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美 대학 출신 남성, 왜 하필 분유 상습 절도?

입력 2015.10.28 (08:33) 수정 2015.10.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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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형마트를 돌며 분유만 골라 훔쳐 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년 동안 훔친 분유가 1460여 통, 매일 하루에 4개 꼴로 훔친 셈인데요.

남성이 훔쳐 온 분유는 동거녀가 인터넷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전국의 알뜰 주부들에게 팔아 넘겼습니다.

시중가보다 훨씬 싼 값을 제시했기 때문에, 물건을 내놓기가 바쁘게 팔려나갔다고 하는데요.

왜 하필 분유를 훔쳤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대형마트 분유 코너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분유 여러 통을 손수레에 담습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의 모습은 CCTV가 비추지 않는 마트 구석진 곳에서 포착됩니다.

구석에서 가방을 메며 나오는 남성.

홀쭉했던 가방이 불룩해져 있습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자주 와봤기 때문에 그 마트 내부 구조를 실제 정확하게 아는 것 같습니다. CCTV 안 나오는 사각지대라던지”

마트 측 보안 직원들은 남성의 행동이 수상쩍어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는데요.

<녹취> 피해 마트 관계자 : “저희 보안팀 직원이 이제 행동이 이상하다. 그 때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까 못 잡았고 그 사람 얼굴을 확인했다가 뒤에 들어오는 거 보고 그 때부터 다시 추적을 했죠.”

훔친 분유를 메고 태연하게 직원들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남성은 이런 수법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같은 마트를 드나들며 절도 행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실제 가방 속에 넣을 수 있는 (분유) 양이 5개입니다. 가방 속에 넣어서 다시 차에 갖다 놓고 다시 와서 많을 때는 20개 정도 (훔쳐)”

분유통마다 도난 방지장치가 부착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남성이 인터넷에서 도난 방지장치 제거 장비를 구입해, 범행에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

분유가 자꾸 사라진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마트 측에서 남성의 짐가방을 의심한 겁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보안팀에서) 가방 속에 든 게 뭐냐 확인을 하니까 가방을 벗어 놓고 피의자는 다른 곳으로 도주를 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대형마트를 범행 장소로 노린 남성.

마트마다 CCTV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마트 관계자 : “카트를 가지고 CCTV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들어갔다가 가방만 메고 다시 나왔어요. 저희 직원을 보내서 확인을 하니까 빈 카트만 있고 상품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함부로 가방을 열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 마트 관계자 : "무작정와서 가방을 보자고 할 수 없으니까. 만약에 (절도가) 아니면 도둑놈 취급을 했다 이렇게 돼버리면 안되니까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44살 이모 씨가 지난 1년 간 훔친 분유는 모두 1467개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창원, 김해, 부산, 대구, 울산 등에 있는 대형마트 16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많은 분유를 어디에 쓴 걸까?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절취한 물건은 동거녀와 인터넷카페에 판매한다고 게시글을 올려서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은 다음에 택배로 보내는 방법으로 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씨의 동거녀가 주부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서 분유를 팔아왔던 겁니다.

한 통에 6만 원 정도인 고가 분유를 세 통씩 묶음 판매로 10만 원에서 12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시중가보다 30~40퍼센트 싼 가격 덕분에, 판매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분유를 사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분유 판매 글을 수시로 올렸지만, 분유의 출처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시민 인터뷰(음성변조) : “아기한테 안 맞아서 새 건데 그냥 판다고 하면 엄마들은 다 산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카페 같은데 거래도 많이 하고.”

<인터뷰> 시민 인터뷰(음성변조) : “분유가 비싸잖아요. 싼 것도 있긴 한데 엄마들 입장에서 비싼 거 먹이고 싶기도 하니까 인터넷으로 싸게 파는 데가 있으면 그렇게 (구매)하기도 하죠.”

인터넷을 통한 판매 경험이 쌓이면서 선호도가 높은 고가의 분유를 집중 공략해 훔쳤습니다.

심지어, 먼저 분유 주문을 받고, 나중에 주문 받은 상품을 훔쳐와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씨와 동거녀가 1년 동안 챙긴 돈이 6400만 원이나 됐습니다.

동거녀는 인터넷 판매를 더 원활히 하기 위해 아기 엄마인 후배까지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과) : “10만원 가격에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10만5천원에서 12만원에 (팔고), 나머지 차익은 자기 수입으로”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생후 18개월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에서 대학까지 마쳤지만,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과) : “실제 이 피의자 (이 씨) 같은 경우는 한국말을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에 구매자하고 판매자에 대한 언어가 통해야 하기 때문에 2, 3 피의자를 끌어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훔친 물건인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이들로부터 분유를 산 엄마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인터뷰> 이인철(변호사) : “일반적으로 그것이 절도품인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다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고요.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 하실 때 판매처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그 물건의 품질이나 가격을 비교해서 지나치게 싼 물건은 주의하시길 요청하는 바입니다.”

내 아이에게 기왕이면 더 비싼 분유를 먹이고 싶고, 그러면서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소비를 하려 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이들에겐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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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美 대학 출신 남성, 왜 하필 분유 상습 절도?
    • 입력 2015-10-28 08:35:18
    • 수정2015-10-28 11: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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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형마트를 돌며 분유만 골라 훔쳐 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년 동안 훔친 분유가 1460여 통, 매일 하루에 4개 꼴로 훔친 셈인데요.

남성이 훔쳐 온 분유는 동거녀가 인터넷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전국의 알뜰 주부들에게 팔아 넘겼습니다.

시중가보다 훨씬 싼 값을 제시했기 때문에, 물건을 내놓기가 바쁘게 팔려나갔다고 하는데요.

왜 하필 분유를 훔쳤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대형마트 분유 코너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분유 여러 통을 손수레에 담습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의 모습은 CCTV가 비추지 않는 마트 구석진 곳에서 포착됩니다.

구석에서 가방을 메며 나오는 남성.

홀쭉했던 가방이 불룩해져 있습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자주 와봤기 때문에 그 마트 내부 구조를 실제 정확하게 아는 것 같습니다. CCTV 안 나오는 사각지대라던지”

마트 측 보안 직원들은 남성의 행동이 수상쩍어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는데요.

<녹취> 피해 마트 관계자 : “저희 보안팀 직원이 이제 행동이 이상하다. 그 때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까 못 잡았고 그 사람 얼굴을 확인했다가 뒤에 들어오는 거 보고 그 때부터 다시 추적을 했죠.”

훔친 분유를 메고 태연하게 직원들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남성은 이런 수법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같은 마트를 드나들며 절도 행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실제 가방 속에 넣을 수 있는 (분유) 양이 5개입니다. 가방 속에 넣어서 다시 차에 갖다 놓고 다시 와서 많을 때는 20개 정도 (훔쳐)”

분유통마다 도난 방지장치가 부착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남성이 인터넷에서 도난 방지장치 제거 장비를 구입해, 범행에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

분유가 자꾸 사라진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마트 측에서 남성의 짐가방을 의심한 겁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보안팀에서) 가방 속에 든 게 뭐냐 확인을 하니까 가방을 벗어 놓고 피의자는 다른 곳으로 도주를 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대형마트를 범행 장소로 노린 남성.

마트마다 CCTV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마트 관계자 : “카트를 가지고 CCTV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들어갔다가 가방만 메고 다시 나왔어요. 저희 직원을 보내서 확인을 하니까 빈 카트만 있고 상품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함부로 가방을 열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 마트 관계자 : "무작정와서 가방을 보자고 할 수 없으니까. 만약에 (절도가) 아니면 도둑놈 취급을 했다 이렇게 돼버리면 안되니까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44살 이모 씨가 지난 1년 간 훔친 분유는 모두 1467개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창원, 김해, 부산, 대구, 울산 등에 있는 대형마트 16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많은 분유를 어디에 쓴 걸까?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절취한 물건은 동거녀와 인터넷카페에 판매한다고 게시글을 올려서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은 다음에 택배로 보내는 방법으로 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씨의 동거녀가 주부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서 분유를 팔아왔던 겁니다.

한 통에 6만 원 정도인 고가 분유를 세 통씩 묶음 판매로 10만 원에서 12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시중가보다 30~40퍼센트 싼 가격 덕분에, 판매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분유를 사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분유 판매 글을 수시로 올렸지만, 분유의 출처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시민 인터뷰(음성변조) : “아기한테 안 맞아서 새 건데 그냥 판다고 하면 엄마들은 다 산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카페 같은데 거래도 많이 하고.”

<인터뷰> 시민 인터뷰(음성변조) : “분유가 비싸잖아요. 싼 것도 있긴 한데 엄마들 입장에서 비싼 거 먹이고 싶기도 하니까 인터넷으로 싸게 파는 데가 있으면 그렇게 (구매)하기도 하죠.”

인터넷을 통한 판매 경험이 쌓이면서 선호도가 높은 고가의 분유를 집중 공략해 훔쳤습니다.

심지어, 먼저 분유 주문을 받고, 나중에 주문 받은 상품을 훔쳐와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씨와 동거녀가 1년 동안 챙긴 돈이 6400만 원이나 됐습니다.

동거녀는 인터넷 판매를 더 원활히 하기 위해 아기 엄마인 후배까지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과) : “10만원 가격에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10만5천원에서 12만원에 (팔고), 나머지 차익은 자기 수입으로”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생후 18개월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에서 대학까지 마쳤지만,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인터뷰> 장호경(팀장/창원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과) : “실제 이 피의자 (이 씨) 같은 경우는 한국말을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에 구매자하고 판매자에 대한 언어가 통해야 하기 때문에 2, 3 피의자를 끌어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훔친 물건인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이들로부터 분유를 산 엄마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인터뷰> 이인철(변호사) : “일반적으로 그것이 절도품인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다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고요.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 하실 때 판매처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그 물건의 품질이나 가격을 비교해서 지나치게 싼 물건은 주의하시길 요청하는 바입니다.”

내 아이에게 기왕이면 더 비싼 분유를 먹이고 싶고, 그러면서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소비를 하려 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이들에겐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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