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에 사람 DNA까지 검출”…소비자 혼란

입력 2015.10.27 (10:19) 수정 2015.10.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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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보건기구, “가공육 매일 50g 먹으면 직장암 위험 18% 상승”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지정됨에 따라 가공육을 만드는 업체 뿐 아니라 평소 가공육을 먹던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6일(현지날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일정한 공정을 거친 가공육을 섭취하는 것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IARC는 또 붉은 고기를 발암 위험물질 2A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붉은 고기 섭취가 '발암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부 제한적 증거에 근거했다는 설명이다.


▲ CNN 홈페이지 화면 캡처


■ CNN 등 미국 언론 “제품에서 사람 DNA 검출, 위생 상태 엉망”

여기에 더해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식품분석 스타트업인 클리어푸드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핫도그와 소시지 제품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고 보도했다.

클리어푸드가 최근 미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75개 브랜드의 345개 핫도그와 소시지 제품에 대해 DNA를 분석한 결과 7개 중 1개꼴인 14.4%에 문제가 있었고, 젠체의 2%에서는 인간 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인간 DNA가 포함된 제품의 3분의 2는 채식 제품이었다.

인간 DNA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지만 제조 과정에서 제조자의 머리카락이 들어갈 가능성 등 위생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발암물질 발표 직후 식당에 가보니..

이날 점심 때 찾은 서울 시내 한 부대찌개 집은 성업 중이었다. 식당은 점심시간 내내 사람들로 붐볐고, 손님들이 자리를 떠나기 무섭게 새로운 손님들로 자리가 채워졌다.

부대찌개 식당부대찌개 식당


가게 주인 김태윤씨(남·50)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며 MSG도 그렇게 나쁘다는 얘기 많지만 먹을 사람은 먹는 것을 보면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영업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 없었다”고 밝혔다.

부대찌개부대찌개


가게를 찾은 인근 직장인 김모(남·55)씨는 "뉴스 보고 왔는데, 신경 안 쓴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런거 신경 쓰겠나. 담배도 피우는데.."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인근 직장인 박모씨(48)는 “뉴스 내용 알고 있었는데 소시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것과 섞여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소시지만 따로 먹는 것은 자제하겠지만 섞여 있는 건 계속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직장인 서모씨(남·44)는 “내용을 모르고 왔다”며 "알았으면 안 왔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젯밤 발표가 있었던 만큼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하고 식당에 온 손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럼 앞으로 햄 같은 음식을 먹지 말라는 소리냐"며 이같은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대형마트 “아직 국내 영향 적어”

마트 정육 코너마트 정육 코너


대형마트 정육코너나 가공육 코너에서는 아직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점포 매니저들에게 동향을 물었는데 오늘까지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들었다”며 “원래 외국에서 나온 이슈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몇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 기관이 직접 원가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국내 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엄마들은…“안 먹일 순 없고 줄여야하나”

누구보다 안전에 민감할 것 같은 엄마들은 아예 안 먹이기 보다 양을 줄이겠다는 입장이 많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아예 못 먹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목동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암 발병 확률은 엄청 작던데 그래도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발암물질 음식이니 앞으론 안 사먹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못 먹게 하겠다는 주부도 있었지만 양을 줄여야겠다는 주부도 적지 않았다. 한 주부는 “색소가 안 들어 간 것은 괜찮지 않겠느냐”며 “애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스팸이랑 부대찌개인데 줄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공육 1군 발암물질 발표로 주부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가공육가공육


■ 육가공협회 강하게 반발

이번 발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육가공협회는 크게 반발했다. 협회는 발표문을 통해 "IARC 발표처럼 매일 50g씩 가공육을 섭취할 경우 연간 섭취량이 18.3Kg인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햄·소시지 소비량인 4.4Kg의 2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IARC가 발표한 적정 소비량보다 국내 소비량이 크게 적은 만큼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우 1인당 연간 육가공품 소비가 30.7Kg에 달해 적정 소비량을 크게 넘어서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혐회는 이어 "가공육과 붉은 고기는 5대 필수 영양소의 한 가지인 단백질의 보고인데 IARC가 단백질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석면이나 비소와 동급으로 가공육을 거론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단백질은 신체 골격 유지와 보충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공급원이다.

■전문가, “과하지 않으면 과민반응 할 필요 없다”

전문가들은 발암물질로 지정했다고 해서 당장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단국대학교 식품공학과 백형희 교수는 "함께 1군 발암물질로 포함돼 있는 술, 담배와 마찬가지로 과하면 문제가 생기고, 과하면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라면서 "가공육을 먹으면 큰 일 난다거나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식으로 과민반응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식약처 등을 통해 가공육 섭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관 기사]

☞ WHO “햄·소시지 등 가공육은 1급 발암물질”

☞ ‘가공육’의 어떤 물질이 발암 유발하나?

☞ ‘가공육 발암물질’ WHO 발표에 업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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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물질에 사람 DNA까지 검출”…소비자 혼란
    • 입력 2015-10-27 10:19:05
    • 수정2015-10-27 17:08:31
    사회
■ 세계보건기구, “가공육 매일 50g 먹으면 직장암 위험 18% 상승”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지정됨에 따라 가공육을 만드는 업체 뿐 아니라 평소 가공육을 먹던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6일(현지날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일정한 공정을 거친 가공육을 섭취하는 것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IARC는 또 붉은 고기를 발암 위험물질 2A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붉은 고기 섭취가 '발암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부 제한적 증거에 근거했다는 설명이다.


▲ CNN 홈페이지 화면 캡처


■ CNN 등 미국 언론 “제품에서 사람 DNA 검출, 위생 상태 엉망”

여기에 더해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식품분석 스타트업인 클리어푸드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핫도그와 소시지 제품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고 보도했다.

클리어푸드가 최근 미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75개 브랜드의 345개 핫도그와 소시지 제품에 대해 DNA를 분석한 결과 7개 중 1개꼴인 14.4%에 문제가 있었고, 젠체의 2%에서는 인간 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인간 DNA가 포함된 제품의 3분의 2는 채식 제품이었다.

인간 DNA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지만 제조 과정에서 제조자의 머리카락이 들어갈 가능성 등 위생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발암물질 발표 직후 식당에 가보니..

이날 점심 때 찾은 서울 시내 한 부대찌개 집은 성업 중이었다. 식당은 점심시간 내내 사람들로 붐볐고, 손님들이 자리를 떠나기 무섭게 새로운 손님들로 자리가 채워졌다.

부대찌개 식당


가게 주인 김태윤씨(남·50)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며 MSG도 그렇게 나쁘다는 얘기 많지만 먹을 사람은 먹는 것을 보면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영업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 없었다”고 밝혔다.

부대찌개


가게를 찾은 인근 직장인 김모(남·55)씨는 "뉴스 보고 왔는데, 신경 안 쓴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런거 신경 쓰겠나. 담배도 피우는데.."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인근 직장인 박모씨(48)는 “뉴스 내용 알고 있었는데 소시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것과 섞여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소시지만 따로 먹는 것은 자제하겠지만 섞여 있는 건 계속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직장인 서모씨(남·44)는 “내용을 모르고 왔다”며 "알았으면 안 왔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젯밤 발표가 있었던 만큼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하고 식당에 온 손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럼 앞으로 햄 같은 음식을 먹지 말라는 소리냐"며 이같은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대형마트 “아직 국내 영향 적어”

마트 정육 코너


대형마트 정육코너나 가공육 코너에서는 아직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점포 매니저들에게 동향을 물었는데 오늘까지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들었다”며 “원래 외국에서 나온 이슈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몇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 기관이 직접 원가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국내 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엄마들은…“안 먹일 순 없고 줄여야하나”

누구보다 안전에 민감할 것 같은 엄마들은 아예 안 먹이기 보다 양을 줄이겠다는 입장이 많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아예 못 먹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목동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암 발병 확률은 엄청 작던데 그래도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발암물질 음식이니 앞으론 안 사먹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못 먹게 하겠다는 주부도 있었지만 양을 줄여야겠다는 주부도 적지 않았다. 한 주부는 “색소가 안 들어 간 것은 괜찮지 않겠느냐”며 “애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스팸이랑 부대찌개인데 줄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공육 1군 발암물질 발표로 주부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가공육


■ 육가공협회 강하게 반발

이번 발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육가공협회는 크게 반발했다. 협회는 발표문을 통해 "IARC 발표처럼 매일 50g씩 가공육을 섭취할 경우 연간 섭취량이 18.3Kg인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햄·소시지 소비량인 4.4Kg의 2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IARC가 발표한 적정 소비량보다 국내 소비량이 크게 적은 만큼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우 1인당 연간 육가공품 소비가 30.7Kg에 달해 적정 소비량을 크게 넘어서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혐회는 이어 "가공육과 붉은 고기는 5대 필수 영양소의 한 가지인 단백질의 보고인데 IARC가 단백질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석면이나 비소와 동급으로 가공육을 거론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단백질은 신체 골격 유지와 보충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공급원이다.

■전문가, “과하지 않으면 과민반응 할 필요 없다”

전문가들은 발암물질로 지정했다고 해서 당장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단국대학교 식품공학과 백형희 교수는 "함께 1군 발암물질로 포함돼 있는 술, 담배와 마찬가지로 과하면 문제가 생기고, 과하면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라면서 "가공육을 먹으면 큰 일 난다거나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식으로 과민반응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식약처 등을 통해 가공육 섭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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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공육 발암물질’ WHO 발표에 업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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