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현장 칼럼] 세계화 시대의 디지털 뉴스
입력 2015.12.18 (15:30)
수정 2015.12.19 (09: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
인류의 문명은 오랫동안 느린 진화를 거친 후 지난 몇백 년 가속도를 내면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1만 년간 농업과 수공업으로 살아오다가 불과 2백 년 전 산업혁명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전화, 무선통신, 비행기, 컴퓨터, 로봇을 만들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세상을 살고 있다. 석기시대에 사용된 돌칼부터 시작하면 수만 년간 칼과 창으로 싸워오다가 700년 전부터 총과 대포를 만들더니 급기야 미사일과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인류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만 년의 시간을 하루로 친다면, 23시간을 큰 변화 없이 살다가 밤 11시에 가까워 갑작스러운 문명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연관 기사]☞ [고현장] UN을 울린 오준 대사의 한 마디, “우린 남이 아니다”
■ 예전의 대사는 ‘전권’을 가져야 했다.
중요한 점은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 이와 같은 급속한 문명의 발전, 특히 교통과 통신의 발달 덕분이라는 점이다. 콜럼버스가 2개월 걸려 횡단한 대서양을 일곱 시간 만에 날아갈 수 있게 된 오늘날, 같은 시간 동안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니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게 당연하다.
국제관계와 외교를 보더라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이려면 몇 개월을 여행해야 가능하던 시절에는 다자 정상회의와 같은 개념이 있을 수 없었다. 대사의 공식 직함이 ‘특명전권대사’인 이유는 대사가 자신을 파견한 국가원수와 제대로 교신하기 어려운 시절에 웬만한 일은 전권을 가지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각종 통신 수단이 발달하여 실시간 교신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대사가 발언하는 연설문의 토씨까지도 필요하면 본국 정부에서 고쳐줄 수 있다.
이처럼 문명의 발전과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가 언론과 정보전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사람들 간에 모든 정보가 직접 전달되었다. 우리나라 어디인가에 빼어난 미인이 있다고 하면 실제로 가서 눈으로 보거나, 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방법으로만 확인이 가능하였다. 사진도 없고 방송도 없고 신문도 없었다.
■ 정보의 홍수가 가져 온 그림자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끊임없이 미디어에 연결되어 있다. TV의 뉴스를 보든, 인터넷 포털에 접속하든, 스마트폰의 앱을 통하든, SNS에 친구가 올린 글을 읽든, 언제 어디서나 소식을 듣고 정보를 입수한다. 특히 디지털 뉴스가 점점 더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되고 있다. 신문도 디지털로 읽고 방송도 디지털로 본다. 누구나 손안에 작은 컴퓨터를 어디에나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인쇄된 신문을 주어다 읽는 거나 9시 뉴스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불필요하고 귀찮은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미인’이라고 쳐 넣으면 0.2초 만에 6백만 개의 정보가 뜬다. 정보의 양이 많아짐으로써 정보에 기초한 판단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정보 왜곡의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여러 미인 후보의 사진을 놓고 많은 네티즌이 미인이라고 공감한 대상자는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입소문으로 전한 경우보다 객관적으로 미인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것은 인터넷 정보가 모두 비슷한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통한다. 미인 후보들의 사진 중 어떤 것은 포토샵과 인터넷 정보 조작 기술이 사용되었다면, 동네 아주머니들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는 것이다.
■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이렇게 24시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는 게 편리한 면도 있고 역기능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무도 이런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보가 더 많아지고 이를 점점 더 쉽게 입수하면 했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정보 흐름의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디어, 특히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전달의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신문지상에서 취재된 기사는 외부 기관이 게재한 광고 내용과 경쟁하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병렬적이고 경쟁적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뉴스와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공정한 메커니즘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발전시키는 것이 미디어와 수요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의 일부는 필자의 저서인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2015년 12월 오픈하우스 출간)에서 인용되었음을 밝혀 둔다.
인류의 문명은 오랫동안 느린 진화를 거친 후 지난 몇백 년 가속도를 내면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1만 년간 농업과 수공업으로 살아오다가 불과 2백 년 전 산업혁명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전화, 무선통신, 비행기, 컴퓨터, 로봇을 만들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세상을 살고 있다. 석기시대에 사용된 돌칼부터 시작하면 수만 년간 칼과 창으로 싸워오다가 700년 전부터 총과 대포를 만들더니 급기야 미사일과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인류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만 년의 시간을 하루로 친다면, 23시간을 큰 변화 없이 살다가 밤 11시에 가까워 갑작스러운 문명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연관 기사]☞ [고현장] UN을 울린 오준 대사의 한 마디, “우린 남이 아니다”
■ 예전의 대사는 ‘전권’을 가져야 했다.
중요한 점은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 이와 같은 급속한 문명의 발전, 특히 교통과 통신의 발달 덕분이라는 점이다. 콜럼버스가 2개월 걸려 횡단한 대서양을 일곱 시간 만에 날아갈 수 있게 된 오늘날, 같은 시간 동안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니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게 당연하다.
국제관계와 외교를 보더라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이려면 몇 개월을 여행해야 가능하던 시절에는 다자 정상회의와 같은 개념이 있을 수 없었다. 대사의 공식 직함이 ‘특명전권대사’인 이유는 대사가 자신을 파견한 국가원수와 제대로 교신하기 어려운 시절에 웬만한 일은 전권을 가지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각종 통신 수단이 발달하여 실시간 교신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대사가 발언하는 연설문의 토씨까지도 필요하면 본국 정부에서 고쳐줄 수 있다.
이처럼 문명의 발전과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가 언론과 정보전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사람들 간에 모든 정보가 직접 전달되었다. 우리나라 어디인가에 빼어난 미인이 있다고 하면 실제로 가서 눈으로 보거나, 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방법으로만 확인이 가능하였다. 사진도 없고 방송도 없고 신문도 없었다.
■ 정보의 홍수가 가져 온 그림자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끊임없이 미디어에 연결되어 있다. TV의 뉴스를 보든, 인터넷 포털에 접속하든, 스마트폰의 앱을 통하든, SNS에 친구가 올린 글을 읽든, 언제 어디서나 소식을 듣고 정보를 입수한다. 특히 디지털 뉴스가 점점 더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되고 있다. 신문도 디지털로 읽고 방송도 디지털로 본다. 누구나 손안에 작은 컴퓨터를 어디에나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인쇄된 신문을 주어다 읽는 거나 9시 뉴스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불필요하고 귀찮은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미인’이라고 쳐 넣으면 0.2초 만에 6백만 개의 정보가 뜬다. 정보의 양이 많아짐으로써 정보에 기초한 판단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정보 왜곡의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여러 미인 후보의 사진을 놓고 많은 네티즌이 미인이라고 공감한 대상자는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입소문으로 전한 경우보다 객관적으로 미인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것은 인터넷 정보가 모두 비슷한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통한다. 미인 후보들의 사진 중 어떤 것은 포토샵과 인터넷 정보 조작 기술이 사용되었다면, 동네 아주머니들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는 것이다.
■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이렇게 24시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는 게 편리한 면도 있고 역기능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무도 이런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보가 더 많아지고 이를 점점 더 쉽게 입수하면 했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정보 흐름의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디어, 특히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전달의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신문지상에서 취재된 기사는 외부 기관이 게재한 광고 내용과 경쟁하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병렬적이고 경쟁적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뉴스와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공정한 메커니즘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발전시키는 것이 미디어와 수요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의 일부는 필자의 저서인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2015년 12월 오픈하우스 출간)에서 인용되었음을 밝혀 둔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명사 현장 칼럼] 세계화 시대의 디지털 뉴스
-
- 입력 2015-12-18 15:30:38
- 수정2015-12-19 09:09:57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
인류의 문명은 오랫동안 느린 진화를 거친 후 지난 몇백 년 가속도를 내면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1만 년간 농업과 수공업으로 살아오다가 불과 2백 년 전 산업혁명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전화, 무선통신, 비행기, 컴퓨터, 로봇을 만들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세상을 살고 있다. 석기시대에 사용된 돌칼부터 시작하면 수만 년간 칼과 창으로 싸워오다가 700년 전부터 총과 대포를 만들더니 급기야 미사일과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인류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만 년의 시간을 하루로 친다면, 23시간을 큰 변화 없이 살다가 밤 11시에 가까워 갑작스러운 문명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연관 기사]☞ [고현장] UN을 울린 오준 대사의 한 마디, “우린 남이 아니다”
■ 예전의 대사는 ‘전권’을 가져야 했다.
중요한 점은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 이와 같은 급속한 문명의 발전, 특히 교통과 통신의 발달 덕분이라는 점이다. 콜럼버스가 2개월 걸려 횡단한 대서양을 일곱 시간 만에 날아갈 수 있게 된 오늘날, 같은 시간 동안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니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게 당연하다.
국제관계와 외교를 보더라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이려면 몇 개월을 여행해야 가능하던 시절에는 다자 정상회의와 같은 개념이 있을 수 없었다. 대사의 공식 직함이 ‘특명전권대사’인 이유는 대사가 자신을 파견한 국가원수와 제대로 교신하기 어려운 시절에 웬만한 일은 전권을 가지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각종 통신 수단이 발달하여 실시간 교신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대사가 발언하는 연설문의 토씨까지도 필요하면 본국 정부에서 고쳐줄 수 있다.
이처럼 문명의 발전과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가 언론과 정보전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사람들 간에 모든 정보가 직접 전달되었다. 우리나라 어디인가에 빼어난 미인이 있다고 하면 실제로 가서 눈으로 보거나, 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방법으로만 확인이 가능하였다. 사진도 없고 방송도 없고 신문도 없었다.
■ 정보의 홍수가 가져 온 그림자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끊임없이 미디어에 연결되어 있다. TV의 뉴스를 보든, 인터넷 포털에 접속하든, 스마트폰의 앱을 통하든, SNS에 친구가 올린 글을 읽든, 언제 어디서나 소식을 듣고 정보를 입수한다. 특히 디지털 뉴스가 점점 더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되고 있다. 신문도 디지털로 읽고 방송도 디지털로 본다. 누구나 손안에 작은 컴퓨터를 어디에나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인쇄된 신문을 주어다 읽는 거나 9시 뉴스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불필요하고 귀찮은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미인’이라고 쳐 넣으면 0.2초 만에 6백만 개의 정보가 뜬다. 정보의 양이 많아짐으로써 정보에 기초한 판단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정보 왜곡의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여러 미인 후보의 사진을 놓고 많은 네티즌이 미인이라고 공감한 대상자는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입소문으로 전한 경우보다 객관적으로 미인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것은 인터넷 정보가 모두 비슷한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통한다. 미인 후보들의 사진 중 어떤 것은 포토샵과 인터넷 정보 조작 기술이 사용되었다면, 동네 아주머니들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는 것이다.
■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이렇게 24시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는 게 편리한 면도 있고 역기능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무도 이런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보가 더 많아지고 이를 점점 더 쉽게 입수하면 했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정보 흐름의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디어, 특히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전달의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신문지상에서 취재된 기사는 외부 기관이 게재한 광고 내용과 경쟁하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병렬적이고 경쟁적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뉴스와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공정한 메커니즘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발전시키는 것이 미디어와 수요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의 일부는 필자의 저서인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2015년 12월 오픈하우스 출간)에서 인용되었음을 밝혀 둔다.
인류의 문명은 오랫동안 느린 진화를 거친 후 지난 몇백 년 가속도를 내면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1만 년간 농업과 수공업으로 살아오다가 불과 2백 년 전 산업혁명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전화, 무선통신, 비행기, 컴퓨터, 로봇을 만들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세상을 살고 있다. 석기시대에 사용된 돌칼부터 시작하면 수만 년간 칼과 창으로 싸워오다가 700년 전부터 총과 대포를 만들더니 급기야 미사일과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인류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만 년의 시간을 하루로 친다면, 23시간을 큰 변화 없이 살다가 밤 11시에 가까워 갑작스러운 문명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연관 기사]☞ [고현장] UN을 울린 오준 대사의 한 마디, “우린 남이 아니다”
■ 예전의 대사는 ‘전권’을 가져야 했다.
중요한 점은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 이와 같은 급속한 문명의 발전, 특히 교통과 통신의 발달 덕분이라는 점이다. 콜럼버스가 2개월 걸려 횡단한 대서양을 일곱 시간 만에 날아갈 수 있게 된 오늘날, 같은 시간 동안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니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게 당연하다.
국제관계와 외교를 보더라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이려면 몇 개월을 여행해야 가능하던 시절에는 다자 정상회의와 같은 개념이 있을 수 없었다. 대사의 공식 직함이 ‘특명전권대사’인 이유는 대사가 자신을 파견한 국가원수와 제대로 교신하기 어려운 시절에 웬만한 일은 전권을 가지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각종 통신 수단이 발달하여 실시간 교신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대사가 발언하는 연설문의 토씨까지도 필요하면 본국 정부에서 고쳐줄 수 있다.
이처럼 문명의 발전과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가 언론과 정보전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사람들 간에 모든 정보가 직접 전달되었다. 우리나라 어디인가에 빼어난 미인이 있다고 하면 실제로 가서 눈으로 보거나, 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방법으로만 확인이 가능하였다. 사진도 없고 방송도 없고 신문도 없었다.
■ 정보의 홍수가 가져 온 그림자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끊임없이 미디어에 연결되어 있다. TV의 뉴스를 보든, 인터넷 포털에 접속하든, 스마트폰의 앱을 통하든, SNS에 친구가 올린 글을 읽든, 언제 어디서나 소식을 듣고 정보를 입수한다. 특히 디지털 뉴스가 점점 더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되고 있다. 신문도 디지털로 읽고 방송도 디지털로 본다. 누구나 손안에 작은 컴퓨터를 어디에나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인쇄된 신문을 주어다 읽는 거나 9시 뉴스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불필요하고 귀찮은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미인’이라고 쳐 넣으면 0.2초 만에 6백만 개의 정보가 뜬다. 정보의 양이 많아짐으로써 정보에 기초한 판단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정보 왜곡의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여러 미인 후보의 사진을 놓고 많은 네티즌이 미인이라고 공감한 대상자는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입소문으로 전한 경우보다 객관적으로 미인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것은 인터넷 정보가 모두 비슷한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통한다. 미인 후보들의 사진 중 어떤 것은 포토샵과 인터넷 정보 조작 기술이 사용되었다면, 동네 아주머니들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는 것이다.
■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이렇게 24시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는 게 편리한 면도 있고 역기능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무도 이런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보가 더 많아지고 이를 점점 더 쉽게 입수하면 했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정보 흐름의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디어, 특히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전달의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신문지상에서 취재된 기사는 외부 기관이 게재한 광고 내용과 경쟁하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병렬적이고 경쟁적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뉴스와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공정한 메커니즘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발전시키는 것이 미디어와 수요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의 일부는 필자의 저서인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2015년 12월 오픈하우스 출간)에서 인용되었음을 밝혀 둔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