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마다 1곳 꼴…박물관 천국 일본

입력 2016.01.09 (08:37) 수정 2016.01.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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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생충, 식육, 소금, 복권....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죠?

그런데 있습니다.

모두 박물관 테마들입니다.

이 이색 박물관들, 실제로 도쿄에 있는데 일본 전체로 보면 박물관이 4천 4백여 곳이나 됩니다.

일본 인구를 박물관 수로 나누면 2만 7천여 명에 1곳 꼴인데,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동마다 박물관이 하나씩 있는 셈입니다.

일본에는 왜 이렇게 박물관이 많을까요 ? 이재호 특파원이 배경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유서 깊은 상업 도시답게 이 곳에는 인스턴트 라면 박물관이 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했다는 '안도 모모후쿠'의 동상이 서 있는 이곳.

이른바 '컵라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를 끕니다.

아이들은 라면 만들기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녹취> 니시오 리오(유치원생) : "라면 면발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녹취> 니시오 미치코(주부) : "아이가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게 아주 즐거웠습니다."

컵라면 용기에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새겨 넣을 수 있습니다.

각종 수프와 첨가물도 선택해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은 뿌듯합니다.

<녹취> 곤도 유키(대학생) :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노지리 유이(대학생) : "제가 재료를 직접 골라 좋아하는 라면을 만들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지구촌에서 한 해 소비되는 인스턴트 라면은 1,000억 개 이상.

그래서인지 라면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도 한 해 70만 명이나 됩니다.

인스턴트 라면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논란이 있지만, 박물관을 둘러본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는 '일본이 원조'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녹취> 쥬마이마(호주 관광객) : "일본이 원조인 인스턴트 라면이 호주에도 있는데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물관은 전 세계를 상대로 일본제 인스턴트 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거대 광고탑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닛코.

내로라하는 일본의 관광지답게 신비로운 자연 풍광과 에도시대 유적 등 볼거리가 즐비합니다.

이곳에도 박물관이 있는데, '세계 건축물 박물관'인 '도부 월드 스퀘어'입니다.

우선 교토의 '킨카쿠지' 등 일본의 유명 건축물을 축소해 전시해 놓았습니다.

<녹취> 스즈키 아리사(주부) : "실물처럼 보이게 사진도 찍었고요, 아이들도 많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뉴욕의 자유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영국의 '런던 브릿지', 중국 '자금성'에 '만리장성'까지..

세계 21개 나라의 유명 건축물과 유적 모형 102점이 1/25 크기로 정밀하게 재현돼 있습니다.

<녹취> 아디코(이탈리아) : "직접 가 보지 못하는 전 세계의 큰 건물들을 작게 만들어 놓았는데, 둘러보니 아주 재미있네요."

더 놀라운 것은 이 모형들이 작동한다는 겁니다.

더 사실처럼 표현하려고 7cm 크기의 사람 인형을 14만 개나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밤이 되면 모형 건물들은 더 화려해집니다.

조명과 일루미네이션이 어우러지면서 황홀경을 자아냅니다.

<인터뷰> 사이토 츠요시(도부 월드 스퀘어) : "내부 메커니즘이 세밀하기 때문에 보통 판매되는 것으로는 만들 수 없어서 모두 직접 수제품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인구 8만 5천여 명인 닛코에 한 해 관광객은 1,300만 명.

닛코의 수려한 자연 풍광과 유서 깊은 문화 유적을 생각하면 대기업 자본이 참여한 모형 건축물 박물관이라는 상업적 시설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자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일본에서는 지역 활성화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해, 다소 이질적인 요소라도 쉽게 포용됩니다.

오히려 다른 요소들이 결합돼 관광지로서의 활력을 높인다는 게 박물관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사이토 츠요시(도부 월드 스퀘어) : "상호 보완 관계로 닛코와 기누가와 온천 지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유적이나 자연 풍광만으로 이뤄진 관광지에 재미있는 이색 박물관을 배치해 지역 관광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일본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효고 현의 히메지 성.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이 성 옆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장난감 박물관이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 장난감부터...

우리에게도 친숙한 만화 주인공까지 있습니다.

<녹취> 다카하마 레이코(관광객) : "어린 시절에 보던 장난감이 많아서 옛날 생각도 납니다. 다시 만지고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박물관의 장난감은 10만 점이 넘습니다.

이노우에 씨가 사재를 털어 세계 160개 나라에서 50여 년 동안 모은 것들입니다.

<녹취> 이노우에 시게요시(완구 박물관장) : "장난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누군가 수집해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사명감 때문에 수집했습니다."

장난감 박물관은 히메지 성과 묶여 대표적인 패키지 여행 상품이 됐습니다.

먼 길을 온 관광객이 히메지 성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관광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게 자치단체의 판단입니다.

<녹취> 미야자키(히메지 시 관광문화부) : "물론 금전적인 면도 그렇지만, 외부에서 관광객이 오면 정보도 들어오기도 해서 시 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지역 관광의 핵심축 역할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후쿠이 역 앞에 서 있는 공룡들이 관광객을 압도합니다.

근처에는 대규모 공룡 박물관이 있습니다.

공룡 알 모양의 박물관에 들어서자 백악기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공룡 세상입니다.

일본에서 발굴된 공룡 화석의 80% 이상이 후쿠이 현에서 발견되면서 현은 핵심 관광 콘텐츠를 공룡으로 삼았습니다.

발굴된 공룡 화석들은 실물 크기로,거의 완벽한 형태로 복원돼 있습니다. 모두 40마리가 넘습니다.

결국 박물관을 핵심축으로 한 공룡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공룡 하면 '후쿠이'라는 인식을 정착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녹취> 미즈카미(가츠야마 시 상공관광부장) : "일본뿐만 아니고,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가츠야마 시 관광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전역의 박물관은 무려 4,400여 곳.

보존과 기록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에 더해, 이질적 요소라도 지역 살리기라는 기치 아래 포용해 버리는 유연한 사고 등이 박물관 천국 일본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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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마다 1곳 꼴…박물관 천국 일본
    • 입력 2016-01-09 09:03:46
    • 수정2016-01-09 11:12: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기생충, 식육, 소금, 복권....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죠?

그런데 있습니다.

모두 박물관 테마들입니다.

이 이색 박물관들, 실제로 도쿄에 있는데 일본 전체로 보면 박물관이 4천 4백여 곳이나 됩니다.

일본 인구를 박물관 수로 나누면 2만 7천여 명에 1곳 꼴인데,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동마다 박물관이 하나씩 있는 셈입니다.

일본에는 왜 이렇게 박물관이 많을까요 ? 이재호 특파원이 배경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유서 깊은 상업 도시답게 이 곳에는 인스턴트 라면 박물관이 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했다는 '안도 모모후쿠'의 동상이 서 있는 이곳.

이른바 '컵라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를 끕니다.

아이들은 라면 만들기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녹취> 니시오 리오(유치원생) : "라면 면발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녹취> 니시오 미치코(주부) : "아이가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게 아주 즐거웠습니다."

컵라면 용기에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새겨 넣을 수 있습니다.

각종 수프와 첨가물도 선택해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은 뿌듯합니다.

<녹취> 곤도 유키(대학생) :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노지리 유이(대학생) : "제가 재료를 직접 골라 좋아하는 라면을 만들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지구촌에서 한 해 소비되는 인스턴트 라면은 1,000억 개 이상.

그래서인지 라면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도 한 해 70만 명이나 됩니다.

인스턴트 라면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논란이 있지만, 박물관을 둘러본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는 '일본이 원조'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녹취> 쥬마이마(호주 관광객) : "일본이 원조인 인스턴트 라면이 호주에도 있는데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물관은 전 세계를 상대로 일본제 인스턴트 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거대 광고탑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닛코.

내로라하는 일본의 관광지답게 신비로운 자연 풍광과 에도시대 유적 등 볼거리가 즐비합니다.

이곳에도 박물관이 있는데, '세계 건축물 박물관'인 '도부 월드 스퀘어'입니다.

우선 교토의 '킨카쿠지' 등 일본의 유명 건축물을 축소해 전시해 놓았습니다.

<녹취> 스즈키 아리사(주부) : "실물처럼 보이게 사진도 찍었고요, 아이들도 많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뉴욕의 자유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영국의 '런던 브릿지', 중국 '자금성'에 '만리장성'까지..

세계 21개 나라의 유명 건축물과 유적 모형 102점이 1/25 크기로 정밀하게 재현돼 있습니다.

<녹취> 아디코(이탈리아) : "직접 가 보지 못하는 전 세계의 큰 건물들을 작게 만들어 놓았는데, 둘러보니 아주 재미있네요."

더 놀라운 것은 이 모형들이 작동한다는 겁니다.

더 사실처럼 표현하려고 7cm 크기의 사람 인형을 14만 개나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밤이 되면 모형 건물들은 더 화려해집니다.

조명과 일루미네이션이 어우러지면서 황홀경을 자아냅니다.

<인터뷰> 사이토 츠요시(도부 월드 스퀘어) : "내부 메커니즘이 세밀하기 때문에 보통 판매되는 것으로는 만들 수 없어서 모두 직접 수제품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인구 8만 5천여 명인 닛코에 한 해 관광객은 1,300만 명.

닛코의 수려한 자연 풍광과 유서 깊은 문화 유적을 생각하면 대기업 자본이 참여한 모형 건축물 박물관이라는 상업적 시설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자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일본에서는 지역 활성화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해, 다소 이질적인 요소라도 쉽게 포용됩니다.

오히려 다른 요소들이 결합돼 관광지로서의 활력을 높인다는 게 박물관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사이토 츠요시(도부 월드 스퀘어) : "상호 보완 관계로 닛코와 기누가와 온천 지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유적이나 자연 풍광만으로 이뤄진 관광지에 재미있는 이색 박물관을 배치해 지역 관광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일본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효고 현의 히메지 성.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이 성 옆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장난감 박물관이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 장난감부터...

우리에게도 친숙한 만화 주인공까지 있습니다.

<녹취> 다카하마 레이코(관광객) : "어린 시절에 보던 장난감이 많아서 옛날 생각도 납니다. 다시 만지고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박물관의 장난감은 10만 점이 넘습니다.

이노우에 씨가 사재를 털어 세계 160개 나라에서 50여 년 동안 모은 것들입니다.

<녹취> 이노우에 시게요시(완구 박물관장) : "장난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누군가 수집해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사명감 때문에 수집했습니다."

장난감 박물관은 히메지 성과 묶여 대표적인 패키지 여행 상품이 됐습니다.

먼 길을 온 관광객이 히메지 성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관광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게 자치단체의 판단입니다.

<녹취> 미야자키(히메지 시 관광문화부) : "물론 금전적인 면도 그렇지만, 외부에서 관광객이 오면 정보도 들어오기도 해서 시 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지역 관광의 핵심축 역할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후쿠이 역 앞에 서 있는 공룡들이 관광객을 압도합니다.

근처에는 대규모 공룡 박물관이 있습니다.

공룡 알 모양의 박물관에 들어서자 백악기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공룡 세상입니다.

일본에서 발굴된 공룡 화석의 80% 이상이 후쿠이 현에서 발견되면서 현은 핵심 관광 콘텐츠를 공룡으로 삼았습니다.

발굴된 공룡 화석들은 실물 크기로,거의 완벽한 형태로 복원돼 있습니다. 모두 40마리가 넘습니다.

결국 박물관을 핵심축으로 한 공룡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공룡 하면 '후쿠이'라는 인식을 정착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녹취> 미즈카미(가츠야마 시 상공관광부장) : "일본뿐만 아니고,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가츠야마 시 관광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전역의 박물관은 무려 4,400여 곳.

보존과 기록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에 더해, 이질적 요소라도 지역 살리기라는 기치 아래 포용해 버리는 유연한 사고 등이 박물관 천국 일본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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