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잔혹 살해…범죄자로 전락한 버려진 아이들

입력 2015.10.24 (14:57) 수정 2015.10.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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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0대 어린이 3명이 여교사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들 중 2명은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외지에 나가 있는 이른바 농민공 자녀들이었다. 농민공 자녀 범죄가 계속 이어지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중부 사오둥(邵東)현의 한 학교에 지난 18일 낮 어린이 3명이 침입해 이 모(52·여)교사를 숨지게 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가 공안에 체포됐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들은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가 기숙사에서 주말에 혼자 학교를 지키던 이씨를 나무몽둥이로 때려 쓰러뜨린 뒤 화장실로 끌고 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은 침대 밑에 이씨의 시신을 숨긴 뒤 이씨의 휴대전화와 2천위안(36만원)의 금품을 갖고 달아났다.

11, 12, 13세인 이들 중 2명은 농민공 자녀였다. 농민공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간 사람들을 가리킨다. 현재 중국에는 약 6100만명의 농민공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공 자녀는 대부분 나이 많은 조부모가 돌보지만 거의 방치돼 있어 범죄나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농민공 자녀농민공 자녀

▲ 농민공 자녀(기사에 언급된 자녀들과 연관없음)


"죽음은 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오늘 떠납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농민공 자녀 4명이 한꺼번에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14살 오빠는 이런 유서를 남겼다. 9살, 8살, 5살 어린 동생들도 함께 죽었다.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인 구이저우(貴州)성 톈칸(田坎)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음독 자살 사건을 보고받은 리커창 중국 총리는 분노했다. 리 총리는 전국 기관에 철저한 재발 방지대책을 지시했다.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농민공 자녀가 연관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농민공과 자녀가 따로 살아야 하는 건 중국의 '호적법' 때문이다. 중국은 호적에 등록돼야만 교육이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농민공은 이주한 도시의 호적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농민공은 도시에서 무허가 주택이나 천막에서 생활해 왔고, 부득이하게 자녀들과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조사한 바로는, 중국 농민공 자녀 6100만명 중 약 15.1%인 1000만명의 아이들이 1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1년에 한 번도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는 농민공 자녀도 4.3%나 됐다.

[연관 기사]

☞ [글로벌24 이슈] 중국,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 6천만 명


농민공 자녀농민공 자녀

▲ 농민공 자녀(기사에 언급된 자녀들과 연관없음)


시진핑 정부는 문제가 되는 호적법을 개혁해 농민공이 도시에서도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 내 농민공 숫자는 2억7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중국청소년연구센터의 장쉬둥 부연구원은 "농민공 자녀는 관심과 보호 결핍으로 나쁜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고, 불량 단체에 가입하는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 농민공중국 농민공

▲ 중국 농민공들


높은 경세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중국의 이면에는,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족 간 생이별을 감수하는 농민공들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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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교사 잔혹 살해…범죄자로 전락한 버려진 아이들
    • 입력 2015-10-24 14:57:06
    • 수정2015-10-24 17:08:46
    국제
중국에서 10대 어린이 3명이 여교사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들 중 2명은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외지에 나가 있는 이른바 농민공 자녀들이었다. 농민공 자녀 범죄가 계속 이어지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중부 사오둥(邵東)현의 한 학교에 지난 18일 낮 어린이 3명이 침입해 이 모(52·여)교사를 숨지게 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가 공안에 체포됐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들은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가 기숙사에서 주말에 혼자 학교를 지키던 이씨를 나무몽둥이로 때려 쓰러뜨린 뒤 화장실로 끌고 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은 침대 밑에 이씨의 시신을 숨긴 뒤 이씨의 휴대전화와 2천위안(36만원)의 금품을 갖고 달아났다.

11, 12, 13세인 이들 중 2명은 농민공 자녀였다. 농민공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간 사람들을 가리킨다. 현재 중국에는 약 6100만명의 농민공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공 자녀는 대부분 나이 많은 조부모가 돌보지만 거의 방치돼 있어 범죄나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농민공 자녀
▲ 농민공 자녀(기사에 언급된 자녀들과 연관없음)


"죽음은 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오늘 떠납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농민공 자녀 4명이 한꺼번에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14살 오빠는 이런 유서를 남겼다. 9살, 8살, 5살 어린 동생들도 함께 죽었다.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인 구이저우(貴州)성 톈칸(田坎)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음독 자살 사건을 보고받은 리커창 중국 총리는 분노했다. 리 총리는 전국 기관에 철저한 재발 방지대책을 지시했다.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농민공 자녀가 연관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농민공과 자녀가 따로 살아야 하는 건 중국의 '호적법' 때문이다. 중국은 호적에 등록돼야만 교육이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농민공은 이주한 도시의 호적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농민공은 도시에서 무허가 주택이나 천막에서 생활해 왔고, 부득이하게 자녀들과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조사한 바로는, 중국 농민공 자녀 6100만명 중 약 15.1%인 1000만명의 아이들이 1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1년에 한 번도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는 농민공 자녀도 4.3%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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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공 자녀
▲ 농민공 자녀(기사에 언급된 자녀들과 연관없음)


시진핑 정부는 문제가 되는 호적법을 개혁해 농민공이 도시에서도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 내 농민공 숫자는 2억7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중국청소년연구센터의 장쉬둥 부연구원은 "농민공 자녀는 관심과 보호 결핍으로 나쁜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고, 불량 단체에 가입하는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 농민공
▲ 중국 농민공들


높은 경세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중국의 이면에는,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족 간 생이별을 감수하는 농민공들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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