연습을 위해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코인 노래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제작사와 회의를 위해 동선을 짤 때에도 돈을 아끼기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최호 인터뷰최호 인터뷰


"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서 행사도, 첫 데뷔 무대도 하고 했지만 사실 수입은 아직 0원이지요." (최호 씨 인터뷰 중에서)

앨범 준비과정에 고생을 하고 꿈꾸던 음반을 내더라도 성공의 길은 멀기만 합니다.트로트 앨범을 최근 발표한 신인 가수 류청우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홍대 인근 연습실을 시간 날때 마다 빌려 연습을 하고 있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아직 많지 않아 뚜렷한 수입은 없다고 말합니다. 유명 가수가 아닌 이상 신인가수의 앨범의 판매 수입은 가수 1명이 먹고 생활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트로트 오디션에 참가해 1000 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 류청우씨는 현재 자신의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신인 류청우신인 류청우


"예전에 제가 일하면서 벌었던 돈을 저금해 둔 것을 생활비로 쓰고 있지요. 대부분의 신인 가수가 이렇게 생활하거나 저보다 사정이 않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도 매니저가 연습하다 보면 와서 도와주고 하는 편이니까 좀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할지...."(류청우씨 인터뷰 중에서)

조정민 노래조정민 노래


조영남, 윤형주,김세환씨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함께 서는 30살 조정민씨도 2년 전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데뷔한 장르와 무관하게 활동을 폭을 리듬앤블루스와 포크 송 등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조 씨는 20대 초반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가 잠시 장르를 리듬앤블루스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어 트로트로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새로 앨범을 낸 트로트 가수로는 드물게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지만, 아직도 수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당장 큰 수입이 생기는 트로트 무대 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방송 출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획사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찰리박 인터뷰찰리박 인터뷰


■ 돈벌이에 급급…‘행사용’ 가수에만 투자

아이돌 그룹인 아들 전진씨 덕분에 유명세를 탄 가수 찰리 박씨를 최근 만났습니다.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앨범 표지에 사용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환갑의 나이지만, 7년 만에 새로 발표할 트로트 앨범준비로 들뜬 모습이었습니다.머리 스타일과 의상, 신발은 모두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찰리 박씨는 3년 전 건강이 악화되면서 한동안 가수 활동을 접었지만 트로트와 춤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해마다 많을때는 5백 장의 앨범이 발표되는 트로트 가요 시장에는 이처럼 기성 가수들의 앨범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 방송 심의 신청곡 1만 4000곡 가운데 트로트 장르가 4000여 곡으로 1위입니다. 2위인 발라드 2,300여 곡,3위인 댄스 1,600여 곡 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이런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에는 트로트 전문 잡지도 창간됐습니다. 한 기획사에서 트로트의 시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입니다. 한때 중장년 층만 즐기던 트로트 팬들의 연령층도 최근에는 한층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박현빈 인터뷰박현빈 인터뷰


박자가 빠른 트로트, 이른바 '세미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가수 박현빈씨. 박씨 노래는 직설적인 가사, 빠른 템포로 트로트 팬층을 20대, 10대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트로트계의 중견으로 불리는 박현빈씨는 최근 대형 트로트 기획사가 문을 닫으면서, 장기적으로 가수와 작곡자를 키우는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가수 본인이 노래하고 본인이 사장이 되는 그런 경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매니저 없이 혼자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는 대형 기획사의 혜택을 본 것 같은데요. 물론 이것도 뭔가 성격이 맞아야 겠지만 가수는 노래에만 집중하고 기획사가 지원을 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좋은 면이 분명히 있거든요. 저는 한번도 기획사를 옮기지 않은 경우이기도 하고요."(가수 박현빈씨 인터뷰 중에서)

우리나라 전체 음악 산업 시장은 연간 약 5조 원. 트로트는 이 가운데 10%, 5천억 원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행사 출연비가 수천만원 대인 스타급 가수도 있지만, 신인이거나 무명 가수의 경우 교통비 정도만 받고도 출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입니다. 트로트 음악계도 워낙 수입차가 크다보니 지명도에 따른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트로트 후계자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주현미씨는 이런 트로트 음악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주현미 인터뷰주현미 인터뷰


인기곡 1곡을 불러 큰 돈을 벌겠다는 '대박 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수나 작곡자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 당장 행사 위주로 돈을 벌어올 수 있을 가수에게만 투자하는 트로트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고민을 안하죠. 절대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고쳐질수도 없는 문제구요. 여기는 시장이잖아요. 그래서 상품이 되고 돈이 되고 이런데 투자를 하죠.그래서 돈이 되고 상품이된 가수가 어쩔수 없이 유명해지고 자신이 힘을 키우는 그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가수 주현미씨 인터뷰중에서)

트로트 음악은 굴곡진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 하면서 서민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줬습니다. 일본 대중가요에서 유래됐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보편성의 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노래 한곡의 길이는 3분 안팎으로 짧지만, 단순히 돈의 가치나 '대박의 꿈'으로 퇴색돼서는 안될 시대의 희노애락을 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관 기사]

☞ [취재파일 K] 연간 4000곡, 트로트 ‘대박’의 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디·퍼] 트로트 연간 4,000곡 발표…‘대박’ 꿈꾸는 가수들
    • 입력 2015-09-13 18:02:08
    • 수정2015-09-14 00:11:05
    디지털퍼스트
대중가요 장르 가운데 트로트 장르에서 발표되는 새 앨범은 해마다 500장이 넘습니다. 음반산업협회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것을 곡으로 환산하면 4,000~5,000곡 사이입니다. 취재파일 K팀은 이런 통계를 접한 뒤 과연 앨범을 내는 신인 트로트 가수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과 녹음을 하는지, 또 기성 가수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음악계 현실 대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최호


■ 쏟아지는 트로트 신인 가수들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들, 기획사 없는 신인 가수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홍대 인근에선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코인 노래방'에서 연습하는 가수 지망생, 매니저 없이 연습과 일정을 소화하는 신인 가수를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었습니다.

31살인 최 호씨는 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트로트 가수 지망생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최 씨는 2 달전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10년 전부터 꿈꿔오던 트로트 앨범을 준비하기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소속된 기획사가 없어서 인디 밴드들 처럼 '나홀로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속사도 없고 연습할 곳도 마땅치 않은 최호 씨는 노래 연습을 위해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코인 노래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제작사와 회의를 위해 동선을 짤 때에도 돈을 아끼기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최호 인터뷰


"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서 행사도, 첫 데뷔 무대도 하고 했지만 사실 수입은 아직 0원이지요." (최호 씨 인터뷰 중에서)

앨범 준비과정에 고생을 하고 꿈꾸던 음반을 내더라도 성공의 길은 멀기만 합니다.트로트 앨범을 최근 발표한 신인 가수 류청우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홍대 인근 연습실을 시간 날때 마다 빌려 연습을 하고 있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아직 많지 않아 뚜렷한 수입은 없다고 말합니다. 유명 가수가 아닌 이상 신인가수의 앨범의 판매 수입은 가수 1명이 먹고 생활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트로트 오디션에 참가해 1000 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 류청우씨는 현재 자신의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신인 류청우


"예전에 제가 일하면서 벌었던 돈을 저금해 둔 것을 생활비로 쓰고 있지요. 대부분의 신인 가수가 이렇게 생활하거나 저보다 사정이 않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도 매니저가 연습하다 보면 와서 도와주고 하는 편이니까 좀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할지...."(류청우씨 인터뷰 중에서)

조정민 노래


조영남, 윤형주,김세환씨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함께 서는 30살 조정민씨도 2년 전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데뷔한 장르와 무관하게 활동을 폭을 리듬앤블루스와 포크 송 등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조 씨는 20대 초반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가 잠시 장르를 리듬앤블루스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어 트로트로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새로 앨범을 낸 트로트 가수로는 드물게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지만, 아직도 수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당장 큰 수입이 생기는 트로트 무대 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방송 출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획사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찰리박 인터뷰


■ 돈벌이에 급급…‘행사용’ 가수에만 투자

아이돌 그룹인 아들 전진씨 덕분에 유명세를 탄 가수 찰리 박씨를 최근 만났습니다.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앨범 표지에 사용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환갑의 나이지만, 7년 만에 새로 발표할 트로트 앨범준비로 들뜬 모습이었습니다.머리 스타일과 의상, 신발은 모두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찰리 박씨는 3년 전 건강이 악화되면서 한동안 가수 활동을 접었지만 트로트와 춤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해마다 많을때는 5백 장의 앨범이 발표되는 트로트 가요 시장에는 이처럼 기성 가수들의 앨범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 방송 심의 신청곡 1만 4000곡 가운데 트로트 장르가 4000여 곡으로 1위입니다. 2위인 발라드 2,300여 곡,3위인 댄스 1,600여 곡 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이런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에는 트로트 전문 잡지도 창간됐습니다. 한 기획사에서 트로트의 시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입니다. 한때 중장년 층만 즐기던 트로트 팬들의 연령층도 최근에는 한층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박현빈 인터뷰


박자가 빠른 트로트, 이른바 '세미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가수 박현빈씨. 박씨 노래는 직설적인 가사, 빠른 템포로 트로트 팬층을 20대, 10대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트로트계의 중견으로 불리는 박현빈씨는 최근 대형 트로트 기획사가 문을 닫으면서, 장기적으로 가수와 작곡자를 키우는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가수 본인이 노래하고 본인이 사장이 되는 그런 경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매니저 없이 혼자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는 대형 기획사의 혜택을 본 것 같은데요. 물론 이것도 뭔가 성격이 맞아야 겠지만 가수는 노래에만 집중하고 기획사가 지원을 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좋은 면이 분명히 있거든요. 저는 한번도 기획사를 옮기지 않은 경우이기도 하고요."(가수 박현빈씨 인터뷰 중에서)

우리나라 전체 음악 산업 시장은 연간 약 5조 원. 트로트는 이 가운데 10%, 5천억 원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행사 출연비가 수천만원 대인 스타급 가수도 있지만, 신인이거나 무명 가수의 경우 교통비 정도만 받고도 출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입니다. 트로트 음악계도 워낙 수입차가 크다보니 지명도에 따른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트로트 후계자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주현미씨는 이런 트로트 음악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주현미 인터뷰


인기곡 1곡을 불러 큰 돈을 벌겠다는 '대박 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수나 작곡자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 당장 행사 위주로 돈을 벌어올 수 있을 가수에게만 투자하는 트로트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고민을 안하죠. 절대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고쳐질수도 없는 문제구요. 여기는 시장이잖아요. 그래서 상품이 되고 돈이 되고 이런데 투자를 하죠.그래서 돈이 되고 상품이된 가수가 어쩔수 없이 유명해지고 자신이 힘을 키우는 그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가수 주현미씨 인터뷰중에서)

트로트 음악은 굴곡진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 하면서 서민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줬습니다. 일본 대중가요에서 유래됐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보편성의 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노래 한곡의 길이는 3분 안팎으로 짧지만, 단순히 돈의 가치나 '대박의 꿈'으로 퇴색돼서는 안될 시대의 희노애락을 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관 기사]

☞ [취재파일 K] 연간 4000곡, 트로트 ‘대박’의 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