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어린이집 아이들이 먹는 물에 중금속이라니…

입력 2015.10.26 (00:20) 수정 2015.10.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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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KBS 뉴스9]에서 "어린이집 원생의 몸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전북의 한 어린이집인데 지하수를 먹는 물로 쓰는 곳이었습니다. 지하수에서 수은과 비소가 나왔고 혹시나 해서 원생의 혈액과 모발을 검사했더니 많게는 6배까지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 세 가지가 검출됐습니다. 원생 33명 가운데 28명이 중금속 중독이었습니다.
"계속 긁고 그런 증세가 심해져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고…"(해당 어린이집 원생 부모)

[연관기사]
☞어린이집 원생 중금속 중독…지하수 오염?


왜 가려운지 알 수 없고 중금속 중독의 원인 역시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하수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보도를 보고 환경부가 나섰습니다. 7월부터 지하수를 먹는 물로 쓰고 있는 전국의 어린이집 132곳을 뽑아 수질을 조사했습니다. 지하수 음용 시설은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1년에서 3년 마다 조사하게 돼 있습니다만 어린이집에 대한 전국 동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 3곳 중 1곳에서 대장균 등 유해물질 검출…‘부적격’

교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A시의 한 어린이집은 야트막한 동네 뒷산을 등진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도 있어 왜 이런 곳에서 상수도가 아닌 지하수를 쓰고 있나, 좀 의아했습니다.
원장은 "워낙 물이 좋아서 OOOO(지역 관공서) 직원들이 여기 와서 지하수를 떠 갔던 곳이에요. 민간 기관에 의뢰해 매년 수질 검사를 했는데 (유해 물질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어린이집 지하수에서는 총대장균군과 대장균이 기준치 넘게 검출됐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또 다른 어린이집은 한적한 농가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이 어린이집의 지하수에서는 질산성질소가 기준치 넘게 나왔습니다. 비료나 소화조 침출수가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물질입니다. 최대 허용농도를 초과해서 마실 경우 영유아에게 호흡 부족이나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132곳 중 45곳의 지하수가 '음용 지하수 수질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하수 부적격 판정 어린이집지하수 부적격 판정 어린이집


■ 왜 지하수가 문제인가?

앞서 대장균이 검출된 곳의 어린이집 원장의 자랑처럼 '물이 깨끗한 걸로 유명한' 지하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정수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지하수를 그대로 쓰다 보면 외부 요인으로 수질의 편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빗물에 의해서 그럴 수 있고 오염 물질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상수도보다 안정적인 수질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의 간격으로 수질 검사가 이뤄지다 보니 검사 시점 사이에 오염이 됐더라도 발견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 대책은 간단…문제는 돈

지하수 수질 오염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상수도 설치입니다. 원생의 몸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전북의 어린이집에도 결국 상수도가 설치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환경부는 상수도 설치가 힘들다면 별도의 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든지 하다못해 먹는 샘물을 배달시켜 먹도록 권고하는 것이 가능한 조치 방안이라고 설명합니다.

질산성질소가 검출된 어린이집 원장의 말입니다.

"시청에서 전화는 와요. 대책을 세우라는데. 지하수를 다시 파라는 것도 솔직히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예? 지하수를 파라고요?"-원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반문했습니다- "네. 그 물이 부적합하니까 지하수를 다시 파라고 하더라고요. 시청에서. 상수도를 놔줄 계획은 안 잡고 알아서 해결하라는데 저희도 속이 타요. 상수도를 놔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했더니 '그걸 나라에서 예산을 잡고 해야 하는데 우리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자기(시청)들이 보조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알아서 하래요. 저희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저희가 해결해야겠지만 상수도를 놓고 싶다고 놓는 게 아니잖아요. 상수도는 나라에서 해주는 거잖아요."

지하수 부적격 판정 어린이집지하수 부적격 판정 어린이집


전국적으로 지하수를 먹는 물로 쓰고 있는 어린이집은 890곳 정도입니다(보건복지부 기준). 환경부는 내년에 이번에 조사한 132곳뿐 아니라 모든 지하수 음용 어린이집 수질을 전수 조사할 계획입니다.

그전에라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상수도를 쓰는지 지하수를 쓰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상수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라면 실제로 아이들에게 먹이는지도 확인해 보세요.(참고로 방송에 소개된 두 곳의 어린이집 모두 "아이들에게 지하수를 먹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빨리 상수도를 놔 주든지 별도의 지하수 정수 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해당 자치단체에 강력하게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국민권익위나 청와대 신문고 홈페이지도 이용하실만합니다. 대한민국은 4대강 사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정도로 '물'에 있어서는 관심이 큰 나라입니다. '진상' 민원인이 되는 거 아닌가 우려하실 것 없습니다. 세금을 낸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내 아이가 마시는 물인데 깐깐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관기사]
☞ [930뉴스] 어린이집 식수 유해물질 ‘득실’…3곳 중 1곳 부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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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26 00:20:31
    • 수정2015-10-26 10:45:45
    취재후
지난 6월 1일 [KBS 뉴스9]에서 "어린이집 원생의 몸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전북의 한 어린이집인데 지하수를 먹는 물로 쓰는 곳이었습니다. 지하수에서 수은과 비소가 나왔고 혹시나 해서 원생의 혈액과 모발을 검사했더니 많게는 6배까지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 세 가지가 검출됐습니다. 원생 33명 가운데 28명이 중금속 중독이었습니다.
"계속 긁고 그런 증세가 심해져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고…"(해당 어린이집 원생 부모)

[연관기사]
☞어린이집 원생 중금속 중독…지하수 오염?


왜 가려운지 알 수 없고 중금속 중독의 원인 역시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하수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보도를 보고 환경부가 나섰습니다. 7월부터 지하수를 먹는 물로 쓰고 있는 전국의 어린이집 132곳을 뽑아 수질을 조사했습니다. 지하수 음용 시설은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1년에서 3년 마다 조사하게 돼 있습니다만 어린이집에 대한 전국 동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 3곳 중 1곳에서 대장균 등 유해물질 검출…‘부적격’

교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A시의 한 어린이집은 야트막한 동네 뒷산을 등진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도 있어 왜 이런 곳에서 상수도가 아닌 지하수를 쓰고 있나, 좀 의아했습니다.
원장은 "워낙 물이 좋아서 OOOO(지역 관공서) 직원들이 여기 와서 지하수를 떠 갔던 곳이에요. 민간 기관에 의뢰해 매년 수질 검사를 했는데 (유해 물질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어린이집 지하수에서는 총대장균군과 대장균이 기준치 넘게 검출됐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또 다른 어린이집은 한적한 농가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이 어린이집의 지하수에서는 질산성질소가 기준치 넘게 나왔습니다. 비료나 소화조 침출수가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물질입니다. 최대 허용농도를 초과해서 마실 경우 영유아에게 호흡 부족이나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132곳 중 45곳의 지하수가 '음용 지하수 수질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하수 부적격 판정 어린이집


■ 왜 지하수가 문제인가?

앞서 대장균이 검출된 곳의 어린이집 원장의 자랑처럼 '물이 깨끗한 걸로 유명한' 지하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정수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지하수를 그대로 쓰다 보면 외부 요인으로 수질의 편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빗물에 의해서 그럴 수 있고 오염 물질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상수도보다 안정적인 수질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의 간격으로 수질 검사가 이뤄지다 보니 검사 시점 사이에 오염이 됐더라도 발견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 대책은 간단…문제는 돈

지하수 수질 오염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상수도 설치입니다. 원생의 몸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전북의 어린이집에도 결국 상수도가 설치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환경부는 상수도 설치가 힘들다면 별도의 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든지 하다못해 먹는 샘물을 배달시켜 먹도록 권고하는 것이 가능한 조치 방안이라고 설명합니다.

질산성질소가 검출된 어린이집 원장의 말입니다.

"시청에서 전화는 와요. 대책을 세우라는데. 지하수를 다시 파라는 것도 솔직히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예? 지하수를 파라고요?"-원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반문했습니다- "네. 그 물이 부적합하니까 지하수를 다시 파라고 하더라고요. 시청에서. 상수도를 놔줄 계획은 안 잡고 알아서 해결하라는데 저희도 속이 타요. 상수도를 놔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했더니 '그걸 나라에서 예산을 잡고 해야 하는데 우리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자기(시청)들이 보조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알아서 하래요. 저희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저희가 해결해야겠지만 상수도를 놓고 싶다고 놓는 게 아니잖아요. 상수도는 나라에서 해주는 거잖아요."

지하수 부적격 판정 어린이집


전국적으로 지하수를 먹는 물로 쓰고 있는 어린이집은 890곳 정도입니다(보건복지부 기준). 환경부는 내년에 이번에 조사한 132곳뿐 아니라 모든 지하수 음용 어린이집 수질을 전수 조사할 계획입니다.

그전에라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상수도를 쓰는지 지하수를 쓰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상수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라면 실제로 아이들에게 먹이는지도 확인해 보세요.(참고로 방송에 소개된 두 곳의 어린이집 모두 "아이들에게 지하수를 먹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빨리 상수도를 놔 주든지 별도의 지하수 정수 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해당 자치단체에 강력하게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국민권익위나 청와대 신문고 홈페이지도 이용하실만합니다. 대한민국은 4대강 사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정도로 '물'에 있어서는 관심이 큰 나라입니다. '진상' 민원인이 되는 거 아닌가 우려하실 것 없습니다. 세금을 낸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내 아이가 마시는 물인데 깐깐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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