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학대’ 탈출 소녀의 그림…2cm 집에 갇혔다

입력 2015.12.24 (11:35) 수정 2015.12.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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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11살 소녀에게 '집'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함께 살던 게임중독 아빠와 동거녀가 살던 집에서 탈출한 지 열흘째인 지난 22일.

[연관 기사]☞ [뉴스9] 2년 감금·구타에 맨발 탈출…아빠는 ‘게임 중독’

소아정신과 전문의 출신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인천의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종이 한 쪽에 맨 처음 그린 건 작은 크리스마스트리였다. 또래 아이들이 보통 종이의 절반 이상을 채워 큼직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아이는 어른 엄지만한 트리를 그렸다.

그림그림



나무에는 빽빽하게 꽃·하트·리본 등 장식품을 그려 넣었고 꼭대기엔 별을 그렸다.

신 의원은 “종이 구석에 작은 그림을 그린다는 건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압박을 당한 심리 상태와 정서적인 폭이 제한돼 작은 공간에 갇혀버린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는 인천시 연수구의 한 빌라에서 친부 A(32)씨와 동거녀로부터 감금·폭행 등을 수년간 당했다.
손과 발이 노끈에 묶인 채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지난 12일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배고픔에 지쳐 슈퍼마켓에 들렀던 아이의 모습을 이상히 여긴 주인의 신고로 구조됐다.

당시 키 1미터20센티미터에 몸무게 16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20센티미터 가량 작았고, 몸무게는 절반도 안됐다.

나무를 다 그린 아이가 두 번째 그린 건 집이다. 대문과 창문 4개가 달린 이층집이었다. 트리 그림처럼 가로 2cm, 세로 3cm 크기의 작은 집이었다.

그림그림


"이 집에 가족은 누가 살아?"라는 질문에 아이는 "가족은 없어요. 귀여운 고양이 3마리랑 같이 살아요"라고 했다.

"집에서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는 누가 있을까?"

"친구도 없어요"

신 의원은 “친부로부터 당한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부모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가족 간의 사랑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상담 내내 불안한 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해 병실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림을 본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가 그리는 것은 평상시 겪었던 일을 함의한다"며 "상담과정을 보면 학대로 인해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소녀소녀

▲ 슈퍼 CCTV에 찍힌 아이의 모습


경찰은 친부의 증언을 토대로 아이가 학대 당한 기간이 2년이라고 발표 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의 발육상태와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최소 4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국은 보호자의 처벌과 함께 친부로부터 아이의 친권을 박탈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

[연관 기사] ☞ [뉴스9] ‘학대 어린이’ 온정 밀물…일반가정에 위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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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금·학대’ 탈출 소녀의 그림…2cm 집에 갇혔다
    • 입력 2015-12-24 11:35:50
    • 수정2015-12-24 13:37:51
    사회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11살 소녀에게 '집'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함께 살던 게임중독 아빠와 동거녀가 살던 집에서 탈출한 지 열흘째인 지난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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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과 전문의 출신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인천의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종이 한 쪽에 맨 처음 그린 건 작은 크리스마스트리였다. 또래 아이들이 보통 종이의 절반 이상을 채워 큼직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아이는 어른 엄지만한 트리를 그렸다.

그림


나무에는 빽빽하게 꽃·하트·리본 등 장식품을 그려 넣었고 꼭대기엔 별을 그렸다.

신 의원은 “종이 구석에 작은 그림을 그린다는 건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압박을 당한 심리 상태와 정서적인 폭이 제한돼 작은 공간에 갇혀버린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는 인천시 연수구의 한 빌라에서 친부 A(32)씨와 동거녀로부터 감금·폭행 등을 수년간 당했다.
손과 발이 노끈에 묶인 채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지난 12일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배고픔에 지쳐 슈퍼마켓에 들렀던 아이의 모습을 이상히 여긴 주인의 신고로 구조됐다.

당시 키 1미터20센티미터에 몸무게 16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20센티미터 가량 작았고, 몸무게는 절반도 안됐다.

나무를 다 그린 아이가 두 번째 그린 건 집이다. 대문과 창문 4개가 달린 이층집이었다. 트리 그림처럼 가로 2cm, 세로 3cm 크기의 작은 집이었다.

그림


"이 집에 가족은 누가 살아?"라는 질문에 아이는 "가족은 없어요. 귀여운 고양이 3마리랑 같이 살아요"라고 했다.

"집에서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는 누가 있을까?"

"친구도 없어요"

신 의원은 “친부로부터 당한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부모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가족 간의 사랑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상담 내내 불안한 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해 병실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림을 본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가 그리는 것은 평상시 겪었던 일을 함의한다"며 "상담과정을 보면 학대로 인해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소녀
▲ 슈퍼 CCTV에 찍힌 아이의 모습


경찰은 친부의 증언을 토대로 아이가 학대 당한 기간이 2년이라고 발표 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의 발육상태와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최소 4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국은 보호자의 처벌과 함께 친부로부터 아이의 친권을 박탈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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