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잠깐 빌려줬을 뿐인데…스마트폰에서 내 돈 ‘탈탈’

입력 2015.10.07 (00:00) 수정 2015.10.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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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스마트폰으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고 있다훔친 스마트폰으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고 있다

▲ 훔친 스마트폰으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고 있다 [제공=의정부경찰서]


빌린 스마트폰 초기화시켜 결제하는 수법으로 1300여만원 챙겨

"실례지만, 전화 한 통화만 쓸 수 있을까요?"

앳된 20대 여성이 이런 부탁을 하는데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 [연관 기사] [뉴스9] 빌린 휴대전화로…주인 몰래 천여만 원 결제

사기죄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1월 출소한 22살 여성 심모씨.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취직했다가 특정 버튼을 누르면 잠금화면을 해제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초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초기화를 하면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와 같은 상태가 돼 비밀번호가 필요 없다. 여기서 범행 아이디어(?)를 얻은 심씨는 대리점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범죄에 나선다.

심씨는 50~60대 영세 상인이 운영하는 분식점과 미용실 등지에서 손님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를 잠깐 쓰고 돌려주겠다며 스마트폰을 초기화 시켰다.

같은 장소를 3번이나 범행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60대 노부부와 30대 딸이 운영하는 한 PC방의 경우 8월에 1번, 9월에 2번에 걸쳐 3명의 주인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빌리거나 훔쳐 쓰는 방식으로 총 109만원의 피해를 줬다. 주인을 바로 눈 앞에 두고서도 태연히 범행을 이어갔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조그만 체구에 앳딘 얼굴을 한 여자다보니 피해자들 대부분이 '그냥 학생이겠거니' 생각해 별 의심을 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계심이 느슨한 틈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훔쳤다가 되돌려놓기도 했다.

지난 7월 초 의정부에 있는 한 옷 수선 가게에 바지 수선을 맡기러 간 심씨는 사장이 작업에 열중하는 사이 선반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훔쳐 슬그머니 달아난다. 인근 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심씨는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킨 뒤 2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결제했다. 그리고는 30여분 만에 수선집을 다시 찾아 스마트폰을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옷을 찾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문화상품권은 고유번호를 메모해뒀다가 온라인에서 전자화폐(T머니)로 바꿨다. 휴대전화 소유주 앞에서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키고 문화상품권을 결제해 메모지로 옮겨적는 과정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심 씨는 이어 편의점에 가서 전자화폐를 이용해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그리고, 카드에 충전된 돈이 필요하다며 의도적으로 다시 환불받는 식으로 현금을 타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 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에는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도 문화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통신사는 지난 1일부터 주민번호 앞자리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보안 단계를 강화했다.

PC방 주인 앞에서 스마트폰을 결제하는 모습PC방 주인 앞에서 스마트폰을 결제하는 모습

▲ PC방 주인 앞에서 스마트폰을 결제하는 모습 [제공=의정부경찰서]


심씨가 이같은 방식으로 약 4개월간 경기 북부권을 돌아다니며 30여명으로부터 가로챈 돈은 1300여만 원이다. 그는 의정부, 동두천 등 살고 있는 지역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가 잡혀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 달 정도가 지나 요금통지서를 받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았다. 심 씨는 범행 시 문화상품권의 고유번호를 메모지에 적어두고 결제 내역은 지워버렸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바쁜 탓에 휴대전화를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휴대전화를 두거나 몸에 직접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대전화 사용자의 주의는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의 보안 강화 대책과 티머니의 환불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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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잠깐 빌려줬을 뿐인데…스마트폰에서 내 돈 ‘탈탈’
    • 입력 2015-10-07 00:00:25
    • 수정2015-10-07 00:03:03
    취재후·사건후
훔친 스마트폰으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고 있다 ▲ 훔친 스마트폰으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고 있다 [제공=의정부경찰서]
빌린 스마트폰 초기화시켜 결제하는 수법으로 1300여만원 챙겨 "실례지만, 전화 한 통화만 쓸 수 있을까요?" 앳된 20대 여성이 이런 부탁을 하는데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 [연관 기사] [뉴스9] 빌린 휴대전화로…주인 몰래 천여만 원 결제 사기죄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1월 출소한 22살 여성 심모씨.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취직했다가 특정 버튼을 누르면 잠금화면을 해제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초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초기화를 하면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와 같은 상태가 돼 비밀번호가 필요 없다. 여기서 범행 아이디어(?)를 얻은 심씨는 대리점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범죄에 나선다. 심씨는 50~60대 영세 상인이 운영하는 분식점과 미용실 등지에서 손님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를 잠깐 쓰고 돌려주겠다며 스마트폰을 초기화 시켰다. 같은 장소를 3번이나 범행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60대 노부부와 30대 딸이 운영하는 한 PC방의 경우 8월에 1번, 9월에 2번에 걸쳐 3명의 주인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빌리거나 훔쳐 쓰는 방식으로 총 109만원의 피해를 줬다. 주인을 바로 눈 앞에 두고서도 태연히 범행을 이어갔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조그만 체구에 앳딘 얼굴을 한 여자다보니 피해자들 대부분이 '그냥 학생이겠거니' 생각해 별 의심을 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계심이 느슨한 틈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훔쳤다가 되돌려놓기도 했다. 지난 7월 초 의정부에 있는 한 옷 수선 가게에 바지 수선을 맡기러 간 심씨는 사장이 작업에 열중하는 사이 선반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훔쳐 슬그머니 달아난다. 인근 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심씨는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킨 뒤 2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결제했다. 그리고는 30여분 만에 수선집을 다시 찾아 스마트폰을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옷을 찾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문화상품권은 고유번호를 메모해뒀다가 온라인에서 전자화폐(T머니)로 바꿨다. 휴대전화 소유주 앞에서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키고 문화상품권을 결제해 메모지로 옮겨적는 과정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심 씨는 이어 편의점에 가서 전자화폐를 이용해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그리고, 카드에 충전된 돈이 필요하다며 의도적으로 다시 환불받는 식으로 현금을 타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 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에는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도 문화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통신사는 지난 1일부터 주민번호 앞자리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보안 단계를 강화했다.
PC방 주인 앞에서 스마트폰을 결제하는 모습 ▲ PC방 주인 앞에서 스마트폰을 결제하는 모습 [제공=의정부경찰서]
심씨가 이같은 방식으로 약 4개월간 경기 북부권을 돌아다니며 30여명으로부터 가로챈 돈은 1300여만 원이다. 그는 의정부, 동두천 등 살고 있는 지역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가 잡혀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 달 정도가 지나 요금통지서를 받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았다. 심 씨는 범행 시 문화상품권의 고유번호를 메모지에 적어두고 결제 내역은 지워버렸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바쁜 탓에 휴대전화를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휴대전화를 두거나 몸에 직접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대전화 사용자의 주의는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의 보안 강화 대책과 티머니의 환불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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