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장에 방사능 폐기물…불안 증폭

입력 2015.12.05 (08:29) 수정 2015.12.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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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모든 나라의 숙제죠.

미국 미주리주가 방사능 폐기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오래전 이 지역에 버려진 대규모 방사능 폐기물 때문인데요.

5년 전 일어나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쓰레기 매립장 화재가 방사능 공포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화재 대책 서둘러라!"

미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소도시 브릿지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주민 시위가 벌어집니다.

핵폐기물 처리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입니다.

<인터뷰> 도나(주민) : "외출을 할 수가 없어요. (창문을 열면 어때요?) 절대 안돼요. 밤에 창문 열고 잘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얼마 케네백(주민) :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주민 밀집 지역과 병원이 있어요.방사능폐기물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하면 모든 사람이 피해를 봅니다"

주민들은 핵폐기물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도심 외곽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가 진원지입니다.

각종 산업 폐기물들이 묻혀있는 웨스트레이크 매립집니다. 방사능 공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 매립지 지하에서 화재 발생이 확인되고 나서부터입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불이 난 것입니다.

메탄가스 등으로 인한 흔한 연소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립지 한쪽에 묻혀있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 이게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애드 스미스(환경단체 대표) : "저기 보이는 것이 방사능 폐기물이 매립된 곳입니다 (지하 화재 발생 지점과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3백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매립지 화재가 6개월 안에 방사성폐기물 매립 지역으로 옮겨붙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되면 불길과 연기를 타고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확산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애드 스미스(환경단체 대표) : "(불이 번지는 속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6개월 안에 방사능 폐기물에 옮겨붙을 것으로 보는데 하루 60에서 90cm씩 접근하는 걸로 추정합니다."

당국이 촬영한 적외선 화면에도 불이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어두운 색으로 표시된 곳이 주변보다 온도가 높은 지역, 즉 땅속에서 화재가 발생한 곳입니다.

매립지 내부 곳곳에서 불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미주리주 지방 정부와 미국 연방 정부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 카스터(미주리 주 법무 장관) :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현재로선 매립지 화재를 진압할 방법이 없습니다."

<녹취> 마크 하규(미 환경보호국 국장) : "통제 가능합니다. 방사능 폐기물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습니다."

문제의 방사능 폐기물은 1970년대 초 매립됐습니다.

히로시마 등에 투하된 원자폭탄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었습니다.

당시는 변변한 폐기물 처리 규정도 없을 때입니다.

대책 없이 매립된 폐기물이 8700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은 3만 7천여 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립은 그나마 점잖은 편입니다.

인근 콜드워터 하천 인근 지역에서는 방사능 폐기물이 야산에 장기간 방치돼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1940년대 원자폭탄 개발과정에서 나온 핵폐기물이 다량으로 버려졌습니다.

2차대전 직후 이곳에 버려진 핵폐기물이 무려 4천만 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사능 폐기물은 노출된 채 수 십 년을 들판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 인적이 드물었던 이곳엔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제넬 라이트(미주리 환경 단체 대표) : "(그 당시엔 여기에 폐기물이 방치된 사실을 몰랐나요?) 전혀 몰랐죠.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됐습니다. 이 지도는 1958년 지도이고 이건 1970년 지도입니다."

그러다가 주민들은 결국 이 지역 상황을 알게 됐고 핵폐기물 때문에 암 환자 발생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인구 이십만 명 남짓하는 이곳에서 최근 5년 새 암에 걸린 사람이 수천 명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메리 오스코(말기 폐암 환자) : "저나 남편이나 담배 피운 적 없고 흡연 지역에서 일한 적도 없어요. 집 밖에서 방사능 농도가 높게 측정됐다는데 그것 때문에 암에 걸렸나 봐요. (원자폭탄 폐기물이라고 하니) 저는 2차 대전 피해자입니다.암으로 곧 죽는다는데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방 정부는 뒤늦게 정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 일대 방사능오염 토양 제거 공사를 18년째 진행해 왔습니다.

<인터뷰> 부르스 문홀랜드(미 공병대) : "이 일대 토양은 현재 방사능 수치가 위험 수치 이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주민 건강을 더는 위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 민심은 연방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의 무책임을 성토하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입니다.

<인터뷰> 마리아 나달(미주리주 상원의원) : "지난 수년 간 연방 정부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책임을 떠넘기고 미루기만 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지방 소도시에서 발생한 이 논란이 전국적 이슈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방사능 폐기물 처리지역들도 비슷할 거란 관측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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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립장에 방사능 폐기물…불안 증폭
    • 입력 2015-12-05 09:04:47
    • 수정2015-12-05 10:01:2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모든 나라의 숙제죠.

미국 미주리주가 방사능 폐기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오래전 이 지역에 버려진 대규모 방사능 폐기물 때문인데요.

5년 전 일어나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쓰레기 매립장 화재가 방사능 공포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화재 대책 서둘러라!"

미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소도시 브릿지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주민 시위가 벌어집니다.

핵폐기물 처리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입니다.

<인터뷰> 도나(주민) : "외출을 할 수가 없어요. (창문을 열면 어때요?) 절대 안돼요. 밤에 창문 열고 잘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얼마 케네백(주민) :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주민 밀집 지역과 병원이 있어요.방사능폐기물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하면 모든 사람이 피해를 봅니다"

주민들은 핵폐기물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도심 외곽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가 진원지입니다.

각종 산업 폐기물들이 묻혀있는 웨스트레이크 매립집니다. 방사능 공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 매립지 지하에서 화재 발생이 확인되고 나서부터입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불이 난 것입니다.

메탄가스 등으로 인한 흔한 연소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립지 한쪽에 묻혀있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 이게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애드 스미스(환경단체 대표) : "저기 보이는 것이 방사능 폐기물이 매립된 곳입니다 (지하 화재 발생 지점과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3백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매립지 화재가 6개월 안에 방사성폐기물 매립 지역으로 옮겨붙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되면 불길과 연기를 타고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확산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애드 스미스(환경단체 대표) : "(불이 번지는 속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6개월 안에 방사능 폐기물에 옮겨붙을 것으로 보는데 하루 60에서 90cm씩 접근하는 걸로 추정합니다."

당국이 촬영한 적외선 화면에도 불이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어두운 색으로 표시된 곳이 주변보다 온도가 높은 지역, 즉 땅속에서 화재가 발생한 곳입니다.

매립지 내부 곳곳에서 불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미주리주 지방 정부와 미국 연방 정부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 카스터(미주리 주 법무 장관) :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현재로선 매립지 화재를 진압할 방법이 없습니다."

<녹취> 마크 하규(미 환경보호국 국장) : "통제 가능합니다. 방사능 폐기물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습니다."

문제의 방사능 폐기물은 1970년대 초 매립됐습니다.

히로시마 등에 투하된 원자폭탄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었습니다.

당시는 변변한 폐기물 처리 규정도 없을 때입니다.

대책 없이 매립된 폐기물이 8700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은 3만 7천여 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립은 그나마 점잖은 편입니다.

인근 콜드워터 하천 인근 지역에서는 방사능 폐기물이 야산에 장기간 방치돼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1940년대 원자폭탄 개발과정에서 나온 핵폐기물이 다량으로 버려졌습니다.

2차대전 직후 이곳에 버려진 핵폐기물이 무려 4천만 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사능 폐기물은 노출된 채 수 십 년을 들판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 인적이 드물었던 이곳엔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제넬 라이트(미주리 환경 단체 대표) : "(그 당시엔 여기에 폐기물이 방치된 사실을 몰랐나요?) 전혀 몰랐죠.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됐습니다. 이 지도는 1958년 지도이고 이건 1970년 지도입니다."

그러다가 주민들은 결국 이 지역 상황을 알게 됐고 핵폐기물 때문에 암 환자 발생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인구 이십만 명 남짓하는 이곳에서 최근 5년 새 암에 걸린 사람이 수천 명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메리 오스코(말기 폐암 환자) : "저나 남편이나 담배 피운 적 없고 흡연 지역에서 일한 적도 없어요. 집 밖에서 방사능 농도가 높게 측정됐다는데 그것 때문에 암에 걸렸나 봐요. (원자폭탄 폐기물이라고 하니) 저는 2차 대전 피해자입니다.암으로 곧 죽는다는데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방 정부는 뒤늦게 정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 일대 방사능오염 토양 제거 공사를 18년째 진행해 왔습니다.

<인터뷰> 부르스 문홀랜드(미 공병대) : "이 일대 토양은 현재 방사능 수치가 위험 수치 이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주민 건강을 더는 위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 민심은 연방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의 무책임을 성토하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입니다.

<인터뷰> 마리아 나달(미주리주 상원의원) : "지난 수년 간 연방 정부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책임을 떠넘기고 미루기만 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지방 소도시에서 발생한 이 논란이 전국적 이슈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방사능 폐기물 처리지역들도 비슷할 거란 관측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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