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서울·개성 ‘만월대 공동 전시’

입력 2015.10.24 (08:19) 수정 2015.10.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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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사이, 개성과 서울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남북 공동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남북역사학자들이 8년 넘게 공동 발굴해온 개성 만월대의 유물이 처음으로 공동 전시됐는데요.

개성 만월대 특별 전시장으로 송지현 리포터가 안내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우리 역사학자들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모였습니다.

목적지는 고려의 역사가 숨 쉬는 곳, ‘개성 만월대’ 입니다.

<녹취> "저 앞쪽 한 50m쪽에 북쪽 지역의 초소가 있는데 그 중간 지점 정도가 군사분계선입니다."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 사업의 첫 삽을 뜬지 8년 만에 딛는 북녘 땅.

<녹취> 리광희(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교수) : "여기서 보게 되는구먼. 신준영 선생 10년 전 하고 똑같구먼."

북측이 이례적으로 우리 학자 80여 명을 초청하면서 남북 역사학자들이 개성에서 만났습니다.

<녹취> 리진우(북측 민화협 중앙위원) :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더욱 빛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남측의 여러 인사들을 뜨거운 동포애로 환영합니다."

오랜 발굴 기간 끝에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들을 실물로 접한 역사학자들.

<녹취> 안병우(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부위원장) : "고려사 기록대로 보면 (왕릉에 있는) 상이 좀 더 실제 모습과 가까웠고요. 이 (좌상의) 모습은 불교 경전의 원리에 따라서 만든 거죠."

이곳에선 만월대에서 출토된 유물과 발굴 현장까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녹취> 박성진(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아자(亞)형 건물이 중심에 있고 주변을 회랑이 두르는 그런 형식의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 개국부터 멸망까지 400여 년간 왕들의 거처였다 보니 그 규모도 총 25만 제곱미터로 거대한데요.

남북이 힘을 합해 땅 속에 묻힌 역사를 찾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오르는 역사학자들입니다.

<녹취> 이상해(문화제위원회 위원장) : "고려라고 하는 나라가 상당히 자주적인 힘으로 뭘 하려고 했던 것이 궁궐터에서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더군다나 남북이 같이 발굴해서 옛 궁궐 모습을 한번 확인해 본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죠."

개성의 송악산 자락에 위치한 만월대 역사 지구.

흙을 거둬내고 있는 한쪽에서는 궁궐 계단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 2007년부터 남북 협력사업의 하나로 추진돼온 만월대 공동 발굴 현장입니다.

<녹취> 리철준(조선중앙역사박물관 발굴대 대장) : "남측 선생들도 저쪽에서 해일 동무랑 (작업)하는 데서 (하세요). 여기는 작업을 하기가 불편할 것 같습니다."

초기에 남과 북의 단원들은 한반도 통일 국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녹취> 최광식(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 : "그 고려의 역사를 다시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이런 것을 통해서 코리아가 원 코리아라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고려의 중요한 유물을 찾아낸다는 책임감에 남북이 따로 없습니다.

<녹취> 유수(현장 사진작가) : "(남한으로) 가면 이 유물을 놔두고 가야 하니까 최대한 많은 것을 찍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조사 때마다 아쉬웠던 건 발굴된 실제 유물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서울과 개성의 공동전시를 통해 유물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남보라(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원) : "(발굴한 유물을) 세척하고 번호 매겨서 목록 만들고. 그렇게 다 봤던 유물이 전시회까지 오니까 굉장히 마음이 굉장히 뿌듯합니다."

올해 발굴 과정에서 출토한 용머리도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녹취> 박성진(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이 용머리상은) 발굴을 통해 확인된 것 중에서는 가장 완형에 가깝게 남아있는 유물입니다. 고려 시대의 가장 표준적인 모양입니다."

서울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만월대 유물들을 보기 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유현경(서울시 광진구) : "너무 멋있어요. 어떻게 이게(3D 영상 전시가) 가능하지? 이런 황홀한 기술이."

잡귀를 쫓기 위해 궁궐 지붕의 추녀마루에 올렸던 기와장식, ‘용머리’

1992년 왕건릉을 발굴할 때 무덤 뒤 웅덩이에서 나왔다는 태조 왕건상도 구현됐습니다.

<녹취> 박구영(대전시 동구) : "말로만 듣던 고려시대 문화나 유물들을 3D 입체 영상으로 나오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보시는 이 홀로그램은 북한의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유물입니다.

남북 역사학자들은 땅 속에 잠들어 있던 고려의 유물들을 깨우기 위해 8년째 발굴조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녹취> 조경자(경기도 고양시) : "아, 너무 좋네요. (만월대는) 안 가봤는데."

관객들은 지금은 갈 수 없는 개성 만월대를 가상현실 속에서 거닐기도 합니다.

<녹취> 조경자(경기도 고양시) : "진짜 저는 북한을 참 가고 싶은데요. 고려사가 어떻게 됐는가, 왕건이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그런 과정도 보고 싶고, 다 보고 싶죠."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아직 홀로그램으로만 접해야 하는 현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녹취> 이언제(경기도 고양시) : "한번 가 봤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좋은 (고려) 궁터를 한 번도 못 가보고... 아마 남북이 터져(열려) 있다면 가 봤을 텐데 못 가 보니까 아쉽죠."

<녹취> 박용진(서울시 동작구) : "우리 민족이 결국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그 뿌리가 하나라는 것은 이런 역사 유물에서 우리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남북이 함께 찾아가는 역사.

현재 만월대는 서부건축군의 50% 정도가 발굴이 진행됐는데요.

남북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6개월의 장기 조사에 합의해 발굴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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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서울·개성 ‘만월대 공동 전시’
    • 입력 2015-10-24 08:32:10
    • 수정2015-10-24 08:55:11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사이, 개성과 서울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남북 공동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남북역사학자들이 8년 넘게 공동 발굴해온 개성 만월대의 유물이 처음으로 공동 전시됐는데요.

개성 만월대 특별 전시장으로 송지현 리포터가 안내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우리 역사학자들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모였습니다.

목적지는 고려의 역사가 숨 쉬는 곳, ‘개성 만월대’ 입니다.

<녹취> "저 앞쪽 한 50m쪽에 북쪽 지역의 초소가 있는데 그 중간 지점 정도가 군사분계선입니다."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 사업의 첫 삽을 뜬지 8년 만에 딛는 북녘 땅.

<녹취> 리광희(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교수) : "여기서 보게 되는구먼. 신준영 선생 10년 전 하고 똑같구먼."

북측이 이례적으로 우리 학자 80여 명을 초청하면서 남북 역사학자들이 개성에서 만났습니다.

<녹취> 리진우(북측 민화협 중앙위원) :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더욱 빛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남측의 여러 인사들을 뜨거운 동포애로 환영합니다."

오랜 발굴 기간 끝에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들을 실물로 접한 역사학자들.

<녹취> 안병우(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부위원장) : "고려사 기록대로 보면 (왕릉에 있는) 상이 좀 더 실제 모습과 가까웠고요. 이 (좌상의) 모습은 불교 경전의 원리에 따라서 만든 거죠."

이곳에선 만월대에서 출토된 유물과 발굴 현장까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녹취> 박성진(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아자(亞)형 건물이 중심에 있고 주변을 회랑이 두르는 그런 형식의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 개국부터 멸망까지 400여 년간 왕들의 거처였다 보니 그 규모도 총 25만 제곱미터로 거대한데요.

남북이 힘을 합해 땅 속에 묻힌 역사를 찾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오르는 역사학자들입니다.

<녹취> 이상해(문화제위원회 위원장) : "고려라고 하는 나라가 상당히 자주적인 힘으로 뭘 하려고 했던 것이 궁궐터에서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더군다나 남북이 같이 발굴해서 옛 궁궐 모습을 한번 확인해 본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죠."

개성의 송악산 자락에 위치한 만월대 역사 지구.

흙을 거둬내고 있는 한쪽에서는 궁궐 계단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 2007년부터 남북 협력사업의 하나로 추진돼온 만월대 공동 발굴 현장입니다.

<녹취> 리철준(조선중앙역사박물관 발굴대 대장) : "남측 선생들도 저쪽에서 해일 동무랑 (작업)하는 데서 (하세요). 여기는 작업을 하기가 불편할 것 같습니다."

초기에 남과 북의 단원들은 한반도 통일 국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녹취> 최광식(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 : "그 고려의 역사를 다시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이런 것을 통해서 코리아가 원 코리아라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고려의 중요한 유물을 찾아낸다는 책임감에 남북이 따로 없습니다.

<녹취> 유수(현장 사진작가) : "(남한으로) 가면 이 유물을 놔두고 가야 하니까 최대한 많은 것을 찍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조사 때마다 아쉬웠던 건 발굴된 실제 유물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서울과 개성의 공동전시를 통해 유물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남보라(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원) : "(발굴한 유물을) 세척하고 번호 매겨서 목록 만들고. 그렇게 다 봤던 유물이 전시회까지 오니까 굉장히 마음이 굉장히 뿌듯합니다."

올해 발굴 과정에서 출토한 용머리도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녹취> 박성진(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이 용머리상은) 발굴을 통해 확인된 것 중에서는 가장 완형에 가깝게 남아있는 유물입니다. 고려 시대의 가장 표준적인 모양입니다."

서울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만월대 유물들을 보기 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유현경(서울시 광진구) : "너무 멋있어요. 어떻게 이게(3D 영상 전시가) 가능하지? 이런 황홀한 기술이."

잡귀를 쫓기 위해 궁궐 지붕의 추녀마루에 올렸던 기와장식, ‘용머리’

1992년 왕건릉을 발굴할 때 무덤 뒤 웅덩이에서 나왔다는 태조 왕건상도 구현됐습니다.

<녹취> 박구영(대전시 동구) : "말로만 듣던 고려시대 문화나 유물들을 3D 입체 영상으로 나오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보시는 이 홀로그램은 북한의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유물입니다.

남북 역사학자들은 땅 속에 잠들어 있던 고려의 유물들을 깨우기 위해 8년째 발굴조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녹취> 조경자(경기도 고양시) : "아, 너무 좋네요. (만월대는) 안 가봤는데."

관객들은 지금은 갈 수 없는 개성 만월대를 가상현실 속에서 거닐기도 합니다.

<녹취> 조경자(경기도 고양시) : "진짜 저는 북한을 참 가고 싶은데요. 고려사가 어떻게 됐는가, 왕건이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그런 과정도 보고 싶고, 다 보고 싶죠."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아직 홀로그램으로만 접해야 하는 현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녹취> 이언제(경기도 고양시) : "한번 가 봤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좋은 (고려) 궁터를 한 번도 못 가보고... 아마 남북이 터져(열려) 있다면 가 봤을 텐데 못 가 보니까 아쉽죠."

<녹취> 박용진(서울시 동작구) : "우리 민족이 결국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그 뿌리가 하나라는 것은 이런 역사 유물에서 우리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남북이 함께 찾아가는 역사.

현재 만월대는 서부건축군의 50% 정도가 발굴이 진행됐는데요.

남북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6개월의 장기 조사에 합의해 발굴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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