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조상묘 이전’ 다툼…삼촌이 조카들에게 총 쏴

입력 2015.11.25 (08:34) 수정 2015.11.25 (09: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70대 삼촌이 50대, 60대인 조카 2명에게 총을 쐈습니다.

1명이 숨졌고, 1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시제를 지내기 위해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조상 묘 이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지하고 있던 엽총을 꺼내 조카들에게 쏜 겁니다.

이 총은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는 불법 총기류여서, 총기류 관리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합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아침, 조용한 시골 마을에 갑자기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거의 1초도 안 걸리고 탕 쏘고, 바로 탕 쏘고 연발로 쐈으니까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총)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죠."

수렵 허가 기간이어서, 당연히 수렵꾼이 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나는 요즘 (수렵기간이라) 여기서 새를 잡나 하고 있었죠. (그런데) 경찰관들 차가 오고 그래서 아까 쏜 총에 사고가 났나 보다. 나와 보니까 여기에 딱 사람이 누워 있는데……."

사람이 총에 맞은 겁니다.

두 남성이 총상을 입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석형(고흥경찰서 영남파출소장) : "여기 쓰러진 사람은 숨을 쉬고 있었고, 의식이 좀 있었고, 저쪽에 쓰러진 사람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어요."

현장에서 숨진 남성은 56살 박모 씨, 숨이 붙어 있던 남성은 69살 박모 씨로 형제지간이었습니다.

형도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입니다.

박 씨 형제에게 총을 쏘고 달아난 사람은 이들의 삼촌이었습니다.

<인터뷰> 성봉섭(전남 고흥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는 삼촌이에요. 피해자들은 조카들이고. 친조카 두 명이고. 다투다가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조카들을 쏴가지고."

이날은 친척들이 모여 조상 묘에 시제를 지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박 씨 형제와 삼촌을 포함해 친척 6명이 모여 함께 묘소로 가던 중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어제 (23일) 시제 날이에요. (나는) 시제라서 참석을 했죠. 시제 모시러 가는 길에 작은 아버지하고 조카들하고 (묘) 이장 때문에 말다툼 했어요."

다툼의 발단은 “조상 묘 이장”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피의자인 삼촌이 다른 지역에 있던 묘소 2기를 이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촌이 친척들과 한 마디 의논도 없이 이장을 했다며 큰 집 조카들이 항의를 했던 겁니다.

<녹취> 친척(음성변조) : "시제 묘를 함부로 옮기는 것이 아니거든요. 위에 어른들도 많이 있고, 장손도 있는데 자기 마음대로 옮겨놓고, (조카가) 장손이니까 말을 꺼낼 것 아닙니까 책임자로서. ‘왜 묘를 그렇게 했느냐, 말도 안 하고.’ (했죠.)"

단지 의견 차이 수준의 말다툼이었는데, 갑자기 삼촌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목격자들은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녹취> 친척(음성변조) : "차는 저기에 있는데 (피의자가) 나는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하면서) 옷을 딱 벗고, 차에 넣어 놓고는 바로 총 가져와서 쏴 버리더래요."

삼촌은 자신의 차에서 총기를 들고 나와 형제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도망치거나 다른 친척들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녹취> 친척(목격자/음성변조) : "내가 생각할 때는 약 1분 내에 모든 일이 끝나버려서 (피의자를) 말리고 자시고 없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사건이 일어나 버려서요."

엄숙하게 시제를 지내러 가던 길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삼촌은 그 직후 바로 자신의 차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피의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또 다시 어떤 범행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인터뷰> 이익준(경위/고흥경찰서 동강파출소) : "실탄이 한 발 장전됐으니 자기방어에 조심하라고 지령이 내려왔죠. (피의자가) 총기가 있었기 때문에 인질극이나 여러 가지 (범행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필코 검거를 해야겠다."

사건 발생 30여 분 만에 73살 박모 씨가 긴급체포됐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후손들을 위해 애써 조상 묘를 이장했는데, 조카들이 과격하게 따지는 바람에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조카들이) 네가 뭔데 묘지를 그렇게 옮겨놨냐 욕은 욕대로 다하면서 그래서 분개해서 그랬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난폭하게 저한테 안 했더라면 이런 돌발적인 상황은 안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목격한 친척의 얘기는 좀 달랐습니다.

언쟁은 있었지만, 그리 과격한 다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녹취> 친척(목격자/음성변조) : "(싸움이 좀 심하게 됐었나 봐요.) 아니요. 심하지도 않았어요. 누구하고 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조카들하고 작은 아버지하고 싸우는데, 싸움도 아니죠."

경찰은 피의자가 자신의 차에 총기를 싣고 다녔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총기였습니다.

<인터뷰> 성봉섭(전남 고흥경찰서 수사과장) : "원칙은 신고를 하고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소지를 한 것이죠. 총 번호를 지워서 없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피의자는 오래전 한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80년대 총이에요. 폐총 되는 것 한번 사용할 수 있으면 써보시오 하고 줬던 총입니다. 불법인지는 알지만 꿩이라도 하나 보이면 잡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 총기 사용한 적이 있나요?) 내가 과거에 이 총은 사용을 안 했다고 봐야죠."

불법인 줄 알면서도 30년 넘게 보관해 오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동안 불법 총기류로 살상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여러 대책들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최근에는) 외국에서 불법적으로 부품 형태로 수입되는 형태, 제작되는 형태가 (많은데) 밀수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차단해야 더 이상 우리나라의 (불법) 총기가 더 늘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의 살인 동기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더 추궁하는 한편, 불법 총기류 소지 경로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벌일 계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조상묘 이전’ 다툼…삼촌이 조카들에게 총 쏴
    • 입력 2015-11-25 08:41:29
    • 수정2015-11-25 09:14:12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70대 삼촌이 50대, 60대인 조카 2명에게 총을 쐈습니다.

1명이 숨졌고, 1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시제를 지내기 위해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조상 묘 이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지하고 있던 엽총을 꺼내 조카들에게 쏜 겁니다.

이 총은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는 불법 총기류여서, 총기류 관리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합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아침, 조용한 시골 마을에 갑자기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거의 1초도 안 걸리고 탕 쏘고, 바로 탕 쏘고 연발로 쐈으니까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총)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죠."

수렵 허가 기간이어서, 당연히 수렵꾼이 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나는 요즘 (수렵기간이라) 여기서 새를 잡나 하고 있었죠. (그런데) 경찰관들 차가 오고 그래서 아까 쏜 총에 사고가 났나 보다. 나와 보니까 여기에 딱 사람이 누워 있는데……."

사람이 총에 맞은 겁니다.

두 남성이 총상을 입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석형(고흥경찰서 영남파출소장) : "여기 쓰러진 사람은 숨을 쉬고 있었고, 의식이 좀 있었고, 저쪽에 쓰러진 사람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어요."

현장에서 숨진 남성은 56살 박모 씨, 숨이 붙어 있던 남성은 69살 박모 씨로 형제지간이었습니다.

형도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입니다.

박 씨 형제에게 총을 쏘고 달아난 사람은 이들의 삼촌이었습니다.

<인터뷰> 성봉섭(전남 고흥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는 삼촌이에요. 피해자들은 조카들이고. 친조카 두 명이고. 다투다가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조카들을 쏴가지고."

이날은 친척들이 모여 조상 묘에 시제를 지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박 씨 형제와 삼촌을 포함해 친척 6명이 모여 함께 묘소로 가던 중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어제 (23일) 시제 날이에요. (나는) 시제라서 참석을 했죠. 시제 모시러 가는 길에 작은 아버지하고 조카들하고 (묘) 이장 때문에 말다툼 했어요."

다툼의 발단은 “조상 묘 이장”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피의자인 삼촌이 다른 지역에 있던 묘소 2기를 이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촌이 친척들과 한 마디 의논도 없이 이장을 했다며 큰 집 조카들이 항의를 했던 겁니다.

<녹취> 친척(음성변조) : "시제 묘를 함부로 옮기는 것이 아니거든요. 위에 어른들도 많이 있고, 장손도 있는데 자기 마음대로 옮겨놓고, (조카가) 장손이니까 말을 꺼낼 것 아닙니까 책임자로서. ‘왜 묘를 그렇게 했느냐, 말도 안 하고.’ (했죠.)"

단지 의견 차이 수준의 말다툼이었는데, 갑자기 삼촌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목격자들은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녹취> 친척(음성변조) : "차는 저기에 있는데 (피의자가) 나는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하면서) 옷을 딱 벗고, 차에 넣어 놓고는 바로 총 가져와서 쏴 버리더래요."

삼촌은 자신의 차에서 총기를 들고 나와 형제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도망치거나 다른 친척들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녹취> 친척(목격자/음성변조) : "내가 생각할 때는 약 1분 내에 모든 일이 끝나버려서 (피의자를) 말리고 자시고 없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사건이 일어나 버려서요."

엄숙하게 시제를 지내러 가던 길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삼촌은 그 직후 바로 자신의 차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피의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또 다시 어떤 범행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인터뷰> 이익준(경위/고흥경찰서 동강파출소) : "실탄이 한 발 장전됐으니 자기방어에 조심하라고 지령이 내려왔죠. (피의자가) 총기가 있었기 때문에 인질극이나 여러 가지 (범행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필코 검거를 해야겠다."

사건 발생 30여 분 만에 73살 박모 씨가 긴급체포됐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후손들을 위해 애써 조상 묘를 이장했는데, 조카들이 과격하게 따지는 바람에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조카들이) 네가 뭔데 묘지를 그렇게 옮겨놨냐 욕은 욕대로 다하면서 그래서 분개해서 그랬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난폭하게 저한테 안 했더라면 이런 돌발적인 상황은 안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목격한 친척의 얘기는 좀 달랐습니다.

언쟁은 있었지만, 그리 과격한 다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녹취> 친척(목격자/음성변조) : "(싸움이 좀 심하게 됐었나 봐요.) 아니요. 심하지도 않았어요. 누구하고 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조카들하고 작은 아버지하고 싸우는데, 싸움도 아니죠."

경찰은 피의자가 자신의 차에 총기를 싣고 다녔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총기였습니다.

<인터뷰> 성봉섭(전남 고흥경찰서 수사과장) : "원칙은 신고를 하고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소지를 한 것이죠. 총 번호를 지워서 없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피의자는 오래전 한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80년대 총이에요. 폐총 되는 것 한번 사용할 수 있으면 써보시오 하고 줬던 총입니다. 불법인지는 알지만 꿩이라도 하나 보이면 잡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 총기 사용한 적이 있나요?) 내가 과거에 이 총은 사용을 안 했다고 봐야죠."

불법인 줄 알면서도 30년 넘게 보관해 오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동안 불법 총기류로 살상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여러 대책들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최근에는) 외국에서 불법적으로 부품 형태로 수입되는 형태, 제작되는 형태가 (많은데) 밀수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차단해야 더 이상 우리나라의 (불법) 총기가 더 늘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의 살인 동기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더 추궁하는 한편, 불법 총기류 소지 경로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벌일 계획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