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여자로 살고 싶어요”…수백만 명 성 정체성 혼란
입력 2015.11.08 (07:04) 수정 2015.11.09 (05:22) 취재후
■ 파타야의 대표 관광상품 트랜스젠더 쇼

태국에 오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이 파타야입니다. 방콕에서 가깝고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파타야가 자랑하는 유명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가 ‘티파니 쇼’(Tifanny’s Show)입니다. 이 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극장식 쇼와 똑같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쇼에 출연하는 여성들이 모두 트랜스젠더, 즉 수술을 통해 후천적으로 여성이 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태국에는 이런 트랜스젠더만이 출연하는 쇼들이 많습니다. 단지 파타야의 티파니 쇼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트랜스젠더 쇼 = 티파니 쇼'라는 공식이 성립한 것입니다. 방콕의 차오 프라야 강변에 있는 쇼핑몰인 아시아 티크라는 곳에 가면 '칼립소 쇼'가 있는데 이것도 트랜스젠더 쇼입니다. 파타야에는 티파니 쇼 말고도 '알카자 쇼', '콜로세움 쇼' 등 다른 트랜스젠더 쇼들도 많습니다.

티파니쇼티파니쇼


티파니쇼티파니쇼


■ 트랜스젠더 미인대회

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단지 관광객을 위한 쇼에 출연하는 성 소수자들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를 위한 미인대회도 열립니다. 파타야에서는 해마다 5월이 되면 미스 티파니 대회가 열립니다. 태국에 있는 트랜스젠더들 가운데 최고의 미인을 선발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태국 지상파 방송인 7번 채널을 통해 생방송 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모델이나 배우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11월에는 파타야에서 미스 인터내셔널 퀸(Miss International Queen) 대회가 열립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미스유니버스처럼 전 세계의 트랜스젠더들이 모여 아름다움을 겨룹니다. 지난해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이사벨라 산티아고 씨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여성으로 살고 싶어요

제가 만난 트랜스젠더 가운데 한 사람인 소피다 씨의 첫인상은 키가 크고 예쁜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원래 여성과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몸매나 걸음걸이 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답을 하는 순간 가는 남성 목소리로 말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피다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마음속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옷도 여성처럼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님의 동의을 얻어 수술을 받고 여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 미스 티파니 선발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했습니다. 이후 패션모델과 TV 출연으로 유명인사가 됐고 현재 자신의 삶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트랜스젠더인 빠리다 씨도 미스 티파니 대회 출신의 미녀입니다.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때 수술을 받고 성을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파타야의 명물인 티파니 쇼의 쇼걸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여성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트랜스젠더

▲ 소피다 씨(왼쪽)와 빠리다 씨(오른쪽)


■ 성적 차별이 없는 사회

이처럼 태국이 트랜스젠더의 천국이 된 것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젠더들 가운데는 유명 모델로 활동하거나 유명 연예인도 많습니다. 또 백화점의 화장품이나 속옷을 파는 곳에 가면 트랜스젠더 점원들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차별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 중심의 모계 사회의 전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차별이 없는 한 문화적 이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태국은 이미 40여 년 전부터 성전환 수술이 도입됐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와 더불어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전환 수술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전환 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성전환 전문의사는 일주일에 2~3건의 수술을 하고 있고 지난 30년간 3,500건의 수술을 집도했다고 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의사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과정이 훨씬 단순하다고 했습니다. 우선 얼굴의 코와 턱 등을 여성처럼 만든 다음 가슴 부위에 대한 수술을 합니다. 그리고 생식기 부분은 제일 마지막에 수술을 합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은 짧으면 3주 일반적으로 4주면 끝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은 수술 단계가 복잡해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제가 취재한 성형 전문 종합병원은 1년에 120건의 성전환 수술을 하는데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남성들이라고 합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은 연간 20건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한국에서 성전환을 위해 태국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만난다고 했습니다.

수술수술


■ 국민 3-5%가 성정체성 혼란

태국에 트랜스젠더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홍콩 대학의 한 연구 논문에는 1996년에 태국인 3,000명당 1명이 트랜스젠더라고 추정했고 지난 2002년에는 인구 180명에 1명이 트랜스젠더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유엔의 한 보고서를 보면 성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거나 성전환 수술을 한 태국인들이 200만 명 에서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태국 인구가 6,500만 명이니까 전체 인구의 3~5%가 트랜스젠더이거나 여장 남자라는 얘깁니다.

아무리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습니다. 신분증을 보면 여전히 트랜스젠더의 성은 남성으로 돼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법적으로 아직까지 성을 바꿀 수 없다는 얘깁니다. 또 해외여행을 갈 때 신분증에 있는 성과 본인의 생김새가 달라 일부 국가에서는 입국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몇 가지 불편함을 제외하면 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임이 분명합니다.

[연관 기사]
☞ [지금 세계는] ‘트랜스젠더’ 천국…태국의 이유는?
  • [취재후] “여자로 살고 싶어요”…수백만 명 성 정체성 혼란
    • 입력 2015-11-08 07:04:30
    • 수정2015-11-09 05:22:02
    취재후
■ 파타야의 대표 관광상품 트랜스젠더 쇼

태국에 오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이 파타야입니다. 방콕에서 가깝고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파타야가 자랑하는 유명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가 ‘티파니 쇼’(Tifanny’s Show)입니다. 이 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극장식 쇼와 똑같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쇼에 출연하는 여성들이 모두 트랜스젠더, 즉 수술을 통해 후천적으로 여성이 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태국에는 이런 트랜스젠더만이 출연하는 쇼들이 많습니다. 단지 파타야의 티파니 쇼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트랜스젠더 쇼 = 티파니 쇼'라는 공식이 성립한 것입니다. 방콕의 차오 프라야 강변에 있는 쇼핑몰인 아시아 티크라는 곳에 가면 '칼립소 쇼'가 있는데 이것도 트랜스젠더 쇼입니다. 파타야에는 티파니 쇼 말고도 '알카자 쇼', '콜로세움 쇼' 등 다른 트랜스젠더 쇼들도 많습니다.

티파니쇼티파니쇼


티파니쇼티파니쇼


■ 트랜스젠더 미인대회

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단지 관광객을 위한 쇼에 출연하는 성 소수자들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를 위한 미인대회도 열립니다. 파타야에서는 해마다 5월이 되면 미스 티파니 대회가 열립니다. 태국에 있는 트랜스젠더들 가운데 최고의 미인을 선발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태국 지상파 방송인 7번 채널을 통해 생방송 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모델이나 배우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11월에는 파타야에서 미스 인터내셔널 퀸(Miss International Queen) 대회가 열립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미스유니버스처럼 전 세계의 트랜스젠더들이 모여 아름다움을 겨룹니다. 지난해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이사벨라 산티아고 씨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여성으로 살고 싶어요

제가 만난 트랜스젠더 가운데 한 사람인 소피다 씨의 첫인상은 키가 크고 예쁜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원래 여성과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몸매나 걸음걸이 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답을 하는 순간 가는 남성 목소리로 말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피다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마음속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옷도 여성처럼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님의 동의을 얻어 수술을 받고 여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 미스 티파니 선발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했습니다. 이후 패션모델과 TV 출연으로 유명인사가 됐고 현재 자신의 삶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트랜스젠더인 빠리다 씨도 미스 티파니 대회 출신의 미녀입니다.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때 수술을 받고 성을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파타야의 명물인 티파니 쇼의 쇼걸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여성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트랜스젠더

▲ 소피다 씨(왼쪽)와 빠리다 씨(오른쪽)


■ 성적 차별이 없는 사회

이처럼 태국이 트랜스젠더의 천국이 된 것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젠더들 가운데는 유명 모델로 활동하거나 유명 연예인도 많습니다. 또 백화점의 화장품이나 속옷을 파는 곳에 가면 트랜스젠더 점원들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차별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 중심의 모계 사회의 전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차별이 없는 한 문화적 이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태국은 이미 40여 년 전부터 성전환 수술이 도입됐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와 더불어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전환 수술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전환 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성전환 전문의사는 일주일에 2~3건의 수술을 하고 있고 지난 30년간 3,500건의 수술을 집도했다고 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의사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과정이 훨씬 단순하다고 했습니다. 우선 얼굴의 코와 턱 등을 여성처럼 만든 다음 가슴 부위에 대한 수술을 합니다. 그리고 생식기 부분은 제일 마지막에 수술을 합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은 짧으면 3주 일반적으로 4주면 끝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은 수술 단계가 복잡해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제가 취재한 성형 전문 종합병원은 1년에 120건의 성전환 수술을 하는데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남성들이라고 합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은 연간 20건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한국에서 성전환을 위해 태국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만난다고 했습니다.

수술수술


■ 국민 3-5%가 성정체성 혼란

태국에 트랜스젠더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홍콩 대학의 한 연구 논문에는 1996년에 태국인 3,000명당 1명이 트랜스젠더라고 추정했고 지난 2002년에는 인구 180명에 1명이 트랜스젠더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유엔의 한 보고서를 보면 성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거나 성전환 수술을 한 태국인들이 200만 명 에서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태국 인구가 6,500만 명이니까 전체 인구의 3~5%가 트랜스젠더이거나 여장 남자라는 얘깁니다.

아무리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습니다. 신분증을 보면 여전히 트랜스젠더의 성은 남성으로 돼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법적으로 아직까지 성을 바꿀 수 없다는 얘깁니다. 또 해외여행을 갈 때 신분증에 있는 성과 본인의 생김새가 달라 일부 국가에서는 입국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몇 가지 불편함을 제외하면 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임이 분명합니다.

[연관 기사]
☞ [지금 세계는] ‘트랜스젠더’ 천국…태국의 이유는?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