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삼례 강도 치사 사건 3인조…“누명 벗겨 달라”

입력 2015.12.01 (08:35) 수정 2015.12.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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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1999년 전북의 한 슈퍼마켓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다 사람을 죽인 혐의로 3인조 강도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재판을 받았고, 옥살이도 했습니다.

16년이 지나, 이들이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억울하니, 이제라도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당시 사망한 할머니의 유가족들까지 나서서 이들을 돕고있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6일, 전주지방법원.

어느 덧 서른을 훌쩍 넘긴 남성 세 명이 1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녹취> 임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그것밖에 더 바랄 게 없죠. 누명 풀리는 거. 억울함 풀리는 거……."

이들은 왜 이제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걸까?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마켓에 3인조 강도가 들었습니다.

주인 최 모 씨는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자고 있는데 뭐가 딱 닿아요. 협박을 하고 조용히 하면 자식들은 살려주겠다면서 금품을 요구했죠. 다 주게 되더라고요."

강도들은 옆 방으로 건너갑니다.

할머니 유모 씨가 혼자 잠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할머니가 “누구야?”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가만히 몇 분 정도 있었어요. 기척이 없어서 갔나 보다 하고 일어나서 할머니 방으로 건너갔죠. 그랬더니……."

이미 할머니는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즉시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사건 발생 9일 만에 용의자 3명을 검거했습니다.

19, 20살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준영(변호사) : "어렸을 때 절도 전과가 있긴 해요. 그들이 배우지 못하고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이들은 범행을 모두 자백했고, 법원은 주범에게 징역 6년을 공범 두 명에겐 장기 4년 단기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녹취> 최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억울하게 들어왔다고 항소를, 재심을 몇 번 넣은 거예요 제가. 다 기각됐죠."

그런데 1년 뒤, 부산에서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를 받았어요. 부산에서 범인이 잡혔다고 그러면서 제 패물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어떻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맞는다고 근데, 무슨 소리냐고 이미 범인이 잡혀서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데……."

또 다른 범인이 나타난 겁니다.

심지어 이들은 훔쳐간 액수는 물론 훔친 패물을 어디에 팔았는지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지금도 (범인의 목소리가) 또렷해요. 또렷하게 기억해요. 제가 부산에 가서 범인 목소리를 들었잖아요. 저 목소리라고. 목소리 듣는데 소름 끼쳐서 제가 보자마자 울었거든요."

이들을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도 밝혀집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할머니 머리맡에서 물을 본 적이 없느냐고. 부산(에서 검거한) 애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으니깐 옆에 주방에 가서 물을 떠다 먹였다는 거예요."

사건 당일 제일 먼저 할머니를 발견했던 가족에게 물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혹시 할머니 목덜미 이런 데랑 물이 없었냐 하니깐 물이 흥건하게 있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검찰은 이 강도 사건에 대해 부산 3인조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신 삼례 3인조는 형기를 마쳤고, 그렇게 16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 박준영(변호사) : "재심 사유로 내세우는 것이 진범으로 지목됐던 사람들의 진술이나 여러 가지 증거들, 수사 과정에서 경찰들의 폭행, 모욕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다. 현장검증 영상에 비춰봤을 때 완전히 조작된 것입니다."

당시 현장 검증 장면입니다.

범행을 재연하는 삼례 3인조.

동행한 경찰이 동작을 먼저 일러주고, 이들은 그 지시에 따라 움직입니다.

<녹취> "앉아. 테이프 꺼내고 앉아. 네가 (테이프로) 눈을 가렸잖아. 네가 가려봐, 눈. 이렇게 했잖아. 이렇게. 그대로 놔두고 허리띠 가져와, 바로 거기서. 다리 묶어."

<녹취> 강OO(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현장 검증할 때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 가만히 있었어요. “네가 죽였지” 시키는 대로만 따라서 하고……."

현장 검증 영상을 본 전문가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이기수(연구관/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수사관이 말을 하면 그때야 움직인다든지 가르친 대로 한다든지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시해줘야 움직이고 이런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범행 재연이나 진범의 재연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보입니다."

이들은 자백 내용도 경찰의 폭행과 협박 때문에 강요당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강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글씨를 못 썼거든요. 읽을 줄 만 알고……. 답답하니깐 (자술서를) 보고 쓰라고 해서 그대로 썼죠."

<녹취> 최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조사할 때마다 안 했다고 하니깐 폭행을 한 거죠. 더 이상 폭행 안 나오게 하려고 허위 진술해버린 거죠."

급기야 피해자 가족들까지 이들의 누명을 벗겨 달라고 나선 상황.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이들도 그렇게 십몇 년이라는 세월을 억울하게 힘들게 안 살았을 텐데 얼마나 힘들고 아팠겠어요. 밝혀져서 이들이 떳떳하게 살인자 누명 벗는 거하고 돌아가신 분 그냥 마음 편하게 가시게 하는 거 그거죠."

하지만,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가혹 행위 주장을 부인했고,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당시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당시 수사할 때는 피해자들의 가혹행위는 없었습니다."

<녹취> 당시 검사 측 관계자(음성변조) : "통화 응대를 해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셔서요."

과연 이들이 진범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재판부는 수사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재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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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삼례 강도 치사 사건 3인조…“누명 벗겨 달라”
    • 입력 2015-12-01 08:36:46
    • 수정2015-12-01 10: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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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1999년 전북의 한 슈퍼마켓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다 사람을 죽인 혐의로 3인조 강도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재판을 받았고, 옥살이도 했습니다.

16년이 지나, 이들이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억울하니, 이제라도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당시 사망한 할머니의 유가족들까지 나서서 이들을 돕고있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6일, 전주지방법원.

어느 덧 서른을 훌쩍 넘긴 남성 세 명이 1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녹취> 임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그것밖에 더 바랄 게 없죠. 누명 풀리는 거. 억울함 풀리는 거……."

이들은 왜 이제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걸까?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마켓에 3인조 강도가 들었습니다.

주인 최 모 씨는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자고 있는데 뭐가 딱 닿아요. 협박을 하고 조용히 하면 자식들은 살려주겠다면서 금품을 요구했죠. 다 주게 되더라고요."

강도들은 옆 방으로 건너갑니다.

할머니 유모 씨가 혼자 잠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할머니가 “누구야?”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가만히 몇 분 정도 있었어요. 기척이 없어서 갔나 보다 하고 일어나서 할머니 방으로 건너갔죠. 그랬더니……."

이미 할머니는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즉시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사건 발생 9일 만에 용의자 3명을 검거했습니다.

19, 20살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준영(변호사) : "어렸을 때 절도 전과가 있긴 해요. 그들이 배우지 못하고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이들은 범행을 모두 자백했고, 법원은 주범에게 징역 6년을 공범 두 명에겐 장기 4년 단기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녹취> 최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억울하게 들어왔다고 항소를, 재심을 몇 번 넣은 거예요 제가. 다 기각됐죠."

그런데 1년 뒤, 부산에서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를 받았어요. 부산에서 범인이 잡혔다고 그러면서 제 패물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어떻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맞는다고 근데, 무슨 소리냐고 이미 범인이 잡혀서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데……."

또 다른 범인이 나타난 겁니다.

심지어 이들은 훔쳐간 액수는 물론 훔친 패물을 어디에 팔았는지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지금도 (범인의 목소리가) 또렷해요. 또렷하게 기억해요. 제가 부산에 가서 범인 목소리를 들었잖아요. 저 목소리라고. 목소리 듣는데 소름 끼쳐서 제가 보자마자 울었거든요."

이들을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도 밝혀집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할머니 머리맡에서 물을 본 적이 없느냐고. 부산(에서 검거한) 애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으니깐 옆에 주방에 가서 물을 떠다 먹였다는 거예요."

사건 당일 제일 먼저 할머니를 발견했던 가족에게 물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혹시 할머니 목덜미 이런 데랑 물이 없었냐 하니깐 물이 흥건하게 있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검찰은 이 강도 사건에 대해 부산 3인조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신 삼례 3인조는 형기를 마쳤고, 그렇게 16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 박준영(변호사) : "재심 사유로 내세우는 것이 진범으로 지목됐던 사람들의 진술이나 여러 가지 증거들, 수사 과정에서 경찰들의 폭행, 모욕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다. 현장검증 영상에 비춰봤을 때 완전히 조작된 것입니다."

당시 현장 검증 장면입니다.

범행을 재연하는 삼례 3인조.

동행한 경찰이 동작을 먼저 일러주고, 이들은 그 지시에 따라 움직입니다.

<녹취> "앉아. 테이프 꺼내고 앉아. 네가 (테이프로) 눈을 가렸잖아. 네가 가려봐, 눈. 이렇게 했잖아. 이렇게. 그대로 놔두고 허리띠 가져와, 바로 거기서. 다리 묶어."

<녹취> 강OO(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현장 검증할 때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 가만히 있었어요. “네가 죽였지” 시키는 대로만 따라서 하고……."

현장 검증 영상을 본 전문가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이기수(연구관/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수사관이 말을 하면 그때야 움직인다든지 가르친 대로 한다든지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시해줘야 움직이고 이런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범행 재연이나 진범의 재연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보입니다."

이들은 자백 내용도 경찰의 폭행과 협박 때문에 강요당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강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글씨를 못 썼거든요. 읽을 줄 만 알고……. 답답하니깐 (자술서를) 보고 쓰라고 해서 그대로 썼죠."

<녹취> 최 모 씨(당시 유죄 판결/음성변조) : "조사할 때마다 안 했다고 하니깐 폭행을 한 거죠. 더 이상 폭행 안 나오게 하려고 허위 진술해버린 거죠."

급기야 피해자 가족들까지 이들의 누명을 벗겨 달라고 나선 상황.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이들도 그렇게 십몇 년이라는 세월을 억울하게 힘들게 안 살았을 텐데 얼마나 힘들고 아팠겠어요. 밝혀져서 이들이 떳떳하게 살인자 누명 벗는 거하고 돌아가신 분 그냥 마음 편하게 가시게 하는 거 그거죠."

하지만,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가혹 행위 주장을 부인했고,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당시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당시 수사할 때는 피해자들의 가혹행위는 없었습니다."

<녹취> 당시 검사 측 관계자(음성변조) : "통화 응대를 해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셔서요."

과연 이들이 진범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재판부는 수사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재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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