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D-1년, 공생을 꿈꾸다

입력 2016.01.03 (23:55) 수정 2016.01.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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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조순행(75세, 서울 경운동) : "노후대책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상당히 힘들었죠.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까."

<인터뷰> 시미즈 야스에('지킴의 집' 실행위원장) : "고령화가 더 심해졌을 때 행정기관의 도움만 바랄 것이 아니라, 결국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평소에 서로 돕지 않으면 큰 재해가 일어나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와타나베(봉사 노인) : "저도 기쁘지만 가족이 즐겁고, 모두 함께 즐겁고, 또한 보람있는 삶입니다."

<오프닝>

인구 4명 중 1명은 노인인 대표적인 장수국가, 일본.

이미 10년 전인 지난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80세 이상 노인도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본은 이 노인 사회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 일본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고민해 봤습니다.

<리포트>

도쿄에서 고속 열차로 2시간 40분.

인구 50만 명의 가나자와에 도착합니다.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 "Share, 가나자와" 우리 말로 "공생 마을"이 있습니다.

올해 81살. 코바야시 할머니는 자식 셋을 키우며 55살까지 은행에서 일했습니다.

퇴직 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마저 가정을 꾸려 떠나자 할머니는 공생마을로 집을 옮겼습니다.

<인터뷰> 코바야시 타마에(공생 마을 거주민) : "마을을 보려 왔는데 좋았어요. 생각하면 저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녹취> "자. 맛있는 사과는 어떨까? 맛있게 되어주렴..하고 이렇게 그리자."

<인터뷰> 코바야시 타마에(공생 마을 거주민) : "많은 아이들과 만날 때 처음엔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저도 그쪽 공부를 했거요. 지금 어떤 아이들과 만나도 이야기 상대가 될 수 있답니다."

공생마을은 노인들이 혼자가 아니라 젊은이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공생마을에는 젊은이가 적지 않습니다.

젊은이를 부르는 혜택 덕입니다.

젊은 예술가 이키코 씨도 주변 시세의 절반값인 작업실을 매개로 공생마을에 왔습니다.

<녹취> "옥군이다. 오랜만이네. 안녕?"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1주일에 3일, 4시간씩 장애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입니다.

<녹취> "무슨 노래 부르는거야?"

공생마을의 모든 시설은 입주민들이 서로 일을 분담해 운영됩니다.

마을 전시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물건을 살 때도 늘 친구를 만납니다.

외롭거나 소외감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인터뷰> 미이코("공생마을" 계산원 봉사 입주민) : "아이들이 우릴 보고 "오셨어요?"하고 말을 걸거나, 고양이는 개를 기르는 분에게 "오늘은 동물이 있어"하면서 고양이 이름을 부르거나, 사이 좋게 지내고 있어요."

니시가와 할아버지는 직접 기른 농작물을 장애 아이들과 나눕니다.

<인터뷰> 니시가와("공생마을" 입주민) : "아이들 크리스마스용으로 사용할, 식사에 사용할 특별품이랄까요. 그게 지금 이 노인에게 즐거움입니다."

공생마을은 장애시설을 운영하던 한 사회법인이 지난 2014년 3월 조성했습니다.

현재는 장애인 시설 2곳과 노인 주택 30여 가구, 대학생과 예술가를 위한 주택 18가구로 구성돼있습니다.

<인터뷰> 오쿠무라 토시야("공생 마을" 대표) : "어쩌면 너무 북적거려서 시끄러운 마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세대의 분들과 북적거리며 즐겁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거라면 여기가 좋지 않을까요. 라고 전한 후에 동의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공생마을의 주택은 모두 분양이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과 젊은이들이 이 마을에 입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미치 데페이("공생마을" 입주 상담 노인 가족) : "흥미라기 보다는 안심감입니다. 역시 노인만이라면 그들만의 작은 세상이 한 덩어리가 되지만, 아이들이 있거나 학생들이 있음으로써 노인의 세계도 넓어져 가는, 그것이 자식으로 봤을 때도 안심이지요."

1955년부터 63년까지.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800만 명.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5분의 1입니다.

의료 기술 등의 발달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도 해마다 크게 늘어 1년 뒤 전체의 14% (고령사회), 10년 뒤엔 20% (초고령사회)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62살 정용진 씨는 한 벤처기업의 인턴 사원입니다.

벤처기업 대표는 정씨의 딸 뻘인 젊은입니다.

정용진 씨는 대기업 임원과 중소기업 대표를 지낸 뒤 5년 전 은퇴했지만, 최근 신생 벤처기업에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정용진(62살, 시니어 인턴) : "작지만 그래도 회사를 2개씩이나 운영을 해봤으니까 내가 아는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되겠다. 그래서 찾는 게 한 2년 걸렸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정씨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박시진(34살, 벤처기업 대표) : "저한테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템을 어떻게 시장에 판로를 개척을 하고, 누구한테 보여주지? (거래처에) 매니저분도 있을 것이고, 사장님. 본부장님 다 계시는데 어떤 급을 만나야 좋겠다. 라는 조언까지도 다 해주시더라고요."

이처럼 우수한 노인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 채용돼 의미있고 사회와 함께 사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은 50%에 가까워 공생이 아닌 사회적 소외속에 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폐지줍는 노인 :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 10시까지 해요. (박스 줍는 일만요?) 네. 하루에 만 원도 벌고, 8천 원도 벌고.많이 벌때는 1만2천 원. 그렇게 벌어요."

경제적으로 형편이 나은 경우에도 무력감과 상실감에 정신적 소외를 호소하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순행(75세, 서울 경운동) : "혼자 있으니까 더 하죠. 외로움이 더 크죠. 제일 큰 게 그거고. 제일 어려운 게 그거였죠. 앞으로 살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 텐데 어떻게 할까. 얼마를 더 살아야 되는데.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이 자꾸 생기고."

노인의 19%는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고 20%는 혼자 살며, 나홀로 죽음을 맞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길해용(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 대표) : "할아버지가 1층에서, 빌라 1층에서 외롭게 돌아가시고 3주일 정도만에 발견됐는데, 유품정리를 다 끝내고 나서 보니까 알고봤더니 그 따님, 따님이 같은 건물 4층에 살더라고요."

<녹취> "곤니치와."

38년 동안 대기업의 생산 시설을 진두지휘하던 이와타 씨는 75살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침 풍경은, 변한 게 없습니다.

그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미지는 거의 변한 것이 없고, 홍보물에 좀 더 봄 느낌이 나는..."

퇴직노인 봉사 단체에서 순수 봉사, 혹은 작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인터뷰> 이와타(봉사단체 사무국장) : "봉사단체 안에서도 사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별로 없어요. 뭔가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에 이바지 한다는 보람이 큽니다."

40여명의 퇴직 노인들이 활동하는 이 봉사단체는 1년에 2번씩 마을 노인들을 위한 파티를 엽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소개받습니다.

<인터뷰> 나야 히사오(종이연극 봉사) : "직장에선 일만 하면서 종일을 보냈는데, 지금은 여러사람들과 연령 불문하고 만날 수 있단 점에 기쁨을 느낍니다."

<인터뷰> 와타나베(개인교습) : "존경 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돈을 벌자.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니까. 장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마음 먹고있습니다."

<인터뷰> 나카지마 키요시(학교지킴이) : "우리 자식들이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 때 진 신세를 우리가 되갚아준다는 생각에서 이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 50만 명의 하치오지 시에는 이런 노인 봉사 단체만 200개가 넘습니다.

병원과 지하철 역 등 곳곳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언제든, 누구든 들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이토 료코(日 하치오지시 노인봉사센터장) : "이 지역 25% 이상이 고령자인데, 이해받는다는 의미보다 공존해간다는 의미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고, 집에 있을 땐 다른 가족과 대화도 잘 못하는데, 이런 봉사센터에 오시면 많은 동료를 만들 수 있죠."

<녹취> "(게임 규칙이) 여기나 여기로 가라는 거네. 이쪽으로 갈 수도 있어."

요코하마 외곽에 있는 '지킴의 집'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엽니다.

마을 노인 2~3명이 매일 조를 짜 운영하는데 누구나 쉼터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일터에 나가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옵니다.

<인터뷰> 하야시 유이, 야스이 하루토(초등학교 2학년) : "(집에 있는 것과 '지킴의 집'에 있는 것 중 뭐가 더 재밌어요?) 여기요. 집에 있으면 누나랑 싸우기만 하니까."

지킴의 집은 마을 노인 200여 명이 힘을 모아 지었습니다.

집 짓는 경험도, 기술도 없었던 터라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요시노 히사시(75살, 마을 주민) : "아이들의 웃는 얼굴요. 나이든 사람들의 부드러운 미소요. 이걸 봤을 때 집을 만들길 잘했구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매일 사람들이 놀러 오잖아요."

요코하마시는 이 나무집을 짓기 위한 건축비와 땅을 제공했습니다.

10년 전부터 마을 노인들의 공모를 받아, 매년 3개씩 구심점이 될만한 시설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시주 케이스케(요코하마시 '마을만들기'부서장) : "노인들은 낮에도 시간이 있고 건강하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실제로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매우 높습니다."

2016년은 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 사회에 주어진 마지막 1년 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오는 2020년까지 시행할 고령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가정 호스피스 활성화, 주택연금 확대, 고령자 전세임대 도입, 은퇴자 자원봉사 확대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인터뷰> 박근혜(대통령) :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 간의 격차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 못지 않게 사회적 공생에 대한 대안도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노후에도 모든 세대와 호흡하며 존재감을 느끼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공생 프로그램.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는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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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사회 D-1년, 공생을 꿈꾸다
    • 입력 2016-01-04 00:04:58
    • 수정2016-01-04 00:21:35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조순행(75세, 서울 경운동) : "노후대책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상당히 힘들었죠.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까."

<인터뷰> 시미즈 야스에('지킴의 집' 실행위원장) : "고령화가 더 심해졌을 때 행정기관의 도움만 바랄 것이 아니라, 결국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평소에 서로 돕지 않으면 큰 재해가 일어나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와타나베(봉사 노인) : "저도 기쁘지만 가족이 즐겁고, 모두 함께 즐겁고, 또한 보람있는 삶입니다."

<오프닝>

인구 4명 중 1명은 노인인 대표적인 장수국가, 일본.

이미 10년 전인 지난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80세 이상 노인도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본은 이 노인 사회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 일본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고민해 봤습니다.

<리포트>

도쿄에서 고속 열차로 2시간 40분.

인구 50만 명의 가나자와에 도착합니다.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 "Share, 가나자와" 우리 말로 "공생 마을"이 있습니다.

올해 81살. 코바야시 할머니는 자식 셋을 키우며 55살까지 은행에서 일했습니다.

퇴직 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마저 가정을 꾸려 떠나자 할머니는 공생마을로 집을 옮겼습니다.

<인터뷰> 코바야시 타마에(공생 마을 거주민) : "마을을 보려 왔는데 좋았어요. 생각하면 저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녹취> "자. 맛있는 사과는 어떨까? 맛있게 되어주렴..하고 이렇게 그리자."

<인터뷰> 코바야시 타마에(공생 마을 거주민) : "많은 아이들과 만날 때 처음엔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저도 그쪽 공부를 했거요. 지금 어떤 아이들과 만나도 이야기 상대가 될 수 있답니다."

공생마을은 노인들이 혼자가 아니라 젊은이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공생마을에는 젊은이가 적지 않습니다.

젊은이를 부르는 혜택 덕입니다.

젊은 예술가 이키코 씨도 주변 시세의 절반값인 작업실을 매개로 공생마을에 왔습니다.

<녹취> "옥군이다. 오랜만이네. 안녕?"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1주일에 3일, 4시간씩 장애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입니다.

<녹취> "무슨 노래 부르는거야?"

공생마을의 모든 시설은 입주민들이 서로 일을 분담해 운영됩니다.

마을 전시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물건을 살 때도 늘 친구를 만납니다.

외롭거나 소외감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인터뷰> 미이코("공생마을" 계산원 봉사 입주민) : "아이들이 우릴 보고 "오셨어요?"하고 말을 걸거나, 고양이는 개를 기르는 분에게 "오늘은 동물이 있어"하면서 고양이 이름을 부르거나, 사이 좋게 지내고 있어요."

니시가와 할아버지는 직접 기른 농작물을 장애 아이들과 나눕니다.

<인터뷰> 니시가와("공생마을" 입주민) : "아이들 크리스마스용으로 사용할, 식사에 사용할 특별품이랄까요. 그게 지금 이 노인에게 즐거움입니다."

공생마을은 장애시설을 운영하던 한 사회법인이 지난 2014년 3월 조성했습니다.

현재는 장애인 시설 2곳과 노인 주택 30여 가구, 대학생과 예술가를 위한 주택 18가구로 구성돼있습니다.

<인터뷰> 오쿠무라 토시야("공생 마을" 대표) : "어쩌면 너무 북적거려서 시끄러운 마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세대의 분들과 북적거리며 즐겁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거라면 여기가 좋지 않을까요. 라고 전한 후에 동의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공생마을의 주택은 모두 분양이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과 젊은이들이 이 마을에 입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미치 데페이("공생마을" 입주 상담 노인 가족) : "흥미라기 보다는 안심감입니다. 역시 노인만이라면 그들만의 작은 세상이 한 덩어리가 되지만, 아이들이 있거나 학생들이 있음으로써 노인의 세계도 넓어져 가는, 그것이 자식으로 봤을 때도 안심이지요."

1955년부터 63년까지.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800만 명.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5분의 1입니다.

의료 기술 등의 발달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도 해마다 크게 늘어 1년 뒤 전체의 14% (고령사회), 10년 뒤엔 20% (초고령사회)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62살 정용진 씨는 한 벤처기업의 인턴 사원입니다.

벤처기업 대표는 정씨의 딸 뻘인 젊은입니다.

정용진 씨는 대기업 임원과 중소기업 대표를 지낸 뒤 5년 전 은퇴했지만, 최근 신생 벤처기업에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정용진(62살, 시니어 인턴) : "작지만 그래도 회사를 2개씩이나 운영을 해봤으니까 내가 아는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되겠다. 그래서 찾는 게 한 2년 걸렸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정씨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박시진(34살, 벤처기업 대표) : "저한테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템을 어떻게 시장에 판로를 개척을 하고, 누구한테 보여주지? (거래처에) 매니저분도 있을 것이고, 사장님. 본부장님 다 계시는데 어떤 급을 만나야 좋겠다. 라는 조언까지도 다 해주시더라고요."

이처럼 우수한 노인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 채용돼 의미있고 사회와 함께 사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은 50%에 가까워 공생이 아닌 사회적 소외속에 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폐지줍는 노인 :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 10시까지 해요. (박스 줍는 일만요?) 네. 하루에 만 원도 벌고, 8천 원도 벌고.많이 벌때는 1만2천 원. 그렇게 벌어요."

경제적으로 형편이 나은 경우에도 무력감과 상실감에 정신적 소외를 호소하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순행(75세, 서울 경운동) : "혼자 있으니까 더 하죠. 외로움이 더 크죠. 제일 큰 게 그거고. 제일 어려운 게 그거였죠. 앞으로 살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 텐데 어떻게 할까. 얼마를 더 살아야 되는데.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이 자꾸 생기고."

노인의 19%는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고 20%는 혼자 살며, 나홀로 죽음을 맞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길해용(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 대표) : "할아버지가 1층에서, 빌라 1층에서 외롭게 돌아가시고 3주일 정도만에 발견됐는데, 유품정리를 다 끝내고 나서 보니까 알고봤더니 그 따님, 따님이 같은 건물 4층에 살더라고요."

<녹취> "곤니치와."

38년 동안 대기업의 생산 시설을 진두지휘하던 이와타 씨는 75살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침 풍경은, 변한 게 없습니다.

그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미지는 거의 변한 것이 없고, 홍보물에 좀 더 봄 느낌이 나는..."

퇴직노인 봉사 단체에서 순수 봉사, 혹은 작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인터뷰> 이와타(봉사단체 사무국장) : "봉사단체 안에서도 사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별로 없어요. 뭔가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에 이바지 한다는 보람이 큽니다."

40여명의 퇴직 노인들이 활동하는 이 봉사단체는 1년에 2번씩 마을 노인들을 위한 파티를 엽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소개받습니다.

<인터뷰> 나야 히사오(종이연극 봉사) : "직장에선 일만 하면서 종일을 보냈는데, 지금은 여러사람들과 연령 불문하고 만날 수 있단 점에 기쁨을 느낍니다."

<인터뷰> 와타나베(개인교습) : "존경 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돈을 벌자.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니까. 장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마음 먹고있습니다."

<인터뷰> 나카지마 키요시(학교지킴이) : "우리 자식들이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 때 진 신세를 우리가 되갚아준다는 생각에서 이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 50만 명의 하치오지 시에는 이런 노인 봉사 단체만 200개가 넘습니다.

병원과 지하철 역 등 곳곳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언제든, 누구든 들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이토 료코(日 하치오지시 노인봉사센터장) : "이 지역 25% 이상이 고령자인데, 이해받는다는 의미보다 공존해간다는 의미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고, 집에 있을 땐 다른 가족과 대화도 잘 못하는데, 이런 봉사센터에 오시면 많은 동료를 만들 수 있죠."

<녹취> "(게임 규칙이) 여기나 여기로 가라는 거네. 이쪽으로 갈 수도 있어."

요코하마 외곽에 있는 '지킴의 집'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엽니다.

마을 노인 2~3명이 매일 조를 짜 운영하는데 누구나 쉼터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일터에 나가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옵니다.

<인터뷰> 하야시 유이, 야스이 하루토(초등학교 2학년) : "(집에 있는 것과 '지킴의 집'에 있는 것 중 뭐가 더 재밌어요?) 여기요. 집에 있으면 누나랑 싸우기만 하니까."

지킴의 집은 마을 노인 200여 명이 힘을 모아 지었습니다.

집 짓는 경험도, 기술도 없었던 터라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요시노 히사시(75살, 마을 주민) : "아이들의 웃는 얼굴요. 나이든 사람들의 부드러운 미소요. 이걸 봤을 때 집을 만들길 잘했구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매일 사람들이 놀러 오잖아요."

요코하마시는 이 나무집을 짓기 위한 건축비와 땅을 제공했습니다.

10년 전부터 마을 노인들의 공모를 받아, 매년 3개씩 구심점이 될만한 시설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시주 케이스케(요코하마시 '마을만들기'부서장) : "노인들은 낮에도 시간이 있고 건강하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실제로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매우 높습니다."

2016년은 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 사회에 주어진 마지막 1년 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오는 2020년까지 시행할 고령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가정 호스피스 활성화, 주택연금 확대, 고령자 전세임대 도입, 은퇴자 자원봉사 확대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인터뷰> 박근혜(대통령) :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 간의 격차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 못지 않게 사회적 공생에 대한 대안도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노후에도 모든 세대와 호흡하며 존재감을 느끼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공생 프로그램.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는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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