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은 그 자리에”…위안부 수요집회 24년

입력 2016.01.06 (18:43) 수정 2016.01.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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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협상은 무효다!"

서울 종로구 평화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천여 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만 24년을 이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1천212번째 수요집회다.

오늘(6일) 낮 12시에 열린 수요집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를 비롯해 야당 국회의원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단체, 대학생, 시민 등 1500명(경찰추산 1000명)이 모여 '12.28 한일 외교장관회담 합의'를 규탄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992년부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입을 열어 유엔과 전세계를 돌며 증언에 나섰을 때 정부는 일본이 불편할까봐 침묵하기만 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룬 것은) 모두 피해자들이 만든 국제 외교"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죄를 구걸하는 게 아니다. 가해자는 당연히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사죄, 배상하라"고 일번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굴욕적 협상을 전면 백지화, 철회하고 피해자들의 요구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후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다"며 "내 나이가 한국 나이로 89세다.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수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대협이 다른 22개 단체와 함께 구성한 '평화비(평화의 소녀상) 전국연대'는 특별선언을 통해 "평화비는 시민의 바람과 의지가 담긴 공공의 재산이며 국제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평화운동의 상징물"이라며 "평화비(소녀상)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요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원주, 광주, 울산, 창원, 수원, 부산, 제주, 청주, 의정부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6일, 광주에서 열린 수요집회

세계 최장 시위…수요집회 24년의 역사

단일 주제로 벌이는 세계 최장기 집회로 알려진 정대협의 수요집회는 24년 전인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됐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과 손해배상 등 6개항을 요구하며 30여 명이 모였다. 이후 횟수를 늘려가며 이듬해인 1993년 100회를 넘긴 데 이어 2002년 500회, 2011년 1천 회를 돌파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00번째 수요집회’

일본대사관 건너편 도로는 1천회 집회를 맞아 '평화로'로 명명됐고, 최근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평화의 소녀상'도 이때 설치된 것이다.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설치된 평화비(소녀상)

그동안 수요시위에는 유치원생부터 독립군으로 활약했던 할아버지, 일본인,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 회원들 등 나이와 국적을 불문한 수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2014년 10월 1천146차 집회 때는 일본군에 자원입대해 자폭 특공대원으로 복무했던 한 목사가 "과거 일본의 폭력을 용서해 달라"며 자필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또 2011년 1천회 수요집회를 앞두고는 북한의 위안부 피해자 단체에서 팩스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대협은 수요집회를 통해 일본 정부에 ①전쟁범죄 인정 ②진상규명 ③공식사죄 ④법적 배상 ⑤전범자 처벌 ⑥역사교과서 기록 ⑦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집회 초반부터 성과로 이어졌다. 수요집회가 시작된 지 며칠 뒤인 1992년 1월 24일 당시 외무부 내에 '정대협 실무대책반'을 만들어 정부 부처가 문서자료를 조사하고 내무부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정신대 피해자 신고'를 받았다.

1993년엔 피해자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고 일본 전범에 대한 출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2007년 미국 하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고, 이후 각국 의회와 일본, 한국 등 지방의회에서도 결의안 채택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여론은 수요집회의 역사와 함께 증폭됐다.

오늘 집회에서도 취재에 나선 외신기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BBC 다큐멘터리 취재진 라나 미터(Rana Mitter)는 "한일 간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집회가 열린다는 건 주목할만한 일"이라며 일본이 사과했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가 궁금해 이 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수요집회 24주년을 기념해 해외에서도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앞과 외무성 앞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 25개 도시에서 집회와 1인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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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상은 그 자리에”…위안부 수요집회 24년
    • 입력 2016-01-06 18:43:14
    • 수정2016-01-06 18:44:38
    취재K
"한일 위안부 협상은 무효다!" 서울 종로구 평화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천여 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만 24년을 이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1천212번째 수요집회다. 오늘(6일) 낮 12시에 열린 수요집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를 비롯해 야당 국회의원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단체, 대학생, 시민 등 1500명(경찰추산 1000명)이 모여 '12.28 한일 외교장관회담 합의'를 규탄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992년부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입을 열어 유엔과 전세계를 돌며 증언에 나섰을 때 정부는 일본이 불편할까봐 침묵하기만 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룬 것은) 모두 피해자들이 만든 국제 외교"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죄를 구걸하는 게 아니다. 가해자는 당연히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사죄, 배상하라"고 일번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굴욕적 협상을 전면 백지화, 철회하고 피해자들의 요구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후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다"며 "내 나이가 한국 나이로 89세다.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수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대협이 다른 22개 단체와 함께 구성한 '평화비(평화의 소녀상) 전국연대'는 특별선언을 통해 "평화비는 시민의 바람과 의지가 담긴 공공의 재산이며 국제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평화운동의 상징물"이라며 "평화비(소녀상)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요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원주, 광주, 울산, 창원, 수원, 부산, 제주, 청주, 의정부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6일, 광주에서 열린 수요집회 세계 최장 시위…수요집회 24년의 역사 단일 주제로 벌이는 세계 최장기 집회로 알려진 정대협의 수요집회는 24년 전인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됐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과 손해배상 등 6개항을 요구하며 30여 명이 모였다. 이후 횟수를 늘려가며 이듬해인 1993년 100회를 넘긴 데 이어 2002년 500회, 2011년 1천 회를 돌파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00번째 수요집회’ 일본대사관 건너편 도로는 1천회 집회를 맞아 '평화로'로 명명됐고, 최근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평화의 소녀상'도 이때 설치된 것이다.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설치된 평화비(소녀상) 그동안 수요시위에는 유치원생부터 독립군으로 활약했던 할아버지, 일본인,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 회원들 등 나이와 국적을 불문한 수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2014년 10월 1천146차 집회 때는 일본군에 자원입대해 자폭 특공대원으로 복무했던 한 목사가 "과거 일본의 폭력을 용서해 달라"며 자필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또 2011년 1천회 수요집회를 앞두고는 북한의 위안부 피해자 단체에서 팩스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대협은 수요집회를 통해 일본 정부에 ①전쟁범죄 인정 ②진상규명 ③공식사죄 ④법적 배상 ⑤전범자 처벌 ⑥역사교과서 기록 ⑦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집회 초반부터 성과로 이어졌다. 수요집회가 시작된 지 며칠 뒤인 1992년 1월 24일 당시 외무부 내에 '정대협 실무대책반'을 만들어 정부 부처가 문서자료를 조사하고 내무부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정신대 피해자 신고'를 받았다. 1993년엔 피해자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고 일본 전범에 대한 출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2007년 미국 하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고, 이후 각국 의회와 일본, 한국 등 지방의회에서도 결의안 채택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여론은 수요집회의 역사와 함께 증폭됐다. 오늘 집회에서도 취재에 나선 외신기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BBC 다큐멘터리 취재진 라나 미터(Rana Mitter)는 "한일 간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집회가 열린다는 건 주목할만한 일"이라며 일본이 사과했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가 궁금해 이 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수요집회 24주년을 기념해 해외에서도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앞과 외무성 앞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 25개 도시에서 집회와 1인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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