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취객 노린 절도범, 경찰차 몰라 보고

입력 2015.10.05 (08:31) 수정 2015.10.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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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찰이 잠복근무까지 서며 뒤쫓던 차량 털이범의 범행 장면입니다.

이 남성은 지난 5개월 동안 신출귀몰하며 차 안에서 잠든 취객 등을 대상으로 50여 차례나 절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잇단 피해 신고에,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이 남성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급기야, 경찰이 잠복근무를 시작했는데요.

이 남성, 운이 오래 가지 못 했습니다.

제 발로 잠복 중인 경찰차에 들어가 검거된 사연,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시 한 유흥가 인근 도로입니다.

지난 달 중순 30대 직장인 곽모 씨는 이곳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녹취> 곽00(피해자) : “회식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잠깐 나와서 5분 만 쉬었다 가야지 하고 차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어요. 지갑은 항상 여기다 놔두는데 일어났을 때는 (지갑에) 돈이 하나도 없고, 휴대전화도 찾으니까 없고.”

술을 마신 상태로 차 안에서 깜빡 잠든 사이에 감쪽같이 없어진 휴대전화와 돈.

설마하며 확인해 본 차량 블랙박스에 수상한 남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차 안을 살피며 조심스레 접근합니다.

곽 씨는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남성이 곽 씨의 차에서 금품을 훔쳐 달아나기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 피해를 당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대리기사가 한 15분 후에 도착하겠다 그래서 시동을 켜놓고, 평상시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깜박 잠든 거예요. 그 시간이 불과 30분 좀 안됐을 겁니다.”

대리 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깜박 잠이 들었다, 절도범의 표적이 된 겁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졸다가 깼는데 (대리기사가) 와야 되는데 안 왔잖아요.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제가 여기 올려놨었는데 없어요.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졌나, 운전석인가 조수석인가 아니면 뒷좌석인가 찾아보고 그랬죠. 나중에 내가 탈취 당했구나 생각한 것이 지갑을 보니 현금이 없어졌어요. 아 이것을 누가 가져갔구나.”

인근 CCTV에 김 씨의 차량을 터는 낯선 남자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차 안에 버젓이 사람이 있는데도, 남성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CCTV를 확인해 보니까 차 뒷좌석을 탔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다시 돌아와서 앞문으로 탔더라고요. 타고 나서 휴대전화 가지고 가고, (지갑의) 현금 6만 원 (가져갔죠.)”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었습니다.

범인의 수법, 한번 볼까요?

밤늦은 시간, 오토바이를 타고 주위를 맴도는 남성.

잠시 뒤 걸어서 나타나더니 사람이 잠들어 있는 차량에 슬그머니 접근합니다.

차 안을 뒤져 금품을 훔친 뒤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이 남성은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유흥가 큰 길에 세워둔 흰색 차량 옆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뭔가 살피는 듯하더니

차에서 가방을 훔쳐 제 것인 양 메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녹취> 이00(피해자/음성변조) : “일어나 보니까 이제 가방하고 휴대전화하고 그런 것들이 다 안 보이더라고요. (범행 중 깼다면) 생명의 위협까지 도 느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이 좀 들었어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성남 유흥가 일대 취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절도범.

경찰은 신출귀몰하며 절도를 저지르는 이 남성을 붙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주옥 (경기 분당경찰서 강력2팀 경장) : “(절도범이) 대리기사인 척하려고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그 차 안에 내부를 훑어보면서 차 안에 사람이 깨면 “혹시 대리기사 부르시지 않았느냐” 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절도범은 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다녀 동선을 파악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

결국, 경찰은 “잠복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일반 취객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동원했습니다.

<인터뷰> 강주옥 (경기 분당경찰서 강력2팀 경장) : “소주만 부어놨었죠. 몸에도 바르고, 차 안에도 뿌려놓으면 냄새가 나니까 술 취한 사람이 맞구나 확신이 들게 하려고요.”

잠복 근무 40일 째, 드디어 절도범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강주옥 (경기 분당경찰서 강력2팀 경장) : “눈에 띄더라고요. 멀리서부터 그 사람이 차 안에 휴대전화 불빛 비춰보면서 오기에 잠을 자는 척을 했어요. 이 사람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나 생각이 들어서 눈을 떴는데, 그 사람은 조수석 뒷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눈이 마주쳐서 확신을 하고 (추격해서) 검거하게 됐죠.”

46살 김모 씨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취객들을 대상으로 6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가다가 보면 술 취한 사람 (차) 문이 열려있고, (금품을) 가져가기 편해서 수월해서 했습니다. (눈 마주쳤을 때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나요?) …….”

경찰의 잠복 근무, 인천에선 의외의 성과를 냈습니다.

<인터뷰> 송정화(인천남동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팀장) : “범인이 나타났다고 바로 무전이 와서 쫓아간 것이죠. 막 달려가니까 벌써 잡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잠복 중인 범인에 대해서 인상착의를 잘 알고 있는데 그 인상착의가 아니잖아요. 야, 이것은 아니다 그랬더니만, 다른 범인을 잡게 된 것이고.”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일대에서 차량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는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이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주택가에 나타난 한 남성.

경찰이 쫓던 인물이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요.

그런데, 남성이 갑자기 잠복 차량 옆에 멈춰섭니다.

<인터뷰> 김인철(인천남동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수사관) : “차 운전석 쪽에 서서 주변을 살피고 (문을) 여는 순간, 안에 사람 보면서 당황스러운 그 느낌 있거든요. 어? 걸렸다는 그 느낌. 열자마자 도주를 하니까 직감적으로 이 사람도 차 털이구나.”

4백 미터를 추격한 끝에 붙잡은 절도범은 29살 최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송정화(인천남동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팀장) : “(피의자에게) 어떻게 경찰차 문을 열었느냐 그랬더니만 본인도 참 황당하다고. 여죄를 확인해 보니까 바로 우리 강력 3팀하고 4팀에서 다들 수사 중이었고, 추적 중인 사건이었어요.”

경찰이 처음부터 노렸던 범인은 아니었지만, 그 일대를 누비던 다른 차털이범을 잡은 겁니다.

잠복 중인 경찰차에 제 발로 찾아와 덜미를 잡힌 절도범들.

현행범으로 딱 걸린 이들은 모든 걸 체념한 채, 자신이 저지른 다른 범행들까지 순순히 털어놨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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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취객 노린 절도범, 경찰차 몰라 보고
    • 입력 2015-10-05 08:35:11
    • 수정2015-10-05 09: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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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찰이 잠복근무까지 서며 뒤쫓던 차량 털이범의 범행 장면입니다.

이 남성은 지난 5개월 동안 신출귀몰하며 차 안에서 잠든 취객 등을 대상으로 50여 차례나 절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잇단 피해 신고에,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이 남성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급기야, 경찰이 잠복근무를 시작했는데요.

이 남성, 운이 오래 가지 못 했습니다.

제 발로 잠복 중인 경찰차에 들어가 검거된 사연,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시 한 유흥가 인근 도로입니다.

지난 달 중순 30대 직장인 곽모 씨는 이곳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녹취> 곽00(피해자) : “회식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잠깐 나와서 5분 만 쉬었다 가야지 하고 차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어요. 지갑은 항상 여기다 놔두는데 일어났을 때는 (지갑에) 돈이 하나도 없고, 휴대전화도 찾으니까 없고.”

술을 마신 상태로 차 안에서 깜빡 잠든 사이에 감쪽같이 없어진 휴대전화와 돈.

설마하며 확인해 본 차량 블랙박스에 수상한 남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차 안을 살피며 조심스레 접근합니다.

곽 씨는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남성이 곽 씨의 차에서 금품을 훔쳐 달아나기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 피해를 당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대리기사가 한 15분 후에 도착하겠다 그래서 시동을 켜놓고, 평상시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깜박 잠든 거예요. 그 시간이 불과 30분 좀 안됐을 겁니다.”

대리 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깜박 잠이 들었다, 절도범의 표적이 된 겁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졸다가 깼는데 (대리기사가) 와야 되는데 안 왔잖아요.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제가 여기 올려놨었는데 없어요.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졌나, 운전석인가 조수석인가 아니면 뒷좌석인가 찾아보고 그랬죠. 나중에 내가 탈취 당했구나 생각한 것이 지갑을 보니 현금이 없어졌어요. 아 이것을 누가 가져갔구나.”

인근 CCTV에 김 씨의 차량을 터는 낯선 남자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차 안에 버젓이 사람이 있는데도, 남성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CCTV를 확인해 보니까 차 뒷좌석을 탔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다시 돌아와서 앞문으로 탔더라고요. 타고 나서 휴대전화 가지고 가고, (지갑의) 현금 6만 원 (가져갔죠.)”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었습니다.

범인의 수법, 한번 볼까요?

밤늦은 시간, 오토바이를 타고 주위를 맴도는 남성.

잠시 뒤 걸어서 나타나더니 사람이 잠들어 있는 차량에 슬그머니 접근합니다.

차 안을 뒤져 금품을 훔친 뒤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이 남성은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유흥가 큰 길에 세워둔 흰색 차량 옆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뭔가 살피는 듯하더니

차에서 가방을 훔쳐 제 것인 양 메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녹취> 이00(피해자/음성변조) : “일어나 보니까 이제 가방하고 휴대전화하고 그런 것들이 다 안 보이더라고요. (범행 중 깼다면) 생명의 위협까지 도 느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이 좀 들었어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성남 유흥가 일대 취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절도범.

경찰은 신출귀몰하며 절도를 저지르는 이 남성을 붙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주옥 (경기 분당경찰서 강력2팀 경장) : “(절도범이) 대리기사인 척하려고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그 차 안에 내부를 훑어보면서 차 안에 사람이 깨면 “혹시 대리기사 부르시지 않았느냐” 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절도범은 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다녀 동선을 파악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

결국, 경찰은 “잠복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일반 취객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동원했습니다.

<인터뷰> 강주옥 (경기 분당경찰서 강력2팀 경장) : “소주만 부어놨었죠. 몸에도 바르고, 차 안에도 뿌려놓으면 냄새가 나니까 술 취한 사람이 맞구나 확신이 들게 하려고요.”

잠복 근무 40일 째, 드디어 절도범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강주옥 (경기 분당경찰서 강력2팀 경장) : “눈에 띄더라고요. 멀리서부터 그 사람이 차 안에 휴대전화 불빛 비춰보면서 오기에 잠을 자는 척을 했어요. 이 사람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나 생각이 들어서 눈을 떴는데, 그 사람은 조수석 뒷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눈이 마주쳐서 확신을 하고 (추격해서) 검거하게 됐죠.”

46살 김모 씨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취객들을 대상으로 6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가다가 보면 술 취한 사람 (차) 문이 열려있고, (금품을) 가져가기 편해서 수월해서 했습니다. (눈 마주쳤을 때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나요?) …….”

경찰의 잠복 근무, 인천에선 의외의 성과를 냈습니다.

<인터뷰> 송정화(인천남동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팀장) : “범인이 나타났다고 바로 무전이 와서 쫓아간 것이죠. 막 달려가니까 벌써 잡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잠복 중인 범인에 대해서 인상착의를 잘 알고 있는데 그 인상착의가 아니잖아요. 야, 이것은 아니다 그랬더니만, 다른 범인을 잡게 된 것이고.”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일대에서 차량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는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이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주택가에 나타난 한 남성.

경찰이 쫓던 인물이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요.

그런데, 남성이 갑자기 잠복 차량 옆에 멈춰섭니다.

<인터뷰> 김인철(인천남동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수사관) : “차 운전석 쪽에 서서 주변을 살피고 (문을) 여는 순간, 안에 사람 보면서 당황스러운 그 느낌 있거든요. 어? 걸렸다는 그 느낌. 열자마자 도주를 하니까 직감적으로 이 사람도 차 털이구나.”

4백 미터를 추격한 끝에 붙잡은 절도범은 29살 최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송정화(인천남동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팀장) : “(피의자에게) 어떻게 경찰차 문을 열었느냐 그랬더니만 본인도 참 황당하다고. 여죄를 확인해 보니까 바로 우리 강력 3팀하고 4팀에서 다들 수사 중이었고, 추적 중인 사건이었어요.”

경찰이 처음부터 노렸던 범인은 아니었지만, 그 일대를 누비던 다른 차털이범을 잡은 겁니다.

잠복 중인 경찰차에 제 발로 찾아와 덜미를 잡힌 절도범들.

현행범으로 딱 걸린 이들은 모든 걸 체념한 채, 자신이 저지른 다른 범행들까지 순순히 털어놨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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