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재혁’ 선수를 구속하려는 네 가지 이유

입력 2016.01.20 (15:44) 수정 2016.01.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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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사재혁 선수역도 사재혁 선수


경찰은 왜 올림픽 영웅 ‘사재혁’을 굳이 구속하려 하는가?

강원도 춘천 경찰서는 오늘(20일), 2008 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 리스트인 사재혁 선수를 후배 황우만 선수에 대한 폭행과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올림픽 영웅'을 흉폭한 범죄자로 취급해 굳이 구속까지 하려는 걸까 ? 그 이유를 알아보자.

수갑수갑


첫째, “죄질이 나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월 시작됐다. 태릉 선수촌에 입촌해 있던 사재혁 선수는 함께 훈련을 받던 대학 후배 황우만 선수가 컴퓨터 게임에 너무 몰두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훈육 차원에서 황우만 선수의 뺨을 몇 대 때렸다. 그런데 이 일이 선수촌에 소문나면서 사재혁 선수는 지난해 3월 '폭행'의 책임을 물어 불명예스럽게 선수촌에서 퇴촌 조치를 당했고 국가대표에서도 제외됐다.

이 때문에 평소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지난 연말 우연히 춘천시 근화동의 한 술집에서 후배 황우만 선수를 만나게 됐다. 사재혁 선수의 역도 후배들이 두 선수의 화해를 주선하기 위해 황우만 선수를 불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사재혁 선수는 황우만 선수를 보자 마자 술집 밖으로 불러내 노상에서 30여분간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황우만 선수가 훨씬 덩치가 크고 힘도 셌지만, 사재혁 선수가 역도계에서 워낙 거물인데다 동향 선배, 대학 10년 선배인 탓에 감히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노상에서 1차 폭행이 가해진 후에 술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다시 30여분간 2차 폭행이 이어졌다. 폭행이 가해지던 1시간 동안 줄곧 피해자 황 선수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며 사죄를 했는데도 무자비한 폭행은 그치지 앉았다. 특히 아예 저항을 포기하고 앉아 있던 황 선수의 안면을 발로 힘껏 걷어차 왼쪽 눈 아래 광대뼈가 함몰될 정도로 중상을 입혔다. 자칫하면 아예 실명이 될 뻔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즉 전혀 저항 의사가 없이 사과하는 피해자를 1시간 동안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중상을 입힌 점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고, 범행 과정도 악의적이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역도 황우만 선수역도 황우만 선수


둘째,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황우만 선수가 폭행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폭행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사재혁 선수는 황우만 선수가 입원한 병실로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황우만 선수와 가족들은 사재혁 선수의 사과를 아직까지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채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초 응급수술을 받고 3주째 입원중인 황우만 선수 병실에 사재혁 선수는 거의 매일 찾아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역도 유망주인 황우만 선수는 '2016 년 리우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오는 22일쯤 퇴원할 예정인 황 선수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는 사재혁 선수의 사과를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경찰의 판단이다.

피해자 황 선수와 가족들이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자, 현재 사재혁 선수는 춘천지방법원에 1,500 만원의 공탁금을 걸어 놨다. 그러나 황 선수와 가족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원에 제시된 공탁금 수령도 거부하겠다며 사재혁 선수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거듭 완강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즉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가 안됐고, 피해자와 그 가족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스포츠 폭력 그림스포츠 폭력 그림


셋째, “스포츠계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시킬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경찰과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이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폭력'을 영원히 근절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라고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3 년부터 '스포츠 폭력 근절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한 3 대 방향과 10 대 세부과제> 를 제시해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스포츠 현장에서의 폭력 경험 비율이 26 % 를 웃돌고, 성폭력 경험 비율도 9 % 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스포츠 과학연구소). 즉 일선 스포츠 현장에서 자행되는 각종 '폭력'은 아직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직접 연루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만큼, 상징적인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즉 스포츠 현장에서 '훈육'이란 명목으로 자행되는 갖가지 '폭력'을 강력히 처벌해, 스포츠계 전반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스포츠계 폭력'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잠적이나 은신 또는 해외도피 우려가 있다”

사재혁 선수는 그동안 다양한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해외 체류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따라서 사회적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 또는 장기간 해외 등으로 잠적하거나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또 여론의 '뭇매'를 맞다 보면 자칫 일시적인 충동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현재 강원도 홍천 자택에서 근신중인 사재혁 선수의 구속 여부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다. 사법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의 고질적 병폐인 '폭력' 행위는 영원히 근절돼야 한다.

[연관 기사] ☞ ‘후배 폭행’ 사재혁에 구속영장…올림픽 스타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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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사재혁’ 선수를 구속하려는 네 가지 이유
    • 입력 2016-01-20 15:44:53
    • 수정2016-01-20 15:50:24
    취재K
역도 사재혁 선수


경찰은 왜 올림픽 영웅 ‘사재혁’을 굳이 구속하려 하는가?

강원도 춘천 경찰서는 오늘(20일), 2008 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 리스트인 사재혁 선수를 후배 황우만 선수에 대한 폭행과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올림픽 영웅'을 흉폭한 범죄자로 취급해 굳이 구속까지 하려는 걸까 ? 그 이유를 알아보자.

수갑


첫째, “죄질이 나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월 시작됐다. 태릉 선수촌에 입촌해 있던 사재혁 선수는 함께 훈련을 받던 대학 후배 황우만 선수가 컴퓨터 게임에 너무 몰두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훈육 차원에서 황우만 선수의 뺨을 몇 대 때렸다. 그런데 이 일이 선수촌에 소문나면서 사재혁 선수는 지난해 3월 '폭행'의 책임을 물어 불명예스럽게 선수촌에서 퇴촌 조치를 당했고 국가대표에서도 제외됐다.

이 때문에 평소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지난 연말 우연히 춘천시 근화동의 한 술집에서 후배 황우만 선수를 만나게 됐다. 사재혁 선수의 역도 후배들이 두 선수의 화해를 주선하기 위해 황우만 선수를 불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사재혁 선수는 황우만 선수를 보자 마자 술집 밖으로 불러내 노상에서 30여분간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황우만 선수가 훨씬 덩치가 크고 힘도 셌지만, 사재혁 선수가 역도계에서 워낙 거물인데다 동향 선배, 대학 10년 선배인 탓에 감히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노상에서 1차 폭행이 가해진 후에 술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다시 30여분간 2차 폭행이 이어졌다. 폭행이 가해지던 1시간 동안 줄곧 피해자 황 선수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며 사죄를 했는데도 무자비한 폭행은 그치지 앉았다. 특히 아예 저항을 포기하고 앉아 있던 황 선수의 안면을 발로 힘껏 걷어차 왼쪽 눈 아래 광대뼈가 함몰될 정도로 중상을 입혔다. 자칫하면 아예 실명이 될 뻔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즉 전혀 저항 의사가 없이 사과하는 피해자를 1시간 동안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중상을 입힌 점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고, 범행 과정도 악의적이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역도 황우만 선수


둘째,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황우만 선수가 폭행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폭행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사재혁 선수는 황우만 선수가 입원한 병실로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황우만 선수와 가족들은 사재혁 선수의 사과를 아직까지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채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초 응급수술을 받고 3주째 입원중인 황우만 선수 병실에 사재혁 선수는 거의 매일 찾아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역도 유망주인 황우만 선수는 '2016 년 리우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오는 22일쯤 퇴원할 예정인 황 선수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는 사재혁 선수의 사과를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경찰의 판단이다.

피해자 황 선수와 가족들이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자, 현재 사재혁 선수는 춘천지방법원에 1,500 만원의 공탁금을 걸어 놨다. 그러나 황 선수와 가족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원에 제시된 공탁금 수령도 거부하겠다며 사재혁 선수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거듭 완강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즉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가 안됐고, 피해자와 그 가족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스포츠 폭력 그림


셋째, “스포츠계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시킬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경찰과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이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폭력'을 영원히 근절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라고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3 년부터 '스포츠 폭력 근절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한 3 대 방향과 10 대 세부과제> 를 제시해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스포츠 현장에서의 폭력 경험 비율이 26 % 를 웃돌고, 성폭력 경험 비율도 9 % 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스포츠 과학연구소). 즉 일선 스포츠 현장에서 자행되는 각종 '폭력'은 아직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직접 연루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만큼, 상징적인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즉 스포츠 현장에서 '훈육'이란 명목으로 자행되는 갖가지 '폭력'을 강력히 처벌해, 스포츠계 전반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스포츠계 폭력'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잠적이나 은신 또는 해외도피 우려가 있다”

사재혁 선수는 그동안 다양한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해외 체류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따라서 사회적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 또는 장기간 해외 등으로 잠적하거나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또 여론의 '뭇매'를 맞다 보면 자칫 일시적인 충동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현재 강원도 홍천 자택에서 근신중인 사재혁 선수의 구속 여부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다. 사법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의 고질적 병폐인 '폭력' 행위는 영원히 근절돼야 한다.

[연관 기사] ☞ ‘후배 폭행’ 사재혁에 구속영장…올림픽 스타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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