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오해와 진실

입력 2015.11.15 (22:30) 수정 2015.11.1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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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가공품 코너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합니다.

지난달 말, WHO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고기를 2군 발암물질로 발표한 이후 관련 제품 매출은 최대 40% 줄었습니다.

<인터뷰> 강미자(마트 시식 코너 직원) : "출근한지가 지금 2시간 다 됐는데 제가 딱 하나 팔았어요. 100개씩도 팔았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열 개도 못 팔았어요."

평균 수명만큼 산다고 가정했을 때, 성인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사회.

발암물질에 민감한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 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우리는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출돼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유해성분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요?

<리포트>

<녹취> "안녕하세요?"

주부 김경현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4살 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녹취> "(이 가정에 발암물질이 뭐가 있을지 한 번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발암물질...그냥 정말 제 생각이니까 찾아볼께요."

<녹취> "(이런 것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프라이팬이 정말 괜찮은건지...좀 안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나무처럼 보여서 이런 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인터뷰> 김경현(주부/서울 동대문구) : "아기 때는 정말로 신경 많이 쓰잖아요. 입에 자꾸 가져가고, 빨고 손도 빨고. 장난감도 다 입으로 가져가니까 걱정이 많이 되는데..."

유해물질 측정 전문가와 함께 휴대용 중금속 측정장비로 집안 구석구석을 검사했습니다.

<녹취> "(보통 저희가 가정에 오면 가장 먼저하는 게 사실은 벽지하고 바닥재예요.) 벽지요? 바닥재요?"

수치가 조금씩 변하더니, 플라스틱의 일종, PVC 표시가 뜹니다.

<인터뷰> 최인자(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 : "딱딱한 플라스틱인데 부드러운 특성이 있잖아요. 이렇게 하려면 여러가치 첨가제를 사용해야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가소제이고, 가소제로 많이 사용되는 게 프탈레이트예요. 발암성이 있는 프탈레이트(DEHP)가 들어가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책장과 문에서도 PVC가 확인됩니다.

가구를 감싼 시트지 때문입니다.

욕실 슬리퍼에선 카드뮴이,

소파와 주방용품,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에선 납이 검출됩니다.

<녹취> "(납이 4200PPM 정도 나옵니다.) 4천? 4천이요? (300PPM이랑 비교하면 10배 이상 초과하는 거고. 카드뮴은 발암성 물질이예요. 카드뮴이 한 118PPM.)"

김경현 씨의 집에서 발견한 PVC 속의 프탈레이트는 간암,

카드뮴은 폐암, 납은 뇌와 신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국제암연구소는 보고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현(주부/서울 동대문구) : "친환경으로 구입한 거거든요. (발암물질ㄹ이) 포함되어 있을꺼라고 생각 못했어요."

주부 김민선 씨는 지난 3월, 한 민간연구기관에 집안 내 독성물질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접시에 그려진 꽃 문양에서 6만5천PPM을 비롯해 소파와 서랍장, 피아노의자 등 61개 제품에서 납이 검출됐습니다.

107개 조사대상제품 중 30%에서 독성 물질인 PVC가 20%에서 카드뮴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선(주부) : "먹는 것도 조심하고 있고 유기농 같은 걸 먹는데 사실은 벽지나 이런 가구, 이런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정말 알려지지 않았어요. 설마 장판이? 설마 벽지가? 발암물질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집 안 먼지와 소변 검사에서도 PVC 속 유독성분,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습니다.

제품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공기중으로 유출되고, 또 인체에 축적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활 속 발암물질에 노출된다고 해서 바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그러나 노약자의 경우 발암물질에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서병성(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차에도 매연 중에 납이 들어있거든요. 그런 것들 100% 피할 수 없죠 사실은. 피할 수 없으니까 가급적이면 도로를 지나가는 시간을 줄인다든지, 아니면 집에서 환기를 자주 해서 가능한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은 물론, 술과 담배, 미세먼지, 야근 등 500여 종류를 암 유발 요인으로 규정했습니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통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를 1군,

사람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충분한 동물실험결과가 있을 경우 2A군,

가능성은 있지만 사람, 동물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을 경우 2B군으로 분류합니다.

3군은 인체 발암성과 연관이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1군 발암물질엔 논란이 된 소시지 등 육가공품과 젓갈, 담배, 매연, 햇빛, 석면 등 111종류가 포함됐습니다.

<인터뷰> 커트 스트라이프(국제암연구소 박사) :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발암 가능성에 대한 분류를 한 것인데, 하지만 같은 카테고리라도 위험성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의 위험성은 (같은 1군으로 분류된) 흡연에 비해서는 훨씬 적습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표를 그대로 참고한다면, 육가공품을 어느 정도 먹어야 발암 위험이 있을까요?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준을 하루 50그램으로 정했습니다.

그 양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베이컨은 약 두 줄 반, 통에 든 햄과 소시지는 손바닥 4분의 1 정도입니다.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의 기준은 100그램 입니다.

평생 또 매일 이 양을 먹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18% 높아진다는 것인데, 이 수치를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권오란(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지난 2일) :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직화를 피하는 여러 조리법이 많다는 게 첫번째이고요. 두번째는 저희 식습관이 야채 많이 먹습니다. 또 곡류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야채나 곡류에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있어서 이것들이 발암 원인을 많이 배설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젓갈의 위험 섭취량은 하루 약 15g.

크지않은 명란의 절반 정도의 양입니다.

나트륨 햠량이 높기 때문에 발암물질로 분류됐는데, 이것 역시, 밥과 함께 소량을 섭취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감안하면 과학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수(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교수) : "100% 그 이상 섭취하면 암을 일으킨다라는 이야기보다는 심장병이라든지 다른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도의 테두리로 생각하시면 될 것같고, 암을 일으키는데 어느 정도 연관은 있다 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노출 정도와 상관없이 발암 위험성이 명백한 것.

예를 들어 탄 음식이나 술, 담배, 석면 등은 피해야 한다는 것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습니다.

발암물질로 규정되진 않았지만, 새로 그 유해성이 확인되는 성분들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방수코팅제로 주로 쓰이는 과불화합물, 일명 PFOA라는 것입니다.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프라이팬 도포제로 사용되거나,

텐트, 아웃도어 의류에 활용됩니다.

지난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관련제품 300점을 구매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 프라이팬과 냄비 등 코팅 주방기구 중 36.8%, 일회용 식품포장용 종이 중 26.1%, 아웃도어와 스포츠의류 중 18% 에서 검출 한계이상의 과불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이 성분은 잘 분해되지 않고, 간암과 태아기형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인터뷰> 고금숙(여성환경연대 팀장) : "가족이 모두 영향을 받긴 하지만 특히 조리도구를 다루는 비중이 큰 여성들에게는 또 영향이 많은데요. 몸에 한 번 들어오면 반감기가 5년 정도 됩니다. 오래 체내에 머무르는 거죠."

미국은 내년부터 산업계에서 이 과불화합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유럽연합도 단계적 사용금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전세계 과학자 200여 명은 이 물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 위해 정부와 생산업체, 소비자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마드리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아직 규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 환경유해물질 규제기구, '스톡홀롬 협약'에서 사용금지 물질로 지정하지 않았고, 흡입 등을 통해 실제 인체에 노출되는 정도는, 국제허용량 대비 1% 내외로,

위해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다만, 관리 수준은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김종민(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사무관) : "환경부에서는 PFOA(과불화합물)가 환경중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물이나 공기, 토양과 같은 여러 환경매체에서 그 잔류 농도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대체재(비불소계 섬유발수제) 개발 연구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시민단체는 보다 적극적,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수미(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 "꼭 확인이 된 이후에 안전기준을 만든다면 이미 그때는 늦는거죠. 사람들이 유해물질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분들도 있지만 20년, 30년이 지나야 그 결과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도 많이 있거든요."

5백가지가 넘는 발암물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발암물질과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생활습관과 유전정보 등 개인 특성에 따라 암 발생 위험도는 달라지는 만큼 우리 특성에 맞는 과학적인 암 예방 지침을 마련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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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물질 오해와 진실
    • 입력 2015-11-15 22:41:09
    • 수정2015-11-15 23: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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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가공품 코너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합니다.

지난달 말, WHO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고기를 2군 발암물질로 발표한 이후 관련 제품 매출은 최대 40% 줄었습니다.

<인터뷰> 강미자(마트 시식 코너 직원) : "출근한지가 지금 2시간 다 됐는데 제가 딱 하나 팔았어요. 100개씩도 팔았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열 개도 못 팔았어요."

평균 수명만큼 산다고 가정했을 때, 성인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사회.

발암물질에 민감한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 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우리는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출돼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유해성분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요?

<리포트>

<녹취> "안녕하세요?"

주부 김경현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4살 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녹취> "(이 가정에 발암물질이 뭐가 있을지 한 번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발암물질...그냥 정말 제 생각이니까 찾아볼께요."

<녹취> "(이런 것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프라이팬이 정말 괜찮은건지...좀 안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나무처럼 보여서 이런 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인터뷰> 김경현(주부/서울 동대문구) : "아기 때는 정말로 신경 많이 쓰잖아요. 입에 자꾸 가져가고, 빨고 손도 빨고. 장난감도 다 입으로 가져가니까 걱정이 많이 되는데..."

유해물질 측정 전문가와 함께 휴대용 중금속 측정장비로 집안 구석구석을 검사했습니다.

<녹취> "(보통 저희가 가정에 오면 가장 먼저하는 게 사실은 벽지하고 바닥재예요.) 벽지요? 바닥재요?"

수치가 조금씩 변하더니, 플라스틱의 일종, PVC 표시가 뜹니다.

<인터뷰> 최인자(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 : "딱딱한 플라스틱인데 부드러운 특성이 있잖아요. 이렇게 하려면 여러가치 첨가제를 사용해야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가소제이고, 가소제로 많이 사용되는 게 프탈레이트예요. 발암성이 있는 프탈레이트(DEHP)가 들어가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책장과 문에서도 PVC가 확인됩니다.

가구를 감싼 시트지 때문입니다.

욕실 슬리퍼에선 카드뮴이,

소파와 주방용품,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에선 납이 검출됩니다.

<녹취> "(납이 4200PPM 정도 나옵니다.) 4천? 4천이요? (300PPM이랑 비교하면 10배 이상 초과하는 거고. 카드뮴은 발암성 물질이예요. 카드뮴이 한 118PPM.)"

김경현 씨의 집에서 발견한 PVC 속의 프탈레이트는 간암,

카드뮴은 폐암, 납은 뇌와 신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국제암연구소는 보고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현(주부/서울 동대문구) : "친환경으로 구입한 거거든요. (발암물질ㄹ이) 포함되어 있을꺼라고 생각 못했어요."

주부 김민선 씨는 지난 3월, 한 민간연구기관에 집안 내 독성물질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접시에 그려진 꽃 문양에서 6만5천PPM을 비롯해 소파와 서랍장, 피아노의자 등 61개 제품에서 납이 검출됐습니다.

107개 조사대상제품 중 30%에서 독성 물질인 PVC가 20%에서 카드뮴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선(주부) : "먹는 것도 조심하고 있고 유기농 같은 걸 먹는데 사실은 벽지나 이런 가구, 이런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정말 알려지지 않았어요. 설마 장판이? 설마 벽지가? 발암물질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집 안 먼지와 소변 검사에서도 PVC 속 유독성분,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습니다.

제품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공기중으로 유출되고, 또 인체에 축적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활 속 발암물질에 노출된다고 해서 바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그러나 노약자의 경우 발암물질에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서병성(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차에도 매연 중에 납이 들어있거든요. 그런 것들 100% 피할 수 없죠 사실은. 피할 수 없으니까 가급적이면 도로를 지나가는 시간을 줄인다든지, 아니면 집에서 환기를 자주 해서 가능한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은 물론, 술과 담배, 미세먼지, 야근 등 500여 종류를 암 유발 요인으로 규정했습니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통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를 1군,

사람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충분한 동물실험결과가 있을 경우 2A군,

가능성은 있지만 사람, 동물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을 경우 2B군으로 분류합니다.

3군은 인체 발암성과 연관이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1군 발암물질엔 논란이 된 소시지 등 육가공품과 젓갈, 담배, 매연, 햇빛, 석면 등 111종류가 포함됐습니다.

<인터뷰> 커트 스트라이프(국제암연구소 박사) :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발암 가능성에 대한 분류를 한 것인데, 하지만 같은 카테고리라도 위험성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의 위험성은 (같은 1군으로 분류된) 흡연에 비해서는 훨씬 적습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표를 그대로 참고한다면, 육가공품을 어느 정도 먹어야 발암 위험이 있을까요?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준을 하루 50그램으로 정했습니다.

그 양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베이컨은 약 두 줄 반, 통에 든 햄과 소시지는 손바닥 4분의 1 정도입니다.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의 기준은 100그램 입니다.

평생 또 매일 이 양을 먹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18% 높아진다는 것인데, 이 수치를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권오란(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지난 2일) :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직화를 피하는 여러 조리법이 많다는 게 첫번째이고요. 두번째는 저희 식습관이 야채 많이 먹습니다. 또 곡류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야채나 곡류에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있어서 이것들이 발암 원인을 많이 배설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젓갈의 위험 섭취량은 하루 약 15g.

크지않은 명란의 절반 정도의 양입니다.

나트륨 햠량이 높기 때문에 발암물질로 분류됐는데, 이것 역시, 밥과 함께 소량을 섭취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감안하면 과학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수(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교수) : "100% 그 이상 섭취하면 암을 일으킨다라는 이야기보다는 심장병이라든지 다른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도의 테두리로 생각하시면 될 것같고, 암을 일으키는데 어느 정도 연관은 있다 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노출 정도와 상관없이 발암 위험성이 명백한 것.

예를 들어 탄 음식이나 술, 담배, 석면 등은 피해야 한다는 것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습니다.

발암물질로 규정되진 않았지만, 새로 그 유해성이 확인되는 성분들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방수코팅제로 주로 쓰이는 과불화합물, 일명 PFOA라는 것입니다.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프라이팬 도포제로 사용되거나,

텐트, 아웃도어 의류에 활용됩니다.

지난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관련제품 300점을 구매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 프라이팬과 냄비 등 코팅 주방기구 중 36.8%, 일회용 식품포장용 종이 중 26.1%, 아웃도어와 스포츠의류 중 18% 에서 검출 한계이상의 과불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이 성분은 잘 분해되지 않고, 간암과 태아기형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인터뷰> 고금숙(여성환경연대 팀장) : "가족이 모두 영향을 받긴 하지만 특히 조리도구를 다루는 비중이 큰 여성들에게는 또 영향이 많은데요. 몸에 한 번 들어오면 반감기가 5년 정도 됩니다. 오래 체내에 머무르는 거죠."

미국은 내년부터 산업계에서 이 과불화합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유럽연합도 단계적 사용금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전세계 과학자 200여 명은 이 물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 위해 정부와 생산업체, 소비자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마드리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아직 규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 환경유해물질 규제기구, '스톡홀롬 협약'에서 사용금지 물질로 지정하지 않았고, 흡입 등을 통해 실제 인체에 노출되는 정도는, 국제허용량 대비 1% 내외로,

위해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다만, 관리 수준은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김종민(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사무관) : "환경부에서는 PFOA(과불화합물)가 환경중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물이나 공기, 토양과 같은 여러 환경매체에서 그 잔류 농도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대체재(비불소계 섬유발수제) 개발 연구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시민단체는 보다 적극적,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수미(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 "꼭 확인이 된 이후에 안전기준을 만든다면 이미 그때는 늦는거죠. 사람들이 유해물질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분들도 있지만 20년, 30년이 지나야 그 결과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도 많이 있거든요."

5백가지가 넘는 발암물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발암물질과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생활습관과 유전정보 등 개인 특성에 따라 암 발생 위험도는 달라지는 만큼 우리 특성에 맞는 과학적인 암 예방 지침을 마련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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