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토리] ② 침팬지·코끼리를 가둬선 안 되는 이유

입력 2015.11.14 (08:47) 수정 2015.11.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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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입니다.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해 인기가 많은데요.

그런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오랑우탄을 당장 풀어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인도에서는 동물원에 갇힌 돌고래를 풀어주라는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갇혀 지내는 동물이 오랑우탄이나 돌고래 만은 아닐 텐데 왜 이 동물들에게만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걸까요?

글로벌 스토리,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이 고릴라는 미국 동물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고릴라에게 다른 고릴라 사진을 보여줍니다.

신기한지 유심히 지켜보던 고릴라.

아예 유리 벽에 기대더니 스마트폰 속 다른 고릴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닮은꼴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겁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고릴라가 닮은꼴을 알아본다는 건 자신의 용모를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즉, 자신이 어떤지, 나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지까지 아는 자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도 고릴라와 같은 능력이 있을까.

밀림에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동물의 자의식을 알아보는 '거울 실험' 입니다.

학자들은 거울 속 모습이 자신이라는 걸 아는 동물에겐 자의식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먼저, 표범. 신기한지 관심을 보이다가 금방 가버립니다.

무리를 지어온 침팬지.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거울을 잠시 바라보기만 할 뿐, 별 반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거울을 보고 팔을 들어 보이기도 하고, 춤을 추듯 발을 구르기도 합니다.

코끼리는 거울을 보자마자 긴 코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난을 칩니다.

거울을 제대로 볼 줄 아는지 보려고 흰 페인트를 칠했더니, 거울을 보고 페인트가 묻은 자리를 정확히 짚어냅니다.

지금까지 거울 실험을 통해 자의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동물은 코끼리와 돌고래,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 모두 다섯 동물입니다.

<녹취> 동물 인식 실험 진행 관계자 : "동물이 자의식이 있다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다른 동물과 공감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동물의 권리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자의식이 있는 동물은 우리에 갇혀 있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어 불행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함부로 가둬선 안 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법원은 동물원의 오랑우탄을 자연보호구역으로 풀어주라고 판결했고, 인도에서는 돌고래를 가두지 못하게 수족관 설치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자의식은 그동안 인간만이 가진 능력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지만 인격을 갖는다는 뜻의 '비인간 인격체'로 판명된 동물들은 자의식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나아가 동물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방식도 조금씩 변화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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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스토리] ② 침팬지·코끼리를 가둬선 안 되는 이유
    • 입력 2015-11-14 09:17:16
    • 수정2015-11-14 10:05:3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입니다.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해 인기가 많은데요.

그런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오랑우탄을 당장 풀어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인도에서는 동물원에 갇힌 돌고래를 풀어주라는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갇혀 지내는 동물이 오랑우탄이나 돌고래 만은 아닐 텐데 왜 이 동물들에게만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걸까요?

글로벌 스토리,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리포트>

이 고릴라는 미국 동물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고릴라에게 다른 고릴라 사진을 보여줍니다.

신기한지 유심히 지켜보던 고릴라.

아예 유리 벽에 기대더니 스마트폰 속 다른 고릴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닮은꼴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겁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고릴라가 닮은꼴을 알아본다는 건 자신의 용모를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즉, 자신이 어떤지, 나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지까지 아는 자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도 고릴라와 같은 능력이 있을까.

밀림에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동물의 자의식을 알아보는 '거울 실험' 입니다.

학자들은 거울 속 모습이 자신이라는 걸 아는 동물에겐 자의식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먼저, 표범. 신기한지 관심을 보이다가 금방 가버립니다.

무리를 지어온 침팬지.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거울을 잠시 바라보기만 할 뿐, 별 반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거울을 보고 팔을 들어 보이기도 하고, 춤을 추듯 발을 구르기도 합니다.

코끼리는 거울을 보자마자 긴 코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난을 칩니다.

거울을 제대로 볼 줄 아는지 보려고 흰 페인트를 칠했더니, 거울을 보고 페인트가 묻은 자리를 정확히 짚어냅니다.

지금까지 거울 실험을 통해 자의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동물은 코끼리와 돌고래,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 모두 다섯 동물입니다.

<녹취> 동물 인식 실험 진행 관계자 : "동물이 자의식이 있다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다른 동물과 공감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동물의 권리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자의식이 있는 동물은 우리에 갇혀 있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어 불행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함부로 가둬선 안 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법원은 동물원의 오랑우탄을 자연보호구역으로 풀어주라고 판결했고, 인도에서는 돌고래를 가두지 못하게 수족관 설치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자의식은 그동안 인간만이 가진 능력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지만 인격을 갖는다는 뜻의 '비인간 인격체'로 판명된 동물들은 자의식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나아가 동물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방식도 조금씩 변화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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