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서로 무릎 꿇은 부모들…“공사 재개” vs “건립 반대”

입력 2015.11.09 (08:33) 수정 2015.11.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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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공청회 모습입니다.

부모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습니다.

한쪽은 장애인 가족이고, 또 한쪽은 이 중학교 학부모들입니다.

이 학교에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훈련 센터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모습입니다.

발달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직업 훈련 시설이다, 예민한 청소년기에 학교 공간을 나눠쓸 순 없다,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중학교 앞입니다.

비 오는 주말, 발달 장애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녹취> 커리어월드(장애인 직업 훈련센터) : "예정대로 설립하라!"

장애인 가족들이 이 학교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로 엿새째가 됐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학생 수가 줄어 쓰지 않게 된 학교 별관 건물을 서울시 교육청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 훈련센터로 이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격렬히 반대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급기야 발달 장애인 가족들까지 나서게 된 겁니다.

<인터뷰> 정희경(발달장애 학생 부모) : "저희는 절박해요. 이게 꼭 있어야 돼서 정말 답답하죠."

한 달이 넘도록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자, 시 교육청은 지난 2일 학부모와 주민들을 불러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염유민(서울시교육청 장학관) : "학교에 (장애인 직업 훈련센터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이런 등등의 얘기를 하니까 오해를 풀고 하는 게 낫겠다...."

하지만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서로 감정의 골만 더 키우고 말았습니다.

<녹취> "발달장애인을 왜 우리 아이들이 감당해야 합니까!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립니다!"

<녹취> "발달장애인 직업센터를 결사반대한다! 결사반대! 결사반대!"

공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장애인 직업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녹취> "도와주세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녹취> "우리도 무릎 꿇읍시다."

그러자 중학교 학부모들도 무릎을 꿇으며 맞섰고, 결국, 공청회는 30여 분 만에 무산됐습니다.

학부모들이 이처럼 강하게 장애인 직업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조민순(반대 학부모 전문대학교) : "(수준)의 직업센터입니다. 연령대도 처음에 (최고) 40대로 되어 있다가 4차, 5차 (공청회) 때는 우리가 반발하니까 30대, 20대 이런 식으로..."

<인터뷰> 반대 학부모 : "왜 중학교 아이들 (공간에) 청장년을 넣습니까. 그 아이들과 부딪혀야 하는 부분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중학교에서 나이가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지내면 학생들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반대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주민과 학부모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을 추진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조민순(반대 학부모) : "가정통신문이 나왔습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고요. "행정당국에서 내려진 거니까 센터는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열흘 후에 공사를 (시작)해버렸어요."

서울시 교육청도 할 말이 많습니다.

공사 시작 두 달 전부터 주민 설명회를 세 차례나 열었다는 겁니다.

또 중학생과 장애인들은 교문을 따로 이용하게 돼 학부모들의 우려처럼 중학교 학생과 장애 학생들이 직접 마주칠 일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녹취> 염유민(서울시교육청 장학관) : "학교 안에서 운동장이나 식당에서 마주칠 것 같이 얘기하는데 별도의 시설로 운영할 거예요. 설계도도 그렇게 되어 있고요."

특히 이 학교는 인근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없고 입지 조건도 좋아, 장애인 직업 센터를 짓기에 딱 좋은 조건이라고 교육청은 판단했습니다.

<녹취> 염유민(서울시교육청 장학관) : "특수학교를 시급히 만들어야 될 장소 중 하나가 이 중학교였죠. 특수학교는 학교버스 등 (다니려면) 기본적으로 부지가 넓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꿈쩍도 않는 학부모들...

시설을 이용할 당사자인 발달 장애인의 가족들은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기존에 설립된 다른 직업센터들이 별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김남연 대표(전국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 : "서울 시내에 11개 특수지원센터가 있어요. 11개 중에서 6개는 초등학교에 있고요. 5개는 중학교에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성인 부모들까지 다 이용하고 있지만 아무 사고도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는데요.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장애인도 사람인데 같이 교육을 받는 게 문제가 되나요?"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운동장도 좁은 데다가 이 지역 상황을 봐서는 들어오면 안 될 것 같아요."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선 직업이 꼭 필요합니다.

2013년부터 맞춤형 교육을 위한 장애인 직업 훈련 시설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도 8개 구에 이릅니다.

<인터뷰> 강복순(발달장애 학생 부모) : "딸아이 등교시키겠다고 1시간 반을 운전해서 다니다가 특수학교 근처로 이사한 경우예요. 다 그래요. 특수학교가 각 구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 김남연 대표(전국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 : "발달장애 학생들도 사회에 나가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이런 직업 (훈련)센터가 있으면 발달장애인들도 자기 몫을 하면서 충분히 사회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특수학교나 직업훈련센터를 새로 지을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보류됐습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지역)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 않을까... 좋으면 누가 꺼리겠어요."

장애인 시설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갈등들.

서로 무릎을 꿇고 앉은 양쪽의 부모들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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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서로 무릎 꿇은 부모들…“공사 재개” vs “건립 반대”
    • 입력 2015-11-09 08:41:46
    • 수정2015-11-09 10:46:25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공청회 모습입니다.

부모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습니다.

한쪽은 장애인 가족이고, 또 한쪽은 이 중학교 학부모들입니다.

이 학교에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훈련 센터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모습입니다.

발달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직업 훈련 시설이다, 예민한 청소년기에 학교 공간을 나눠쓸 순 없다,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중학교 앞입니다.

비 오는 주말, 발달 장애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녹취> 커리어월드(장애인 직업 훈련센터) : "예정대로 설립하라!"

장애인 가족들이 이 학교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로 엿새째가 됐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학생 수가 줄어 쓰지 않게 된 학교 별관 건물을 서울시 교육청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 훈련센터로 이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격렬히 반대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급기야 발달 장애인 가족들까지 나서게 된 겁니다.

<인터뷰> 정희경(발달장애 학생 부모) : "저희는 절박해요. 이게 꼭 있어야 돼서 정말 답답하죠."

한 달이 넘도록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자, 시 교육청은 지난 2일 학부모와 주민들을 불러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염유민(서울시교육청 장학관) : "학교에 (장애인 직업 훈련센터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이런 등등의 얘기를 하니까 오해를 풀고 하는 게 낫겠다...."

하지만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서로 감정의 골만 더 키우고 말았습니다.

<녹취> "발달장애인을 왜 우리 아이들이 감당해야 합니까!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립니다!"

<녹취> "발달장애인 직업센터를 결사반대한다! 결사반대! 결사반대!"

공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장애인 직업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녹취> "도와주세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녹취> "우리도 무릎 꿇읍시다."

그러자 중학교 학부모들도 무릎을 꿇으며 맞섰고, 결국, 공청회는 30여 분 만에 무산됐습니다.

학부모들이 이처럼 강하게 장애인 직업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조민순(반대 학부모 전문대학교) : "(수준)의 직업센터입니다. 연령대도 처음에 (최고) 40대로 되어 있다가 4차, 5차 (공청회) 때는 우리가 반발하니까 30대, 20대 이런 식으로..."

<인터뷰> 반대 학부모 : "왜 중학교 아이들 (공간에) 청장년을 넣습니까. 그 아이들과 부딪혀야 하는 부분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중학교에서 나이가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지내면 학생들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반대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주민과 학부모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을 추진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조민순(반대 학부모) : "가정통신문이 나왔습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고요. "행정당국에서 내려진 거니까 센터는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열흘 후에 공사를 (시작)해버렸어요."

서울시 교육청도 할 말이 많습니다.

공사 시작 두 달 전부터 주민 설명회를 세 차례나 열었다는 겁니다.

또 중학생과 장애인들은 교문을 따로 이용하게 돼 학부모들의 우려처럼 중학교 학생과 장애 학생들이 직접 마주칠 일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녹취> 염유민(서울시교육청 장학관) : "학교 안에서 운동장이나 식당에서 마주칠 것 같이 얘기하는데 별도의 시설로 운영할 거예요. 설계도도 그렇게 되어 있고요."

특히 이 학교는 인근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없고 입지 조건도 좋아, 장애인 직업 센터를 짓기에 딱 좋은 조건이라고 교육청은 판단했습니다.

<녹취> 염유민(서울시교육청 장학관) : "특수학교를 시급히 만들어야 될 장소 중 하나가 이 중학교였죠. 특수학교는 학교버스 등 (다니려면) 기본적으로 부지가 넓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꿈쩍도 않는 학부모들...

시설을 이용할 당사자인 발달 장애인의 가족들은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기존에 설립된 다른 직업센터들이 별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김남연 대표(전국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 : "서울 시내에 11개 특수지원센터가 있어요. 11개 중에서 6개는 초등학교에 있고요. 5개는 중학교에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성인 부모들까지 다 이용하고 있지만 아무 사고도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는데요.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장애인도 사람인데 같이 교육을 받는 게 문제가 되나요?"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운동장도 좁은 데다가 이 지역 상황을 봐서는 들어오면 안 될 것 같아요."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선 직업이 꼭 필요합니다.

2013년부터 맞춤형 교육을 위한 장애인 직업 훈련 시설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도 8개 구에 이릅니다.

<인터뷰> 강복순(발달장애 학생 부모) : "딸아이 등교시키겠다고 1시간 반을 운전해서 다니다가 특수학교 근처로 이사한 경우예요. 다 그래요. 특수학교가 각 구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 김남연 대표(전국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 : "발달장애 학생들도 사회에 나가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이런 직업 (훈련)센터가 있으면 발달장애인들도 자기 몫을 하면서 충분히 사회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특수학교나 직업훈련센터를 새로 지을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보류됐습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지역)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 않을까... 좋으면 누가 꺼리겠어요."

장애인 시설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갈등들.

서로 무릎을 꿇고 앉은 양쪽의 부모들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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