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액 기부자에게 ‘세금 폭탄’, 왜?

입력 2015.11.27 (08:31) 수정 2015.11.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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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했더니, 기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통지가 날아왔다면 어떨까요?

200억 원 대의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황필상 씨 얘기입니다.

회사 주식을 기부했는데 이게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면서, 세무당국이 증여세 225억 원을 부과한 겁니다.

황필상 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좋은 일을 하려다 되레 세금 체납자가 돼 버린 사연,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원교차로 창업자인 황필상 씨.

지난 2002년 회사 주식 90%와 현금 15억 원을 포함해 215억 원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습니다.

어린 시절 어렵게 공부했던 만큼, 가난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빈손으로 시작해 일군 재산이어서, 황 씨로서는 그야말로 큰 결단이었습니다.

<인터뷰> 유대흥(감사/수원교차로) : "(황필상 씨가)27살에 제대하고 나서 공부를 시작한 거니까 늦었죠. 아주대학교에서도 장학금 받고, 프랑스 유학도 혜택으로 갔고, 힘들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기도 많은 학생들한테 혜택을 줘야겠다. 그래서 학교에다가 기부를 한 거죠."

아주대는 이 기부금으로 구원장학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그 동안 재단은 19개 대학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수들의 연구도 지원해 왔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2008년입니다. 수원 세무서가 재단을 상대로 140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겁니다.

<인터뷰> 김우철(교수/서울 시립대 세무학과) :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법 ’에는 기업경영권의 불법 통제를 막기 위해서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경우, 보통 공익법인의 5%고요, 성실재단은 10%인데 그 이상을 주식으로 기부하게 되면 증여세를 물게 됩니다. (황필상 씨) 경우에는 주식을 90% 기부했는데 증여세가 기부된다는 걸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행 증여세법은 재벌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회사 주식의 5% 이상을 기부 받으면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익재단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재단은 증여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인터뷰> 김칠준(황필상 측 변호사) : "황필상 박사의 경우에는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고 (수원)교차로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법원 판결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재단 손을 들어줬습니다.

우회적인 기업지배나 편법적인 부의 세습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황씨의 기부금이 주식이어서 과세 대상이 된다는 법 조항에 따라 세금 부과가 적법하다는 것입니다.

재단 측은 다시 상고를 했고, 재판은 대법원에 4년째 계류된 채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사이 체납세액은 눈덩이처럼 불었습니다.

140억 원에 가산세가 더해져 225억 원이 됐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세무 당국이 증여세를 못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황 씨에게 연대책임을 물었습니다.

가산세까지 더해진 225억 원을 황 씨가 재단과 함께 납부하라는 것입니다.

<녹취> 김칠준(황필상 측 변호사) : "2002년에 기부한 금액은 주식 200억 원에 현금 15억이었습니다. 그런데 200억 원의 세금이 50%인 100억 원이었고, 2002년부터 2008년까지의 가산금이 추가되어서 이번에 부과 처분된 것이 총 225억 원입니다. 거기다가 그 동안에 징수해 간 것이 20억 원이었기 때문에 총 과세금액은 245억 원인 셈입니다."

고액 기부자가 하루아침에 고액 세금 체납자가 돼 버렸습니다.

이번 일로 회사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가가 떨어졌고, 대외 신인도도 낮아졌습니다.

재단은 재단대로, 세금 미납 때문에 주식이 압류 됐습니다.

장학금 지원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인터뷰> 장학재단 관계자 : "2013년부터 수원세무서에서 추심하니까 (지원) 금액이 줄어서 작년 2학기에 1억 5600만원 줘야하는데 3천 만 원으로 줄었고, 올해 1학기에는 아예 못 줬어요."

큰마음을 내어 전 재산을 기부한 황필상 씨는 답답한 심정을 쏟아냈습니다.

<인터뷰> 황필상(기부자) : "실제로 피해자는 대학생이죠. 대학생한테 장학금 안주는 거고 이상한 현상이 다 있네. 왜 사람들이 그 점을 모르는지 속상해요."

오랫동안 소송전을 벌이면서 지칠 대로 지친 황 씨는, 기부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황필상(기부자) : "뒤에 이런 시련이 기다리는데 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5천만 원만 내도 대단하다고 하는데, 아 200억 원 내고 이런 수모를 받는데 하겠어요? 안 해요."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액 기부자가 거액의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 누가 기부를 하겠냐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우철(교수/서울시립대 세무학과) : "(이제는) 주식으로 하는 기부에도 문호를 열 필요가 있는데, 문제는 주식기부자체를 막을 게 아니라 주식을 기부한 다음에 재단이 불법적으로 기업의 영리를 변형하는 것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황필상 씨는 전 재산을 기부한 탓에, 세금을 내려야 낼 돈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부를 가장한 편법 증여는 막으면서도, 순수한 고액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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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고액 기부자에게 ‘세금 폭탄’, 왜?
    • 입력 2015-11-27 08:35:59
    • 수정2015-11-27 16: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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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했더니, 기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통지가 날아왔다면 어떨까요?

200억 원 대의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황필상 씨 얘기입니다.

회사 주식을 기부했는데 이게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면서, 세무당국이 증여세 225억 원을 부과한 겁니다.

황필상 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좋은 일을 하려다 되레 세금 체납자가 돼 버린 사연,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원교차로 창업자인 황필상 씨.

지난 2002년 회사 주식 90%와 현금 15억 원을 포함해 215억 원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습니다.

어린 시절 어렵게 공부했던 만큼, 가난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빈손으로 시작해 일군 재산이어서, 황 씨로서는 그야말로 큰 결단이었습니다.

<인터뷰> 유대흥(감사/수원교차로) : "(황필상 씨가)27살에 제대하고 나서 공부를 시작한 거니까 늦었죠. 아주대학교에서도 장학금 받고, 프랑스 유학도 혜택으로 갔고, 힘들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기도 많은 학생들한테 혜택을 줘야겠다. 그래서 학교에다가 기부를 한 거죠."

아주대는 이 기부금으로 구원장학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그 동안 재단은 19개 대학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수들의 연구도 지원해 왔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2008년입니다. 수원 세무서가 재단을 상대로 140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겁니다.

<인터뷰> 김우철(교수/서울 시립대 세무학과) :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법 ’에는 기업경영권의 불법 통제를 막기 위해서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경우, 보통 공익법인의 5%고요, 성실재단은 10%인데 그 이상을 주식으로 기부하게 되면 증여세를 물게 됩니다. (황필상 씨) 경우에는 주식을 90% 기부했는데 증여세가 기부된다는 걸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행 증여세법은 재벌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회사 주식의 5% 이상을 기부 받으면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익재단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재단은 증여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인터뷰> 김칠준(황필상 측 변호사) : "황필상 박사의 경우에는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고 (수원)교차로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법원 판결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재단 손을 들어줬습니다.

우회적인 기업지배나 편법적인 부의 세습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황씨의 기부금이 주식이어서 과세 대상이 된다는 법 조항에 따라 세금 부과가 적법하다는 것입니다.

재단 측은 다시 상고를 했고, 재판은 대법원에 4년째 계류된 채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사이 체납세액은 눈덩이처럼 불었습니다.

140억 원에 가산세가 더해져 225억 원이 됐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세무 당국이 증여세를 못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황 씨에게 연대책임을 물었습니다.

가산세까지 더해진 225억 원을 황 씨가 재단과 함께 납부하라는 것입니다.

<녹취> 김칠준(황필상 측 변호사) : "2002년에 기부한 금액은 주식 200억 원에 현금 15억이었습니다. 그런데 200억 원의 세금이 50%인 100억 원이었고, 2002년부터 2008년까지의 가산금이 추가되어서 이번에 부과 처분된 것이 총 225억 원입니다. 거기다가 그 동안에 징수해 간 것이 20억 원이었기 때문에 총 과세금액은 245억 원인 셈입니다."

고액 기부자가 하루아침에 고액 세금 체납자가 돼 버렸습니다.

이번 일로 회사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가가 떨어졌고, 대외 신인도도 낮아졌습니다.

재단은 재단대로, 세금 미납 때문에 주식이 압류 됐습니다.

장학금 지원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인터뷰> 장학재단 관계자 : "2013년부터 수원세무서에서 추심하니까 (지원) 금액이 줄어서 작년 2학기에 1억 5600만원 줘야하는데 3천 만 원으로 줄었고, 올해 1학기에는 아예 못 줬어요."

큰마음을 내어 전 재산을 기부한 황필상 씨는 답답한 심정을 쏟아냈습니다.

<인터뷰> 황필상(기부자) : "실제로 피해자는 대학생이죠. 대학생한테 장학금 안주는 거고 이상한 현상이 다 있네. 왜 사람들이 그 점을 모르는지 속상해요."

오랫동안 소송전을 벌이면서 지칠 대로 지친 황 씨는, 기부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황필상(기부자) : "뒤에 이런 시련이 기다리는데 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5천만 원만 내도 대단하다고 하는데, 아 200억 원 내고 이런 수모를 받는데 하겠어요? 안 해요."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액 기부자가 거액의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 누가 기부를 하겠냐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우철(교수/서울시립대 세무학과) : "(이제는) 주식으로 하는 기부에도 문호를 열 필요가 있는데, 문제는 주식기부자체를 막을 게 아니라 주식을 기부한 다음에 재단이 불법적으로 기업의 영리를 변형하는 것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황필상 씨는 전 재산을 기부한 탓에, 세금을 내려야 낼 돈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부를 가장한 편법 증여는 막으면서도, 순수한 고액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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